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ing Life With Future USB! RAW novel - Chapter 32
32
032화 기회를 찾아서 (3)
일강 중학교의 1학기 중간고사 성적 발표일.
선생의 호명에 학생들이 성적표를 받아가고 있던 와중이었다.
“······!”
학생들의 성적표를 한 번씩 확인하며, 학생들을 칭찬하거나 한 마디씩 하며 갈구던 담임교사가 한 사람의 성적표를 읽더니, 눈썹을 꿈틀거렸다.
“오일석. ···국어 93점? 이야! 일석이 정신 좀 차렸는데?”
담임이 말하자 학생들의 시선이 오일석을 향했다.
교실 제일 구석에 자리한 일석의 자리.
소위 ‘잘 논다’는 학생도, 그렇다고 성적이 특출 나게 좋은 것도 아닌 일석이라 처음 담임이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교실에 있던 대다수의 학생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 머릿속의 일석이란 그저 교실의 인구 수 담당, 항상 있는 듯 없는 듯하는 사람.
등교한 이후에 아무 말 없이 하루를 보내는 ‘찌질이’ 중 한 명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일석이 이번 성적으로 담임에게 이름을 불린 것이다.
거기다 성적은 또 대기권 돌파.
평소 땅굴을 파기에 급급하던 그의 것이라곤 믿을 수 없는 점수였다.
그의 주변에 있는 학생들이 새삼스러운 눈빛으로 일석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
일석은 갑작스런 사람들의 시선이 어색한지 얼굴을 긁적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성적표를 받으러 나가선 떨떠름한 표정으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그러자 담임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었다.
“인마 그렇다고 너무 마음 풀지 말고. 다음에는 더 열심히 해. 어쨌든 수고했어.”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처음 보는 담임의 웃음.
상위권 학생들에게만 친숙한 그 웃음이 어색한지 일석의 표정이 떨떠름하게 변했다.
“네······.”
서둘러 대답한 그가 자리로 돌아오자. 주변에 있는 학생들의 시선이 그를 따랐다.
호기심이 가득한 시선.
대부분 일석의 자리 가까이에 있는, 오일석의 실력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이들의 시선이었다.
그들의 시선은 하나같이 같은 뜻을 담고 있었다.
‘이 자식 점수 실화냐?’
그들로서는 믿을 수 없는 일.
평소 일석이 공부하는 시늉이라도 했었으면 그럭저럭 이해했을 테지만 그게 또 아니니까.
“야, 너 언제 공부했냐?”
그들 중 제일 친한 일석의 짝이 일석에게 묻자,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그러자 일석이 슬쩍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공부 안 했는데?”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하는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굳힌다.
“그게 말이 되냐. 네 평소 점수를 내가 아는데? 까지 말고 어디야. 어느 학원으로 옮긴 겨? 같이 좀 다니자 좀.”
일석의 짝이 일석의 옆구리를 툭툭 건드리며 말하자, 일석이 피식 웃으면서 입을 연다.
“학원은 무슨. 그냥 운이 좋았지. 딱 우리 학교가 걸리더라.”
고개를 까닥이며 일석이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다.
“뭔 멍멍이 짓는 소리야. 뭐가 운이 좋고, 뭐에 우리 학교가 걸려? 야 좀 알아듣게 말을 해 봐.”
짝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하자, 일석은 슬몃 웃으며 입을 연다.
“알고 싶냐?”
“그래, 같이 살자.
“아 이거 많이 알면 안 되는데, 딱 너네만 알고 있어 알았지?”
“뭔데 이리 뜸을 들여? 알았다니까. 빨랑 까, 이 새기야.”
잔뜩 뜸을 들이던 일석은 기대하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학생들의 시선이 일석의 휴대폰으로 모이고.
그들의 표정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변한다.
“이게 뭐여. 요튜브?”
* * *
[‘이용자5’님이 ‘밤풍선 100개’를 선물했습니다.]현금으로 1만 원.
수수료 떼면 6천 원가량.
인터넷 방송 후원금치곤 그렇게 많은 금액은 아니었지만, 내 방송의 주요 시청자들이 나이 어린 학생들인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큰 금액이었다.
[이용자5 : 오늘 시험 엄청 잘 봤어요! 준영쌤 대박대박! 그런데 친구들이 이 채널 알려달라는 데··· 으 너무 아깝다. 그냥 혼자만 알고 있을까요?]보아하니 오늘 시험을 본 학교의 학생인 모양. 기뻐하는 그의 모습이 채팅으로 느껴졌다.
“이용자5님 후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친구들한테도 많이 알려 주세요. 좋은 건 나눠야죠.”
그러자 옆에서 채팅창을 관리하고 있던 김연아가 불쑥 끼어들더니 카메라를 보고 말한다.
“그렇게 아까우면 우리 학원을 와요! 우리 쌤 대박 잘 가르침!”
녀석의 깨알 같은 학원 PR.
그녀의 말을 들은 시청자들이 쭉쭉 채팅을 쏟아내면서 채팅창이 시끄러워진다.
