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ing Life With Future USB! RAW novel - Chapter 80
80
080화 나는 네가 지난해에 한 일을 알고 있다 (1)
[이용자1 : 준영 쌤! 나윤 언니 실제로 보면 어때요?]평소처럼 방송을 진행하던 중이었다.
채팅창에 상주하는 시청자 중 한 명이 갑자기 손나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자 채팅창에 손나윤에 대한 이야기가 쭉쭉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용자5 : 아 맞다 준영 쌤 나윤느님이랑 친하지?] [이용자20 : 그건 아니지 않음? 그냥 한국사 강의한 거잖아?] [이용자15 : ㄴㄴ 출판기념회 인증샷 보니까 친한 거 맞더라] [이용자20012 : 부럽 ㅠㅠ 나도 나윤느님이랑 같이 사진 찍고 싶당] [이용자1223 : 포기해. 준영쌤이니까 그 정도지 다른 사람은 강제 오징어 행이야 ㅋㅋㅋ]엊그제 그녀가 SNS에 내 이름과 책 제목을 홍보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녀가 내 책을 홍보하는 짤막한 문장 하나와 나와 같이 찍은 사진 한 장을 올렸을 뿐인데, 하루아침에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인지도가 생겨 버렸다.
덕분에 책 판매량이 급격하게 늘어나 출판사에서는 연일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내 통장에도 1,100만 원 정도의 묵직한 인세가 찍혔다.
‘선생님. 다음 주 중에 증쇄 계약 들어가시죠?’
1쇄 발행부수가 8,000부로 제법 많다 싶었는데, 책이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증쇄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그러니 이 속도만 유지하면 조만간 베스트셀러 자리에도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약간 씁쓸한 부분도 있었다.
어제 오늘 이틀간 방송에 새로 유입된 사람 수만 거의 2만여 명 정도.
그 동안 시청자들의 수를 늘리기 위해 고군분투 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의 숫자였다.
하지만 뭐 애초에 그런 노력들이 있었기에 손나윤이라는 대어를 낚을 수 있었던 것이었으니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
채팅창을 보니, 한번 불붙은 손나윤에 대한 이야기가 끝이 나지 않고 있었다.
내가 아무 말도 안하고 있으면 방송이 끝날 때까지 계속 손나윤에 대한 이야기만 나올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이야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손나윤 씨요? 물론 아름다운 분이죠. 거기다 성격도 털털하고 다른 사람들도 잘 챙기시는 분이더라고요.”
그러자 사람들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손나윤을 옹호하는 글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용자1 : ㅜㅜ 여윽시 우리 나윤언니] [이용자770 : 음, 나윤 낭자도 내 부인으로 손색이 없겠구만] [이용자20 : 아재요 ㅋㅋㅋ 요즘 그러면 잡혀가요] [이용자100 : 하긴 손나윤 예전에도 상식은 좀 부족해도 성격은 좋아 보이더라. 성격이 최고지]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용자10716 : 그냥 포장하는 거 아니에요? 제 친구가 매니전데 손나윤 성격 더럽다고 하던데요?] [이용자 10503 : 어, 맞아 나도 들었어 보니까 멤버들이랑도 사이 안 좋다더라 맨날 자기만 고생한다고 멤버들 무시한다던데?] [이용자 10628 : ㅋㅋㅋ 역시 연예인이란]보아하니 그녀가 활동을 줄인 동안 퍼진 유언비어의 잔재가 아직 남아있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이라면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그래도 2달 넘게 얼굴을 맞대고 있었던 제자였기에 이런 유언비어가 남아 있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포장 아니냐고요? 전혀요. 제가 연예인들을 많이 만나 본 건 아니지만 실제 손나윤처럼 성격 좋은 분도 드물걸요?”
내가 단호한 표정으로 말하자, 채팅창에 올라오던 유언비어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래도 내 방송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내 말에 믿음을 가지고 있는 덕분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단 한 번도 그들에게 허언을 한 적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손나윤에 대한 의혹이 줄어드니 금세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그것은 바로.
[이용자770 : 자 그럼 우리 딱딱한 이야기는 그만 허고 자미난 이야기 좀 혀 봅세다. 김준영 슨상! 시청자들을 대표해 묻것소. 솔직하게 말해 주씨오. 나윤vs은솔vs연아? 누구?]“······.”
그나마 오늘 은솔과 연아가 수업 때문에 방송을 같이하지 못한 것 이 다행이었다.
