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00
99화 – 재회
용훈을 선두로 수천의 헌터들이 달려든다. 줄기줄기 흰빛을 흘리는 헌터들은 충만한 신력으로 극한까지 강화되어 있었다.
그들의 안광이 번쩍일 때마다 경천동지할 힘이 쏟아져 내린다.
화염과 얼음 폭풍과 전격의 비가 지상을 두들기고 염동력의 칼날과 정순한 내공이 담긴 무공이 사방을 휩쓴다.
눈 깜짝할 새에 사면초가에 몰린 크샤키온이 괴성과 함께 힘을 폭발시켰다.
꽈르릉! 크샤키온을 중심으로 거대한 힘이 솟구쳤다. 반구형으로 부풀어 오르는 힘의 폭풍이 무수한 헌터들의 공격을 집어삼켜 버렸다.
순간 용훈이 대파괴의 먼지 구름을 뚫고 허공으로 솟구친다. 그리고는 단숨에 일곱 개의 형태로 분화하며 칠연굉푀포를 쏘아낸다.
꽈과광!
막 부풀어 오르던 크샤키온의 힘이 신력에 의해 한껏 증폭된 칠연굉뢰포에 맞아 깨져나갔다.
깨져나간 틈으로 황금빛의 형체가 휙 안으로 날아든다.
새카만 어둠에 눈부신 흰빛을 섞어 찬란한 금빛으로 완성된 샤커의 힘. 그것은 드넓은 차원계의 강자들이라 하더라도 쉬이 볼 만한 것이 아니었다.
찬란한 황금빛으로 물든 샤커가 질풍처럼 날아가 크샤키온의 화신체를 두들긴다. 그 강렬한 타격에 크샤키온의 몸이 부서질 듯 흔들렸다.
분노한 크샤키온이 신력을 뿜어 샤커를 후려쳤다. 샤커는 황금빛 기운으로 몸을 가린 채 속절없이 뒤로 밀려났다.
그 사이 용훈이 크샤키온의 뒤를 노렸다. 이번에도 일곱 개로 분화한 용훈이 이번에는 일곱 발의 멸절의 광선을 쏘아냈다.
놀란 크샤키온이 전력을 다해 앞을 막았다. 그리고 절대적인 위력을 자랑하는 멸절의 광선은 그의 방어를 정면으로 부수고 들어가 그의 육체를 파괴했다.
경천동지할 파괴의 현장 속에서 크샤키온은 신체를 수복하며 용훈에게 달려들었다.
그런 그의 앞을 일단의 헌터들이 막아섰다. 크샤키온은 코웃음 치며 그들을 한꺼번에 쓸어내려 했다.
하지만 카엘로 아르마를 걸친 헌터들은 어깨를 겹치며 모여들더니 서로의 힘을 합쳐 하나의 거대한 방패를 만들어냈다.
스크럼 실드라 불리는 이 기술은 칼리오스의 병사들이 차원계의 강자를 상대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엄청난 굉음이 터져나왔지만 신력으로 강화된 헌터들은 크샤키온의 공격을 막아냈다.
놀란 크샤키온에게 방패 너머에서 또다시 일곱 발의 멸절의 광선이 날아들었다.
쿠콰콰콰쾅!
굉음이 천둥처럼 터져 나오며 격렬한 힘이 크샤키온의 몸을 찢어발겼다.
크샤키온은 이를 악물며 버텨냈다. 하지만 반격의 기회를 잡기는커녕 빈틈을 노려 날아든 샤커에게 발목을 붙잡히고 말았다.
전방위에서 무수한 공격이 쏟아졌다. 한발 한발이 세상의 운명을 결정지을 만큼 강력한 공격이었다.
하지만 그것조차 크샤키온을 완전히 멸하는 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일곱 발의 멸절의 광선조차 그의 몸을 일시적으로 부술 뿐이었다.
– 크아아악! 이 미천한 놈들이 감히! 네놈들의 존재를 지워버리겠다! 킬 루틴 발동!
[거절한다!]메인 시스템 안으로 스며드는 크샤키온의 힘이 자비스의 외침과 함께 밖으로 튕겨져 나왔다.
– 감히 날 거절해? 나는 신이다! 이 세계의 주인이란 말이다!
[넌 이미 모든 권한을 박탈당했다. 너는 메인 시스템의 힘을 사용할 수 없다. 얌전히 죽음을 받아들여라!]– 웃기지 마라!
크샤키온이 뿜어낸 힘의 폭풍에 수천의 헌터들이 가랑잎처럼 날아갔다.
