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ing Life With Future USB! RAW novel - Chapter 69
69
069화 옥의 티 (1)—-여기까지 무료였습니다.
7월 중순.
예전이었으면 한창 장마가 기승을 부릴 시기.
대부분의 중고등학교에서 1학기 기말고사를 시작할 때다.
그러니 지금이 ‘저격’ 방송을 진행할 가장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번 방송은 시즌2라는 거지.’
저번 시즌에서 예상외의 성과를 얻은 만큼, 이번엔 더욱 더 확실하게 내 방송을 알리고 싶었다.
내 방송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내 인지도 또한 높아진다는 것을 재수학원에서 충분히 경험했으니까.
하지만 아직 특별한 컨텐츠를 찾아내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물론 해당 학교의 내신 시험문제를 족집게마냥 짚어 준다는 것 자체는 나만이 할 수 있는 퍼포먼스였지만.
그래도 방송 내적인 재미를 만들어 줄 소재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었다.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이대로라면 저번 시즌과 다를 것이 없는 방송이 될 테니까.
하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저격 방송 시즌2 당일.
[연아 : 힝 쌤 죄송요! 오늘 학원 못갈 것 같아요. 외국에서 친척들이 들어와서 빼기가 힘들 듯 ㅠㅠ]방송을 준비하던 중 김연아에게 날아온 카톡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제 방송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어제 방송에서 오늘부터 저격 방송 시즌2를 시작한다고 말을 해 놨기 때문에,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방송을 진행해야할 상황이었다.
단순히 저격 방송을 진행하는 것 만이라면 나 혼자서도 진행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시청자들의 호응이었다.
시즌1을 진행하면서 연아도 나름대로의 입지를 만들어 놓은 상황이라 오늘 같은 날 연아가 출연하지 않는다면 당장 시청자들의 숫자부터 차이가 날게 분명했다.
더군다나 시즌2에 맞는 컨텐츠를 아직 찾아내지 못한 상황.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이대로라면 시즌1보다 더 볼륨이 작은 시즌2가 될 것이 분명했다.
고민의 고민을 계속 했다.
그러자 수십 개의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대부분이 쓸모없는 아이디어였다.
그런데 그때.
“선생님. 일찍 나오셨네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그곳에는 이제 막 출근을 한 은솔이 있었다.
그녀의 맑은 얼굴을 보는 순간.
머릿속에 팍 하고 불꽃이 튀었다.
“선생님.”
나는 은솔에게 간절한 어조로 말을 걸었다.
그러자 은솔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혹시···”
* * *
“네. 여러분 기다리시고 기다리시던 저격방송 시즌2가 돌아왔습니다. 전국에 계시는 2만 3천 분의 중학생, 고등학생, 학부모, 형누나 여러분 채널고정해 주시고, 왼쪽하단에 좋아요 버튼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1학기 기말고사 ‘저격방송’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방송을 시작한다.
그러자 대기하고 있던 시청자들이 순식간에 채팅방을 점령해 버렸다.
우르르 올라가는 채팅방의 내용을 보니.
[이용자1 : 핫챠! 오늘도 어김없이 1등! 백록담의 가호를 받아 서귀포고등학교 얍얍!] [이용자5 : 이용자1 빠른데? 그럼 저도 이번엔 의정부 부대찌개의 가호를 받아서 충성충성충성!] [이용자20 : ㅋㅋㅋ 오랜만이네 저격방송 이번에는 우리학교 나올라나? 저번에는 안 나왔는데] [이용자999 : 어 그런데 연아는 어디가고 준영쌤 혼자 진행함?] [이용자770 : ···연아···연아는 어디 있단 말이요. 준영선생···강호의 볶음이 땅에 떨어졌는가···] [이용자70 : 이 아재 또 ㅋㅋㅋ 아재요 그러다가 철컹철컹?]아니나 다를까.
시작부터 왜 김연아가 안 보이냐는 채팅이 보였다.
사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제외한 시청자들은 시험지를 저격한다는 것 자체보다, 나와 김연아의 케미를 보러 온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이용자770 : 연아···연아가 없는 김준영이는 의미가 없다···하차를···]벌써 몇몇 시청자들이 연아를 내 놓으지 않으면 채팅방을 나가겠다는 협박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바로 채팅방을 나가거나 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가만히 있다간 물타기를 당한 시청자들이 진짜로 이탈할 수 있었다.
그러니 이쯤에서 연아가 못 나오는 이유를 설명해야 해야 했다.
