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star RAW novel - Chapter 127
126화
화목한 밴드를 만들기 위한 마지막 과제.
“쿠헬헬헬헬! 우호오오오!”
미쳐 날뛰는 드럼 괴수 제압하기.
‘이게 맞나?’
저기서 드럼을 부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작자의 이름은 공옥선.
직업은 드러머 겸 너튜버이다.
‘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참……. 심하다고 해야 할지, 뭐라고 해야 할지…….’
나와는 너튜버로서 채널링이라는 같은 MCN에 소속되어 안면을 튼 사이이고, 음악에도 나름 열정적이고 성격도 쾌활, 친화적이기에 친밀해진 관계였다.
프로젝트 그룹 결성을 위해 멤버들을 모색할 때 1순위였던 라희가 거절 의사를 밝히고 가장 먼저 눈을 돌린 것이 그였는데, 이미 너튜브 활동을 통해 뛰어난 실력을 검증하기도 했고, 나와의 친분을 고려했을 때 팀에 융화되기 쉬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내 생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쿠구구구궁! 채애애앵! 두두두, 두두두, 두두두두두두두!
딱 절반만 말이다.
“야, 옥선이! 볼륨 좀 줄여!”
“예? 안 들려요!”
“소리 좀 줄이라고!”
“템포 좀 올리라고요? 오케이!”
두두두두두두두두!
“아오……. 미친놈…….”
특유의 친화력으로 멤버들과 적당한 거리 안쪽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에도 성공했고, 연주 실력 역시 출중해 녹음할 때 가장 든든한 것이 옥선이였다.
처음에 기대한 것,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과 멤버들과의 융화 면에서 그는 내 기대에 꽤 부응했다.
또한 꾸준한 합주와 태호가 실행하는 트레이닝 덕에 처음에 무너지던 밸런스에서 점차 나아져서, 이제 나름 합도 잘 맞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저 지칠 줄 모르는 폭주.
“야, 야! 옥선아!”
독학으로 연주를 배우기 시작해 너튜브에서 살짝 매운맛의 자극적인 콘텐츠로 인기를 얻었던 녀석이기 때문인지, 제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너무 튀는 볼륨을 만들어 낼 때가 많았다.
“왜애애!”
“스톱! 스톱!”
뚝.
옥선이는 내가 그의 이름을 크게 부르면서 손을 휘저어 멈추라는 신호를 보내고서야 쉬는 시간의 드럼 솔로 대폭주를 멈추었다.
“하……. 조금 뒤에 다시 합주 재개할 거니까, 잠깐 체력 좀 보충하고 있자.”
“난 아직 쌩쌩해서 괜찮지!”
“다른 사람이 안 괜찮아. 넌 강제 휴식이 필요해.”
“에잉.”
자체 발전기라도 등에 따로 달아 뒀는지, 쉬지 않고 그 에너지를 발산하는 탓에 다른 멤버들이 휴식을 제대로 취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그뿐인가?
‘연주할 때도 혼자 사운드를 잡아먹으려는 경향이 있어. 분량 욕심은 아니고, 그냥 주체를 못 하는 거야.’
혼자 연주하던 버릇 탓인지, 참을 수 없는 관종 기질 때문인지, 그는 합주 때도 먼저 앞서 나가는 성향 탓에 다른 악기들의 소리를 묻어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건 앞선 두 사람, 과도하게 소심한 경향이 있던 하은 형이나 너무 딱딱해서 밸런스 조절이 힘들었던 주영 형과는 사뭇 다른 종류의 문제였다.
“컨트롤을 좀 해야 하는데…….”
조절이 되지 않는 불꽃은 아군을 살라 먹는 법이다.
녹음을 진행할 때야 엔지니어링과 마스터링을 하면서 그 볼륨을 어떻게 조절해 줄 수 있다지만, 라이브 공연의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
살살만 쳐도 존재감이 드러나는 드럼 소리를 현장 무대에서 어떻게 감춘다는 말인가?
자칫 잘못하면 드럼 원맨쇼로 공연은 망해 버리고, 듣는 사람들은 실력 없는 밴드에 헛된 돈을 쓴 것을 안타까워하게 될 것이다.
“네 말이 맞는데, 옥선이가 그 말을 듣기는 할까?”
“하, 하하…….”
