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star RAW novel - Chapter 150
149화
보험.
그렇다. 보험이라는 단어가 가장 적절할 것이다.
최소한의 분량 확보를 위한 보험.
“식사가 해결되는 음식인가요? 그렇지 않아도 방송 진행하다 보면 배고플 것 같았는데, 저희 진짜 갑니다!”
“오세요, 오세요. 샌드위치 종류로 하나 빼 드릴게요. 허허허.”
박 대표의 방송은 오늘 다른 모든 출연진들의 시청자 수를 다 합쳐도 따라잡지 못할 정도의 초대박을 치고, 당연히도 당당하게 1위의 영예를 누리게 된다.
나중에는 정규 편성이 된 스온텔에 붙박이로 출연하며,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외식 사업가이자 수많은 요식업 종사자들의 멘토가 되는데, 우선 그것은 나중의 이야기.
당장 내가 노리는 것은 그의 방송에 곁다리로 출연해 얼굴을 비치는 것이다.
‘아마 파일럿 때 맛 좀 보라고 해서 한 입 얻어먹은 작가님 한 분이 그걸 계기로 지속적으로 방송에 얼굴을 보였지?’
일명 맛보기 작가님.
박 대표님이 방송 중에 만든 음식을 시식할 사람이 필요할 때마다 억지로 끌려 나와 소박하고 귀여운 리액션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분이다.
물론 예정되어 있는 그녀의 자리를 빼앗을 생각은 없다.
‘애초에 지속적인 출연으로 팀 케미가 잘 살아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거니까. 우리는 그럴 수 없잖아? 단 한 순간이면 족하다.’
약 3만 명의 시청자들이 보는 앞에 엑스트라로 출연해서, 리액션이나 대화 장면이 조금이라도 화면에 더 잡히게 하는 것.
맛보기 작가님이 계시지 않는 타이밍에, 단 한 순간. 아주 잠깐이라도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는 것.
그것이 나의 소소한 목표였다.
‘물론 우리 쪽 방송에서 열기가 빠질 정도로 시간을 소모하면 안 되겠지만.’
동시에 방송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너무 그쪽에만 기웃거리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삵의 라이브 방송이 내가 사라진 시간 동안 너무 루즈해지지 않도록 적당히 선을 잘 타야 할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으허허허!”
“안녕하세요!”
잠시 박 대표와 대화를 나누며 기다리니, 출연진들이 속속히 도착하기 시작했다.
“어유, 삵! 김루치아노 씨! 아유, 요즘 잘해. 응? 이번에도 차트 10위에서 20위권에서 알 박고 있지?”
“앗, 네. 들어 주셨군요.”
“어유, 좋아, 아주. 차 타고 다니면서 매일 들어. 어떻게 루치 씨가 손만 대면 그렇게 돼? 대단해, 아주.”
유명 개그맨 김성동을 시작으로.
“안녕하세요! 오레오의 시아입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장준형입니다.”
“안녕하세요.”
아이돌 걸 그룹의 멤버와 싱어송라이터 한 명.
“어우, 여기 잘 꾸며 놨네? 루치 씨 안녕? 오랜만!”
“형,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죠?”
“그럼. 요새 바빠 보여서 좋더라? 금방 1위도 할 것 같던데.”
“하하…. 그랬으면 좋겠는데, 윗줄이 너무 안 빠지더라고요.”
“어휴. 금방 자리 날 거야. 삵 노래 다 좋더라. 안녕하세요! 시아 씨도 오랜만이네요!”
“안녕하세요!”
예전에 예능 촬영에서 만나 친분이 있는 다른 개그맨 이정철 형님까지.
“이렇게 여섯 팀인가요?”
“네.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시작 전 브리핑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넵.”
스온텔 출연진 여섯 팀이 모두 세트장에 모였다.
우리가 잠시 기다리고 있자, 곧 박경진 PD가 누군가와 함께 거실 세트에 들어왔다.
“아이고, 늦었습니다. 정확히 20초 딱 늦었네요. 저는 이번 스트리밍 온 텔레비전의 연출을 맡게 된 박경진이라고 하고요, 옆의 미녀분은 진행을 도와주실 이지현 씨입니다.”
“반갑습니다. 이지현입니다.”
‘오. 라그 센세.’