“여러분. 양해의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시즌1에서 다트걸을 맡아 준 김연아 양은 오늘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나오지 못했습니다. 연아양은 아직 학업에 열중해야할 학생이니까 이해해 주실 수 있죠?”
이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그래도 아직 내 방송의 주요 시청자는 연아 같은 학생들이나 자녀 둔 학부모들이었으니까.
그러나.
[이용자 503 : 이걸 어떻게 이해함 ;;;;] [이용자3021 : 아니? 전혀 이해 못하겠는데?] [이용자770 : 그래! 이해 못한다! 이 스트리머 놈아! 연아 데려와라!] [이용자1110 : 옳쏘! 우리는 스트리머의 연아찡 독점을 규탄한다!] [이용자10 : 칙칙한 스트리머 보려고 이 시간에 여기 온 거 아니다!] [이용자444 : 여러분 이거다 거짓말거 아시죠? 연아! 연아! 연아!] [이용자1 : ㅋㅋㅋ연아! 연아! 연아!] [이용자5 : ㅋㅋㅋㅋ연아! 연아! 연아!] [이용자20 : ···분위기 왜 이러냐?]···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들이 연아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아마 저 중에는 진심으로 연아가 돌아오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재미 삼아 다른 사람을 따라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채팅방을 가득 메운 저 말들을 모두 다 무시할 수는 없었다.
인터넷 방송의 주인은 바로 시청자들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이 비장의 무기를 꺼내야 할 타이밍인 것 같았다.
원래대로라면 방송 막바지에 사용하려 했지만,
이대로라면 방송 진행에 애로 사항이 꽃필 테니까.
나는 채팅창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대신 오늘은 특별한 게스트를 모셨습니다. 오늘의 게스트는···”
그러자 시청자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이용자1 : 오잉? 새로운 사람인가?] [이용자10 : 맞는 듯. 근데 이거 아무나 급조해서 보내는 거 아님?] [이용자5 : ㅋㅋㅋ 웬만한 사람이면 안 나오는 게 차라리 나을 텐데] [이용자20 : 하긴 연아가 좀 쌔긴 하지] [이용자770 : ···그 누구도 연아를 대신할 순 없다! 연아나 불러와라!]아직은 부정적인 반응들뿐이었다.
하지만 저 반응이 금방 바뀔 것이라 자신할 수 있었다.
“···저희 학원의 얼굴, 저희 학원의 홍일점. 바로 영어 강사 은솔 선생님입니다. 박수로 맞아 주세요!”
나는 슬쩍 웃으면서 촬영장 한쪽에 앉아 있던 은솔에게 신호를 주었다. 은솔이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곤 카메라를 보며 웃어보였다.
그러자.
미친 듯이 채팅창이 갱신되기 시작했다.
[이용자1 : ···으아니!! 이쁜 언니다!] [이용자5 : 헐??? 여신이심?] [이용자20 : 와···이거 장르가 판타지냐?] [이용자444 : ㅋㅋㅋㅋㅋㅋ미친] [이용자10 : 이 정도면 준영쌤 연아 버리고 연예인 섭외한 거 아님?] [이용자999 : 레알 인정. 이 정도면 거의 손나윤급 아니냐?] [이용자111 : 에이 그건 좀 오바지ㅋㅋ아닌가?] [이용자770 : ···연아야 미안하다···] [이용자30 : ···] [이용자···]방금전까지 나를 성토하며 연아를 연호하던 사람들의 태도가 순식간에 돌변했다.
그리고.
[‘이용자770님’이 ‘밤풍선 10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이용자1님’이 ‘밤풍선 1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이용자111님’이 ‘밤풍선 3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이용자5님’이 ‘밤풍선 5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이용자111님’이 ‘밤풍선 4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이용자40님’이···]거의 방송 중후반에 터질 후원금들이 벌써부터 터지기 시작했다.
나는 살짝 미소 지으며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네. 후원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자 그럼 본격적인 방송을 시작하기에 앞서 은솔 선생님의 자기소개 한번 듣고 갈까요?”
그러자 채팅방 사람들이 ‘그런 건 일일이 묻지 말고 알아서 빨리 시작해!’라는 채팅을 쏟아냈다.
나는 슬쩍 웃으면서 은솔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은솔이 잔잔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준영 선생님이랑 같은 학원에서 일하고 있는 은솔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26살. 과목은 영어구요. 서율대랑 시카고대에서 공부했어요. 음 이 정도면 될까요?”
