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star RAW novel - Chapter 111
110화
뮤지션 플러스 챌린저에서 진행하게 된 우리의 챌린지는 호국보훈 UCC 제작.
호국영웅, 나라사랑 등의 주제를 가진 UCC 공모전을 개최하기 앞서 예시를 만드는 겸 홍보도 할 겸 영상을 만드는 챌린지이다.
그 챌린지의 내용을 처음 듣고 나는 생각했다.
‘보훈처 사람들 일머리 참 좋다.’
방송 출연으로 호국보훈처 자체를 홍보함과 동시에, 기관에서 진행할 공모전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도전을 제시해서 행사 홍보도 겸하는 그 센스.
누가 생각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석이조의 좋은 선택이다.
“반갑습니다, 럭키데이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는 쉬는 시간에 보훈처 최 팀장과 인사를 나누었다.
카메라가 꺼진 후인데도 그는 꽤 친절했고, 우리에게 반가운 기색을 보였다.
나는 그 이유를 궁금해했고, 그런 내 생각을 알아챈 듯 최 팀장은 밝게 웃으며 말했다.
“젊은 사람들이 나라사랑에 관한 일을 맡아야 그 열정이 전염되기 쉽죠. 저희가 딱 원하던 인재가 눈앞에 나타났군요.”
“아하.”
소위 말해 아다리가 맞아떨어지는 상황에 기쁨을 느낀 듯했다.
“이제 다음 촬영지로 이동하겠습니다!”
“넵!”
잠시 사소한 내용의 대화를 나누고 우리는 버스에 올라타 다음 촬영 장소로 이동했다.
“여기 와 본 적 있으신가요?”
“중학교 때 봉사 활동하러 왔던 기억이 있어요. 쓰레기도 줍고, 청소도 하고…….”
“좋은 일입니다. 순국선열에 대한 예우가 담긴 좋은 활동이죠.”
“사실 보통은 학교에서 가라니까 가는 거긴 하지만, 울컥하는 뭔가가 있긴 하더라고요.”
국립 현충원.
전몰장병, 애국지사, 순직자들이 묻힌 곳.
“국가에 헌신했던 명예로운 사람들이 사후에 찾아오게 되는 곳입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시간 지날 때마다 중심 권력의 입맛에 맞는 기준하에 오락가락하는 안장 행사 탓에 최 팀장이 말하는 것처럼 명예롭고 성스럽게만 느껴지진 않았지만, 어쨌든 이곳에 묻힌 이들 중 많은 의무를 짊어지고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희생과 공헌의 결과가 눈에 확 들어오니 장엄함이 느껴지는 한편, 씁쓸함도 있었다.
멀리 보이는 무덤가에 놓인 꽃이 가슴을 찌르는 느낌이다.
“저쪽에 보시면 현충탑이 있습니다. 현충문을 통과해서 저곳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고인들의 위국과 충실을 기억하기 위한 기념물이죠. 먼저 참배부터 하고 가겠습니다.”
우리는 최 팀장의 안내를 받아 현충탑에 참배를 하고, 기념관도 관람하고 묘역 정리도 돕는 등 촬영을 이어 나갔다.
“루치 일 잘한다?”
“하하. 덩칫값을 해야죠.”
무거운 걸 나르고, 자리를 정돈하는 일은 내겐 아주 쉬운 일이었고, 나는 끙끙대며 일하던 진행자 형님들에게 칭찬을 받을 수 있었다.
꽤 긴 시간의 육체노동을 끝내고, 얼마 후 장소를 빌려 앉아 촬영을 이어 나갔다.
“오늘 현충원 봉사를 해 보았는데, 어떠셨나요? 뭔가 느끼는 점이나…….”
함께 고생하며 봉사를 진행한 송승기가 자연스럽게 진행을 맡아 대화를 이끌어 냈다.
“일단……. 엄청 힘들었어요.”
“하하하하.”
군데군데 풀도 뽑고, 쓰레기도 줍고, 짐도 날랐는데 특히나 육체 능력이 모자란 수현이와 재우가 고생이 많았다.
“근데……. 좀 먹먹하더라고요.”
“먹먹했다?”
“네.”
