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star RAW novel - Chapter 135
134화
“낙엽 떨어진 산의 친구들, 모두 어디로 갔을까? 다른 산으로? 나를 피해서? 전부 떠나간 걸까?”
두둥, 탁! 두둥, 두두둥, 탁, 두둥! 두둥, 탁! 두둥, 두두둥, 두두둥.
“발자국들을 쫓아 다녀와 봐도, 찾을 수 없네. 마주친 건 강과 바위, 노랫소리뿐.”
쟈가쟝쟝! 쟈쟝, 쟈가쟝! 쟈가쟝쟝! 쟈자작, 쟈가쟝!
지금 부르고 있는 노래는 우리 앨범의 마지막 트랙, 귀가.
그것도 어쿠스틱 버전이다.
“잠시 여행을, 다녀왔어…….”
쟈가쟝쟝! 쟈쟝, 쟈가쟝! 쟈가쟝쟝! 쟈자작, 쟈가쟝!
세명 형의 어쿠스틱 기타 소리는 뭔가 노래 부르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가득 묻어 나오는 느낌이다.
평소의 배킹 기타도 정확한 박자와 팀원들 사이에서의 조율이 돋보이지만, 어쿠스틱 버전을 연주할 때는 그의 그런 장점이 더욱 묻어 나왔다.
‘익숙하지 않은 편곡 버전에서도 중심이 잘 서서 의지가 돼.’
어쿠스틱 버전 편곡은 우리의 라이브 레퍼토리에 추가하고자 만든 앨범 외 변주곡이다.
만든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연주에 익숙해질 시간도 없었다.
그렇기에 하은 형도, 주영 형도, 옥선이도 비교적 어설픈 소리를 만들어 냈는데, 이미 손에 익어 버린 일렉 버전의 원곡 탓이다.
당연한 일이다.
톤이 바뀌었고, 템포가 바뀌었고, 보컬 멜로디에 아주 살짝 변주가 있었는데, 이미 익숙한 일렉 버전에서의 주법이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으니 조심조심 발을 디디며 연주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세명 형은 달랐다.
쟈가쟝쟝! 쟈쟝, 쟈가쟝! 쟈가쟝쟝! 쟈자작, 쟈가쟝!
뭐랄까, 사람이 참 굳건하다.
손에 익은 일렉 기타가 아닌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도 변함이 없다.
안정적이고, 정확하며, 깨끗한 연주.
“잠시 여행을……. 여행을…….”
디리리링…….
“다녀왔어…….”
쟈가쟝쟝! 쟈쟝, 쟈가쟝! 쟈가쟝쟝! 쟈자작, 쟈가쟝!
그러면서도 과하게 고정된 것은 아니고, 곡의 분위기에 제대로 맞는 배킹을 선보이니 신뢰가 들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다.
“우우우, 우우우우…….”
디리리링!
인트로부터 아웃트로까지, 정직하고 깨끗한 세명 형의 연주 덕에 모두가 크게 튀어 나가지 않고 합주를 마칠 수 있었다.
“휴. 어쿠스틱 버전은 연습 좀 더해야겠다. 자꾸 안 맞으려고 해.”
“죄송합니다.”
“아니, 죄송할 것까진 아니고, 아직 익숙하지 않은 거니까 당연한 일이야.”
“세명 형은 완전 익숙하던데요?”
“나야, 뭐……. 짱이니까.”
“앗, 아아…….”
한 번의 연주를 끝내고 우리는 금방의 합주에 대한 피드백을 나누었다.
박자가 튀려고 했던 지점, 소리가 먹혀 버리는 타이밍에 늦었던 대처, 보컬을 살려야 하는 타이밍에 너무 튀어나온 소리 등.
고치고 익숙해져야 할 것들이 꽤 많았고, 의견을 나누며 곡을 더 잘 소화하기 위한 과정이 이어졌다.
“그, 그럼……. 여기서…….”
딩, 디딧! 디링!
“오, 그거 좋다.”
“그러면 저도 박자를 조금 밀면 되겠습니까?”
“들려줄래?”
둥, 둣, 두둥, 둥!
“끊은 거야, 민 거야?”
“컷을 조금 뒤로 밀어서…….”
즐거운 일이다.
덜컥!
“얘들아아아아!”
피드백 도중 연습실 문이 벌컥 열리고 누군가가 들어왔다.
당연히 유성 형이다.
“오셨어요?”
“아, 밥탐인가.”
점심때가 됐으니, 유성 형이 우리를 데리고 식당에 가는 정해진 일과대로 움직일 시간.
“오늘 뭐 먹지?”
“중식 어때?”
“오. 난 짜장.”
