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star RAW novel - Chapter 141
140화
“캬……. 노래 좋고.”
“이미 들어 봤지만, 집에서 들으니 또 다르네.”
레이어즈기타 : ㄱㅊ네
베이스걸 : 소리 잘 뽑힌 것 같아! 곡에서 의도한 에너지가 그대로 전달돼서, 마스터링에 신경을 많이 썼구나 하는 게 딱 눈에 들어오는 듯…….
우리는 자정에 맞춰 타이틀곡 나빌레라를 함께 들었고, 그것으로는 이야깃거리가 모자라 밤을 새워 1번부터 10번까지 모든 트랙을 듣고 의견을 공유했다.
의견을 공유했다고 말하기엔 그냥 듣고 어떤 부분이 좋네, 이 곡은 부드럽고 저 곡은 터프하네 수준에서 끝이었다.
애초에 내가 참여한 그룹의 앨범 발매를 축하하고 응원하기 위한 모임이었으니까.
베이스걸 : ……근데 톤 정리가 잘 되어 있으니 위아래를 찍어 누르지 않아도 압축된 느낌이 잘 살기 때문에, 굳이 포스트 이큐에서 저음을 깎고 하이를 부스트 할 필요도 없…….
아닌가?
레이어즈기타 : 지금 최고 17위, 최저 99위임.
레이어즈기타 : 열 곡 전부 탑 100에는 들어감.
나 : 오.
“오.”
오오.
잊고 있었는데 재우의 중계 덕에 순위를 찾아볼 생각이 들었다.
나는 스트리밍 사이트에 들어가 우리 앨범 곡들의 순위를 살폈다.
타이틀곡 나빌레라가 제일 높은 17위에 올라 있고, 20위권에 몇 곡, 30위권에 몇 곡이 들더니 쭉쭉 내려가 80위권에 하나, 90위권에 하나가 올랐다.
나 : 순위 좋네. 초반에 확 나가는 듯.
이 정도면 아주 좋은 성적이다.
베이스걸 : 높은 거야?
나 : 잘 나온 거지. 메이저 장르도 아니고, 초대형 기획사들 하는 것처럼 홍보 빵빵 때리면서 시작하지도 않았으니까.
베이스걸 : 아하.
럭키데이 2집 때에 비하면 부진한 수준이지만, 중고 신인 네 명을 끼고 만든 밴드임을 감안하면 아주 좋은 성적이다.
아직 방송 출연을 비롯한 양지 활동이 적다는 것을 생각할 때, 앞으로 더 올라갈 가능성도 충분했고 말이다.
앞으로 한 달을 방송과 행사 활동으로 보낼 예정이니 진짜 승부처는 이 기간 동안이다.
이후에는 그 시기의 성적을 바탕으로 향후 콘서트니 투어 따위의 규모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베이스걸 : 그러면 이번 앨범도 대박 나겠네! ㅎㅎㅎㅎ
베이스걸 : 나중에 우리 새 앨범 낼 때 덕 좀 볼 수 있겠다! ㅎㅎㅎ
수현이가 매우 신난 듯 채팅을 쏟아 낸다.
나 : 엣헴! 머리를 조아리도록!
베이스걸 : 황제 폐하 만세이!!
지금 내가 만들어 내는 성과는 후일 내가 원래 소속된 밴드인 럭키데이의 활동에도 후광이 되어 줄 것이다.
이 활동을 통해 그간 내게 관심 없었던 팬들이 유입됨에 따라 추후 럭키데이의 앨범에도 눈길을 줄 테니까.
나와 수현이는 그것을 언급하며 마치 큰 은혜라도 베푼다는 양 농담을 나눴다.
“수현이 많이 신났네.”
“응. 나도 신나. 헤헤…….”
“얼씨구?”
한창 대화에 열중하고 있다가 대답하는 그 목소리가 심상치 않아 옆을 보니, 웬 녹은 찹쌀떡이 헤실헤실 웃고 있다.
“취……. 취했냐? 야, 라희야?”
“헤헤헷……. 루치다…….”
앉아서 한참 동안이나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죽이다 보니 라희가 졸음과 취기로 늘어져 버린 상태였다.
나는 그녀의 손에 쥐어진 빈 캔을 뺏어 들어 옆으로 치우고, 재우와 수현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 : 이제 슬슬 마무리해야겠는데? 라희 액체 되기 일보 직전인 듯. 완전히 녹아버렸음.
베이스걸 : ㅋㅋㅋㅋㅋ
베이스걸 : 알았어. 앨범 제작 고생 많았고, 쭉쭉 올라가자!
나 : 응. 땡큐!
레이어즈기타 : ㅅㄱ 자러 감
나 : 출근 화이팅.