용훈은 기를 쓰며 폭풍을 거슬렀다. 무한에 가까운 신력을 총동원해 그는 멸절의 광선을 비처럼 퍼부었다.
하지만 크샤키온은 여전히 굳건히 서 있었다. 그의 신체가 파괴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회복되기 때문이었다.
그의 몸은 신을 담을 그릇으로 만들어진 화신체. 월등한 힘으로 단숨에 찍어누르지 않는 한 지리한 공방전은 계속해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지금의 용훈에게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아니었다.
지구와 인간이 그들의 싸움을 언제까지 버텨낼지 모르는 것이 문제였다.
지금은 자비스가 설정해둔 성역으로 싸움의 여파를 막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전장이 바뀐다면? 둘의 충돌로 인한 충격파가 성역의 방호력을 넘어선다면?
그것은 그대로 지구와 인류의 종말을 의미했다.
‘이대로는 끝도 없겠어. 무슨 방법 없을까?’
그때 용훈의 귓가에 자비스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크샤키온을 완벽히 없애기 위해서는 당신의 각성이 완료되어야 합니다. 삼신기(三神器) 중 각성하지 못한 나머지 하나의 각성을 완료하십시오.’
‘삼신기?’
삼신기의 이름을 중얼거리는 순간 용훈은 최초로 얻었던 세 가지의 아이템을 떠올렸다.
장미 군주의 손가락, 멸절의 여섯 날개, 그리고 만변자의 피부.
셋 모두 시작부터 레전드 등급의 막강한 위력을 자랑했다. 그것들이 없었다면 절대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정도로.
그중 멸절의 여섯 날개는 데우스 등급의 징벌의 손길이 되었고, 만변자의 피부는 데우스 등급의 신의 알이 되었다.
그렇다면 각성하지 못한 나머지 하나는 분명 장미 군주의 손가락을 말하는 것이리라.
‘알았어!’
용훈은 인벤토리를 통해 장미 군주의 손가락을 꺼냈다. 정말 오랜만에 꺼내보는 붉은 채찍이었다.
용훈은 성역을 통해 공급받는 무한한 신력을 아낌없이 장미 군주의 손가락에 주입했다.
그 막대한 힘의 이동을 느꼈는지 크샤키온이 용훈을 향해 달려들었다.
“크와아아악!”
샤커가 황금빛 구름으로 용훈을 막아섰다. 카엘로 아르마를 걸친 헌터들도 스크럼 실드로 용훈을 보호했다.
‘모두들···. 조금만 더 버텨라!’
용훈의 손에 들린 장미 군주의 손가락이 부서질 듯 진동하며 눈부신 빛을 내뿜었다. 그와 동시에 자비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공입니다. 장미 군주의 손가락이 데우스 등급으로 올라섰습니다. 데우스 등급의 광휘의 날개를 확인합니다.’
순간 붉은색의 채찍이 입자가 되어 사라지며 용훈의 등 뒤로 거대한 광휘의 날개가 돋아났다.
‘삼신기의 각성이 완료되었습니다. 신의 알이 깨어납니다.’
카가각. 얇고 단단한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전투의 폭음을 뚫고 모두에게 들렸다.
그리고 용훈은 자신을 둘러싼 모든 한계가 일시에 깨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메인 시스템에 쌓인 수백억 년의 시간이 오롯이 그의 것이 되었다.
드넓은 우주를 가득 채운 별과 행성, 은하와 성단이 손에 잡힐 듯 느껴진다.
그의 몸은 우주요, 그의 정신은 메인 시스템이다.
그는 이 순간, 진정한 이 차원의 신이 되었다.
– 안돼애애애애애!
그것을 느낀 것일까. 크샤키온은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그의 힘이 세상을 깨부술 기세로 터져나왔다. 그 무지막지한 위력에 헌터들이 기겁해 도망치려는 찰나.
“멈춰라.”
용훈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크샤키온의 힘을 정면으로 막아섰다. 그 작은 소리의 파장이 크샤키온의 힘을 둘러싸고 찍어누르는 것이었다.
– 이, 이럴 수는, 이럴 수는 없어! 나는 신이야! 나는 신이란 말이야!
점차 좁혀드는 힘의 압박에 크샤키온은 갈대처럼 흔들렸다.
용훈은 홍해의 기적처럼 헌터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섰다. 그와 눈이 마주친 크샤키온이 겁에 질린 듯 주춤주춤 물러섰다.
“두려우냐.”
– …
용훈은 발발 떠는 크샤키온을 내려다보았다. 그제야 그의 내면에 또아리를 튼 조그마한 벌레가 들여다보였다.