모두 배를 채우고 나서 연습을 이어 갈 생각에 쓰던 자리를 정돈하지도 않고 대충 일어났다.
“아니, 아니, 얘들아. 밥이 중요한 게 아니야, 지금.”
“잉?”
“왜요?”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밥보다 중요한 게 있나…….”
입으로는 헛소리를 내뱉으며, 우리는 유성 형의 말을 충실하게 따라 자리에 앉아서 그의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후우우…….”
“뭔데요?”
“빨리, 빨리.”
숨을 내쉬며 뜸을 들이는 그에게 우리의 질타가 쏟아졌다.
곧 유성 형은 결심한 듯, 비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터졌다.”
“어…….”
“터졌어.”
“……그게 끝?”
짧고 간결한 말에 우리는 어안이 벙벙한 채 쳐다봤고, 유성 형은 잠시 뒤 활짝 웃으며 크게 소리쳤다.
“제대로 터졌어! 관객들 직캠이! 디밴드 콘서트 직캠 150만, 뷰마스터 직캠 92만, 유레나 콘서트 직캠 320만! 대박이야!”
“오.”
‘뜸 들일 만도 했네.’
대박, 초대박이 터졌다.
100만 대 조회 수가 애 이름도 아니고, 영상 세 개 통산으로 500만이 넘어간다.
“와……. 그럼 총 562만이야? 대박이네.”
의외로 숫자에 강한 옥선이가 빠르게 계산하고는 총 조회 수를 따지며 감탄을 늘어놓았다.
“내 너튜브 채널 총 조회 수가 얼마더라…….”
“럭키데이 채널도…….”
채널을 운영해 본 경험이 있는 나와 옥선이는 이 성과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즉각 인지할 수 있었다.
옥선이가 올리는 연주 영상 조회 수가 보통 2만에서 4만 정도를 오가고, 각 잡고 만들어 올리는 건 10만 안팎, 뜬금포로 터져 주는 영상들이 20만에서 높게는 70만까지 올라간다.
럭키데이 채널 역시 비슷했다.
“보통 커버 올리면 10만 조금 넘게 나오고, 우리 곡 뮤비 올라갈 때는 초기에 100만 정도 나오니까…….”
처음 올려서 몇 주 정도 집계한 조회 수와 시간이 조금 지나 천천히 늘어나서 막바지에 다다른 숫자가 다르기는 할 것이다.
예컨대 한 달 된 영상의 조회 수가 10만이라면 몇 달 뒤에 100만을 찍을 수도 있겠지.
그러나 올라간 지 며칠 되지도 않은 직캠 영상들이 100만 단위의 조회 수를 팍팍 찍었다는 것은 분명 고무적인 성과였다.
“많이 좋아요, 상황이?”
“응! 첫 두 퍼포먼스 영상들은 조금 주춤주춤했는데, 유레나 팬덤에서 불길이 확 번지더니, 지난번 디밴드, 뷰마스터 공연 때 찍혔던 영상들도 조회 수가 펑펑, 아주 그냥! 크…….”
세명 형의 물음에 유성 형은 열성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쳤다.
“대단해, 아주 대단해! 이대로 쭉쭉 올라갈 수 있겠다! 그래서 말인데!”
“그래서 말인데?”
“웹 예능 업로드 일정을 조금 당길 예정이야.”
“아.”
원래 웹 예능 첫 업로드 일자는 다음 주 월요일로, 일주일이 남았다.
매일 업로드로 한 주 동안 일곱 편을 올릴 예정인데, 영상의 중후반에 해당하는 우리의 복면 습격 에피소드가 조금이라도 일찍 올라가는 쪽이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 있었단다.
“나쁘진 않죠.”
“원래 계획대로 가도 충분하지 않나?”
“아뇨. 평범한 수준으로만 터졌으면 상관없는데, 너튜브 직캠 조회 수가 저 정도라는 건 커뮤니티나 SNS에서도 꽤 타올랐다는 뜻이니까요.”
“물 들어온 김에 노 젓자?”
“그렇죠. 이왕 터뜨릴 거 조금이라도 일찍 터뜨리는 쪽이 화력은 더 셀 테니까요.”
지금 활활 타오르는 것이 심상치 않다.
그러니 뒷얘기를 조금이라도 일찍 풀어 더 크게 타오를 각을 한번 만들어 보자.
합리적인 판단이다.
‘10에서 식어서 5가 되는 것과 100에서 식어서 50이 되는 건 차이가 크니까.’
어차피 오래 묵히면 관심이 식을 것은 분명하니, 일찍 기세를 타서 조금이라도 그 이슈의 힘을 받는 것이 좋다.
다만 그러면 문제점이 있다.
“근데 그러면 앨범 발매랑 텀이 생기지 않나?”