레이어즈기타 : 소해 하고 싶다…….
몇 시간 동안의 온라인 모임을 마무리하고, 이제 방을 치울 때가 됐다.
나는 대충 다 먹은 과자 봉지와 맥주 캔을 씻어 분리수거함에 넣고, 라희를 깨웠다.
“야, 야. 라희야. 일어나 봐. 집에 가야지.”
“으으응…….”
애가 건드리면 어떻게 움직이기는 하는데, 어째 가다가 넘어지고 구르고 깨지고 박살 날 기세다.
‘택시 태워서 보낼 수 있으려나?’
내 작업실에서 라희의 집까지 걸어서 가면 대충 40분 정도, 자동차로는 15분 남짓이 걸린다.
나는 술도 마셨겠다, 차도 없겠다, 천상 택시를 태워 보내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아 보였다.
“헤헤헤……. 럭키데이……. 빨리 하고 싶다……. 히…….”
“아이고, 참…….”
나는 헤롱헤롱한 상태로 뭔가 대화를 이어 나가려는 라희를 그대로 두고 시계를 확인했다.
오전 2시를 조금 넘긴 시간.
지금 푹 자며 쉬지 않으면 내일 하루 생활이 고달플 것이다.
“너 여기서 자고 가라. 시간 늦었으니까.”
“헤헤……. 루치네 집……. 와아아……. 외박이다으앙…….”
“어휴. 잠깐 일어나 봐. 이불은 깔고 자야지.”
달님도 졸려서 산 너머로 퇴근할 새벽 시간에 집에 전화를 넣을 수도 없는 노릇.
나는 어쩔 수 없이 잘 쓰지 않는 매트리스를 꺼내 바닥에 대충 깔고, 녀석을 눕혔다.
“양치할 정신도 없지?”
“헤헤……. 루치야아아…….”
“그래. 자라, 자.”
학교생활도 그렇고, 황보문 교수를 따라다니며 공연을 배우는 것도 그렇고, 라희도 나름 힘든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하루쯤 풀어져도 괜찮지, 뭐.’
오랜만에 친구들과 얘기도 나누고, 맥주도 아주 조금이지만 홀짝대다 보니 확 지친 모양이다.
팽팽하게 당겨졌던 긴장감이 풀린 채 쉬어 버리는데 힘이 다 빠져 쓰러지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긴 하다.
‘근데 얘 술 겁나 약하네.’
고작 한 캔에 사람이 고체에서 액체가 되다니.
앞으로 라희에게는 술을 권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읏쌰…….”
툭.
나는 눈을 감고 누운 라희에게 이불을 덮어 준 뒤 방에서 나왔다.
갑자기 손님이 들이닥쳤으니 거실에서 자야 할 판이다.
“느쁜느으음…….”
‘내가 왜…….’
잠꼬대인지 술주정인지, 나쁜 놈이라고 중얼거리는 라희의 목소리가 그대로 들려온다.
대체 무슨 맥락인지 이해가 안 되어 고개를 저었다.
‘양치는 하고 자야지.’
손님용 이불을 꺼내 대충 바닥을 치우고 깔았다.
그러고 보니 라희에게 손님용 이불을 덮어 주고, 내 이불은 가지고 나올 것을 그랬다.
하지만 이제 와서 잘 덮고 자는 것을 뺏어서 가져올 수는 없으니, 그대로 덮고 자기로 했다.
“후우우우…….”
양치를 하고 자리에 누웠다.
그냥 눈을 막고 머리를 텅 비우고 있는 것이 잠에 빨리 드는 비법인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렇게 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출시 직후 탑 진입이야, 뭐……. 요즘 스트리밍 사이트의 순위라는 게 워낙 공신력이 부족하다 보니 유의미한 결과물로 생각하기는 어려워.’
천천히 지금 당장 손에 쥔 성과물과 앞으로 얻어야만 하는 것들을 가늠해 보았다.
‘우선 주목해야 할 것은 초동 판매량. 그리고 외압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지만 음악 방송 순위와 섭외량.’
당장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의 탑 100순위에 들었다고 기뻐하고만 있을 것이 아니다.
스트리밍 사이트의 차트가 팬덤 싸움과 조작질의 개판이 된 지가 이미 오래전 이야기이고, 정작 중요한 것은 활동기 도중의 성적이니 크게 의미를 두고 들뜰 자료가 아니다.
조금 더 집중해서 살펴야 할 점은 우리가 행하는 홍보의 효과에 따라 요동치는 초동 판매량과 인지도가 그대로 반영되는 음악 방송 순위.