일단 가볍게 포문을 연 후, 나는 도전 파트너인 호국보훈처가 좋아할 법한 모범적인 답안을 제시했다.
“저쪽으로, 현충탑 쪽에서 보면 묘역이 잘 보여요. 장병 묘역도 있고, 의사상자 묘역도 있고, 독립유공자 묘역도 있고요.”
“그쵸. 잘 보이죠.”
“이게……. 현충원이라는 게 저렇듯 영웅적인 최후를 맞이한 분들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조성된 거잖아요? 근데 이게 과연 충분할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듣기 좋게 꾸며 낸 이야기긴 하지만 실제로 내가 느낀 점 중 하나이기도 했다.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물론 보훈처 분들도 그렇고, 현충원을 관리하고 보훈 사업을 하시는 분들도 모두 노력 중이시겠지만, 더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나는 현충원 조성과 묘역 마련 등으로는 유공자들에 대한 기념이 모자라지 않느냐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제시했다.
앞으로 우리가 진행할 챌린지인 호국보훈 UCC 제작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흥미도를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물론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며 더 잘 알려야 한다는 말을 할 뿐, 굳이 보훈 사업에 관한 일을 하는 사람들의 탁상행정이라거나 현대적인 홍보 방식에 대한 미숙 따위를 지적해 그들에게 그 탓을 돌리지는 않았다.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게 조심스러운 내 답변이 마무리되고, 최 팀장이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우리가 뮤지션 플러스 챌린저에 나와 도전을 하는 이유도 바로 호국보훈 사업에 대한 인지 개선과 지속적 관심 유도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이야, 루치 씨가 말을 잘했군요?”
“그렇죠. 우리의 도전 취지에 아주 잘 맞는 소감이었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이렇게 현충원에 와서 봉사 활동을 하고 느낀 점을 토대로 이번 챌린지 잘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이번 챌린지의 의도와 그에 대한 기대감을 잔뜩 끌어올리며 촬영이 천천히 마무리되었다.
“함께 촬영하면서 계속 소통하겠지만, 혹시 보훈처 쪽에서 도와드릴 수 있는 것은 언제든 요청해 주세요.”
“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최 팀장과 악수를 나누고 업무에 대한 계획을 천천히 구상했다.
파트너는 의지도 있고 나름 능력도 갖추고 있었다.
‘잘 풀어 나갈 수 있겠는데?’
뭔가 예감이 좋았다.
* * *
“MR 녹음본이…….”
“여기.”
“아, 땡큐.”
나는 수현이에게 USB 하나를 받아 챙겼다.
“이거 없으면 오늘 촬영 못 하지.”
“어? 일찍 퇴근하려면 그것만 없애면 된다, 이거지?”
“죽어, 진짜.”
“힝.”
지난 며칠 개고생을 해 가며 뽑아낸 우리의 작업물, 정확히는 막바지에 다다른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한 MR이다.
“사실 UCC를 만드는 챌린지이기는 한데,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노래잖아?”
우리는 챌린지가 공개되고 현충원 참배와 봉사 활동 등을 통해 의지를 다진 후, 본격적인 협업과 제작에 돌입하자마자 아이디어를 잔뜩 쏟아 냈다.
물론 당연히도.
“그렇지.”
“맞아.”
“응.”
“그런 의미에서 뮤직비디오를 만들면 어떨까 싶어. 주제에 맞는 노래도 만들고, 보훈처의 도움을 받아서 영상을 꾸미는 거지.”
우리가 가장 잘하는 일이자 가장 사랑하는 일인 음악을 활용한 방식에 관한 아이디어였다.
“그럼 바로 작곡부터 시작할까?”
“좋지. 나 쓰고 싶은 멜로디 있는데…….”
모두의 아이디어를 취합한 결과, 순국선열과 전몰군경들을 기리는 노래를 만들어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빠르게 제작이 개시되었다.
“트럼펫? 괜찮을까? 인트로에만 들어가면 맥이 확 끊기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은데.”
“일단 찍어 보고 별로면 빼지, 뭐.”
“하긴, 추모 행사에서 연주하는 진혼곡 뉘앙스가 곡의 추모적인 면을 강조해 줄 수 있을 것 같긴 하고…….”