[이용자5 : 거리만 가까우면 가겠는데ㅜㅜ 너무 멀어요. 의정부라···] [이용자70 : 하와와···여고생쟝도 준영쌤 학원가고 싶은 거시야요···] [이용자999 : 학원 가고 성적 떡상 가즈아!] [이용자770 : 하앍 연아야 나한테도 소리쳐 줘.] [이용자20 : ㅋㅋㅋ우리 집은 가까운데.] [이용자1 : 이용자05 노 인정. 우리 집은 서귀포라고! ㅜㅜ 준영쌤! 빵 사먹을 돈 아껴서라도 밤풍 쏠 테니, 서귀포 고등학교도 좀 저격해 줘요!]저격 방송.
내가 시작한 인터넷 방송의 주요 컨텐츠였다.
평소에는 모의고사나 수능에 나올 것 같은 지문이나 작품들을 위주로 강의를 진행하다가, 시험기간이 오면 전국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해당 학교의 ‘내신’ 예상 시험문제를 뽑아 알려 주는 방송.
물론 특정 학교를 정하는 것은 랜덤이다.
다트를 던지기도 하고, 돌림판을 돌리기도 하고, 뽑기를 하기도 하고.
모든 것은 즉석에서 랜덤으로, 시청자들의 참여에 의해 결정난다.
그렇게 해당 학교의 해당 학년, 해당 과목이 정해지면 해당 학교의 시험문제 흐름을 분석한 뒤 이틀 뒤 저격을 시작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공부 방송에서도 예상문제를 짚어 주거나 하긴 하지만, 그건 모의고사나 수능에 관련된 것들 만이었으니, 차별화 하나는 정말 확실했다.
물론 내신 시험 기간에만 이루어질 수 있는 한정적인 콘텐츠였지만.
그래도 분기별로 인기를 끌 수 있는데다가 가장 처음 시험을 보는 학교와 가장 늦게 시험을 보는 학교의 기간을 합치면 거의 두 달이 넘으니, 방송 컨셉을 픽스하기에도 은근히 충분한 시간이 된다.
[‘이용자1’님이 ‘밤풍선 10개’를 선물했습니다.]“이용자1님 감사합니다. 서귀포 고등학교도 곧 나올지 모르니 희망을 버리지 말고 쭉 지켜봐 주세요.”
물론 처음부터 다 잘된 것은 아니었다.
일단 내신 시험문제를 찍어 주는 방송의 전례가 없는 만큼, 시청자들의 불신을 종식시키는 것이 힘들었다.
처음 내신 기출문제를 알려 줄 때만 해도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치부하던 사람이 대부분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번 달 들어 십 수 개 학교의 중간고사 문제를 90% 이상의 적중률로 저격하고 나자, 언제 그랬냐는 분위기가 반전됐다.
지금이야 내가 방송을 시작하자마자 사방에서 찾아와 채팅로그를 다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이 많아져서, 김연아가 도와주지 않으면 채팅방 관리가 힘들 정도가 되었지만.
‘초반에는 이대로 방송을 접어야 하나 했지. 시청자가 어지간히도 안 모이는 통에······.’
하지만 사람들이 많아진 만큼, 이상한 사람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이용자13 : 아따 이용자5 배가 불렀네? 만원이 뉘 집 개 이름이여? 시벌 이래서 요즘 것들은···마! 느그 부모가 피땀 흘려 본 돈을···] [이용자44 : 우리 애 학교는 왜 안 나오는 거임? 이 방송 혹시 주작? 으 어쩐지 주작 냄새가 풀풀 풍기더라.]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채팅.
인터넷 방송을 하는 사람들의 멘탈을 흔들리게 하는 미꾸라지 들이다.
시청자 수 유지 때문에 이런 사람들을 내버려 두면, 얼마 지나지 않아 채팅방의 분위기도 초토화시키는 것들.
시청자 수가 늘어난 것은 좋았지만, 이런 사람들도 덩달아 많아져서 이들을 관리하는 것도 신경을 써야 했다.
이용자13을 차단하고, 이용자44에게는 1회 경고 딱지를 붙인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에게 한 마디 남기는 것도 잊지 않는다.
“아, 여러분 사전에 공지했듯이 저희 방송은 유교 방송을 지향합니다. 욕설은 좀 삼가 주세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욕하시면 예고 없이 바로 차단합니다. 그리고 이용자44님 주작이라는 말 함부로 하시는 거 아니에요. 1회 경고 드릴 테니까 조심하세요.”
그러자 사람들의 채팅창이 쭉쭉 올라가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잘했다는 의견.
몇몇 사람들만이 방송 내 룰이 너무 빡빡하다면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지만, 굳이 분탕을 치고자 작심한 사람들의 말까지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법이니까.
“다른 분들은 꼭 시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어도 좋으니까, 자유롭게 궁금한 점들 물어보세요. 제가 최대한 쉽게 알려 드릴 테니까.”
