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star RAW novel - Chapter 151
150화
“이거 되는 건가? 화면 나와?”
“나온다, 나온다.”
“형 얼굴, 얼굴만 너무 커요.”
“아. 미안.”
다소 어설픈 인트로와 함께 우리의 방송이 시작되었다.
마치 지금 송출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척, 캠 가까이에 얼굴을 들이밀어 화면을 모두 차지한 주영이 형의 모습.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영이 존잘!
-오자마자 화면 가득 주영이 얼굴 ㅎㅎㅎㅎㅎ
‘시작 좋고.’
이미 우리를 알고 있는 팬들의 채팅이 올라온다.
계산된 어설픔과 함께 친근함을 깔고 가는 방송.
더군다나 누가 봐도 잘난 주영이 형의 얼굴이라 반발도 적었다.
스타트는 아주 좋다.
나는 준비된 상황 전개를 위해 주영 형을 뒤로 불러들이고 주머니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 들었다.
“형, 형. 얼른 쓰세요.”
“이거 꼭 써야 합니까?”
“콘셉트는 지켜야죠.”
“아……. 복면 싫은데…….”
-엌ㅋㅋㅋㅋㅋ 저거 ㅋㅋㅋㅋㅋ
-싫을 만도 하지. 저 얼굴을 왜 가려.
-루치는 얼른 가려라!
-ㅋㅋㅋㅋㅋㅋㅋ
“거 너무들 하네.”
시청자들의 농담을 가볍게 받으며, 나는 복면을 쓰고 자세를 바로 했다.
방송 시작 초반부에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콘셉트였다.
“크흠, 큼! 우리는 복면 쓴 밴드단! 여기 초콜릿 TV의 모든 이들을 인질로 잡기 위해 찾아왔다!”
-?
-?
-??
-저게 뭐옄ㅋㅋㅋㅋ
-?
-에반데
물음표와 웃음, 기타 등등 부정적인 반응이 섞이며 채팅창이 빠른 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내용과 달리 이 상황 자체는 우리에게 큰 호재였다.
‘초기 유입 7천 살짝 아래. 채팅 속도는 평균 이상으로 보이고. 아주 좋아.’
반응의 내용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사람들이 채팅을 친다는 것 자체가 아주 좋은 징조였다.
우리한테 태클을 걸기 위해 이 방송의 형성에 직접적인 참여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는 뜻이니까.
인터넷 방송이란 시청자와 방송인의 실시간 소통이라는 특이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시청자들이 부담 없이 채팅을 치고 우리와 소통하도록 만드는 방법은 매우 중요했다.
바로 그 방법이라는 것이 지금의 바보짓이다.
“그……. 루치야…….”
“왜요?”
“이거 벗으면 안 될까?”
“아 왜요!”
세명 형이 내게 말하고 내가 반발하며 투닥거리는 장면을 보여 준다.
그러자 사람들이 웃는다.
-좀 벗게 해 줘라 ㅋㅋㅋㅋㅋㅋ
-복면 사랑 ㅋㅋㅋㅋ
-저거 무대 난입 때도 자기가 주도해서 복면 쓰자고 했을 확률 100%
복면을 쓰자고 한 것은 오히려 주영 형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었고, 애초에 나는 이 마스크 퍼포먼스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모습을 보여 주는 이유는 이것이 어색함 없이 시청자들을 방송에 녹아들게 만들기 위한 장치이기 때문이었다.
“에잉……. 형들 때문에 다 망했어…….”
나는 너스레를 떨며 복면을 벗고 화면 앞에 자리 잡았다.
“인사드리겠습니다. JH 프로젝트 밴드 삵입니다. 반갑습니다.”
-복면 쓴 밴드단 ㅇㄷ
-ㅋㅋㅋㅋㅋ 삵하!
-삵! 삵! 삵! 삵!
-못생겨따!
방송 초반부터 들어온 시청자들은 이미 우리를 알고 있는 사람들일 확률이 높다.
즉, 이전 홍보 작업을 위해 했던 복면 난입 퍼포먼스도 전부 지켜본 시청자들이 많이 들어와 있다는 뜻이다.
그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나는 그들에게 이 방송이 편안한 환경이라는 것을 각인시킬 필요가 있었고, 그들이 잘 아는 이야기를 먼저 시작함으로 그 편안한 환경이 조성되기 시작한다.
“후……. 확실히 복면 쓰고 있는 게 덥기는 해요. 여기 에어컨 돌아가고 있긴 한데, 몸만 시원하고 지금 얼굴은 엄청 뜨겁거든요? 보이죠? 땀 엄청 난 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들이 익히 알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 줌으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에 불편하지 않은 채팅창이 완성된다.
‘오케이. 좋아.’