그리고 무엇보다 실질적인 구매자들의 가시 범위 안에 우리 밴드가 있는지 없는지를 알게 하는 행사 섭외량이다.
‘우선 방송 출연과 음방 활동이 병행될 예정이고, 외부 행사를 통한 홍보는…….’
잠이 올락 말락 하는 것을 느끼며, 나는 우리 삵이 앞으로 해 나갈 것들을 손에 꼽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그리고 잠시 후.
짹짹! 짹!
“오메, 뭐여 이거.”
어느새 해가 뜨고 참새가 지저귀는 아침이 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푹 잤네, 와.”
잠깐 생각하고 있었는데 눈을 감았다 뜨니 날이 바뀌어 있는 신비가 눈앞에 펼쳐졌다.
내가 그렇게 피곤했었나 싶어 스스로 몸 상태를 점검했다.
키, 그대로. 몸무게, 그대로. 얼굴, 잘생김.
“멀쩡한데?”
딱히 신체의 이상은 없어 보였다.
대충 시간을 보니 수면 시간은 여섯 시간이 채 안 되는데, 묘하게 체력이 꽉꽉 차게 회복된 느낌을 빼면 말이다.
‘오랜만에 애들이랑 다 같이 얘기해서 그런가?’
어쩌면 럭키데이 멤버들의 기운을 받은 덕일지도 모르겠다.
이미 나는 우리 럭키데이 악동들이 없으면 살 수 없게 된 몸이 된 것인가…….
“라희는……. 갔군.”
내가 자는 동안 라희는 먼저 일어나 자리를 정리하고 떠난 듯했다.
휴대폰을 확인해 봤더니 메시지가 남겨져 있었다.
라희 : 와쒸 늦었어 큰일났다
라희 : 집에 가서 씻고 학교 가야 됨!!!ㅠㅠㅠㅠㅠ
라희 : 먼저 갈게!
라희 : 이불 고마워! 잘 쉬다 감!
급하게 움직인 흔적이다.
‘역시 내가 같이 가더라도 택시를 태워서 보내야 했나?’
괜히 위험할 것 같다고 작업실에서 재워서 바쁘게 이동하게 만든 것은 아닌가 싶었다.
“끄어으으으읏……. 차차차!”
기지개를 한번 켜서 몸을 풀어 준 후, 이불을 정리하고 샤워를 했다.
‘맥주 두 캔이지만 술도 마셨고, 오늘 아침 조깅은 짼다.’
원래였으면 평소처럼 뒷산 공원에 올라가 잠깐이라도 뛰고 왔겠으나, 오늘은 뭔가 회사에 빨리 가고 싶은 기분이다.
유성 형이랑 발매 직후 성적과 스케줄 조정에 관한 얘기도 하고, 연습실에 미리 가서 목도 풀어 둘 생각이었다.
지금까지가 준비였다면 이제부터는 실전이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
완전히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것이라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럭키데이라는 커다란 이름표를 가슴에서 떼고 하는 첫 도전이다.
긴장감을 늦추고 여유를 부린다면 수많은 재능들이 파도처럼 밀려 닥치는 이 음악 판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갑시다, 갑시다, JH 뮤직으로!”
나는 묘하게 피로감이 확 풀려 가벼운 몸으로 회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 * *
“루치 일찍 왔구나?”
“안녕하세요!”
“아침 먹고 왔니? 떡 좀 먹을래?”
연습실에 짐을 두고 유성 형을 찾아 올라온 사무실.
직원분들이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기에 가서 뭘 하나 봤더니, 커다란 떡을 썰어 나눠 먹고 있었다.
“앗, 전 좋습니다.”
“이리 와. 대표님이 너희 앨범 초반 기세 좋다고, 시루떡 해 오셨어.”
“오오오…….”
아무래도 대표님이 우리 성적에 긴장을 하고 있다가 나름 선방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기분이 좋아 은혜를 뿌린 모양이었다.
“팥고물? 콩고물?”
“어……. 노란 거요!”
“잠깐만……, 콩고물……. 자. 받아라.”
“감사합니다!”
아침도 안 먹고 와서 배가 고팠는데 잘됐다.
떡 한 조각을 받아 들고 오물거리며, 유성 형을 찾았다.
그런데.
“어? 루치아노 씨?”
“네?”
처음 보는 아저씨가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호다닥 뛰어와 붙잡는다.
“무슨 일이시…….”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그는 내게 명함을 건네며 고개 숙여 인사했고, 나는 당황한 채 그것을 받아 들어 확인했다.
“어?”
그리고 깜짝 놀라며 말했다.
“PD님이세요?”
미래에 내가 아주 좋아했던 예능 프로그램, 스트리밍 온 텔레비전의 PD가 내 눈앞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