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61
60화 – 함선 급습
샤커가 들이부은 포션과 만변자의 육체가 진행한 급속 회복으로 용훈은 어렵지 않게 상처를 치료했다.
부상의 여파를 떨쳐낸 용훈은 분노에 가득 차 소리쳤다.
“자비스! 이 개새끼들 지금 어딨어!”
[죄송합니다. 차원 이동 장치에 탑승한 것 같습니다. 추적이 끊겼습니다.]“이런 썅!”
용훈이 바닥을 걷어차자 아스팔트가 뜯겨 나와 바닥을 굴렀다.
“어디서 끊겼어!”
[조지 워싱턴 대학 근처입니다.]“그리로 간다!”
용훈이 바닥을 박차며 몸을 솟구쳤다. 그는 빛살처럼 빠르게 허공을 가르며 거침없이 나아갔다. 노출되면 안 된다는 생각 따위는 잊은 지 오래였다.
몇 초 걸리지 않아 용훈은 조지 워싱턴 대학 앞에 내려섰다.
“여기야?”
[그렇습니다.]용훈은 눈을 질끈 감았다. 분노가 들끓었지만 아직은 참아야만 했다. 할 일이 있었다.
눈을 감았지만, 용훈에게는 주변이 훤히 보였다. 아니, 눈을 뜬 것보다 더 잘 보였다. 그는 지금 시스템 내부를 보고 있었다.
존재의 부피를 키워 나가며, 그는 점점 더 넓은 범위를 시야에 담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시스템의 루틴과 루틴 사이를 이지러트리며 지나간 적들의 흔적을 찾아냈다.
‘자비스! 놈들을 찾았다!’
[확인했습니다! 마킹 작업 들어갑니다!]‘위치 확정하고 예상 속도 산출해서 보조해! 시공강탈로 진입하겠다!’
[네? 주인님, 설마 적들의 차원 이동 장치 내부로 들어가시겠다는 겁니까?]‘그래! 가능하다면 주변 공간 채로 먹어버리고 싶지만, 확률을 높이려면 중심을 뚫는 것이 좋겠지! 계산 끝나면 최적의 방법을 알려줘!’
[주인님! 그건 위험합니다!]‘샤커랑 둘이 갈 거야! 우리 둘이서 들이댔는데도 겨우 정찰 병력에 당한다면 어차피 이 차원도 오래 못 가! 그만하고 빨리 계산이나 해!’
[아, 알겠습니다!]용훈의 눈은 여전히 메인 시스템 내부를 불가사의한 속도로 이동하는 적들을 쫓고 있었다. 어느새 그들은 우리 은하를 나가 안드로메다 은하를 지나고 있었다.
[확인했습니다. 73%의 확률로 구동계 점령 가능. 28%의 확률로 적들의 차원 이동 장비를 인스턴스화 할 수 있습니다.]‘좋아! 보조해, 바로 진행한다!’
용훈의 눈이 번쩍 떠졌다. 그는 옆에서 불안한 눈빛을 보내고 있는 르세인의 어깨를 짚었다.
“르세인. 변신해. 바로 돌입한다.”
끄덕. 르세인이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그의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용훈은 그의 변신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변신과 이동을 동시에 진행할 생각이었다.
그의 전신에서 휘황찬란한 빛이 뻗쳐 나왔다. 그것은 등장과 동시에 그의 의지를 받아 뾰족한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지금 용훈은 현실, 즉 시스템 외면과 그 내면을 동시에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는 워싱턴 대학의 붉은 벽돌 건물을 향해, 그리고 시스템 내부를 이동하는 적들을 향해 시공강탈의 창을 찔러넣었다.
푸확! 빛의 창이 엄청난 기세로 워싱턴 대학을 꿰뚫었다. 그러나 그것이 너무나 찰나에 벌어진 일이라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지나치던 사람들은 그저 눈을 깜빡였을 뿐이었다.
#
용훈은 빛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에 서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공간이 좁다는 것은 느껴졌다. 샤커의 거대한 덩치에 눌려 호흡이 힘들었으니까.
[구동계가 정지했습니다. 상대방의 장비를 분석 중입니다. 안타깝지만 인스턴스화는 실패했습니다.]‘그보다 자비스! 여기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아!’
[장비 분석 3% 완료. 분석 결과 놈들의 장비 내부에는 빛 생성 장치가 없습니다. 놈들은 빛이 아닌 다른 것으로 사물을 분간하는 것 같습니다. 인벤토리의 소모 아이템, 라이팅 오브를 사용하십시오. 혹은 폭발 화살로 화염을 일으켜도 됩니다.]‘알았어.’
