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ing Life With Future USB! RAW novel - Chapter 54
54
054화 길로틴 초크 (1)
내가 마우스를 움직여 를 클릭하자.
채팅방에서 난리가 났다.
[이용자1 : 으악 ㅋㅋㅋㅋㅋ 준영쌤 천마넌을 ㅋㅋㅋ] [이용자20 : ㅋㅋㅋㅋㅋㅋ 차라리 나를 주세염] [이용자100 : 단호한 거 보소 표정도 안 바꾸고 날려버리네] [이용자22 : 이런 게 말로만 듣던 스폰빵이냐 ㅋㅋㅋ] [이용자77 : 이용자1111 언냐 괜찮아?ㅋㅋㅋ]거절한 건 난데 시청자 들이 더 아쉬워한다.
보아하니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못이기는 척 수락할 것이라 생각한 것 같았다.
나는 카메라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용자1111님 제가 요즘 바빠서 따로 이벤트를 진행할 여유는 없을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그러자 [이용자1111]이 채팅을 남긴다.
[이용자1111 : 괜찮아요^^]그리곤 그때부터 또다시 아무 말이 없다.
여러모로 신기한 사람이었다.
그 동안 한마디도 안 하고 있다가 갑자기 거액을 걸어 싸움을 붙이려 한 것도 그렇고, 또 그걸 단칼에 거절했는데도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것도 좀 이상했다.
아무리 봐도 일반적인 시청자는 아닌 것 같았다.
인터넷 방송을 보는 금수저들 중에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던데, [이용자1111]같은 사람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가 아닐까 싶었다.
[이용자1 : 이용자1111 언니ㅋㅋㅋ] [이용자77 : 이거시 금수저들의 여유인가···부럽다.] [이용자20 : ㅋㅋ이용자1111 다시 잠수?]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 아니었는지 그녀가 마지막 말을 남기고 사라지고 나서도 한참동안, 채팅방에 있는 사람들이 [이용자1111]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벤트를 건 사람이나 그걸 거절한 사람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는 별로 없었다.
있어 봐야.
[이용자2012 : 준영ㅋㅋㅋ 무서워서 회피한 거 아니야?] [이용자2020 : 캐삭빵인데 안 무섭겠냐? 나 같아도 포기 한다ㅋㅋ] [이용자3011 : ㅋㅋ하긴 스트리머 중에 어마어마하게 버는 사람들도 많다는데 굳이 천만 원 벌자고 그런 짓 할 필요는 없겠지ㅋㅋ] [이용자2200 : 그런데 아직 준영쌤 그 정도로 잘 벌지 못할 텐데? 어차피 시청자들 대부분이 급식 아니면 학부모들이니까]제안을 거절했을 때 당연히 들을 거라 생각했던 말들 정도였다.
이 정도야 웃으면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아까 말했다시피 일일이 저런 이벤트를 받아들일 시간도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
사실 예전이었다면 천만 원이란 액수에 깜짝 놀라 이벤트를 받아들였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젠.
‘일주일이면 버는 돈이지.’
때문에 그 정도의 액수에 눈이 뒤집혀, 의도가 의심스러운 이벤트를 받아들일 생각은 없었다.
거기다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쏟을 시간과 에너지를 생각하면,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게 나았다.
뭐 가끔 보이는 도발성 채팅들 정도야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질 테니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는 건 나뿐이었던 것 같다.
다시 방송 진행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또다시 방송창 한쪽에 작은 화면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안에서.
[어, 이게 뭐죠? 이야 이거 어떤 분이 통 크게 이벤트를 거셨네요? 그런데 내용이···‘저격 김준영’과 일대일 대결? 음 여러분 어떻게 할까요? 받아들일까요? 말까요? 이거 고민이네요.]아까 나를 깎아 내리던 스트리머의 방송영상이 떠올랐다.
보아하니 [이용자1111]이 상대에게도 가서 이벤트를 걸었던 모양이었다. 어쩐지 생각보다 쉽게 물러난다 했었다.
[뭐 제가 질 걱정은 없으니까. 저는 를 선택하겠습니다!]상대 스트리머는 나와 달리 단 번에 이벤트를 수락했다.