같이 방송을 진행했다면 약간 민망할 만한 질문이었으니까.
“음 그 질문은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은근슬쩍 넘어가려 하자 채팅방에 있던 사람들이 재미있다는 듯 나를 재촉하기 시작했다.
다들 내가 말 한마디만 잘못해도 물고, 씹고, 맛보고, 즐기겠다는 생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이용자1500 : 그나저나 준영 쌤. 이번에 시험 볼 거예요?]채팅창의 분위기와는 조금 다른 채팅이 눈에 띄었다.
나는 반가운 마음 반, 의아한 마음 반으로 입을 열었다.
“무슨 시험을 말씀하시는 거죠?”
그러자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이용자1500]의 채팅이 바로 올라왔다.
[이용자1500 : 수능이요! 이제 11월이니까 혹시 이번에도 시험 보실 건가 해서요]아, 수능.
그때서야 시청자가 하고자 하는 말을 알 것 같았다.
‘D-Day까지 15일’
이제 수능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니 수험생 입장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내 방에 들어와 있는 게 분명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용자1500]이 왜 내게 수능 응시 여부를 물어보는 지 알 것 같았다.
아무래도 내가 시험을 본다고 하면, 조금이나마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테니까.
그런데 [이용자1500]의 말을 듣고 보니 약간 고민이 됐다.
불과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이번 수능 또한 볼 생각을 굳히고 있었지만,
요즘 같으면 굳이 시험을 보지 않아도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음 어떻게 할까?’
사실 수능을 봤을 때와 안 봤을 때 모두 장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 또 수능을 본다면 다시 한 번 만점을 노려볼 수 있을 테고, 그렇지 않으면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의 수업에 만전을 기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잠시 고민하던 나는.
결정을 내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 * *
차칵- 차칵-
박훈이 스테이플러로 수업자료를 찍고 있던 때였다.
“김준영 선생님 이번엔 수능 안 보시나요?”
박훈의 귀에 달갑지 않은 소리가 들어왔다.
영어 강사가 준영에게 뭔가를 묻는 소리였다.
그러자 박훈의 손이 멈췄다.
그는 귀를 쫑긋 세우고 둘의 대화를 엿듣기 시작했다.
“네? 아 이번에 보기는 하려고요. 그런데 답은 안 맞출 거예요.”
준영이 대답하자 영어강사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요? 이번에도 만점 노리는 거 아니신가 했는데, 굳이 왜?”
그러면서 한번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떠냐는 말을 던졌다.
하지만 준영은 슬쩍 웃으면서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제가 밑에서 받쳐주면 한 명은 그만큼 위로 가지 않겠어요? 어차피 가채점만 확실하게 하면 되죠 뭐.”
자신감이 가득한 말이었다.
순간.
그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박훈의 얼굴이 팍 일그러졌다.
김준영의 말을 듣자마자 배알이 뒤틀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김준영.
일 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발밑에 깔려 있던 자.
하루하루 삶에 허덕이면서 중학생들 뒷바라지만 하던 그 어리석은 자가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의 앞에 나타나, 이젠 ‘수능 만점’을 뉘 집 개 이름 부르듯이 가볍게 여기고 있는 현실이 그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거기다 박훈을 더 짜증나게 하는 것은.
“에이, 진짜 아쉽다. 올해 수능도 어려울 것 같던데, 이럴 때 또 만점 맞으면 진짜 대박 아니에요?”
주변 사람들도 그의 ‘수능 만점’을 ‘가능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었다.
‘젠장.’
박훈은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그러자.
차캉차캉차캉-
박훈의 손에 들려 있던 스테이플러가 난폭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서슬에 수업 자료가 잘게 구겨지고 있었지만, 한번 움직이기 시작한 박훈의 손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순간.
“북흔 쌤. 그그 제 자료는 으니겠죠?”
박훈의 옆에서 누군가 말했다.
이를 꽉 다물고 화를 참고 있는 목소리였다.
당황한 박훈이 깜짝 놀라 고개를 들자.
그곳에는 영어 강사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이마에 힘줄이 팍 잡혀 있는 모습을 보니 그의 기분이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박훈이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그곳에는 영어 강사의 수업자료가 구깃구깃 접힌 채 들려 있었다.
‘아, X됐다.’
그는 일이 심각하게 틀어졌음을 깨달았다.
영어 강사의 수업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평소라면 아니라는 거짓말이라도 하겠지만 당사자가 뻔히 보는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맞는데요?”