용훈은 라이팅 오브를 꺼냈다. 손바닥만 한 작은 구슬인 그것은 마나를 주입하면 반영구적으로 빛을 내는 물건이었다.
빛이 주변을 훑자 공간의 형태가 눈에 들어왔다. 그곳은, 비유하자면 마치 보일러실 같이 생긴 곳이었다.
가장 안쪽 벽에 붙은 커다란 사각형 물체와 그곳에서 뻗어나오는 수십 개의 파이프로 작은 공간이 꽉 차 있었다.
[구동장치로군요. 이 차원의 수준을 아득하게 상회하는 기술로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소모하는 에너지원은 분석이 완료되는 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보다 주인님, 적이 옵니다.]용훈도 느끼고 있었다. 밋밋한 회색 문 너머에서 느껴지는 적의를.
“샤커. 어둠을 두르고 먼저 튀어 나가. 내가 폭발 화살로 주변을 밝힐 테니까.”
“크워어.”
바로 옆에서 쩌렁쩌렁 울리는 샤커의 목소리에 귀가 아팠지만, 용훈은 화를 내지 않았다. 이 정도면 샤커에게는 속삭임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잘 알았으니까.
“가.”
용훈의 지시와 동시에 샤커가 문을 들이받아 부수며 튀어 나갔다. 그의 몸 위로 시커먼 어둠이 방패처럼 떠올라 있었다.
예상대로 문밖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다. 용훈은 라이팅 오브를 인벤에 던져 넣으면서 폭발 화살을 난사했다.
퍼버버벙! 사방에서 폭염이 치솟으며 주위를 환하게 밝혔다.
용훈은 일렁이는 불빛에 비치는 적들을 보았다.
그들의 첫인상은 로봇 같다는 것이었다. 얼굴은 검은 유리가 달린 헬멧을 쓴 듯 미끈했고 몸은 전체가 검은 광택이 흐르는 은빛의 금속 재질이었다. 표면의 검은 광택 사이로 복잡한 문양들이 번득였다.
[역시 칼리오스의 잔당들이었군요! 놈들은 빈약한 신체능력을 엄청난 수준의 기술력으로 보완한 종족입니다. 주인님, 조심하십시오. 놈들의 전투복은 차원계 최고 수준의 전투력을 자랑합니다.]“————!”
누군가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질렀다. 그와 동시에 적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칼리오스의 해적들은 모두 일곱이었다. 그중 한 명은 남들과 다르게 금빛의 슈트를 입고 있었는데, 그는 싸움에 끼어들 생각이 없다는 듯 가장 뒤에서 벽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호리호리하고 날렵한 슈트를 입은 네 명이 앞으로 몸을 날려왔다. 두툼하고 묵직한 슈트를 입은 두 명은 좌우로 거리를 벌리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샤커는 그를 향해 뛰어드는 차원 해적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그의 강맹한 주먹이 칼리오스 해적을 정면으로 후려쳤다.
쾅! 묵직한 소리와 함께 놈이 뒤로 주욱 미끄러졌다. 놈의 양팔 앞으로 반투명한 방패가 떠올라 있었다. 놀랍게도 그는 그것으로 샤커의 주먹을 막아낸 것이었다.
샤커의 옆에서 또 다른 칼리오스 해적이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놈의 주먹이 샤커를 때리자 충격이 상당한 듯, 샤커의 몸이 거칠게 떨렸다.
“뭐야! 완력과 방어력이 샤커 수준이라고? 이게 말이 돼?”
칼리오스 해적 하나가 용훈을 향해 달려왔다. 놈은 빛살처럼 빠르게 달려와 용훈을 향해 발을 날렸다.
용훈은 빠르게 뒤로 물러서며 방아쇠를 당겼다. 푸른 섬광이 번득이며 그를 향해 쇄도했다.
순간 칼리오스 해적이 번개처럼 몸을 비틀었다. 차원 화살의 푸른 섬광이 그의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가 뒷벽을 때리며 푸른 폭발을 일으켰다.
“그걸 피했어?”
놀라는 용훈에게 칼리오스 해적이 쇄도했다. 그의 손등에서 철컥, 소리와 함께 50㎝ 길이의 칼날이 튀어나왔다.
희미한 푸른 빛이 어린 칼날이 용훈의 암석 육체를 두부처럼 가르며 상처를 내고 지나갔다.
용훈은 화끈한 통증을 느끼며 황급히 몸을 물렸다.
“속도도 빠른 데다가 이런 공격력까지 갖췄어? 햐, 이거 정말 사기네.”
