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olution is also a business RAW novel - Chapter (81)
코르들리에 클럽 (3)
이 세상은 썩어문드러진 지 오래다.
권력을 신에게서 부여받았다는 위정자 나리들의 헛소리는 이제 듣기만 해도 신물이 나올 지경이다.
위정자 나리들은 그 부여받은 힘으로 대체 무얼 했단 말인가?
프랑스를 파산으로 몰고 가고 민중의 일상을 짓밟으며 방탕하고 사치스러운 삶을 즐기는 게 과연 신이 준 특권인가?
지랄도 그런 지랄이 있을 리가.
신이 정녕 그런 일을 하라고 위정자 나리들에게 특권을 줬다면, 신은 과연 선량한가?
그런 신이 있다면 신은 우리가 아는 선량한 자가 아니라, 우릴 벌레 보듯 바라보며 가지고 노는 세 살 배기 애새끼만도 못한 자일 것이다.
신이 그런 정신 이상자라면, 그렇다면 힘은 누가 부여해주는 것인가?
바로 인민이다.
인민은 작년 7월, 봉건제의 상징인 바스티유를 무너뜨렸다.
자신들을 얽매던 음습하고 추잡한 위정자들의 걸쇠를, 자신들이 직접 부수고 세상 밖으로 나온 인민들!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그런데.
그 혁명으로 집권했다는 작자들은, 과연 인민과 혁명에 충성하고 있는가?
국민 방위대 사령관 라파예트 질베르 드 모튀에.
국민의회 의원 가브리엘 리케 미라보와 엠마뉘엘 시에예스.
재무총감 기욤 드 툴롱.
이들은 대체 뭘 하고 있는가.
국왕, 오를레앙은 이미 검은 속내를 혁명군에게 내비쳤다.
그렇다면, 당신들은 응당 그 자를 끌어내려 목을 베어버려야 하지 않나?
도대체 왜 가만히 있는 거지?
혁명의 기수, 혁명의 얼굴을 자처하던 당신들은 대체 뭘 하고 있는 건가.
설마 왕정도 아니고, 공화정도 아닌 영국 놈들의 입헌군주제니 뭐니를 본받을 생각인가?
인민의 힘으로 집권한 자들이, 인민들에게 밀 한 섬을 얹어주지는 못할망정 기득권의 숨을 붙여놓고 거기에 기생하려해?
인민의 뜻을 받든다면, 자신들이 피를 흘리는 한이 있더라도 공화국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더러운 반동 놈들! 혁명의 배반자들! 민중의 배신자들!
유럽 전역에서 고통 받는 인민들을 해방시킬 생각은 하지도 않는 작자들!
그 놈들이 만들어 내는 반동적인 분위기에, 당장 코르들리에 클럽도 위험하다.
모두들 작년의 열광적인 분위기는 사라지고, 오직 현실에 안주하는 분위기가 늘어나고 있지 않나.
똑똑똑
“에베르 선생님. 들어가도 괜찮겠습니까?”
“···들어오게.”
코르들리에 클럽의 대의원이자 혁명 잡지 [늙은이 뒤셴]의 편집장 에베르는 문밖에서 자신을 찾는 소리에 눈꺼풀을 슬며시 뜨며 말했다.
“무슨 일인데 그러나.”
에베르는 방문을 열고 들어온 사환을 보고 물었다.
“당통 위원께서 선생님을 찾으십니다.”
“···당통 그자가 날 무슨 일로?”
“기욤 재무총감께서 우리 클럽을 곧 방문하신다고, 코르들리에 클럽 대의원들과 함께 접견하시겠답니다.”
“···기욤 재무총감?”
“예, 그렇습니다.”
사환의 대답에 에베르는 눈을 다시 지그시 감으면서 입을 열었다.
“···알겠다고 전하게.”
“예, 선생님.”
눈을 감은 에베르에게 사환은 고개를 꾸벅 숙인 후, 방문을 열고 나갔다.
“기욤, 기욤 드 툴롱…”
검게 변한 눈앞을 생각으로 더듬으며, 에베르는 낮게 읊조렸다.
재무총감 기욤 드 툴롱.
혁명의 얼굴이자 파리 시민들의 친구.
그리고.
오를레앙처럼 제 검은 속을 숨기고 있을지 모를, 부르주아이자 귀족의 피가 섞인 놈.