우리의 앨범 발매 예정일은 웹 예능 마지막 화가 올라온 다음 날, 그러니까 2주 뒤.
그런데 예능 업로드를 일주일 당기면 그만큼 발매일과 예능 프로그램 방영 사이에 텀이 생겨 버린다.
막바지에 들어갔던 앨범 작업 일정이 거의 끝나 가고 있기 때문에 앨범 발매를 당겨도 되지만…….
“발매일로부터 한 달 활동, 그 뒤로 한 달 행사로 계획을 잡았는데, 일주일 텀은 좀 길긴 하네요.”
예측, 계획했던 예정 스케줄이 살짝 꼬여 버린다.
“행사를 미리 잡은 것도 아니고, 활동기 TV 출연 스케줄은 일정대로 진행하면 되긴 하지만…….”
너튜브 업로드 일정을 당긴 것처럼 활동 종료를 일주일 당길 수도 없는 노릇.
“비어 버리는 그 시간이 조금 애매하네.”
“뭔가 하긴 해야 할 것 아니야? 아예 쉴 수도 없고.”
그럼 결국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메울 활동을 준비해야 한다는 뜻인데…….
밴드의 일정 및 행사를 대부분 챙겨 계획을 수립하는 내게 있어서는 커다란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말인데…….”
“예?”
그런 내게 유성 형이 말을 걸어왔다.
뭔가 대책이 마련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웹 예능 방영 일정을 한 주 늘리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
“엥? 그건 또 무슨…….”
나는 그의 말을 듣고 잠시 당황해서 할 말을 잃었다.
‘그게……. 되나?’
아무래도 촬영 일정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7회의 에피소드는 모두 완성이 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지금 와서 분량을 늘리자니.
설령 추가 촬영을 한 주 더 한다고 해도, 그걸 편집하고 영상화할 시간도 모자랄뿐더러, 이미 쓸 만한 장면들은 모두 미리 만들어진 영상들에 들어 있으니 더 보여 줄 에피소드도 없다.
데뷔 결정, 첫 합주, 트랙 리스트 확정, 연습, 홍보 작전과 앨범 녹음, 앨범 완성 과정 등.
“더 써먹을 레퍼토리가 없을 텐데…….”
무슨 환상의 똥꼬쇼라도 해야 한다는 뜻인가 싶었다.
“음. 그렇지. 그러니까…….”
유성 형은 내 생각을 미리 짐작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것을 제안했다.
“라이브 방송으로 일주일. 어때?”
“라이브로요?”
괜찮은 제안이다.
“삵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건 온라인에서의 인기가 가장 큰 원인이지. 맞지?”
“그렇죠. 너튜브, 커뮤니티, 우리 도와줬던 아티스트들 팬카페…….”
“그러니까 그 사람들을 이번 홍보 기획, 웹 예능 방영을 이어서 붙잡아 두려면 온라인 활동이 가장 어울리지 않겠어?”
“흠…….”
유성 형이 말했다시피 우리의 인기는 온라인에 그 기반이 있다.
‘특히 너튜브 시청자층은 인터넷 방송에도 익숙한 사람이 많으니까…….’
자주 얼굴을 비쳐 그 관심을 지속시킬 목적이라면, 라이브 방송만큼 팬들에게 접근성 좋고 우리에게도 하기 쉬운 활동이 또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곡 커버 콘텐츠를 진행하면서 중간중간 마치 회사랑은 협의가 안 된 것처럼 신곡 누출도 하고.”
“노이즈 마케팅 아닌 노이즈 마케팅 느낌으로요?”
“그렇지.”
사람들에게 넌지시 떡밥을 던지면서 우리의 앨범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것도 쉽다.
특히 나와 옥선이가 인터넷 라이브 환경에 익숙하기도 했으니, 아주 좋은 생각이었다.
“괜찮을 것 같네요.”
나는 긍정적인 답을 내놓았다.
그러자 멤버들 역시 각자의 생각들을 꺼내 놓았다.
“나……. 나…….”
“하은이는 찬성. 나는 기권.”
“기권요?”
“딱히 열정적으로 라이브를 하고 싶다는 마음은 없는데, 그거 말고는 솔직히 할 것도 없을 것 같고.”
“아하.”
“저는 찬성입니다.”
“나도 찬성!”
찬성 넷, 기권 하나.
세명 형의 기권 의견이 사실상 동의의 표시나 다름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만장일치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면 그렇게 하죠. 웹 예능 방영 직후, 외전 격으로 라이브 방송.”
“제목은?”
“글쎄요……. 밴드 삵이 하는 라이브 방송이니까…….”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삵은 살아 있다?”
“구려.”
즉각적인 답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