은솔이 맑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이용자1 : 하···언냐 너무 완벽하자너···ㅠㅠ] [이용자5 : 하···서율대에 시카고대? 대박 집만 서울이었어도 준영쌤 학원으로 갈 텐데! 으아!] [이용자20 : 이 정도면 같은 호모사피엔스가 맞나 싶다···]시청자들의 탄성이 이곳까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예상보다 더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적어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지금의 반응만 보면 ‘나쁘지 않다’ 정도가 아니라 ‘매우 좋다.’라고 말해야할 반응이었으니까.
다행이었다.
은솔의 등장으로 연아의 빈자리 순식간에 메워졌으니까.
그 뒤로도 수월하게 방송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음 이용자1님. 영어 단어나 문법을 무조건 외우는 것보다는 일단 문법요소들의 원리를 먼저 정리하는 게 중요해요. 그걸 온전히 이용자1님 걸로 만든 다음에···”
그리고 은솔도 시청자들과의 소통의 의외로 즐기는 듯.
의외로 능숙하게 말을 주고받았다.
나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그녀와 시청자들이 소통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가끔은 이런 질문도 나왔다.
[이용죠1 : 언냐! 혹시 뭐 좋아해요?]그러자.
“아 좋아하는 음식은 비프 부르기뇽이구요. 술은 잘 못 마셔요.”
그녀가 잔잔한 미소를 피워 올리며 대답했다.
시청자들 대부분이 채팅으로 ‘그러면 그렇지’라는 반응을 보여주었다.
진실을 알고 있는 나는 어이가 없을 뿐이지만.
음···가끔은 진실을 모를 때가 더 좋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다 좋은 것은 아니었다.
처음 1만 명으로 시작했던 방송이 방송 중반쯤엔 2만 명을 넘어가면서 점점 분위기를 흐리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니까.
순간, 은솔이 인상을 찌푸리는 것이 보였다.
지금까지 은은한 미소를 잃지 않던 은솔이라 약간 당황했다.
보아하니 채팅방에 올라오는 채팅 중에 그녀의 심기를 건드린 채팅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희 방송은 유교방송을 지향합니다. 처음 들어오신 분들 주의해 주세요. 경고 없이 바로 블록 들어가니까.”
그러자 잠깐 채팅들이 주춤했다.
그사이 나는 살짝 고개를 돌려 은솔을 바라보았다.
“선생님 왜 그러세요?”
은솔이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한다.
그리곤.
그녀가 입술을 움직였다.
“뭘 빤다는 거죠?
채팅방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 * *
가까스로 방송을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약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만일 오늘 이번 시즌만의 아이템이 있었더라면 보다 더 확실하게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을 테니까.
그러니 내일은 좀 더 특별한 걸 시도해 볼 생각이었다.
그래도 뭐 다른 때와 비교해서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아니 나쁘지 않다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좋은 성적이었다.
일단 방송을 다 끝내고 보니, 학원 강의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와 있을 정도로 바쁜 시간이었으니까
때문에 은솔과 나는 서로 간단한 인사만 나누고 바로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학원에 찾아온 이아린의 상담을 마치고 나서야, 오후에 있었던 방송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이 났다.
그러자.
갑자기 걱정이 밀려왔다.
생각해보니 아까 방송을 진행할 때 은솔의 표정 별로 좋지 않았던 것이 떠올랐으니까.
내가 아무리 유교방송을 표방하면서 채팅방을 깨끗하게 유지하려 한다고 해도,
들어오는 시청자들의 수만 3만 명을 넘어가는 만큼, 블록을 거는 속도가 채팅이 올라오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
내 욕심 때문에 애꿎은 사람을 힘들게 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은솔 같이 얌전한 사람이 불특정 다수가 올리는 채팅들을 봤을 때 충격을 받았을 수도 있었으니까.
‘사과를 해야하나···’
나는 뒤늦은 후회를 하면서 책상 위에 올려 둔 휴대폰에 손을 뻗었다.
그런데 그 순간.
카톡-
누군가에게서 카톡이 날아왔다.
전화기를 들어 확인해 보니.
[은솔]공교롭게도 은솔의 카톡이었다.
심장 어림에 싸늘한 화살이 날아와 꽂히는 느낌이 들었다.
왠지 불길한 느낌.
안 좋은 상상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혹시···에이 설마.’
혹시나 카톡 안에 충격적인 이야기가 들어있을 것 같아 쉽게 확인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망설일 수는 없었다.
천천히 카톡의 잠금을 해제하고 은솔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러자.
[은솔 : 오늘 방송 너무 재미있었어요! 내일도 또 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