방송인 겸 성우 겸 배우 겸 스트리머 겸…. 뭐 하여튼 기타 등등 많이 하시는 분인 이지현 씨.
내게는 라그 센세로 더욱 기억에 남는 유명 방송인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아직 인방은 안 하는 시기인가?’
후일 잠시 휴식기를 가지며 TV 방송 출연을 쉬고 있을 때, 정체를 가린 채 게임 방송을 하는 라그 센세 콘셉트로 인터넷 방송을 하며 인기를 끄는 바 있는 인물.
어떻게 보면 프로그램에 딱 맞는 진행자 섭외였고, 어떻게 보면 한 사람을 스트리밍의 길에 본격적으로 들어서게 한 섭외이기도 했다.
“이미 기획서를 다들 보고 오셨겠지만, 간략하게 추가 설명을 조금 드리겠습니다. 우선, 여러분은 준비된 방송 세트에서 스트리밍을 진행하게 됩니다. 사전 광고는 모두 나간 상태이며, 추가 유입을 위한 시도 없이 곧바로 시작하여 집계가….”
박 PD는 출연진들을 향해 대략적인 진행 방식에 대한 설명을 주었다.
방송 시작 시점부터 끝까지 시청자 집계 방식, 중간 집계 및 아이템 사용권 지급, 그리고 주의 사항 따위였다.
“그리고 제출하신 시놉 외의 애드리브는 제작진이 도와드릴 수 있는 선에서 부탁드리고, 방송 중 욕설 사용은 최대한 자제 부탁드리겠습니다.”
비속어 사용 자제를 부탁하는 그의 눈길이 누구에게 닿아 있는지는 뻔했다.
“에헤이, 내가 아무리 그걸로 유명해도 그렇지, 공중파 방송 나가는 데에서 그렇게까지는 안 하지.”
“하하. 부탁드리겠습니다.”
“걱정 마요, 참내.”
한때 인터넷 방송에서의 막말로 인기를 끌었던 개그맨, 김성동이 그 주인공이다.
‘그러고 보니 저분도 원래 인방에서 유명했었지?’
김성동 개그맨은 한창 무명이었던 시절, 인터넷 방송으로 생계를 유지했던 적이 있다.
이후 꽤 큰 논란이 되었던 그 자세한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이번, 예능에서 그 경력은 분명 무기가 될 수 있다.
인터넷 방송이라는 환경에 그만큼 익숙하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딱히 경계할 필요는 없었다.
‘인방에 익숙한 건 익숙한 거고, 성적은 별개의 얘기지.’
저 사람이 당시 3위를 했던가, 4위를 했던가 가물가물한 성적.
쫄딱 망하지는 않았지만, 큰 임팩트를 남기지는 못했다는 뜻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저 출연진들의 역사가 아닌, 내가 보고 온 미래이다.
‘회귀자 메리트 개꿀. 내가 아니었으면 다 김성동 아저씨가 요주의 인물이라고 경계했겠지?’
오히려 주의 깊게 봐야 할 사람은 따로 있었다.
“헤헤…. 재밌겠다.”
남성 시청자들의 비중이 높은 인터넷 방송 환경에서 가장 유리한 자리를 선점하고 시작하는 참가자.
걸 그룹 오레오의 멤버 시아였다.
‘초반부터 후반까지 1위 2위를 다투다가 2위로 마감했었지?’
이 프로그램의 애청자였기에 확실히 기억한다.
걸 그룹 아이돌이라는 커다란 무기는 모두에게 위협 그 자체이다.
물론 그녀의 아름다움을 보러 왔던 시청자들이 연이은 뇌절과 노잼 콘셉트에 질려 떠나가며 최종 성적 2위로 방송을 마무리하게 되지만, 거대한 변수가 있다.
‘유일한 여성 출연자. 엄청난 메리트다.’
우리의 합류로 역사가 바뀌어 홍승연 가수라는 여성 출연진 경쟁자가 사라진 지금, 시아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독보적으로 앞선 출발선에 선 셈이다.
그것은 인터넷 방송 환경에 익숙한 김성동 아저씨나, 미래 지식을 알고 있는 나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메리트였다.
‘페널티 각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
그녀를 이기기 위해서는 참가자들마다 주어진 패널티 아이템을 적재적소에 사용해 방송 환경을 불편하게 만들어야 한다.
