Reversing Life With Future USB! RAW novel - Chapter 25
25
025화 인터뷰
[아나운서: 역대급 ‘불수능’으로 일컬어지는 이번 대학수학능력시험.이번 수능에서 유일하게 만점을 받은 김준영 씨의 요튜브 인터뷰 영상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국내 입시전문학원의 현직 국어 강사이기도 한 그는, 이번 인터뷰 영상을 통해 자신만의 공부 비법을 공개했는데요.
그 내용뿐만 아니라 그의 훈훈한 외모에도 사람들의 큰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럼 실제 인터뷰 영상을 보시죠.]
아나운서가 화면에서 사라지고, 요튜브 영상이 나온다.
[요튜버: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제가 아주 귀한 손님을 모시고 나왔습니다.다들 이번 수능 이야기 들어 보셨죠? 네. 그렇죠. 다들 잘 알고 계시다시피 이번 수능. 거의 모든 과목이 수능 역사상 유래가 없는 난이도였다고 하는데요.
놀랍게도 이 정신 나간 난이도의 수능에서도 전 과목 만점을 맞은 ‘시험의 신’이 계신답니다.
네. 눈치 빠르신 분들은 다들 짐작하셨겠지만.
맞습니다. 오늘 모신 게스트는 바로 그분. ‘시험의 신’ 김준영 강사님이십니다.
반갑습니다!] [김준영: 네, 반갑습니다.] [요튜버: 이야, 이거 공부만 잘 하시는 줄 알았는데 굉장한 미남이신데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학원가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강사 김준영이라고 합니다.] [요튜버: 설마 끝인가요? 진짜요? 실ㅤㅎㅘㅂ니까? 에이 그럼 제가 대신 말씀 드려야겠네요. 여기 계신 김준영 선생님은 맥아로 유명한 거기, 그 학원에 계시고요.
나이는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32살. 아-아주 동안이시죠. 거기다가 현재 쏠로랍니다. 어때요 여러분. 호기심이 막막 치솟아 오르죠?
자, 그럼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관계로, 바로 인터뷰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럼 먼저 여러분들이 가장 궁금해 하실 사항.
이번 시험 만점. 어떻게 받으셨나요?]
호들갑스러운 BJ의 질문에 준영이 싱긋 웃으며 답했다.
[김준영: 그냥, 뭐. 모르는 문제가 없더라고요.] [요튜버: 아, 그러셨구나··· 준영 씨 지금 채팅창 안 보셨죠? 보지 마세요. 보면 큰일 나요. 네, 여러분 저도 화가 나요. 분명 맞는 이야긴데 화가 나요. 왜 그럴까요.자 그럼 질문을 바꿔 보겠습니다. 준영 씨가 보기에 이번 시험이 쉬운 건가요, 어려운 건가요?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시험의 난이도가 높아서, 이제 평가원이 난이도 조절을 아예 포기한 게 아니냐는 말이 많던데?] [김준영: 음. 평년보다 좀 어렵긴 했죠. 제가 강사다보니까 시간이 맞으면 이번처럼 수능시험을 보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작년도 그렇고 올해도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국어 같은 경우엔 그 동안 꾸준하게 상승하던 비문학 지문의 난이도가 이번에 정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고요,
그밖에 화법, 작문, 문법, 독서, 문학은 문제들 간의 경계가 굉장히 모호한 모습으로 출제되고 있는 모습이에요.
이건 아마 요즘 교육 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해서인 것 같은데, 상대적으로 그 전에 있었던 시험들보다 더 복합적 사고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유형이니,
아마 이런 유형을 준비하지 않았던 수험생들은 어려울 수밖에 없죠.] [요튜버: 아 맞아요. 저도 방송 시작 전에 한 번 풀어봤는데, 지문이 뭐 이건 한국언지 아랍언지 이해를 못하겠더라고요. 자 그럼 다른 과목은 어떤가요?]
BJ가 맞장구를 치자, 준영은 마치 입에 모터가 달린 것처럼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김준영: 수학은 대체로 평이 했는데, 아마 몇몇 문제가 수험생들 발목을 잡았을 거라고 볼 수 있죠.특히 25번 문제는 함수의 성질, 삼각함수, 미분법, 적분법을 꼬아 놓은 문젠데, 조건 제시 방식도 일반적인 경우와 달라서 문제 자체를 잘못 이해한 수험생도 많았을 거예요.
그리고 영어는··· 뭐 절대평가로 변하고 난 뒤에 지문 자체의 난이도가 올라간다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작년도 그렇고 올해도, 빈칸 채우는 문제에서 굉장히 매력적인 오답 선지들이 나와서 수험생들이 많이 당황했을 거예요.