영어 강사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표정.
폭풍전의 고요였다.
“아하하, 금방 다시 해서 올려놓겠습니다.”
박훈은 필사적으로 비굴한 표정을 지었다.
사람인 이상 울상인 사람에게 화를 낼 순 없을 것이라는 계산에서였다.
하지만 통하지 않는 듯, 영어강사의 표정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해 갔다.
그의 입에서 금방이라도 고함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
“영어 쌤. 박훈 쌤이 다시 해 주신다니까. 한번 믿어 보시고 저랑 식사나 하러 가시죠?”
달갑지 않은 목소리가 그와 영어 강사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휴, 김 선생님 얼굴 봐서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제발 잘 좀 해 주세요. 네?”
김준영이었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던 영어 강사의 표정이 순식간에 제 색으로 돌아왔다.
“자 그럼 가시죠. 오늘은 제가 사겠습니다.”
준영이 말하자, 영어 강사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준영을 따라 교무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혼자 남은 박훈은.
‘김준영···’
준영의 이름을 곱씹으며 이를 악 물었다.
스테이플러를 들고 있던 그의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김준영과 영어가 그의 옆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
김준영이 슬쩍 웃던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빌어먹을.’
그는 차라리 영어 강사에게 한 소리 듣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할 수만 있다면 1년 전으로 돌아가 김준영이 학원에 발도 못 붙이게 만들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도 공고해진 김준영의 위치 때문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지금에 그가 김준영에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준영의 책상에 있는 자료들을 어질러 놓는 것 정도뿐이었으니까.
그런데 그 순간.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바로.
다른 강사들이 자신에게 자료 인쇄나 정리를 맡길 때, 김준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신에게 그런 것을 맡긴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분명 1년 전에는 안 그랬어.’
그러고 보니 준영이 다른 사람에게 시험지를 맡기기는커녕, 강의에 들어갈 때면 굳이 USB를 뽑아서 다니던 것이 생각났다.
거기다 김준영이 인터넷 방송을 진행할 때 시험지 유출 의혹이 돌았었다는 사실까지.
지금까지 간과하고 있었던 모든 일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이거다.’
순간 박훈의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그의 머릿속에서 김준영에 대한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자료를 남에게 절대 맡기지 않는 준영의 평소 행동.
강의 때마다 굳이 들고 다니는 USB.
예전에 돌았던 시험지 유출 의혹.
그리고 1년 전부터 갑자기 보여 주기 시작한 어마어마한 적중률까지.
그렇게 작은 의심에서 시작한 생각이 어느새 구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이 모든 것은 바로 박훈 그의 추측일 뿐이라는 사실이었다.
증거가 없는 이상 강사들과 학생들의 신뢰를 받고 있는 김준영을 공격할 수는 없었다.
‘그랬다간 내가 짤리겠지.’
그러니 방법은 단 한 가지뿐이었다.
바로 준영의 컴퓨터와 USB를 직접 확인해 김준영의 부정에 대한 증거를 찾아내는 것.
그것뿐이었다.
비록 들켰을 때 위험이 크긴 하지만, 눈엣가시 같은 김준영을 없애 버리기 위해선 감수할 만한 위협이었다.
‘좋아. 까짓것 해 보자.’
결심을 굳힌 그는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준영의 자리로 다가갔다.
물론 교무실 안에 아예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대부분 자기의 일이 바빠서 이곳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절호의 기회였다.
밥을 먹으러 나간 준영과 영어 강사가 돌아올 때까진 그가 무슨 일을 하든 다른 사람들은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테니까.
약간 안심이 된 박훈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준영의 자리서 가서 노트북을 켰다.
그리곤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아 부팅을 기다렸다.
띵동동-
부팅이 금세 끝났다.
그는 손에 배어 나온 땀을 바지춤에 문지르며 천천히 마우스를 움직였다.
그리자 곧.
USB 드라이브를 찾을 수 있었다.
꿀꺽-
마른침이 그의 목울대를 스쳐 지나갔다.
그는 주변을 돌아보며 천천히 마우스를 움직였다.
그리곤 마우스를 클릭했다.
타닥-
그러자 그 순간.
준영의 비밀이 숨어 있는 USB의 폴더가 열렸다.
박훈은 준영이 참담함 표정을 지을 것을 상상하며 천천히 폴더 안에 있는 것들을 확인했다.
그런데?
“이게···뭐야···.”
폴더 안에 있는 것들을 확인한 박훈의 입에서 힘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