지금의 참여도 높은 채팅창은 곧 이후에 유입될 시청자들에게도 역시 시끌벅적하게 함께 떠들 수 있는 공간처럼 여겨질 것이다.
유입률은 장담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이탈률은 최소화하기 위한 사소한 설계였다.
“하여튼 반갑습니다. 7천 명. 와, 여기 계신 분들 전부 우리 음악 스트리밍 돌리면 차트 성적 좀 올라가겠는데?”
-어?
-여기서 광고를?
“아, 이거 하면 안 되는 건가?”
“괜찮을걸? 물어볼까? 작가님, 괜찮아요?”
“어, 어. 그냥 물어보지 마. 안 괜찮다고 하면 하지 말아야 하잖아. 우린 아무 말도 못 들은 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
-작가님! 얘들 좀 봐요!
적당히 우스운 장면을 만들어 주며 인트로를 꾸미고, 본격적인 콘텐츠 소개에 들어갔다.
“아무튼, 저희가 오늘 준비한 콘텐츠는 일반인을 락덕으로! 라는 제목을 가진 명곡 다시 부르기 콘텐츠입니다.”
-다시부르기 좋지
-삵 버전 리메이크?
“넵. 리메이크 커버를 몇 곡 연주할 예정입니다. 물론 그 전에 저희가 부를 곡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해당 노래를 만든 아티스트들에 대한 소개와 찬양 고무 역시 예정되어 있습니다.”
-찬양고무 미친놈앜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방송 숙련도는 삵이랑 김성동이 투탑인듯 ㅋㅋㅋㅋ
분위기는 아주 좋았다.
시청자들은 스쳐 지나가듯 던진 유머에도 잘 웃어 주었고, 채팅 개수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물론 현실에서는 무표정으로 키읔 버튼만 연타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방송 화면에 잡힐 채팅창의 반응이 뜨거운 것은 좋은 현상이다.
실제로 재미있지 않더라도 방송국 분들이 재밌는 장면으로 만들어 줄 테니까.
“그러면 본격적인 콘텐츠로 한번…….”
“자기소개, 자기소개.”
“아 그렇군. 저희 멤버들 얼굴 다 모르시는 분들이 계실 수 있으니, 자기소개부터 하고 시작할게요. 우선 저는 다들 아시다시피 이 그룹의 비주얼을 맡고 있는 김루치입니다.”
-ㅋㅋㅋㅋㅋㅋ
-?
-?
-??????
우리는 천천히, 준비된 코너를 진행하듯 딱딱 끊어져 있는 대본을 최대한 매끄럽게 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며 콘텐츠를 진행했다.
후일 편집에 들어갔을 때는 부분부분을 잘라 끊어지게 만들 수 있으나, 당장 라이브를 볼 때는 나눠져 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도록 신경을 기울였다.
당장 지켜보고 있는 시청자들의 편의와 나중에 일감으로 영상을 대해야 할 편집 작가님, 감독님들의 편의를 모두 지켜 주기 위해서였다.
“이제 네게 나는……. 큰 아픔이라는걸! 너를 사랑하면 할수록! 떠나갈 수 있도록…….”
한국 락 역사에서 의미 깊은 발자취를 남긴 곡들을 하나씩 되짚으며 아티스트들의 정보를 풀어 놓았다.
그리고 곡 하나를 선정해 삵 버전의 커버를 연주했다.
“스치는 시간의 흐름 속에…….”
지금 부르는 노래는 한국 최고의 밴드 중 하나로 평가받으면서 현재까지도 활동을 이어 가고 있는 밴드, 불새의 사랑하면 할수록.
예기치 못한 사고로 앨범 제작 작업 도중 세상을 떠나야 했던 불새의 3대 보컬, 김중기의 마지막 목소리가 담긴 명곡이었다.
“모두 지나갈 기억이라고, 사라지며 말하던 너에게! 오오오, 시간이 흘러갈수록! 너를 사랑하면 할수록!”
기교가 적은 담백한 창법의 이 락 발라드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불새의 음악 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데모 형식으로 단 한 번 녹음하고 떠나간 보컬 때문에 재녹도 없고 녹음 중 처리도 없는 곡.
하지만 그 완성도만큼은 대단하여, 그 어떤 커버를 들어도 원곡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마성을 가지고 있는 노래이다.
“너에게 나는 큰 아픔이었다는걸! 너를 사랑하면 할……. 수록…….”
정식으로 리메이크 음원을 내는 것도 아니고, 그저 담백하게 부담 없이 곡을 불렀다.
“후우우…….”
그저 내가 좋아하는 노래이고, 나의 음악관에도 큰 영향을 미친 곡이었기 때문에 남들에게도 내 감상을 공유하고 싶어 불렀을 뿐이다.