그러자 사람들이 이런저런 공부법이나, 이번 모의고사의 난이도에 대한 이야기 등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의 질문에 천천히 답변하며,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 시청자들에게 공유했다.
그런데 그때.
[시청자 이벤트 : ‘이용자503’님께서 ‘밤풍선 1000개’를 걸고 이벤트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이벤트 내용은 ‘제발 우리 학교 시험 문제 좀 올려주세요 ㅠㅠ ’입니다. 수락하시겠습니다. ]갑자기 시청자 이벤트가 걸렸다. 걸린 금액은 원화로 10만 원 상당. 아무래도 금액을 보아하니 학생의 아이디로 들어온 학부모일 것 같았다.
일반적인 스트리머라면 웃으면서 수락을 누를 상황.
하지만 나는 단호하게 를 눌러 버렸다.
그러자.
[이용자503 : 왜에에에에에! 금액이 적어서 그래요? 더 줄 테니까 해 줘요!]이벤트를 걸었던 사람이 당황한 듯 바로 채팅을 띄웠다.
그러자 채팅창이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이용자999 : 돈지랄이 통할 거라 생각했냐.] [이용자999 : 앗 준영쌤 지랄은 욕 아닌 거 아시죠? ㅜㅜ] [이용자1 : ㅋㅋㅋ이용자999 순발력보소.] [이용자20 : 아깝다 한 사람 보낼 수 있었는데. 그나저나 아직도 꿈과 희망을 버리지 않은 사람이 있었네?] [이용자70 : 하앍 연아야. 얼굴 보여줘] [이용자1 : 그러게 뉴비인거 같은데? 아직 뭘 모르니까 이벤트를 걸었겠지.]나는 채팅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공지사항에도 올려놨는데. 뭐 처음 오신 분들은 못 보셨을 수도 있으니까 다시 한 번 말씀드릴게요. 여러분이 후원금 주시는 건 제가 정말 감사하게 받겠지만, 이번처럼 시험문제를 걸고 내는 이벤트는 제가 앞으로도 절대 안 받을 테니까, 괜히 이벤트 걸지 마세요.”
사실 지금까지 들어온 이벤트만 다 받았어도 후원금보다 몇 배는 더 많은 돈을 벌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스스로 만든 컨텐츠를 내 스스로 망가뜨릴 수는 없기 때문에, 이벤트가 오는 족족 거절하고 있었다.
어차피 내 본업은 오프라인에 있는 학원 쪽이었고, 지금 하는 방송은 학원의 광고를 위해서 하는 것이니만큼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은 피하고 싶었다.
그리고 떡 놔두고 콩고물에 연연하고 싶지도 않았고 말이다.
“저기요 쌤. 시간 된 거 같은데요?”
그때 김연아가 내 어깨를 톡톡치며 시계를 가리켰다.
시계를 보니 이제 슬슬 오늘의 하이라이트를 준비할 시간이었다.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네, 3천 5백 명의 저격 방송 시청자 여러분, 오늘도 어김없이 ‘운명의 돌림판’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전국에 계신 중고등학교 학생, 학부모, 강사 여러분들은 화면을 집중해 주시고, 우측하단에 있는 좋아요 버튼과 구독버튼을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내가 말을 하는 사이 김연아가 캔버스 크기의 돌림판을 화면 가까이로 가져왔다.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룰은 어제랑 똑같습니다. 첫 번째 던지는 다트로 학교를 정하고, 두 번째 다트로 학년, 세 번째 다트로 과목을 정할 테니까.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 주세요.”
학교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있는 원형의 돌림판.
전국에 있는 중고등학교 중 삼일 이내에 중간고사가 예정되어 있는 학교들만 추린 것인데도 꽤나 많은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자 그럼 돌립니다.”
내가 있는 힘껏 돌림판을 돌리자, 돌림판이 맹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앞에선 김연아가 짙게 웃으면서, 다트 던질 준비를 하고 있다.
채팅방에선 이미 미친 듯이 글이 갱신되고 있었다.
[이용자70 : 하와와···여고생쟝은 개 떨리는 거시야요···] [이용자1 : 으아아 한라산의 정기를 모아! 젭알! 제주 제일 서귀포고 2학년 수학!] [이용자999 : 우리 학교 가즈아!] [이용자20 : 가즈아ㅏㅏㅏ!]다들 자신의 학교가 걸리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다.
“그럼 오늘도 다트는 채팅방 관리자가 던지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여러분 카운트 들어가겠습니다.”
“오.”
“사.”
“삼.”
“이.”
“일.”
“쏘세요!”
쉬익. 퍽!
김연아가 깜찍한 기합과 함께 던진 다트, 그것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돌림판에 꽂혔다.
그리고 천천히 속도가 줄어들었다.
완전히 멈춰선 돌림판에 꽂혀있는 다트. 그 다트가 가리키는 학교의 이름은···
[이용자1 : 뭐야! 어디야! 설마 설마 설마. 으아아아 가즈아!]서귀포 고등학교.
“이용자1님. 축하합니다. 아까 후원해 주신 보람이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