내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옆에서 포착한 세명 형이 날카로운 지적을 날렸고,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
“듣기는 해요.”
“들어?”
“네. 듣기는 하죠…….”
안 고쳐지는 것이 문제일 뿐.
“무슨 의도가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그냥 본능이 시키는 대로 움직여서 저래요, 쟤가.”
“허?”
“딱히 팀원의 소리를 묻어 버리겠다거나, 더 큰 주목을 받고 싶다거나 하는 목적을 딱 생각하고 움직이는 게 아니라, 그냥 지금까지 해 왔던 대로 하는 거라서 더 큰 문제죠.”
그렇다.
악의는 없다.
‘그래서 더 문제인 거긴 한데…….’
결과적으로 팀원들 중 누구보다 더 튀고 싶다는 생각은 물론 있겠지만, 명백하게 그걸 노리고 혼자 날뛰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좋아하더라, 이렇게 하면 드럼 소리가 잘 들리더라 하는 것들이 그간의 활동을 통해 학습된 것이다.
말하자면 몸에 익은 습관이 관종 성향을 만나 더욱 큰 불길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인데…….
“버릇적으로 그러는 거면 더 문제 아니냐?”
세명 형의 말처럼 손에 익은 대로, 버릇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소리를 이렇게 만든다는 게 더 큰 문제다.
“하……. 그렇죠.”
자신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행하는 것이라면 주의를 주고 설득을 해서 멈추게 할 수가 있다.
만약 그가 더 큰 주목을 받고 싶다고 하면 솔로 타임을 넣어도 되고, 팀원들의 존재감을 가리지 않는 선에서만 화려하게 연주할 것을 주문할 수 있을 것이다.
혹은 만약 그가 미친 듯이 달려 분위기를 띄우는 드럼의 역할에 심취한 것이라면 템포를 더 잘게 쪼개고 볼륨을 낮추는 편곡으로 그 욕구는 맞춰 주면서 밴드 사운드의 밸런스까지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본인이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하다 보면 저렇게 되는 거라서 아예 버릇을 뜯어고치는 것 외에는 컨트롤이라는 건 입에 담기도 힘들 것 같아요.”
근본적인 문제인 손에 익은 폭주를 완전히 떼 내기 전에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레슨은 꾸준히 받지?”
“네. 패턴, 솔로, 기교. 전부 수준급으로 성장하는 게 눈에 보인다네요.”
“어……. 폭주는?”
절레절레.
나는 실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나 문제의 해결은 답이 보이지 않는다는 신호로 고개를 저어 보였고, 세명 형은 이마를 탁 치며 말했다.
“큰일이네. 앨범 제작 들어가고 발표까지 하면 이제 라이브 공연도 뛰어야 할 텐데.”
“그러게요…….”
밴드의 합을 완벽하게 맞추기 위해 지금까지 동분서주했는데, 마지막 고비를 넘어설 방법이 없어 아쉬운 상황이었다.
‘라희한테 물어볼까?’
나는 문득 재우에게 하은이 형, 수현이에게 주영이 형에 대해 물어봤던 것처럼 라희에게 옥선이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물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재우는 합주 한 방에 하은 형을 마법처럼 바꿔 놓았고 수현이는 실패했지만, 라희에게 묻고 대책을 강구하는 그 과정에서 정답을 찾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한번 물어나 보자.’
당장 뚜렷한 수도 없는데 밑져야 본전이다.
나는 그날 합주 연습이 끝난 후, 라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루치? 왜?”
그리고 유난히 밝게 들리는 라희의 목소리를 듣고 순간 섬뜩한 기분을 느꼈다.
‘어라? 나 또 일 때문에 연락한 건가?’
아무래도 그녀에게 대뜸 물어봐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아니, 뭐……. 그냥 잘 지내나 싶어서 전화했지.”
“오오오, 웬일? 평소 같았으면 노래 만들었는데 들어 달라, 아니면 뭐 새로 만든 곡에 드럼을 입히고 싶은데 시간 되냐, 이런 말이나 했을 텐데!”
‘귀신.’
놀라울 정도로 나를 잘 알고 있는 라희였다.
“하하……. 내가 무슨 일 얘기만 하는 사람도 아니고.”
“헤헤헤. 그래도 목소리 들으니 좋다. 아, 루치야. 나 어제 황보문 선생님 투어 무대 올라간 거 알지? 거기서…….”