그리곤.
[설마 제가 지겠습니까? 동네에서 힘들게 밥벌이 하던 사람한테? 저런 듣보는 솔직히 X밥입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기대해 주세요. 이래 봬도 저 전국구인거 다들 잘 아시잖아요.]매우 거만한 태도로 카메라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리고 그 장면을 마지막으로 영상이 사라졌다.
그러자 곧 채팅창에 채팅이 소나기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
그러나 그 무수한 채팅들 속에서 내 눈에 들어오는 채팅은 단 하나뿐이었다.
바로.
[이용자1111 : ^^ 이젠 어떠신가요?] [이용자1111]이 영상이 끝나자마자 보낸 채팅이었다.이쯤 되니 궁금해졌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기에 이렇게 해서까지 나와 경동훈의 대결을 성사시키려는 것일까.
일반적인 자극에 둔감해진 갑부의 장난일까. 아니면 무언가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지금으로선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예정된 수순처럼.
[시청자 이벤트 : ‘이용자1111’님께서 ‘밤풍선 300,000개를 걸고 이벤트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이벤트 내용은 ’저격 김준영 vs 경동맥 경동훈. 지는 사람이 방송 접고 석고대죄하기. 대결 방식은 이용자1111이 차후 공지‘입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 [이용자1111]의 이벤트 메시지가 날아왔다.금액은 아까보다 3배, 패배했을 때의 벌칙도 전보다 더 강해졌다.
깜박거리는 알림창이 나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었다.
채팅방에 있는 모든 시청자들의 나의 선택을 주시하는 것이 보였다.
나는 천천히 마우스를 움직여.
선택했다.
* * *
며칠 뒤.
교무실에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중이었다.
“쌤! 준비 잘하고 있어요?”
갑자기 김연아가 모니터 너머에서 확하고 튀어나왔다.
작업에 집중하고 있던 터라 내심 깜짝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뭘?”
그러자 김연아가 주먹을 불끈 쥐며 큰 소리로 말하기 시작한다.
“뭐긴요! 부정맥인가 경동맥인가 하는 그 사람을 박살내는 거죠! 제가 찾아보니까 아주 못된 사람이더라고요!”
그리곤 허공에다 주먹질을 하기 시작한다.
“아무튼 오늘 그 사람 꼭 이겼으면 좋겠어요. 아니 이겨야 해요! 아자아자!”
그러더니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고개를 끄덕인다.
녀석, 오늘따라 유난히 의지가 넘치는 것 같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오늘은 바로 ‘경동훈’과 내가 ‘스트리머’라는 직업을 걸고 일대일 대결을 하기로 한 날이었으니까.
그날.
나는 그녀의 두 번째 제의를 거절하지 않았다.
두 번 연속 거절했을 때 생기는 이익보다 수락했을 때 이득이 확실히 더 컸던 데다, 도대체 왜 [이용자1111]이 이렇게까지 해서 이벤트를 추진하고 싶어 하는 지도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3천만 원이란 금액이 주는 임팩트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렇게 성사된 대결.
그녀가 내건 대결의 방법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 방법은 바로.
‘상대방이 낸 시험 문제 풀기’
정해진 날짜, 정해진 시간까지 정해진 범위 내에서 동일한 수의 문제를 출제하고, 그걸 방송 시작 후에 상대방에게 전송하면, 방송 중에 출력해서 푸는 방식이었다.
문제는 단 한 치의 의혹도 없는 각도로 카메라를 세팅해 놓아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이 문제에 대해선 [이용자1111]이 쿨하게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용자1111 : CCTV 보내드릴 테니까 설치하세요^^]참으로 그녀다운 해결방식이었다. 실제 본적은 없었지만 이쯤 되니 그녀가 살아가는 방식이 어떤 것인지 약간이나마 추측이 갔다.
아마 숨 쉬는 것도 귀찮으면 돈으로 시키지 않을까?
아무튼. 그것 때문에 한동안 바빴었다.
지성이 형님 덕분에 시간이 좀 남아서 다행이었지 아니었다면 눈물을 머금고 이벤트를 포기해야 해야 했을 정도였다.
