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ing Life With Future USB! RAW novel - Chapter 81
81
081화 나는 네가 지난해에 한 일을 알고 있다 (2)
“이게···뭐야···”
악의(惡意)로 핀 꽃이 순식간에 시들어 버렸다.
박훈은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진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준영의 비밀이 고스란히 담겨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USB 안에 들어있는 것은···
[재수 학원, 강의 준비 영상 15 .avi] [소라게 학원, 고사 동영상 .mp4] [은솔&연아 저격방송 합방 .avi] [워크샵, 바비큐파티 .mkv] [은솔 저격방송(비공개) .avi] [2018 입시 설명회 영상 .mp4] [노래 연습 영상 .mp4] [출판기념회, 토크쇼 영상 .mkv] [교실에서··· .avi]“···왜 이런 게 들어있어···”
그곳엔 잡다한 동영상 몇 개만이 들어 있었다.
혹시 ‘숨김’설정이 되어 있나 해서 살펴봤지만, 나오는 건 없었다.
‘아니 그럼 그 동안 왜 이 USB를 애지중지 가지고 다닌 거야!’
박훈은 미쳐 버릴 것 같았다.
보조강사의 자리에서 쫓겨날 위험을 무릅쓰고 준영의 컴퓨터를 뒤졌건만 찾은 것이라곤 별 이상한 동영상 몇 개에 불과했으니까.
‘아니야. 혹시 몰라.’
하지만 그는 포기할 수 없었다.
오늘이 아니면 김준영을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는 기회가 영영 없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간은 충분해.’
박훈은 그때부터 정신 나간 사람처럼 김준영의 노트북을 뒤지기 시작했다.
인터넷 다운로드 폴더부터 임시저장 폴더까지, 의심 가는 폴더란 폴더는 모두 다 검사했다.
그러나.
‘이건 말도 안 돼!’
김준영의 노트북 어디에서도 김준영의 부정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하나만 딱 하나만 나오면 되는데.’
그의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식사를 하러 나갔던 김준영과 영어가 돌아올 시간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때.
그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가 아까 USB를 확인했을 때, 너무 당황한 나머지 미쳐 그 동영상 파일들을 열어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설마’
그는 다시 USB드라이브를 열었다.
그러자 좀 전에 확인했었던 동영상들이 다시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하지만 아까 전과는 느낌이 달랐다.
그 전에는 저 동영상 파일을 보고 평범한 일상 영상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궁지에 몰리고 보니 평범해 보이기만 했던 동영상 파일명들이 의심스러워 보였다.
‘혹시···’
물론 박훈도 저 파일들이 그가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시험문제 유출과 관련된 내용은 아닐게 분명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분명 그가 처음 찾아 헤맸던 것은 시험문제가 들어 있는 ‘문서’파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니 김준영의 명예를 실추시키기 위해서는 꼭 시험문제 유출 증거가 아니어도 충분하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훤칠한 외모와 젠틀한 성격으로 학생들과 학부모, 강사들의 신임을 끌어 모으고 있는 준영의 이미지만 박살내 버린다면, 충분히 준영에게 물을 먹인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자 일그러졌던 박훈의 얼굴에 위험한 미소가 피어났다.
‘동영상이라고 다 같은 동영상은 아니니까.’
박훈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천천히 가라앉히면서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솔직히 저런 평범한 동영상을 USB에 담아 계속 가지고 다니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됐다.
그런 것이라면 집에다가 고이 모셔두고 나중에 추억을 되새기면서 한 번씩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니까
그러니 분명 저 안에 있는 영상은 김준영의 은밀한 취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동영상일게 분명했다.
‘동영상 이름을 바꾸는 것 자체야 금방이니까.’
박훈은 확신을 가졌다.
자기 또한 그런 경험이 있었으니까.
그러니 저 동영상들이 박훈 그가 생각하는 동영상이 맞다면!
그는 자신의 힘으로 김준영의 이미지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자신이 있었다.
초조함에 비틀렸던 그의 입술에 미소가 어렸다.
박훈은 그는 자기자리에서 이어폰을 가지고 다시 준영의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곤 노트북에 연결한 뒤 자신에 귀에 이어폰을 꽂은 뒤, 노트북의 각도를 돌려 아무도 화면을 볼 수 없게 만들었다.
드디어 만반의 준비가 끝났다.
박훈은 긴장한 표정으로 천천히 USB 내의 동영상들을 훑어보았다.
그러자 그의 눈에 가장 위험해 보이는 이름의 동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이거다!’
그것은 바로.
[은솔 저격방송(비공개) .avi]은솔이라는 이름이 보이자마자 본능적으로 마우스가 향했다.
달칵-
한 번의 클릭.
동영상 파일의 용량은 약.
1.5GB.
적절한 수준의 용량이었다.
그의 입가에 맺힌 미소가 짙어졌다.
개인 촬영용 동영상에 이 정도 용량은 말도 안 되는 것이었으니까.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는 루비콘 강을 건너는 심정으로 단호하게 마우스를 클릭했다.
그러자.
[···뭘 빤다는 거죠?]모니터 화면 안에 위험한 말을 내뱉고 있는 은솔의 모습이 나타났다.
순간, 박훈은 오랜만에 보는 은솔의 모습에 심장이 덜컥 멎어 버리는 느낌을 받았다.
전 학원에 있을 때보다 더 화려하고 더 도도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박훈은 자신이 지금 위험한 짓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은솔에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부럽다···’
박훈은 은솔과 함께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준영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리곤 은솔의 곁에 앉을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때문에 그는.
툭툭-
누군가 그의 어깨를 두드릴 때까지 아무것도 알아채지 못했다.
