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ing Life With Future USB! RAW novel - Chapter 42
42
042화 상위 1%의 민낯 (1)
서율대학교 18학번 과대인 차수지는 걱정 어린 표정으로 자신 앞에 놓인 프린트를 내려다보고 있다.
오늘 그녀에게 맡겨진 미션은 바로 엠티 참여 인원 체크.
프린트에 빼곡하게 정리되어 있는 학생들 중 얼마나 엠티에 참석하는지 파악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다.
일반적으로 선배들에게 연합엠티 전화를 돌릴 때에는 새내기 동기들에게 할당량을 정해 주고 나중에 참석 취합하는 게 당연하지만,
새내기들의 참석 유무를 파악하는 것은 온전히 과대의 임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학교 행사에 활발하게 참여하는 동기들이야 카톡을 통해 물어보면 그만이니 그리 어려울 것이 없었지만,
문제는 학교에서 잘 보이지 않는 사람들, 일명 다크템플러들에게 연락을 돌리는 것이었다.
휴-
차수지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한숨이 새어나왔다.
재수생보다 현역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은 대학들과 달리, 장수생이나 편입, 졸업생이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서율대학교의 경우 학교 행사를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학생들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었다.
물론 개중에는 오히려 더 활발하게 참여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런 경우는 흔치 않았다.
오히려.
‘아 죄송해요 제가 이번 주는 일이 있어서.’
‘아이고 이를 어쩐다냐···명환이는 군대 갔는데.’
‘엠티요? 그런데 갈 시간 없어요.’
‘···죄송합니다.’
학교 행사 따위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 물씬 풍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덕분에 전화를 돌리기 시작한 지 반나절 만에 과대인 차수지의 멘탈은 너덜너덜해져 버렸다.
‘어쩌지 언니들이 최대한 많이 참석하게 하라고 했는데······.’
그녀에게 명단을 건네주며 신신당부하던 선배들의 얼굴을 생각하자 차수지의 얼굴에 어린 수심이 깊어졌다.
‘그래, 그래도 이 사람만 온다고 하면······.’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기에. 그녀는 명단에 있는 한 사람의 이름을 바라보며 다시 의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다크템플러들 중에서도 가장 마지막에 남은 한 사람.
바로 역대급 불수능이라는 작년 수능 만점을 맞았다는 인물.
압도적인 수능성적으로 수석의 자리를 당당하게 차지한, 수업이 시작하기 전까진 얼굴도 볼 수 없다가 수업이 시작할 때쯤 들어와 수업이 끝나자마자 사라지는 인물. 바로 준영이었다.
이 사람만 부를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이 못 온 것은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그녀는 주먹을 불끈 내쥐었다.
‘그래.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차수지.’
차수지는 프린트에 적힌 김준영의 번호를 자신의 휴대전화에 등록하고 심혈을 기울여 문자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혹시 서율대학교 18학번 김준영 학형님 맞으신가요?]그리곤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준영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띵동-
“왔다!”
[네 제가 김준영입니다. 누구시죠?]예상보다 일찍 준영의 답장이 당도했다.
그것에 고무된 차수지의 얼굴에 미소가 만개하고, 그녀의 손가락이 춤추듯이 가볍게 움직였다.
[앗 그렇군요! 저는 18학번 과대표 차수지···]* * *
“여러분. 오늘은 어쩌다 보니 야외 방송이 되어 버렸네요. 네 오늘의 방송지는 바로 엠티의 메카 가평입니다.”
나는 휴대폰을 들고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평소와 다르게 작은 화면이라 시청자들의 반응이 한눈에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처음 하는 야외 방송인 탓인지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방송을 시청하고 있었다.
[이용자1 : 오잉? 가평이여? 가평이 어디지???] [이용자5 : ㅋㅋㅋ준영쌤 혹시 엠티가셨어요? 대학은 역시 서율대?] [이용자777 : 햐 가평 옛날에 많이 갔었지··· 요즘도 무궁화 다니나?] [이용자20 : 아재요ㅋㅋㅋ요즘 무궁화가 어디 있어요ㅋㅋㅋ]나는 채팅창을 한 번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
“눈치 빠른 분들은 이미 파악하셨겠지만 저는 오늘 저희 학교 엠티에 와 있습니다. 원래 야외에서 방송을 할 생각은 없었는데, 제 동기 분들이 제가 방송하는 모습이 궁금하다고 해서 이렇게 방송을 진행하게 됐네요. 아 제 동기들이 궁금하다고요? 자 동기 여러분 인사 한번 해 주세요.”
휴대폰의 방향을 돌려 동기들이 있는 방향을 향했다. 그러자 옹기종기 모여 있던 동기들이 환한 표정으로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교과서 위주로 예습복습 철저히 하세요-”
보아하니 아까 휴대폰 세팅을 하려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저들끼리 통일해 놓은 인사말인 듯싶었다.
갑자기 채팅창이 소란스러워 진다.