“쌤! 정말 자신 있는 거죠?”
그때 김연아가 나에게 물었다. 내가 질 것이란 생각은 추호도 가지지 않은 눈빛이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쩌지, 자신 없는데.”
그러자 김연아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리곤 혼란스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피식 웃으면서 녀석에게 말했다.
“자신 없어. 질 자신이.”
내가 말하자 녀석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화했다. 나락으로 떨어지다 꿈에서 깨어난 듯한 표정이었다.
“아, 쌤 뭐에요!!! 깜짝 놀랐잖아!”
그러자 녀석이 방방 뜨기 시작한다.
나는 녀석을 진정시키면서 생각해 보았다.
녀석에게 말한 것은 농담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지고 싶어도 질 자신이 없었다.
왜냐하면 내겐 이미.
‘경동훈의 시험지’가 있었으니까.
* * *
방송을 시작했다.
오늘 방송의 특성상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보안.
시험 보는 자를 제외한 다른 사람은 일절 촬영장 안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리고 촬영장 안에 있는 소품들도 최소화해서 세팅해 놓아야만 했다.
컴퓨터, 카메라, 마이크와 조명, 그리고 문제지를 출력한 소형 프린트까지.
이렇게 허용된 물품들로만 방송을 진행하자니 방송을 하는 것 같지 않아 몹시 어색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허용된 물건 외에 물품이 CCTV에 잡힐 시, 바로 패배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선수는 두 명.
심판은 양쪽의 시청자들이었다.
평소에 네다섯 배가 넘는 인원들이 채팅창에 있는 것을 보니, 자칫 잘못하면 오늘 영상이 평생 박제가 되어 나를 따라다닐 것 같았다.
그러니 시청자들에게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은 절대 금물이었다.
[이용자1111 : ^^자 그럼 이제 슬슬 시작할까요?]내가 만반의 준비를 다 마쳤을 때.
축구경기로 치면 주심에 해당하는 시청자, [이용자1111]이 대결의 시작을 예고했다.
나는 사전에 합의한 대로 ‘경동훈’과 내 방송창을 연결시켰다.
그러자 내 방송창 한쪽에 경동훈의 방송창이 떠올랐다.
[김 선생님. 파이팅 하세요. 어차피 제가 이기겠지만 그래도 열심히는 해 보셔야죠.]경동훈이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이벤트를 수락한 이후 경동훈에 대해 찾아본 결과, 말을 나눌 만큼 괜찮은 사람이 아니란 사실을 금방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경동훈의 표정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빨리 시작했으면 좋겠네요. 그래야지 빳빳한 준영 선생님 얼굴이 좀 사람답게 변하지.]그가 이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나는 그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고요히 앉아 이제 곧 시작될 대결을 기다릴 뿐이었다.
그리고 잠시 뒤.
[이용자1111 : 자 그럼 다들 메일 보낼 준비 하세요. 받으시고 5분 안에 바로 프린트 하셔야 합니다^^]심판이 사인이 보냈다.
나는 마우스를 쥐고 [메일 보내기] 버튼 위에 커서를 올려놓았다.
이제 심판이 팔을 내리기만 하면 달릴 일만 남았다.
[이용자1111 : 그럼 준비하시고···] [하나] [둘] [셋] [보내주세요^^]신호가 떨어지자마자 마우스를 클릭해 메일을 보냈다.
그리곤 바로 받은 메일을 확인했다.
하지만.
아무리 확인해도 메일이 도착했다는 표시가 보이지 않았다.
순간, 혹시나 해서 경동훈의 방송창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아이고 아직 안 갔나보다. 5분만 기다리세요. 인터넷이 조금 느릴 수도 있으니까. 안 그래요?]경동훈이 내가 보낸 시험지를 뽑으면서 히죽거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한 방 먹였다는 것에 만족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를 보고 웃을 수 있었다.
어차피 그가 낸 문제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상태.
거기다 내가 낸 문제들은 바로.
앞으로 10년 뒤, 2028년도 최고 오답률 문제만 골라 만든 ‘핵폭탄’이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내가 보낸 시험지를 본 경동훈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경동맥이 막힌 기분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