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star RAW novel - Chapter 146
145화
“뭐 저런 애들이랑 드잡이질을 하고 계세요? 그냥 무시해 버리고 오시지. 난 뭐 똥통에 빠졌나 했네.”
“쩝……. 미안하게 됐다.”
톡 쏘는 내 말에 세명 형이 웃던 것을 멈추고 사과를 해 왔다.
“어제까지만 해도 마주치면 얼굴 가죽을 뜯어 버리고 싶었는데, 막상 얼굴 보니 나도 마음이 약해져서……. 다음엔 그냥 물어뜯을게.”
“에잉…….”
세명 형과 하은 형도 떨쳐 버리고 싶었겠으나, 인연이라는 게 그렇게 맘처럼 쉽게 해결이 되어 버리는 게 아니긴 하다.
악연도 인연이니, 단칼에 자르든 꼬인 부분을 풀어 내든 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일단 대기실로 가시죠. 하은 형, 괜찮으세요?”
“응…….”
말과는 다르게 하은 형은 다소 힘들어 보였다.
평소보다 훨씬 떨리는 목소리, 잘게 흔들리는 손끝.
‘쯧……. 괜히 그런 놈들한테 마음 쓰시고 그러시네.’
그래도 전까지는 동료였던 이들에게 그런 공격을 받으니, 멘탈에 꽤 큰 충격이 있었던 것 같았다.
“가요, 가.”
나는 하은 형의 옆에서 걸으며 보호하듯 가린 채 대기실로 복귀했다.
가는 도중, 세명 형에게 물어봤다.
“근데 걔네는 뭔 생각으로 자기들이 버린 팀원들 앞에서 꼬장이래요? 양심도 없네.”
“그러게……. 자기들만 잘되겠다고 나갔는데 우리도 뭔가 하는 게 보이니 아니꼬웠나 봐.”
“멍청한 놈들. 걔네가 뭐라고 해요?”
“별거 아니었어. 그냥 인신 공격이야. 아무런 영양가도 없는.”
소란을 인지하고 제대로 듣지 못한 채 뛰어서 합류했기에 자세한 상황은 확인하지 못했는데, 설명을 들으니 내 생각보다 훨씬 약하고 멍청하고 찌질한 놈들이구나 싶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
“건물에 벌레가 많아서요.”
“음? 그럴 리가? 새로 단장한 건물인데…….”
나는 바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는 유성 형에게 대충 사건을 설명해 주었다.
전 퍼그노스, 현 왱알앵알이라는 밴드의 일방적인 공격, 나의 대처, 선배의 등판과 강제 해산, 끝까지 찌질한 그들의 퇴장.
모두 듣고 난 뒤 유성 형의 표정은 꽤나 볼 만했다.
“CMYK……. 여기 안 되겠네.”
인상을 잔뜩 쓴 채 코를 벌름거리고, 왼쪽 눈 밑이 움찔움찔하는 것이 예전에 수학여행을 가서 본 불국사의 사천왕상 같았다.
근데 이제 몸은 이소룡인.
‘왜 이렇게 살이 안 붙지, 이 형은?’
그간 꽤 많이 먹인 것 같은데, 당최 살을 찌우기가 힘들다.
체력도 좋고, 근력도 뛰어난데, 몸은 마른 채이니 언밸런스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 사람이 얇아 보여서 옷 핏도 별로고, 조금 듬직한 멋이 안 느껴져서 매니저의 무게감이 없다.
고기류에 더해 앞으로는 빵 같은 탄수화물도 조금씩 선물인 척 줘서 살을 찌워야겠다.
“가만히 안 둔다고 하심은…….”
분노하는 유성 형에게 가만히 듣고 있던 주영이 형이 물었다.
그러자 유성 형은 바로 표정을 풀고 답해 주었다.
“어……. 뭐, 딱히 우리 선에서 제재를 할 방법은 없어. 같은 회사 아티스트였더라면 지적을 하든, 타박을 하든 할 텐데, 다른 회사 애들이잖아.”
“그러면 회사끼리 어떻게든…….”
“음. 평범한 회사였으면 주의 좀 해 달라고 연락을 넣으면 될 텐데, CMYK는 또 그런 말을 들어 먹는 곳이 아니지.”
“그렇다면 대체…….”
나름 머리를 굴려 유성 형이 그 왱알앵알이라는 밴드에게 줄 수 있을 법한 제재를 떠올려 본 주영 형이지만, 모두 틀린 답이다.