솔직히 박 대표라는 거물이 있는 이상 다른 출연진들이 뭘 하든 승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긴 한다.
일관성 있는 테마 유지와 훌륭한 콘텐츠, 페널티 아이템이 준 음소거 벌칙마저 훌륭하게 극복해 내는 그 모습은 시청자들이 엉덩이를 깔고 눌러앉도록 만들기 충분했으니.
‘그사이에서 우리는 실리를 챙긴다.’
그런 강적이 있는 이 프로그램에서 우리는 2위라는 성적을 노린다.
1위에 비하면 발하는 빛이 모자라지만 상위권이긴 하다.
또한 잊히기 쉬운 그 포지션에서 이득을 최대한 취하기 위해 박 대표의 방송에 아주 잠깐 섞여들어 분량을 챙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출연진들에 대한 적절한 견제는 필수였으며, 스온텔 파일럿 회차와 방송 초기 분량에만 존재하는 이 페널티 공격권의 개념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무기였다.
타이밍을 잘 맞추어 페널티를 터뜨려서 점차 질려 가는 시아의 시청자들을 더 빠르게 이탈하게 하여 우리 쪽으로 올 수 있게끔 한다면 2위 성적도 꿈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미 그에 대한 전략은 전부 세워 둔 상태였다.
‘모니터링에 신경을 많이 써야겠지만…. 괜찮을 거야.’
우리 방송을 진행함과 동시에 다른 참가자의 방송 진행 정도를 확인해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힘든 일이었지만, 우리가 누구인가?
인터넷 홍보로 일어나 인터넷에서 이슈를 끌어 얼굴도 모르는 네티즌들의 사랑을 받아 차트에 진입한 인터넷 커뮤니티의 아이돌, 삵이 아닌가?
일주일 내내 진행된 홍보 라이브 경험은 그 힘든 것을 가능케 만들기에 충분한 연습이었다.
“자, 설명은 여기까지 드리면 될 것 같습니다. 혹시 질문 있으신 분 계신가요?”
잠시 계획을 점검하던 사이 박 PD가 설명을 마무리하고 질문이 있는지를 살핀다.
제대로 듣지는 않았지만, 이미 기획서와 제안서를 탐독하며 프로그램이 어떻게 구성될지를 미리 확인하고 준비했기에 딱히 상관은 없었다.
“휴식 시점과 촬영 종료 시점 공지는 어떻게 전달되나요? 따로 알려 주시는지, 아니면 크게 공지를 하시는지….”
“아, 중앙에서 큰 소리로 방송이 나갈 예정입니다.”
“넵. 감사합니다.”
날 대신 집중해 들어 준 세명 형도 있고, 혹시 내가 아는 것과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알아서 파악해 알려 줄 것이다.
“그럼 잠시 휴식하시다가 10분 뒤부터 세트에서 준비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모두 건투를 빌겠습니다.”
“파이팅!”
“아자아자!”
공지가 모두 끝나고, 잠깐 자리에 앉아서 쉬던 출연진들은 각자 준비된 세트장으로 향했다.
“이따 뵙겠습니다, 대표님! 맛있는 것 부탁드립니다!”
“흐흐흐. 기대하세요.”
박 대표님에게 나의 난입이 예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주입한 후, 나 역시 우리의 방송이 진행될 세트로 이동했다.
“소리 점검 다시 한번 해 볼까요?”
“야, 야. 뭘 또 하냐, 그걸.”
“그래도 혹시 찢어지거나 안 들리거나….”
“그만해도 돼.”
의외로 옥선이가 조금 긴장한 모습을 보였는데, 그 이유가 가관이었다.
“메이크업 예쁘게 잘 받고 나왔는데, 방송 망하면 안 되잖아! 나 평소에 영상 올릴 때 제발 꾸미라고 난리 치던 애들 많단 말이야! 이 기회에 보여 줘야지! 나도 좀 생긴 놈이란 걸!”
정작 문제는 외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친구가 너무나 안타까웠지만, 굳이 그걸 지적해 줄 생각은 없었다.
‘뜬금없이 진중한 태도에 시크한 카리스마를 뿜뿜 하면서 여자친구가 생기기라도 하는 상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연애를 하려면 활동기가 끝나고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