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olution is also a business RAW novel - Chapter (382)
몰락 (9)
– 타타탕!!
– 콰쾅!!
“뭐, 뭐야 시발.”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총성과 포성에, 성벽 위에 올라 있는 러시아군 장병들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왜 황궁 쪽에서 포 소리가?”
“프, 프랑스 놈들이 해병대를 상륙시킨 거 아닙니까?”
“일단 기다려보게. 개구리들 동태는 어떤가?”
“평소와 같습니다. 조용합니다.”
“무슨 일인지 알아봐야겠는데.”
장교들이 모여 의논한 끝에, 몇몇 인사를 전령으로 꾸리려는 찰나.
– 다그닥 다그닥.
거친 숨을 들이쉬는 말을 몰아 달려온 한 무리의 군인들 가운데, 근위대 정복의 장교가 손에 든 명령서를 높이 들었다.
“길을 열어라! 근위대 참모장이신 무라비요프 장군이 보낸 명령이다! 길을 열어라!”
“근위대에서? 무슨 일이길래 그러십니까?”
“반란이다!”
“바, 반란?!!”
“그렇다! 무라비요프 장군께서 세묘뇨프스키 연대를 이끌고 항전하고 계시나, 반역도들의 세가 너무 커 이대로라면 오래 버티시지 못할 거다.”
야구 빠따로 머릴 갈기는 듯한 강렬한 충격에, 그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당장 귀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최소한의 병력을 남기고 모두 차출해 황궁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성밖에 프랑스군이-”
“멍청한 소리! 오히려 지금 서둘러 상황을 정리하지 않는다면 프랑스인들이 뭔가 사건이 터졌음을 직감하고 공격에 나설 거다! 놈들이 눈치채기 전에 속전속결로 움직여야 해!”
“알, 알겠습니다!”
평소라면, 눈치챘을지 모른다.
어떻게 반란이 일어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전령을 보내 정규군을 빼내 간단 말인가.
게다가 이 급박한 상황에 도장을 찍은 정식 명령문까지 준비했다고?
이 사태를 주도하거나 준비한 것도 아니고 그게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그러나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 거기에 시간이 없다는 채근에 뇌 내 사고가 멈춰버린 이들은 피리 부는 사나이 앞의 쥐처럼 생각하기를 포기해버렸다.
이들은 이내 병력을 데리고 예의 근위대 장교의 뒤를 따라 황궁을 향해 움직였고.
“수가 많이 줄었군.”
“그래도 꽤 됩니다만.”
“핫바리 징집병 서넛쯤이야 우습지.”
“뭐, 뭐야 당신들-”
“케아아악!”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난 일부 러시아군은 순식간에 남은 병력을 정리해버리고 문을 열어젖혔다.
그리고.
“전군 나 그루시를 따르라! 오늘 우리가 이 지긋지긋한 동부전선을 끝낸다!”
“““와아아아!!!”””
프랑스군 군영에서 기병대가 쏟아져 나와 그대로 성문을 통과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
“사람들을 지켜라! 저 살인마들을 몰아내자!”
“발포!”
“크아아악!!”
“미친 새끼들아! 누굴 쏘는 거야!”
아수라장.
차르의 초상화와 십자가는 땅에 떨어져 짓밟히고, 시민들은 자신을 쏘는 군대를 피해 사방팔방으로 도주했다.
“앞, 앞에 군인들이다!”
“우린 시민들을 쏘지 않습니다! 우리가 지켜드릴 테니 이쪽으로!”
“차르가 쐈다! 차르가 무기도 안 든 시민을 쏴 죽였다!”
이제 위장막을 벗어 던지고 총을 꺼내 들어 황제 충성파와 교전을 시작한 데카브리스트들은 공포에 질린 사람들을 어떻게 해서든지 방진 뒤로 보내고자 안간힘을 썼다.
“우리가 지켜드리겠습니다!”
“니들의 뭘 믿고!”
“그냥 믿으십쇼! 어차피 안 믿어도 죽잖습니까!”
“저놈들. 설마?”
“세묘뇨프스키 연대는 우릴 오인사격한 게 아닙니다! 저놈들은 우릴 일부러 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근위대 소속 세묘뇨프스키 연대를 반란군으로 규정한다. 당장 쓸어버려!”
“놈들이 우리 측면은 먼저 타격한 탓에 피해가 큽니다. 화력이 더 필요합니다!”
“대포! 대포가 필요해! 당장 포병대 데려와!”
충성파 또한 이제 대강 돌아가는 상황을 눈치챘다.
여름 궁전의 앞뜰에서, 데카브리스트와 충성파가 서로 총구를 겨누고 사격하기 시작했다.
“이 반역자 새끼들!”
“이 학살마 새끼들!”
“당장 저 호로 새끼들을 죽여버려!”
“최소한 민간인들이 골목으로 숨기 전까지는 막아내야 한다! 무조건 지켜!”
그리고. 이 혼돈의 가운데.
“뭐, 뭐야 시발.”
“진짜 반란이잖아!”
아무것도 모르는 러시아 정규군이 툭-떨어졌다.