크샤키온은 공포로 떨고 있었다. 진정한 신의 앞에서 신의 탈을 쓰고 신을 참칭하던 무도한 존재가, 드디어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았다.
용훈이 손을 들어 올렸다. 세 쌍의 붉은 날개를 휘날리는 징벌의 손길은 보이지 않았다.
삼신기가 모여 신의 알을 깨운 시점에서, 용훈은 신의 육체를 이루었다. 징벌의 손길은 그의 내면에 자리를 잡았고 그에게는 더이상 물질적인 형태가 필요하지 않았다.
굉뢰포? 멸절의 광선? 그런 ‘형식’조차 그에게는 필요하지 않았다.
용훈의 손가락이 크샤키온을 가리켰다.
“이제 끝이다.”
– 웃기지 마라! 이야아아아아!
크샤키온은 모든 힘을 하나로 모아 용훈을 덮쳐왔다. 그것은 크샤키온의 생명을 건 최후의 발악이었다.
하나의 차원계를 관통하고도 남을 만한 거대한 힘이 한점으로 수렴했다. 그리고 그것은 곧장 용훈을 향해 날아들었다.
용훈은 그 거대한 힘을 무심하게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용훈의 손가락 끝에서 작은 섬광이 반짝 빛났다.
파삭.
나뭇잎이 바스라지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힘이 바람처럼 흩어졌다. 그리고 그 힘을 쏘아낸 크샤키온의 몸이 입자 하나하나까지 산산이 부서져 내렸다.
용훈은 말 그대로 그의 존재를 지워버린 것이었다.
절대적인 신의 의지 앞에 크샤키온은 허무한 죽음을 맞이했다.
“후.”
용훈은 나직한 한숨을 내쉬며 손을 내렸다. 모든 것이 끝났다는 생각에 작은 허무가 찾아왔다.
문득 용훈은 그를 바라보는 수천의 시선을 느꼈다. 그가 뒤를 돌아보니 생기 총총한 헌터들의 눈이 보였다.
그들은 하나하나가 경외감으로 충만한 눈을 하고 있었다. 진정한 그들의 신을 맞아 영광과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믿음을 받고 계시군요. 당신은 좋은 신입니다.]피식.
‘정말? 내가 좋은 ’신‘이라고?’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할 일은 해야겠지.
용훈은 헌터들을 향해 기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다 끝났다. 우리가 이겼어.”
우와아아아아아!
커다란 함성이 사막의 열기 위를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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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된 용훈의 첫 번째 행보는 크샤키온에게서 빼앗은 신력으로 세계를 치유하는 것이었다.
눈을 감은 용훈은 자비스의 인도를 따라 메인 시스템을 복구해 나갔다.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일본과 미국의 서부 해안, 파푸아뉴기니와 베링 해가 마술처럼 다시 나타났다.
해일로 인해 파괴된 환태평양 국가들의 피해도 원상태로 복구됐다.
내친김에 용훈은 윤회의 고리에까지 그 손을 뻗쳤다. 그리고 그동안 그의 싸움에 희생됐던 억울한 희생자들을 하나하나 살려내기 시작했다.
무한한 것 같았던 신력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지만, 용훈은 멈추지 않았다.
그 불가사의한 기적에 전 세계가 무릎을 꿇었다. 신의 행사를 목도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용훈은 그들의 기도를 들으며 눈을 떴다.
[이제 볼 일은 다 마치신 겁니까? 그렇다면 이제 미뤄두었던 숙제를 해야 할 때로군요.]자비스의 말과 함께 용훈의 눈앞에 파란 꽃 한 송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 그래야지.”
용훈은 떨리는 손을 들어 꽃을 향해 다가갔다. 그의 손끝이 파란 꽃의 이파리를 쓰다듬었다.
파앗. 섬광이 솟구치며 꽃이 형태를 바꾸었다.
핑크색으로 염색한 숏컷 머리가 바람에 나부낀다.
작고 가냘픈 어깨에는 떨림이 가득하다.
용훈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토록 꿈꾸던 장면이건만, 조금도 현실감이 없다.
터벅. 한 걸음, 또 한 걸음을 내딛는다.
고개를 숙인 그녀에게 조금씩 다가선다.
그녀가 고개를 들자 사라락 핑크빛 머리칼이 그녀의 콧날을 스친다.
“수영아···.”
생긋. 그녀가 웃는다.
문득 가슴 속에서 따스한 감정이 솟구친다. 그 뜨겁고 절실한 감정을 담아 용훈은 그녀를 안았다.
품속의 그녀가 속삭인다.
“다녀왔어요, 오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