[이용자20 : 와 서율대 기만자들 클라스 보소···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단다···] [이용자1 : 힝ㅠㅠ 나는 교과서 위주로 공부해도 안 오른단 말야ㅜ] [이용자770 : 오늘따라 유난히 연아가 보고 싶구나···] [이용자23 : ㅠㅠ분명 고액 과외에 학습지도사 관리받고, 강남 명문학교를 나왔을거야! 제발 그렇다고 말해줘요뉴ㅠㅠ 빼애애액!]대부분 동기들의 장난에 장단을 맞춰 주는 분위기였다.
나는 다시 카메라를 바라보며 방송을 진행했다.
“네 다행히 제 동기들도 제 말에 호응해 주는군요. 다들 흔쾌히 방송 출연에 동의해 주셨습니다.”
그러면서 말을 덧붙였다.
“아, 그리고 예상치 않았던 방송이니만큼 방송 상태가 약간 불량하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원래 예정한 방송 스케줄이 아니라서 카메라 스탠드도 준비를 못했거든요.”
간단하게 방송 상태에 대한 양해를 구하고 카메라를 동기들 쪽으로 가져갔다.
그러자 동기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다. 카메라에 익숙하지 않은 티가 확연히 나는 표정이다.
“자, 그럼 이제부터 제 동기들과 함께 방송을 진행하겠습니다. 오늘 방송 콘셉트는 말 그대로 MT입니다. 방송 보시는 분들 대부분 수험생들이실 텐데, 조금만 참으시면 이렇게 멋진 언니 오빠 누나 형들과 함께 계곡이나 바다에서 즐겁게 놀 수 있어요. 조금이라도 삭막한 수험생활에 위로가 되시길 바랍니다.”
그 말과 동시에, 나는 방송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뭐 본격적이라고 해 봐야 별 것은 없다. 그저 내가 보는 MT의 풍경, 일상을 담담하게 방송하는 것뿐.
요즘 요툽에는 이런 일상 방송이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
‘남의 일상을 대체 왜 보는 걸까?’
나 스스로도 궁금했지만, 뭐 시청자들의 다양한 취향이야 내가 일일이 다 이해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
일단 휴대폰을 들고 엠티의 일상을 찍기 시작한다.
먼저,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동기들의 모습을 화면에 담는다.
옹기종기 모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의 얼굴에서 생애 첫 엠티에 대한 설렘을 엿보였다.
“일단 큰 방은 이런 모습입니다. 장소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할 텐데, 어차피 이 인원이 들어갈 만한 곳은 거의 다 비슷한 모습이니까. 여러분이 나중에 갈 곳도 이곳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되요.”
휴대폰으로 방 안을 한번 주욱 훑으면서 이야기 하자 채팅창이 주욱 올라간다.
[이용자20 : 엠티는 저런 데로 가는구나···] [이용자5 : 으 재미있겠다ㅠ] [이용자1000 : 옛날 생각나네요^^] [이용자23 : 와···서율대생들도 일반펜션 가는구나···위안삼고 갑니다···]내가 잠시 시청자들과 이야기하는 사이, 카메라를 발견한 동기들이 이쪽을 향해 손짓하는 것이 보였다.
환하게 웃고 있는 그들의 표정을 본 시청자들의 채팅이 활발해진다.
[이용자5 : 앗 준영쌤 동기들이 부르는 거 아니에요? 이열 인기남!] [이용자1 : ㅋㅋㅋ연아가 화내는 거 아니야?] [이용자20 : 누나들 이쁘네···]하지만 시간 관계상 이곳에서만 있을 수는 없었다.
때문에 이쪽을 바라보며 손을 흔드는 동기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간다.
그러자 레크레이션 준비에 여념이 없는 선배들의 모습이 보였다.
앳된 표정의 역력한 집행부들은 교수님들이 준비한 상품들을 가지고 퀴즈 준비를 하고, 한쪽에선 벌써부터 족구를 시작한 고학번들이 각자의 스킬을 뽐내고 있다.
“밖에서는 레크레이션 준비가 한창이네요. 아, 이용자1님 레크레이션때 구체적으로 뭘 하냐고요? 음 기본적으로 족구나 피구, 수건돌리기 같은 간단한 게임을 진행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뭐 가끔 특이한 게임을 하기도 하는데, 사실 특이한 것보다는 평범한 게임이 더 좋거든요. 자, 그럼 간단하게 어떤 게임을 진행 중인지 한번 볼까요?”
내가 시청자의 질문에 대답을 하면서 족구장 쪽으로 카메라를 들고 가자, 갑자기 족구를 하던 사람들의 기술이 현란해지기 시작했다.