*
성벽에 누워있다가 ‘비상! 비상! 진돗개 하나! 진돗개 하나! 반란이다! 반란이야! 진짜임!’-이라는 호들갑을 듣고 헐레벌떡 뛰어온 러시아군 입장에서 봤을 때, 눈앞의 상황은 모두 하나로 귀결되고 있었다.
“저, 저 새끼들이 민간인을 쏘잖아!”
“저놈들이 반란군이 분명합니다!”
궁전 앞에서 아랑곳 않고 시민들을 도륙내는 놈들이 한 무리.
그 무리에 대항하는 자들이 또 한 무리.
차르가 설마 미친놈도 아니고 아무 죄 없는 신민을 쏴 죽이겠는가.
당연히 저놈들이 악한 반란군이겠지. 그런 놈들이니까 반역을 하는 거 아니겠나.
“무라비요프 장군을 돕는다! 전투 대형을 갖춰라!”
“3열 횡대로!”
무전기, 하다못해 전신이라도 있었으면 몰라, 상부와 일선 부대가 통신할 수 있는 수단이 파발뿐인 이 곱창난 시대의 특성상 러시아 정규군은 자기도 모른 세에 충성파를 공격하는 반란군에 합류한 셈이 되었으나…
“반적을 토벌하고 폐하를 구하라!”
“““러시아 제국 만세!”””
수백 미터 떨어진데다가 총성과 포성이 오고 가는 이 아수라장에선 그 누구도 그 사실을 지금 알 수는 없었다.
– 타타탕!!
“크아아악!!”
“우측면! 우측면에서 사격입니다!”
“저 새끼들은 또 뭐야!”
“38연대입니다!”
“뭐? 아니 성벽을 지켜야 할 놈들이 왜 여기에··· 세상에, 역도들이 전방 부대까지 장악한 건가?!”
한창 반란군(진짜)를 공격하던 수호 연대는 자신의 옆구리를 쑤시기 시작하는 제3의 부대를 보곤 경악했다.
대체 군 내부 어디까지 역도들의 뿌리가 닿아 있단 말인가.
“황궁 안으로! 황궁 안으로 퇴각한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일선 부대까지 역도들이 장악했다면 앞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 증원부대가 아군인지 아니면 반군인지 확인할 수단이 없다.”
연대장은 병력을 추슬러 황궁 안으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학살마들이 물러난다!”
“아직 안 끝났다! 지금 당장 쓰러진 시민들의 생사를 확인하고 생존자를 구원한다!”
“““예!”””
“반란군들의 군세가 너무 많다. 황궁으로 퇴각한 뒤, 중포를 동원해서 재공격한다!”
“알겠습니다!”
“전령! 연대급 부대에 전부 전령을 돌려! 황궁 밖에 있는 자들은 모두 폐하를 시해하려는 역도들이니 보이는 대로 죽이라고 해!”
“예!”
“어, 어어, 어! 반란군 놈들이 황궁으로 진입합니다!!”
“이런 세상에! 당장 놈들을 추격해! 저놈들을 추격하라고!”
“안 됩니다! 여기서 더 들어가면 산탄포 사거리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다 죽습니다!”
“젠장, 젠장!”
동상삼몽(同相三夢) 그 자체.
꿈에도 이런 상황인 줄 모르는, 반란을 진압하러 온 러시아 정규군 지휘관은 서둘러 말을 몰아 무라비요프를 향해 달려왔다.
“장군! 구원요청을 듣고 바로 왔습니다!”
“정말 잘 왔소. 마침 수세에 완전히 몰려있었거든.”
정규군 지휘관은 주위를 슥 둘러본 뒤,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장군님, 지금 이럴 시간이 없습니다! 역도들이 황궁 안으로 진입한 걸 보시지 않았습니까? 물론 총에 맞은 불쌍한 민간인들도 중요하나, 일단은 황궁으로 진격해 폐하의 안전부터 확보해야 합니다.”
무라비요프는 잠시 미간을 찌푸리고 뭔갈 생각하는가 싶더니,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일리 있는 말이군. 하지만 저들에게는 대포가 있소. 그냥 돌입했다가는 모두 대포 사료가 될 테지.”
“으음.”
“일단 귀관을 포함해 장교들을 모두 호출해주시오. 모두의 머리를 빌려 좋은 계책을 만들어야겠소.”
“아, 알겠습니다.”
정규군 지휘관은 곧 제 연대에 있는 장교들을 데리고 무라비요프가 임시 거점으로 삼은, 여름 궁전 맞은편에 자리한 반파된 저택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 철컥.
“뭐, 무, 뭐야?! 왜, 왜 이러십니까?!”
“귀관들에게 딱 하나 묻지. 자신의 안위와 재산, 그리고 권위를 지키고 싶다는 알량한 이기심으로 남의 목숨을 벌레처럼 다루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죽어야 하나 살아야 하나.”
“그게 무슨-”
“변명은 받지 않는다. 다시 한번 묻지. 죽어야 하나 살아야 하나?”
문을 열고 발을 들이자마자 관자놀이에 하나같이 차가운 권총의 총신이 들이밀어진 이들은 서로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겨우 기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주, 죽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누구라도?”