너는 과연 누구의 편인가.
***
“재무총감 각하, 먼 길 다녀오셨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이렇게 우리 클럽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아닙니다, 당통 위원. 좋은 일 하는 분들인데 한 번 찾아봬야죠.”
조르주 당통 위원은 미소를 띤 채 내게 손을 내밀며 인사했다.
당통 위원의 뒤로 우리의 미스터 단두대, 로 씨도 씨익 웃으며 내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총감 각하, 오랜만입니다.”
“아 로베스피에르 의원님. 잘 지내셨습니까?”
“하하, 총감 각하 덕택에 잘 지냈습니다.”
“제가 알려드린 거, 아직 잊어버리신 건 아니시죠?”
“그렇게 채근하지 않으셔도 매일 밤마다 복습하고 있답니다, 총감 각하.”
“하하, 그러면 다행이구요.”
로베스피에르 씨가 미스터 단두대로 각성하는 걸 보는 게 그리 유쾌하지는 않을 것 같아서 말이죠.
어머나 세상에 단두대라니 이 무슨 무서운 도구람?
“아, 총감 각하. 이쪽은 장 폴 마라 선생입니다. [인민의 벗]이라는 잡지의 편집장을 맡고 계시지요.”
인민의 벗…? 아 내 연설을 무단도용한 그 잡지 말인가?
아깝다. 미리 의회에 저작권법을 통과시키라고 했어야하는 건데.
“···안녕하십니까,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가 영광이지요! 총감 각하.”
“이쪽은 카미유 데물랭 선생입니다. [자유 프랑스]의 편집장이시자, 총감께서 잘 알고 계시는 미라보 의원님의 밑에서 일하시는 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데물랭 씨.”
“반, 반갑습니다. 각하!”
되게 수더분하게 생기셨네.
“이쪽은···.”
당통의 말을 자르며, 어딘가 날서 있는 듯 한 느낌의 사내는 내게 손을 내밀고 말했다.
“···난 자크 르네 에베르요.”
“재무총감 기욤 드 툴롱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사람들과 악수를 나눈 후, 나는 코르들리에 클럽에서 미리 마련한 응접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수수한 느낌의 원탁 테이블을 중심으로, 의자 대여섯 개가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런데 총감 각하, 무슨 일로 이렇게 직접 찾아오셨습니까?”
모두가 자리에 앉자, 당통은 대표로 내게 몸을 기울여 물었다.
“현재 우리 프랑스가 처한 상황에 대해 솔직하고 심도 있는 얘기를 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솔직하고 심도 있는 얘기라니요?”
나는 당통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로베스피에르 의원님을 쳐다보며 말했다.
“로베스피에르 의원님. 의원님도 지금 의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알고 계시죠?”
“···물론입니다, 총감 각하.”
로베스피에르 의원님은 안타깝다는 얼굴로 답했다.
“로베스피에르 의원님이 알고계시다면 다른 분들도 알고 계시겠군요. 지금 의회는 오를레앙을 추종하는 쪽과 혁명을 지지하는 쪽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내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음, 좋아. 다들 잘 경청하고 계시는구만.
“여러분이 이렇게 클럽을 창설하고 말을 주고받으시는 것도 거기서 나온 위기감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지금 프랑스가…상당히 위험한 기로에 서있다고 생각하니까 말입니다.”
“···음.”
당통 위원은 짧게 신음을 흘리고는, 미간을 좁히며 이어 말했다.
“···총감님. 오를레앙의 세력이 그렇게나 큽니까?”
오를레앙의 세력이라.
근위대, 처갓집, 탈영병에 일부 사제들 정도 되나?
솔직하게 봤을 때는 그리 큰 세력은 아니다.
다만 이 새끼들이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분탕을 치는 게 문제지.
“오를레앙의 세력은 우리 혁명군이 파악한 바로는 아직까지 그리 큰 위협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걸 제쳐두고서라도 우리가 위험한 기로에 서있는 건 확실합니다.”
“아니, 왜입니까?”
고개를 갸웃하는 데물랭 씨를 바라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에게만 알려드리는 겁니다. 얼마 전, 이탈리아 인들이 국경을 넘어 우리 프랑스의 작은 마을 하나를 공격했습니다.”