분명 좀 전까지 갖은 편법들이 횡횡하던 것을 봤었는데, 지금은 정규족구 대회에서도 시도하지 못할 다양한 기술들이 족구 코트 안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이용자20 : 저거 족구 맞아요?ㅋㅋㅋ] [이용자5 : 아니 족구라기 보단 세팍타크로에 가까워 보이는데?] [이용자99 : ㅋㅋㅋ방송 나온다고 무리하는 거지 뭐ㅋㅋㅋ]시청자들의 말대로 네트만 슬쩍 넘기면 되는 공들을 괜히 현란한 동작으로 넘기려다 삑사리가 나는 장면이 계속해서 나타났다.
“···뭐 아직은 연습이니까요. 좀 이따 본 게임 할 때에는 몸이 좀 풀렸을 테니 지금보다는 더 잘 하겠죠?”
쑥스러운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는 사람들에게 살짝 인사를 하고 카메라 화면을 내 쪽으로 돌린다.
그리고는 다른 장소를 향해 카메라를 들고 나아간다.
“자 다음은 엠티의 꽃 바비큐 장입니다······.”
.
.
밤이 깊었다. 그러자 본격적인 엠티가 시작됐다.
바로 마(M)시고 토(T)하기.
“형! 아 형이라고 불러도 되죠? 으아 이거 너무 맛있어요. 히히 술 처음 먹어 보는데 저 정도면 잘 마시는 거 맞죠?”
내 왼쪽을 쳐다보니 불콰하게 술이 오른 새내기 하나가 풀린 눈으로 중얼거리며 술잔을 부딪쳐오고 있었다.
아까부터 빈 술잔을 가지고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는 녀석이었다.
“형 짠해요 히히, 잘생긴 형! 짠. 에이 빼지 마시고 짠!”
분명 아까 한두 잔 따라 준 게 전부인데 녀석은 내 옆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저기. 너 이렇게 가까이 오면 내 방송에 강제 출연이야. 좀 떨어지는 게···”
아무리 미성년자들이 들어올 수 없게 설정해 놓고, 방송을 하는 것이라 해도, 술 취한 녀석을 방송에 그대로 노출시킬 수는 없었다.
“괜찮아요! 저 관종이라서 이런 거 좋아해요!”
하지만 녀석은 내 걱정 따윈 아랑곳하지 않는 표정으로 내 잔에 술을 쏟아 붓기 시작했다.
호박색 액체가 찰랑거리는 잔을 바라보자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자, 짠!”
건배를 안 하면 밤새도록 잔을 들고 따라다닐 것 같아 녀석과 잔을 부딪치고 술잔을 들이킨다. 그러자 채팅방이 시끄러워 지기 시작한다.
[이용자10 : 서율대생은 이렇게 생겼구나···이야···] [이용자50 : 그런데 잘 못 마시는 거 같은데?] [이용자25 : 전체만 보고 일부를 매도하지 마시ㅤㅈㅛㅅ!] [이용자22 : 나 서율대생 실제로 보는 거 처음이야···대박. 서율대생들도 사람처럼 생겼구나···] [이용자990 : ㅋㅋㅋ서율대라고 뭐 다를 줄 알았는데 별거 없네?]대체적으로 신기하다는 반응이 일반적이었다.
대부분 서율대생이라고 하면 공부만 하고 술 담배 따위의 기호식품은 일절 가까이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그런데 그때.
“으엉?”
내 잔에 또 술을 따르려던 녀석이 내 손에 들린 휴대폰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그리곤 천천히 채팅창을 읽어 내린다.
게슴츠레하게 뜬 눈으로 채팅창을 읽어 내리던 녀석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진다.
녀석의 얼굴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터질 것임을 짐작한 내가 막 녀석에게 말을 걸려고 하던 순간.
“아 진짜! 서율대생이 뭐 별거예요? 한 달에 오백만 원씩 들여서 과외 했는데 여기 못 오면 그게 이상한 거 아니냐고요. 안 그래요 다들?”
순간. 왁자지껄 하던 술자리가 갑자기 고요해졌다.
그리고 시청자들의 채팅이 미친 듯이 갱신되기 시작했다.
[이용자990 : 일 났구만ㅋㅋㅋ] [이용자50 : 오백만원 히익ㅋㅋㅋㅋㅋ] [이용자10 : 아 저 선수 맛탱이가 갔죠 ㅋㅋㅋ] [이용자20 : ㅠㅠ유전무죄 무전유죄!] [이용자27 : ㅋㅋㅋ커밍아웃ㅋㅋㅋ] [이용자325 : 미쳐버린 거시어따···] [이용자69 : 아 서율대 역시···] [이용자88 : ㅋㅋㅋ여윽시 우골탑 클라스] [이용자59 : ㅋㅋ준영쌤ㅋㅋㅋ] [이용자38 : 수습 가능한가여 ㅋㅋㅋ] [이용자98 : 쉬익쉬익 넘호하자너!!! 물논 알고는 있었지만ㅋㅋ] [이용자29 : 그럼 그렇지 ㅋㅋㅋ] [이용자65 : 서율대가 과외를 안 숨김ㅋㅋㅋ] [이용자33 : ···] [이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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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한 방송사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