곡이 만들어지는 속도가 평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직접 보고 겪은 게 있어서 이거 곡이 금방 나오네.”
“그러게.”
현충원 방문 이후에도 우리는 국가유공자 유족 위로 행사, 호국보훈 UCC 선전 등을 다니며 여러 가지 체험을 했다.
그중 얼마나 방송을 통해 나갈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에게 남는 것은 있었다.
“전부 담아낼 수는 없어도, 최소한 위로와 추모의 메시지는 제대로 표현해야 해.”
“응.”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이 곡을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그 정도는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뮤비 콘셉트는?”
“여기. 그림판으로 만든 거라 알아보기 좀 어렵긴 한데…….”
“괜찮, 괜찮. 일단 보자.”
“최 팀장님! 저희랑 이거 같이 봐요!”
우리는 방송국의 지원으로 장소 제공을 받아서 보훈처 최 팀장과 함께 제작 실황을 촬영했고, 작곡과 편곡, 녹음, 뮤직비디오 준비까지 빠르게 진행되었다.
“와……. 곡 작업이라는 게 원래 이렇게 빠른 건가요?”
“하, 하하……. 그렇진 않죠.”
곡의 테마가 너무 확실했고, 담고 싶은 메시지 역시 확고했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잘 나왔다.
때문에 작편곡에서 녹음을 완료할 때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최 팀장이 당황할 정도였다.
“보훈처에서 군악대 섭외도 도와주셨고, 여러모로 환경이 좋았어요. 저희끼리 했으면 훨씬 오래 걸렸을걸요?”
“하하. 그렇게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죠.”
보훈처의 도움을 받아 인근 모 군부대의 군악대 병사들과 협업을 할 수 있었다.
인트로의 연주와 코러스 등, 우리가 만들어 낼 수 없는 사운드들을 남의 힘을 빌려 쉽게 구할 수 있었으니 작업 속도에 불이 붙는 것도 당연했다.
이미 장송이나 추모, 진혼의 의도를 가진 곡들도 많았으니 참고 자료도 넘쳐났고 말이다.
비유하자면 교수님의 필기 노트를 들고 오픈북 테스트를 보는 느낌이었다.
“남은 건 뮤비 촬영인데…….”
“뮤직비디오 아이디어 있음.”
“아이디어?”
UCC 제작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인 노래가 모두 완성되고, 우리는 영상 제작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그나마 뮤직비디오 제작의 경우 우리가 영상에 조예가 없어 난항이 예상되었는데, 의외로 재우가 먼저 나서서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이게 꽤나 괜찮아서 금방 정리가 되었다.
“우리 처음 촬영한 곳.”
“방송국 앞 광장?”
“이응. 거기서 공연하면 됨. 녹음 도와준 군인 아저씨들이랑.”
“오호.”
일을 크게 벌이지 않고 라이브 공연 무대를 꾸려 촬영해 편집하는 방식.
담백하고 깔끔했다.
“충성.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저희야말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의미 있는 작업에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믿음직스럽네요. 크으…….”
녹음에 도움을 받았던 군악대 병사들도 촬영을 위해 모인 상태였다.
사실 전문 세션들을 섭외해 무대를 꾸며도 괜찮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군인이라서 오히려 더 어울려.’
호국보훈의 뜻을 담은 추모 메시지 공연.
군인 신분의 그들만큼 곡에 진정성을 추가할 수 있는 연주자들은 없으리라.
“우선 동선부터 맞춰 볼까요?”
“네. 그러시죠. 제일 앞 기준!”
“기준!”
촬영 장소는 뮤지션 플러스 챌린저의 첫 촬영이 진행되었던 방송국 앞뜰.
간이 무대를 설치하고, 우리가 노래를 부르면 군악대 병사들이 관악기와 코러스로 지원 사격을 한다.
물론 공연은 공연대로 하고 사운드는 후시 녹음으로 채우기로 했다.
라이브 영상을 그대로 가져다 쓰기에는 퀄리티가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동선이라고 할 것까진 딱히 없어요. 평소에 무대 입장하실 때 일렬도 들어가시죠? 딱 그렇게 자리 맞춰서 서 주시면…….”
“한번 맞춰 보겠습니다.”
우리는 군악대와 함께 리허설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