용훈은 극한의 위기감을 느꼈다. 그런데 이상하게 몸이 떨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피가 끓는 듯 열기가 느껴졌다.
그는 몰랐지만, 지금 용훈은 웃고 있었다. 지루한 일상에 주어진 새 장난감을 보듯, 그는 즐거워하고 있었다.
철컥. 용훈은 멸절의 여섯 날개를 인벤에 던져버렸다. 성장이 덜 되어 차원 화살밖에 사용할 수 없는 멸절의 여섯 날개는 지금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더욱 강력한 공격 수단이 필요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거?
용훈이 오른손을 휘둘렀다. 그것은 주먹이 아닌, 호랑이의 발톱과도 같은 형태를 띠고 있었다. 평소와 다른 것은, 그의 손이 희미한 흰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칼리오스 해적은 방패를 전개해 용훈의 손을 막아갔다. 잔뜩 당긴 오른손의 칼날이 용훈을 찌르기 위해 대기 중이었다.
카가각! 순간 들려온 기분 나쁜 소리에 칼리오스 해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놀랍게도 용훈의 손은 투명한 방패를 뚫고 들어와 슈트의 팔 부분을 한 움큼 뜯어간 후였다.
“——-!”
놀란 해적이 물러서며 뭐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용훈은 듣고 있지 않았다. 애초에 알아들을 수도 없었지만.
용훈의 손이 민첩하게 해적을 덮쳤다. 해적은 용훈의 손을 피하며 오른손 손등의 칼날로 용훈의 옆구리를 찔렀다.
카각! 그런데 이번에는 해적의 칼날이 암석 육체를 뚫지 못했다. 희미한 흰빛을 내뿜는 용훈의 옆구리는 해적의 푸르스름한 칼날을 완벽하게 막아내고 있었다.
해적은 당황했다. 좀 전까지만 해도 손쉽게 처치할 수 있는 자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수준이 급상승했다. 도저히 자신이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었다.
그것을 깨달은 해적은 재빨리 몸을 빼려 했다. 하지만 그를 그렇게 놓아줄 용훈이 아니었다.
디멘션 슬라이드로 놈의 뒤를 파고든 용훈은 강렬한 로우킥으로 해적의 오금을 후려쳤다. 놈의 무릎이 픽 꺾이며 그의 몸이 허물어졌다.
무릎 꿇은 해적의 정수리로 용훈의 오른손이 떨어져 내렸다. 흰빛을 머금은 용훈의 손가락이 칼리오스 해적의 헬멧을 내려쳤다.
빡! 헬멧이 어찌나 단단했는지 팔 부분의 갑옷을 부쉈던 공격으로도 헬멧을 부수지는 못했다. 용훈은 손가락 한 마디만큼만 구멍이 난 헬멧을 보며 혀를 찼다.
“————-!”
그런데 헬멧에 난 구멍 사이로 끔찍한 비명이 들려왔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것은 비명이 분명했다.
그와 동시에 헬멧의 구멍 사이로 진득한 회색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놈은 양손으로 구멍을 틀어막으며 괴로운 듯 비틀거렸다.
용훈의 눈이 번뜩였다. 용훈의 오른손이 곧게 펴지더니 손칼의 모양을 만들어냈다.
그의 의지를 따라 신력이 뭉클거리며 그의 손에 모여들었다. 진득하게 모여든 신력이 빠르게 그의 손을 감싸며 칼날의 형태를 만들어냈다.
번쩍! 눈부신 섬광이 짧은 순간 선내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휘두른 손칼의 궤적을 따라 칼리오스 해적의 헬멧 위로 직선이 돋아났다.
푸학! 회색 액체가 사방으로 뿜어지며 그의 머리가 반으로 갈라졌다. 생명이 끊어진 칼리오스 해적이 털썩 쓰러졌다.
“좋았어! 샤커! 놈들은 머리가 약점이야! 머리를 노···. 샤커?”
웃으며 몸을 돌린 용훈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샤커의 발밑에는 형편없이 우그러져 녹색 체액을 내뿜으며 죽어가는 칼리오스 해적이 있었다.
샤커는 그 앞에서 위태롭게 서 있었다. 짙게 흘러나와 그를 보호하던 어둠이 천천히 안개처럼 흩어지며 그의 모습이 드러났다.
샤커의 모습은 참혹했다. 그의 상체의 반쪽은 거대한 원형으로 뜯겨나가 있었고 팔뚝부터가 사라진 그의 두툼한 팔은 힘없이 바닥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의 무릎이 힘없이 꺾이며 샤커가 쓰러졌다. 용훈이 자신도 모르게 비명 같은 고함을 질렀다.
“샤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