유성 형은 빙긋 웃으며 답을 주었다.
“솔직히 사회인들끼리 이렇게 부딪치는 게 좋은 일은 아니야. 그쪽에 손해를 강요하는 순간 우리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게 되거든.”
“그렇죠.”
“그런데 CMYK는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어. 예전부터, 레나 때도 협잡질을 하더니 럭키데이 때는 대놓고 들이받으려 하고, 오늘도 자기네 애들 통제 안 해서 삵에게 피해를 입히려고 했지.”
보통의 경우라면 꾹 참고 넘어가거나, 서로 대화해 좋게 좋게 해결하거나, 그도 아니라면 경고하여 경각심을 가지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서로 목줄 죄며 싸우면 너도 나도 피곤하기만 피곤할 뿐,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니까.
다만 여기까지 왔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겪은 것이 너무 많았다.
“쉽게 설명하자면, JH에서 손 벌릴 수 있는 모든 곳에 CMYK에 대한 제재를 요청하게 될 거야. 그 이면에는 계약도 걸려 있을 거고, 우호도 걸려 있을 건데, 굳이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버스터 콜?”
“대충 그렇지. 더 쉽게 말하면, 우리 쟤네랑 사이 안 좋으니 너희도 놀지 마. 그런 식으로 유치하게 싸우는 거야.”
“아하.”
말 그대로 서로 목줄 내밀고 물어뜯는 싸움이다.
너 그렇게 행동했지? 나 아는 사람들한테 말해서 너 일감 못 주게 할 거야.
그래? 두고 봐라. 우리도 똑같이 해 준다.
사건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불 보듯 뻔했다.
“그런데 그러면 우리도 타격이 있는 거 아닙니까?”
“그러게. JH 이미지 추락도 추락이고, 그쪽도 우리한테 똑같이 할 텐데…….”
주영 형과 옥선이의 의문처럼 이건 양쪽 모두에게 손해인 싸움이다.
다만 주어진 환경이 달랐다.
“에이, 그것도 급이 맞아야 서로 손해를 보고 말고를 하죠.”
“급?”
“JH가 CMYK랑 같은 급은 아니잖아요? 거래처의 규모도 다르고, 숫자도 다를 텐데.”
“어? 그건 그렇네.”
급 차이.
그들이 시장 바닥에서 공연을 한다면, 우리는 백화점에서 공연을 한다.
그들이 하루 한 탕 두 탕을 뛴다면, 우리는 다섯 탕 여섯 탕도 더 뛴다.
고작해야 중박 정도 친 아이돌 밴드 두 팀을 낸 CMYK와 제작한 아티스트들마다 연타석 홈런을 때린 JH.
과연 어느 회사의 인재풀과 팜이 더 넓을까?
“손해? 보겠지, 우리도. 손톱 정도는 깨지겠지. 근데 그쪽은 적어도 팔모가지 하나쯤은 내놔야 할걸?”
100퍼센트 이기는 싸움이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긴 하지만, 우리로서는 알 수 없는 거대한 뒷배가 CMYK의 뒤에 있지 않는 이상은 저쪽이 더 큰 손해를 보는 싸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응징은 회사와 회사의 다툼 정도로 끝나지는 않을 예정이다.
“나도 주변 사람들한테 나팔 좀 불고 다닐 예정이라서……. 저쪽도 하던 대로 남이 뭐라 하든 무시로 일관하지는 못할걸?”
“나팔?”
“응. 나팔.”
나 역시 직접 나서서 CMYK의 뒷담을 조금 털고 다닐 생각이라서 말이다.
“내 입으로 말하긴 조금 그렇지만, 나는 나름 내가 주변 사람들한테 꽤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
“그렇긴 하지.”
“인기남이지.”
데뷔 이후 내가 가장 신경을 기울여 한 일의 경중을 따지면 제일 위에 실력 향상이 있을 것이고, 두 번째로는 발매하는 앨범의 퀄리티가 있을 것이며, 그다음으로는 이미지 메이킹이 있을 것이다.
이미지 메이킹.
이처럼 입에 담기는 쉬우나 그 뜻을 헤아려 보면 무겁고 또 무거운 말이 있을까?
“쟤네 사람 잘못 건드렸어.”
오가다 마주치는 선후배들, 협업을 위해 안면을 텄다가 친분을 쌓게 된 업계 종사자들, 행사 섭외나 외주 의뢰로 연을 맺은 고객들, 함께 일하는 동료들.