왜 있잖아요. 풀 때는 쉬워 보여서 슥슥 풀고 넘어갔다가 막상 나중에 채점해 봤는데 틀리는 문제들. 이번에 그런 문제들이 많이 나왔거든요.] [요튜버: 아 저도 알아요. 그런 문제. 저도 학교 다닐 때 그런 적 많았어요.] [김준영: 그렇죠. 그리고 거기다 평소 어법어휘 문제를 풀 때, 스킬로 답을 찾았던 사람들도 아마 이번에 많이 틀렸을 거예요.] [요튜버: 스킬이요?] [김준영: 네. 몇몇 강사들이 이런 문제 풀 때 편법으로 알려 주는 방법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번 선지들은 이 방법이 먹히지 않는 문제 유형이라, 아마 이것만 믿고 공부에 소홀했던 사람들도 뒤통수를 맞은 느낌일 거예요.
그리고 그 외에 지문들을 보면 대부분이 원래 있는 지문을 평가원에 수정한 것들이어서, 논리적으로 좀 엉성한 지문들이 좀 있었고··· 뭐 이런 것들이 이번 시험을 어렵게 하는 요소였다고 볼 수 있겠네요.] [요튜버: 아 지문이 말이 안 되는 게 있었구나, 나는 봐도 모르겠던데. 그럼 평가원에서 이번 시험 난이도를 조절하지 못한 건 사실이라는 거죠?] [김준영: 음. 그렇다고 단언할 수 있는 건 아니고요. 출제의원 분들이야 다들 훌륭하신 분들이니까, 제가 생각하지 못한 큰 그림을 보고 계실 수도 있는 거죠.
다만 앞으로 있을 수능의 난이도가 계속 이 정도로 유지되면, 수험생들이나 저 같은 강사들이나 점점 더 힘들어질 거라는 건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요튜버: 아 그렇군요. 이거 내년 고3 여러분들 정신 바짝 차리셔야겠어요. 자칫 잘못하면 그냥 막. 응? 아시죠? 열심히들 해요 그러니까.
자 그럼 분위기를 바꿔서 다음 질문드리겠습니다.
옆 고사장에서 퍼블벨벳의 손나윤 씨도 수능을 봤다는 첩보를 입수했는데, 혹시 우주 최강 여신 손나윤 씨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참고로 제가 손나윤 씨의 열혈 팬입니다. 제발 봤다고 해 주세요.] [김준영: 어 글쎄요? 잘 기억이 안 나서요. 그런데 퍼블벨벳이 뭐죠?] [요튜버: 아···]
마지막, 허탈한 BJ의 말을 끝으로 영상은 끝이 났다.
그리고 해당 기사의 댓글이 폭주했다.
[댓글1 : 퍼블벨벳 모르는 거 실화냐? 조선 사람 맞냐?ㅋㅋㅋ] [댓글2 : 아···모르는 문제가 없으시단다···빡칠 각 ㅇㅈ?] [댓글3 : 기만 오지고요ㅋㅋㅋ] [댓글4 : 저 얼굴에 솔로? ㅋㅋㅋ 말이 됨?].
.
* * *
“······.”
고요하다.
사람들의 시선이 비수처럼 날아와 내 얼굴에 꽂힌다.
하지만 괜찮다.
지난 며칠 동안 그럭저럭 익숙해진 참이니까.
“어, 김 쌤 오셨어요?”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지나가던 강사가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러자 몇몇 사람이 이쪽을 쳐다보았다.
며칠 사이 생긴 변화 중 하나였다.
전에는 있으나 없으니 상관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뭐만 하면 사방에서 말을 걸어온다.
“뉴스 봤어요? 김 쌤 인터뷰 영상 조회 수가 장난 아니던데?”
강사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인터뷰 영상.
수능 성적표가 배포되는 날 찍은 영상이었다.
나보다 더 빨리 내 수능 성적을 확인하고 내게 전화를 건 사람.
그 요튜버의 권유로 인터뷰 영상을 찍을 때만 해도, 영상이 공중파 뉴스까지 나오게 될 줄은 몰랐었다.
사실 수능 만점이라는 게 희귀하다면 희귀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으니, 내가 찍은 영상도 다른 만점자들이 것처럼 금방 묻힐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역대급 난이도라는 것을 매스컴에서 계속 어필했던 탓인지 의외로 엄청나게 큰 이슈가 되었다.
거기다.
“그런데 진짜 손나윤 못 본 거 맞아요? 아니 바로 옆 학교였다며? SNS보니까 그쪽은 봤다는 거 같던데?”
요즘은 이런 질문도 많이 들었다.
어쩌다 그 영상을 손나윤이 봤는지, 그녀가 자신의 SNS에 나에 대한 글을 올리고 나서부터, 그 영상을 공유하는 속도가 눈에 띄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진짜 별거 없었다.
‘자기가 시험 본 학교 바로 옆 학교에 만점자가 있다는 게 신기하다는 말이었지.’