“오오오. 그 정도 반응이면 솔로로 전향해도 되겠는데?”
“에이. 그래도 나는 끝까지 럭키데이지! 있지, 있지. 그런데 같이 투어 돌아다니는 친구 중에…….”
결국 나는 용건이었던 옥선이의 문제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꺼내지 못하고, 온갖 신변잡기에 대한 이야기만 나누고 통화를 종료해야 했다.
‘이게 다행인지, 아닌지…….’
당연히 일 얘기를 꺼냈더라면 벼락같은 분노가 내게 떨어져 또 며칠간은 연락도 못 할 정도로 라희가 삐져 버렸겠지만, 당장 해결할 문제가 남은 상황이라 앞길이 막막해졌다.
‘어떡한다…….’
믿었던 라희 카드가 불발된 지금, 나는 다른 대책을 강구해야 했다.
위이이잉!
그때, 내 전화로 메시지 하나가 날아왔다.
나는 그것을 확인하려 손가락을 움직였다.
‘태호네?’
태호 : ㅁㅎ
태호 : ㅁㅎ?
태호 : ㅇㄷ
뭐 하냐고, 어디냐고 묻는 그.
나는 굳이 손가락 놀려 답하기가 귀찮아 전화를 걸었다.
“어. 왜?”
“집이야?”
“응.”
“잘됐다. 나와.”
그는 이유도 말해 주지 않고 다짜고짜 집에서 나오라 말했다.
뭐지 싶었던 나는 그에게 왜 그러냐고 물었으나, 그는 연이어 나오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어 버렸다.
‘뭐야, 대체?’
어디로 오라는 말도 없이 그저 나오란 소리만 남기고 전화를 끊다니.
해괴한 짓이지만 친구 사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목적을 말하면 응하거나 거부하거나 둘 중 하나.
나는 옷을 대충 챙겨 입고 밖으로 향했다.
“하이?”
“뭐야, 왜 여기 있어?”
집 밖으로 나서자 태호가 환히 웃으며 나를 반겼다.
어쩐지 어디로 오라는 말이 없더니, 내가 나오면 어디론가 함께 가려는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가자.”
“그래서 어딜 가는데?”
쌩하며 뒤로 돌아 걷는 그에게 묻자, 그가 답했다.
“선생님 만나러.”
“선생님?”
* * *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오, 루치 학생. 오랜만이에요.”
열심히 걸어 도착한 곳은 근처의 카페.
그곳에는 내 고등학교 시절 교양 음악 선생님이자, 럭키데이 결성의 은인이며, 동시에 내 친구 태호를 수제자로 두고 계신 프로듀서 겸 가수, 권인찬 선생님이 앉아 계셨다.
“태호 군을 만나러 왔다가 근처에 루치 군이 산다기에 이렇게 불러 봤어요. 어떻게, 잘 지내고 있나요?”
“앗, 네. 군대도 다녀왔고, 작곡 활동도 하면서 지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별일 없으셨나요?”
선생님은 여전히 포근한 미소와 존댓말로 나를 반겨 주셨다.
나는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아 오랜만에 뵌 은사님과 대화를 나누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어떻게 지냈는지, 요새 공을 들여 하고 있는 일은 있는지, 졸업 후 사는 것은 어떤지 등을 말했다.
“이번에 태호를 트레이너 겸 총괄 프로듀서로 데려와서 프로젝트 그룹을 꾸리는 중인데…….”
그리고 당연히 대화는 프로젝트 그룹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프로젝트 밴드라……. 재밌는 기획을 세웠군요.”
“하하하……. 사실 시작할 땐 쉽게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 엉망진창 요절복통 그 자체더라고요.”
“허허. 힘든 일이 많은 것 같아요. 뭔가 고민이 있는 듯도 하고…….”
그는 내 말투에서 뭔가 문제가 있음을 짐작하고 고민을 물었다.
‘혹시 선생님께서 무슨 돌파구를 제시해 주시지 않을까?’
살짝 기대감을 가지며 나는 지금 프로젝트 밴드 삵에 남아 있는 문제에 대해 털어놓았다.
그리고 권 선생님이 내 얘기를 듣고 말씀하셨다.
“시도해 볼 일들이 많겠군요.”
뭔가 지금 내가 품고 있는 고민을 해결할 방법을 알고 계신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