“···예?”
“국민 방위대와 시민들이 나서서 격퇴하긴 했지만, 이건 우리에게 확실한 위협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유사시에 외국군이 우리 프랑스를 공격할 수 있다는 위협.”
“전쟁…이라는 겁니까?”
“최소 내전, 최대 국가적인 무력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국민 방위대는 거기에 어떻게 대처할 예정입니까?”
“국민 방위대는 재정이 안정화될 때까지 잠시 숨을 죽이고 있자는 의견이 대다수입니다.”
군대에 있을 때는 행보관이 왜 그렇게 장비 손망실에 집착하는지 몰랐는데, 이제는 좀 알겠더라.
내가 괜히 라파예트 사령관님한테 불평불만 듣는 걸 감수하면서도 허리띠를 졸라 맨 게 아니다.
군대는 모든 게 다 세금이다. 먹고 자고 쏘고 숨만 쉬어도 세금이 나간단 말이다.
“···지금 혁명을 배신하겠다는 겁니까?”
내가 말을 마치자, 아까의 그 날선 눈매의 에베르 씨가 입을 열고 말했다.
“···혁명을 배신하는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봤을 때 지금 군사적 대응은 불가능합니다. 군대 하나를 반나절 움직일 때마다 1천명이 먹을 빵이 사라지는 거나 마찬가지에요.”
“···.”
젠장 날 무슨 원수 보듯 보냐.
아 답답하네 진짜, 니코틴 마렵다.
“···당통 위원님, 담배 좀 펴도 됩니까?”
“예? 아 예.”
“감사합니다.”
나는 주머니에서 파이프를 꺼내 부싯돌로 불을 붙여 입에 물었다.
하, 미리 담뱃잎을 채워 넣길 잘했어.
담배를 한 입 빨아들이고, 니코틴이 머리에 돌기 시작하자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젠장, 전 거짓말 못하는 성격이니 딱 까놓고 말하겠습니다. 지금 프랑스 상황으로는 오를레앙 그 놈, 폐위 못 합니다. 참고로 저도 그 작자 정말 싫어하고요.”
“···.”
“그런데, 지금 그 사람을 폐위시키면 누굴 다음 왕으로 세울지 생각해 본 사람 있습니까? 프로방스 백작? 아르투아 백작? 죄다 미친놈들 아닙니까.”
“그러면 공화정을···!”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담배를 한 입 빨아들이고 이어 말했다.
“공화정? 뭐 미국처럼 공화정이라도 하자는 겁니까? 이보세요. 공화정 선언하는 순간, 우리 프랑스는 사방팔방에 있는 군주국에게 공격받을 겁니다. 신성로마제국,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등.”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고 하지 않나.
절대왕정뿐인 곳에서 갑자기 공화국이 딱! 하고 나오면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되긴, 정이 아니라 대포로 맞겠지.
“미국이 공화정인데도 다른 나라의 간섭 없이 굴러가는 이유는,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그 나라가 신대륙에 혼자 떡하니 있어서 가능한 겁니다.”
“그렇다면 총감께서는, 입헌군주정을 지향하시는 겁니까?”
“일단 혁명군과 의회는 그러자는 입장입니다. 후에 폐위를 하긴 하더라도, 지금 당장은 유럽 각국의 관심을 지대하게 끌지는 말자 이거죠.”
“그렇다면 정책에서도 변화가 있는 겁니까?”
“아 그건 걱정하지마세요, 로베스피에르 의원님. 제가 이 자리에 있는 한, 토지분배라던지 미리 계획해 놨던 경제정책은 그대로 유지해 나갈 겁니다. 제 목표는 프랑스 국민 모두가 안정적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거니까요.”
“후, 다행이군요.”
이건 정말 빈말이 아닌 게, 경제의 기본은 중산층이다.
중산층이 있어야 구매력이 생기고, 기업들이 생기고, 사회가 돌아가지.
물론 무분별한 분배보다는 무이자 대출과 넉넉한 만기로 자연스럽게 순환이 돌아가는 게 제일 좋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총감 각하께서 이렇게 직접 방문해, 말을 해주셨다는 건 그만큼 우리를 신뢰하신다는 거겠지요.”
“좋습니다. 우리 정부가 확실하게 자리 잡을 때까지만 잠시 기다려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