“······.”
권총을 쥔 손에 힘을 주자, 침묵하던 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예, 예! 누구라도요!”
“좋다.”
무라비요프는 한차례 그들의 모습을 위아래로 훑은 뒤, 한 글자 한 글자가 귀에 또박또박 새겨지게끔 말했다.
“차르가 민간인들을 향해 발포 명령을 내렸다.”
“““!!!”””
“아무런 무장도 없는 민간인들이었지. 차르의 초상화를 들고, 십자가를 인 채 한 줌의 자비를 구하는.
그런데 차르는 감자 한 알을 받고자 한 이들을 향해 납탄을 주었다. 과연 차르는 죽어야 하는가, 살아야 하는가?
차르가 아니라, 인간 파벨 페트로비치 로마노프는 죽어야 하는가 살아야 하는가?”
“그, 그건.”
“우린 파벨 페트로비치 로마노프를 죽일 것이다. 온 러시아인의 이름으로. 귀관들은 누굴 따르겠나.”
곧, 그들의 머리에서 차가운 금속이 멀리 떨어졌다.
“동지가 된 걸 환영하네.”
*
상트페테르부르크, 성곽.
“이게 무슨 일이야!!”
“남문이 뚫렸습니다! 프랑스군 중기병대가 온 사방을 휘젓고 있습니다!”
“장난해?! 성문이 열리긴 왜 열렸다는 거야!”
수비대는 아연실색하며 어찌해서든 프랑스군 기병대의 돌파를 멈추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쓰으읍 하아! 기욤! 내 오랜 친우여! 이게 바로 표트르 대제가 건설한 러시아의 냄새라네!”
“이 양반 약을 잘못 먹었나? 아니면 먹어야 할 약을 안 먹은 건가?”
“그루시 가문에 나만큼 운 좋은 군인은 없을 게야. 뮌헨, 빈, 베를린, 부다페스트,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모두 정복한 최고의 기병 지휘관, 에마누엘 드 그루시! 이 얼마나 영광되고 명예로운 칭호인가!?”
“······.”
“기욤아. 가끔은 내가, 보병 장군이라 저 양반하고 안 얽혀서 좋다고 생각하는 거 있지?”
“아, 마티유. 내 최고의 동기! 나도 자네가 정말 좋다네!”
“예나 지금이나 내 말 안 듣는 건 여전하구만.”
원래 불알친구들끼린 나이를 먹을 만큼 먹어도 이런 식인가.
죽기 전에도 20대가 끝이어서 2회차임에도 알 수가 없네.
우리가 어디 노상에서 막걸리 까는 백수들도 아니고, 출세한 인간들이 이러고 있으니 약간 혀를 끌끌 차게 된달까.
“니가?”
“왜, 나는 그런 말 할 자격 있지.”
“지랄. 우리 중에 제일 푼수 같은 건 니다.”
“예에 그르시겠죠.”
결심했다. 집에 돌아가면 나폴레옹의 치부가 담긴 옛 습작들을 공개해 루브르 박물관에 걸어야지.
원래 기쁨은 나누면 나눌수록 커진다고 했다. 나 혼자만 가끔 깔깔거리며 보기보다는 파리 시민들이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볼거리로 삼는 게 더 공리주의적으로 낫지 않-
“통령 각하! 이 주변은 완전히 정리했습니다!”
“아주 좋군요. 들어갑시다.”
거대한 성문을 지나 상트페테르부르크 안으로 들어갔다.
“데카브리스트와 최대한 빨리 연계해 이곳 시민들에게 우리가 적이 아니라 해방군임을 알리고 미리 준비한 구호물자도 빠르게 배분하세요. 단, 음식에 관해서는 죽부터 급식합니다. 오랫동안 굶어서 사람들의 장이 많이 약해졌을 테니까.”
“여부가 있겠습니까.”
나는 나대로.
“척탄병을 중대 단위로 쪼개 넵스키 대로까지 가는 길을 열게.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를 빠르게 선점해야 러시아군의 반격을 쉽게 격퇴할 수 있다.”
“예, 총사령관 각하.”
나폴레옹은 나폴레옹대로.
각자 지시를 내린 우리는 나란히 말을 몰아 나아갔다.
“이제 유럽 대륙에 대육군의 군화가 찍히지 않은 곳이 없어졌군.”
“위대한 정복자가 되신 기분이 어떠신지?”
“어떻긴. 날아갈 것만 같지! 알렉산더 대왕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정복하진 못했을걸! 아, 내친김에 계급장이라도 하나 만들어 달아주면 더 좋고.”
“그러면 선거 나가서 통령 당선되면 되겠네.”
“아… 그건 귀찮아서 싫은데.”
“그러면 의회에 건의하시던가.”
“와 기욤 일마 이거 많이 섭섭하네. 옛날엔 지 말 안 들어준다고 깽판치던 놈이 친구한테 계급장 하나 더 못 만들어주나?”
“쯧, 됐고 차르나 잡으러 갑시다.”
마지막 요새를 통과했음에도, 아직 제국의 심장은 펄떡펄떡 뛰고 있었다.
이제 그 심장을 도려낼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