“으억!”
화들짝 놀란 박훈이 사지를 펴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당황이 역력한 표정으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바로 옆에.
“은솔 쌤 보고 싶으셨으면 말씀을 하시지 그랬어요.”
여유로운 얼굴로 그에게 말을 거는 준영과.
“박훈 쌤 지금 뭐하는 거예요.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이거 몹쓸 사람이네?”
잔뜩 인상을 찌푸린 영어 강사가 서 있었다.
박훈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교무실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그를 향하고 있었다.
“···음···이건 말이죠. 그러니까···제가 준영 쌤 방송을 좋아해서···.”
궁색한 변명이 그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변명을 들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쯧쯧’혀를 차며 그를 바라보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됐어요. 어쩐지 입시반 강사하던 사람이 우리학원에서 보조강사 하는 게 이상하다 싶었는데, 이제 보니까 그 이유가 빤하네요. 그래 자료는 많이 빼내셨어요?”
말을 끝낸 영어 강사가 차가운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교무실에 있던 다른 강사들도 마치 더러운 것을 바라보는 표정으로 박훈을 바라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제 이 학원에서 그가 발붙일 곳은 없을 것 같았다.
자신의 자료를 노리는 사람과 같이 일하고 싶은 강사는 없었으니까.
조용히 그 광경을 바라보던 준영이 입을 열었다.
“수업 준비해야 하니까 좀 비켜 주시죠? 박훈 선생님?”
그러자.
마치 꽃 몽우리가 떨어지듯 박훈 고개가 힘없이 떨어졌다.
그는 힘없이 자신의 자리로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그때.
“박훈 씨? 잠깐 내 방으로 좀 오지?”
그 사이 누군가 본부장에게 연락을 했는지, 본부장이 굳은 표정으로 교무실 안으로 들어와 말했다.
박훈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본부장에게 이끌려 교무실 밖으로 나갔다.
교무실 안의 사람들 모두 박훈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있었다.
* * *
달칵-
박훈이 재생해 놓은 동영상 파일을 닫았다.
그러자 USB내에 있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폴더와 그에 비하면 몇 안 되는 동영상 파일이 내 눈에 들어왔다.
‘동영상 파일’
USB내에 있는 폴더들이야 원래부터 있던 것들이지만, 동영상 파일은 내가 일부러 넣어 둔 더미(dummy)파일들이었다.
사실 아까 박훈이 내 노트북을 뒤지고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 약간 어이가 없을지언정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나 이외에 다른 사람들에게 USB내의 파일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USB의 내용이 다른 사람들 눈에 뜨일까 걱정하며, 화장실 갈 때도 USB를 가지고 다닐 정도로 조심했었으니까.
하지만 정말 우연한 기회에 나 이외의 사람에겐 USB 안에 있는 파일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얼마 전.
이제 막 저격 방송 시즌2를 진행할 때쯤.
“쌤! 이거 뭐예요?”
방송준비에 여념이 없던 내게 김연아가 물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목소리였다.
그러나.
고개를 돌려 김연아를 바라보는 순간.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노트북을 만지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김연아를 보자, 내가 노트북에 USB를 꽂아 두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김연아가 USB 내용을 보지 않았을까 미친 듯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왜 아무것도 안 들어 있는 USB를 가지고 다녀요? 혹시 이번에 포맷하심?”
평소와 다를 것 없는 김연아의 얼굴을 보았을 때, 나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만약 김연아가 USB 내에 있는 폴더나 파일들을 봤다면,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없었을 테니까.
‘뭐지?’
나는 천천히 김연아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그녀의 뒤로 가서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내 눈에 USB 드라이브를 가득 메우고 있는 폴더들이 보였다.
내가 처음 USB를 열었을 때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이게 안 보인다고?’
나는 의아한 눈으로 김연아를 돌아보았다.
“제가 그런 거 아니에요! 원래부터 비어 있었음! 오해는 놉!”
내 시선을 오해했는지 김연아가 방방 뛰며 손사래를 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그녀의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인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가 손사레를 치기는커녕 나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봤을 테니까.
그 이후로 나는 USB에 대한 걱정을 조금 덜 수 있었다.
솔직히 그 전에는 마음 편하게 물도 못 마실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혹시라도 다른 사람이 내가 빈 USB를 가지고 다니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었으니, USB 안에 어느 정도 용량이 되는 파일들을 집어넣어 두었다.
그러면 적어도 다른 사람들이 궁금해 할지언정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을 테니까.
“······.”
나는 슬쩍 고개를 들어 박훈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교무실 문 앞쪽, 자신의 자리에 앉아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박훈의 모습이 보였다.
그를 보니 절로 고개가 저어졌다.
비록 노파심 때문에 더미를 설치해 두긴 했지만, 실제로 내 컴퓨터를 뒤지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아무리 전에 있던 학원에서 사이가 안 좋았기로서니, 대담하게 교무실 한복판에서 컴퓨터를 뒤질 줄이야.
그 동안 박훈을 그럭저럭 잘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내 생각보다 더 대책 없는 사람이었다.
어쩐지 전 학원에서도 박훈이 다른 강사들의 수업자료를 빼 돌린다는 소리가 나오더라니.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이곳에서도 그 버릇을 버리지 못한 것 같았다.
타닥타닥-
나는 박훈을 일별하며, USB드라이브 안에 있는 폴더 하나를 더블클릭했다.
그러자.
박훈이 그렇게 알고 싶어 했던 내 비밀이 내 눈앞에 드러났다.
그것은.
[2019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지]나만의 무기.
나만의 비밀.
나만의 행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