그런데 소문이 한 다리를 건널 때마다 점점 이상한 모습으로 살이 붙었다.
‘손나윤과 같은 학교에서 시험을 봤다더라.’
‘아니다 사실은 같은 고사장이었다.’
‘모르는 소리 마라 사실은 옆자리였다.’
이런 식으로 소문이 와전되더니, 이젠 숫제 손나윤과 아는 사람 취급이었다.
“아니에요. 손나윤이라는 이름도 나중에 알았는데요 뭐.”
문제는 내가 손나윤이 누군지도 모른다는 거지만.
내가 고개를 저으며 말하자, 내게 말을 건 동료 강사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짓는다.
“하긴, 요즘 연예인들 위장 수준 장난 아니라고 하니까. 에이 그래도 아깝다. 내가 있었으면 옆 학교 담장이라도 넘어가는 건데···”
그러더니 바로 자기 휴대폰을 들어 손나윤의 SNS를 찾아보기 시작한다.
“······.”
그래도 이렇게 금방 수긍하는 사람은 그나마 양반이다.
가끔은 정말 못 봤는지. 못 봤다면 왜 못 봤는지를 추궁하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아니 걸그룹 하나 모르는 게 이상한 일도 아닌데, 사람들은 내가 손나윤을 모른다는 말을 꺼낼 때마다 신기한 짐승 바라보 듯했다.
“그나저나 아까 데스크 보니까 겁나 바쁘던데, 김 쌤 보고 뭐라고 안 해요? 보아하니 또 재수생은 안 받냐고 연락 온 것 같더만.”
한참 영상을 파고 있던 그가 불현듯 말을 걸었다.
“아뇨. 그런 말 없던데요?”
내가 대답하자 그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래요? 왜 그러지? 인터뷰 보고 연락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텐데.”
그가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
사실 가장 큰 변화는 사람들의 연락이었다.
인터뷰가 뉴스에 뜬 당일에는 고등학생 자녀를 가진 부모들의 전화로 학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으니까.
다짜고짜 과외를 해 달라는 학생부터, 학원에 등록하면 지금 당장 내게 수업을 받을 수 있는지 묻는 학부모, 재수반은 운영할 생각 없냐는 절박한 전화까지.
여러 부류의 전화 때문에 한동안 학원이 어수선했다.
그나마 요즘은 좀 줄어든 모양새지만, 지금도 하루에 몇 번씩은 꾸준히 연락이 오는 것 같았다.
“학원에서 아는 거죠. 그렇게 부화뇌동해서 전화 거는 사람들 치고 진짜 학원에 도움 되는 사람이 없다는 걸.”
그때 김원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옆을 돌아보니 그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참 나. 그렇게 호들갑 떨면서 전화하는 사람들은 대체 입원 절차라는 걸 뭘로 아는 건지.”
그 말을 들은 강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어? 무슨 말이에요?”
그의 말에 김원용의 얼굴이 이쪽으로 향했다.
“뉴스 보고 전화한 사람들 다 뜬구름이라고요. 절대 등록 안 하는 사람들. 진짜 등록하는 사람들은 만점 그런 거 신경도 안 써요. 진짜로 등록할 거면 정식으로 입원 테스트 보고, 뭐 그렇게들 하겠죠.”
그는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강사는 슬쩍 헛웃음을 내뱉었다.
“원용 쌤 아직 못 들으셨어요? 전화했던 학생들 거의 다 등록했던데? 그래서 지금 우리 학원 수강생 수 엄청 늘었잖아요? 원장 쌤 입가에 미소가 아주 끊이질 않던데.”
강사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느냐는 듯 알려 주자 김원용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그런데, 아직 그의 말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아, 맞다! 학부모들 전화 때문에 매일 카페 가셨었죠? 그래서 못 들으셨나 보다.”
말을 마친 그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맥이기.
이번 수능으로 다른 강사들이 학부모들의 항의 전화에 시달릴 때.
김원용 혼자 모든 전화를 무시하고 근처 카페로 피신했던 것이, 이렇게 돌아오고 있었다.
“······.”
순간 원용의 표정이 살짝 무너졌다.
그의 얼굴이 천천히 돌아가고 파티션 너머로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 *
“김준영 선생님.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부원장이었다. 옆에는 본부장까지 함께하고 있었다.
퇴근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이 둘이 이 시간에 함께 이 교무실에 오는 일은 흔치 않은 것이었다. 그렇게 쫓아다녀도 잡히지 않던 둘이 이번에는 제 발로 나를 찾아왔다.
그래선지 교무실에 남은 강사 몇이 이쪽을 바라보는 것이 보였다.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죠.”
그리곤 챙기던 가방을 내려놓았다. 그러자 부원장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자세한 이야기는 제 방으로 가서 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