나는 그들에게 선한 사람으로, 좋은 친구로 남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충분히 예의를 갖추었고, 호의를 가지고 대해 주는 사람들에게 나 역시 호의를 보여 주었다.
“루치? 괜찮은 애지.”
“김루치아노? 일 하나는 끝내주게 하지.”
“예의도 바르고, 성격 싹싹하고.”
나와 함께 일을 해 본 사람들에게, 나와 안면을 트고 교류했던 사람들에게 그런 평가를 받기 위해 노력했다.
생각날 때쯤 안부 전화도 하고, 마주치면 밝은 얼굴로 인사하고, 가끔은 경조사도 찾아다니면서 인상을 남겨 주었다.
그런데 그런 내가 어느 날 어떤 놈들 때문에 기분이 참 안 좋다고, 내가 마땅히 받아야 할 존중을 받지 못해 괴롭다고 푸념을 늘어놓는다면?
“적어도 날 좋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쟤네를 좋게 볼 수 없겠지. 왜? 내가 좋아하는 김루치아노가 걔들 때문에 힘들어하거든. 나랑 잘 맞는 그 친구가 그렇다는데, 나랑 일할 때도 나를 괴롭게 만들지 않을까?”
사람 사는 것이 원래 그렇다.
착하게 사는 것은, 남들에게 착한 사람으로 보이는 것은 언제나 이득이 된다.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은 간혹 나를 그들과 동일시하게 만들기도 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이 상대가 좋아하는 것이 되기도 하고, 상대가 싫어하는 것은 내가 싫어하는 것이 되기도 한다.
간단한 이치이다.
“앞으로 행사를 다니고, 광고를 맡고, 공연을 다닐 때 애로 사항이 꽃필 것이다. 이거 하나는 내가 장담할 수 있지.”
다리 뻗을 자리를 잘못 골랐다.
그것이 그들이 앞으로 받을 고난의 이유이다.
나는 지금까지 애써 쌓아 온 이미지에 괴롭힘을 당해 징징거리는 놈이라는 이미지를 추가해 약간의 타격을 입을지언정, 지속적으로 쿡쿡 찔러 오는 놈들을 그냥 그렇구나 하며 남겨 두는 사람이 아니다.
특히나.
“내 팀메이트를 건드려? 어디 어떻게 되나 보라지.”
나와 함께 일하는, 나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걷는 내 동지를 건드렸을 때는 반드시 보복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캬, 루치좌.”
“멋지십니다.”
“쩝……. 네가 너무 고생하는 거 아닌가 싶네. 우리 때문에.”
내 기준에서는 상당히 지저분한 짓이지만, 멤버들이 좋아해 주니 기분이 좋다.
“형들 때문이라뇨. 팀이 원래 이런 건데요.”
서로 지지해 줄 수 있는 든든한 팀메이트,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는 의리 있는 팀메이트가 되고 싶었다.
그게 동료니까.
‘앞으로 겨우 두 달 남았지만.’
시한부 동료라지만 적어도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다 해 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것보다…….”
나쁜 놈들에 대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것은 딱 여기까지.
지금은 눈앞에 다가온 라이브 공연이 더욱 중요하다.
“곧 리허설인데 하은 형 괜찮으세요?”
아무리 안 좋게 끝났다고는 해도, 함께했던 시간이 있는 옛 동료들에게 공격을 받은 충격 탓에 하은 형은 멍한 표정이었다.
아까처럼 덜덜 떤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표정도 없고 눈빛도 흐린 것이 오히려 더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세명 형이 내게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아. 하은이는 걱정 안 해도 돼.”
“네? 그래도…….”
너무나 태평한 세명 형의 말에 나는 조금 더 걱정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문을 제기하려 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너무 굳건해서 그저 신뢰를 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는 한 치의 의심도 없다는 듯 말했다.
“보면 알아.”
나는 어쩔 수 없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리허설을 기다렸다.
그리고 다가온 리허설 시간에.
딩, 딩, 딩 디딩. 딩, 딩, 딩 디딩. 딴딴, 딴, 따단! 드르륵!
세명 형의 장담이 틀림없는 사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와…….”
흔들림 없는 일관적인 연주.
부드럽고 매끄러운 자신의 개성은 여전히 살아 있는.
‘부동심 장난 아니네.’
무슨 소림사 승려도 아니고, 자신의 컨디션이나 기분 상태에 좌우되지 않는 라이브 능력.
그것이 세명 형이 자신 있게 하은 형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던 근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