-))
-((
-))
-))
시청자들이 엉덩이를 씰룩이는 것인지, 팔을 흔드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이모티콘을 올리며 호응했다.
커버의 퀄리티가 어떻든, 이 자리가 어떻든, 명곡이란 한순간 사람들의 마음을 움켜쥐어 공감대를 형성하게 만드는 마성이 있는 법이다.
사람들은 노래의 매력에 푹 빠져 우리에게 귀중한 시간이라는 대가를 던져 주었다.
“불새의 사랑하면 할수록이었습니다.”
한국 최고의 밴드가 만든 히트곡. 천재적인 보컬의 요절. 그가 남긴 유산의 대박과 쏟아지는 고평가.
시청자들의 집중력을 끌어모으기에 딱 좋은 주제였다.
“개인적으로 고 김중기 보컬의 깔끔한 보컬과 불새의 부드러우면서도 정교한 연주가 어울려 최고의 감동을 선사하는 곡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주 좋아하는 노래이기도 하고요.”
-진짜 언제 들어도 질릴 수가 없는 곡.
-최고.
-삵 버전도 좋다…….
-원곡 감성을 잘 살려줘서 듣기 편했던 것 같아요 ㅎㅎ
명곡을 재현한다는 것은 언제나 비교될 것이 무섭고 원곡을 망칠 것이 부담스러운 힘든 일이지만, 오늘 우리는 커버를 통해 명곡들을 소개한다는 콘셉트를 들고 나왔다.
덕분에 부담감 없이 담백하게 커버를 소화할 수 있었고, 가벼운 마음가짐 같은 이런 사소한 환경의 이점은 시청자들의 유입을 촉진하고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도록 돕는 요소가 되었다.
“12,970명! 많이 보고 계시네요. 새로 들어오신 여러분 반갑습니다. 제목에 쓰여 있지만 일반인을 락덕으로라는 제목으로 한국 락 다시 부르기 콘텐츠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잘 들었어용!
-꿀잼꿀잼
-노래 너무 좋다
덕분에 실시간 시청자 수는 12,970명까지 치솟았고, 우리는 현재 3위로 시청자 수 경합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었다.
‘시아의 시청자 수는 14,800 정도. 지금쯤 태클을 넣어야 하는데…….’
멘트를 치는 도중, 방송용 캠과 방송국 카메라에 비치지 않는 곳에 켜 둔 모니터링 화면을 계속해서 살펴보았다.
우리 삵의 바로 윗순위인 시아.
그녀는 현재 14,000에서 15,000 사이의 시청자 수를 오가며 우리와 약 2,000명 남짓의 격차를 벌이고 있었다.
그 위로 박 대표님이 20,000을 진작 넘겨 범접할 수 없는 위치에 올라가 있었는데, 일단 그쪽은 내 경계 범위 바깥이다.
‘지금 수를 써야 박 대표님이 1위를 위협받지 않고, 우리가 2위로 올라갈 타이밍을 만들 수 있다.’
박 대표님의 방송은 계속 순항할 테고, 시아의 방송이 조금 뒤 2만 근처까지 치솟았다가 쭉 떨어져 박살이 날 예정이다.
다만 지금 당장의 점유율 자체는 무시할 수준이 안 되고, 가장 중요한 점은 우리의 2위 진입에 가장 큰 방해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딩, 딩, 디리링! 딩, 딩, 딩!
‘엇. 지금. 지금이다!’
화면에 시아가 통기타를 들고 연주를 시작하는 장면이 잡혔다.
나는 직감적으로 지금이 가장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 진행 도중에 뜬금없지만 저희 페널티 아이템 사용하겠습니다.”
-엌ㅋㅋㅋㅋ
-벌써?
-김성동 방송은 벌써 터졌음ㅋㅋㅋㅋㅋ 막 올라갔다 내려갔다 난리 남ㅋㅋㅋㅋㅋ
진행의 맥을 끊는 돌발 행동이었지만, 다른 방송들도 동시에 시청하고 있는 시청자들이 있어 너무 느닷없는 일로 보이지만은 않은 듯했다.
명백히 경쟁하는 상황이고, 다른 사람들의 시청자 수도 천천히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고, 나름 타이밍을 잘 잡아 멘트를 끊고 한 말이기도 해서 반발이 크지 않았다.
“바깥 거실에 있는 미스 스온텔 님에게 페널티 아이템 사용 요청드리면 됩니다.”
“넵!”
우리 세트에 상주하고 있던 작가님이 내게 사용법을 알려 주었고, 나는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세명 형에게 말했다.
“형, 잠깐 진행 좀 부탁드릴게요.”
“오케이. 다녀와.”
나는 등을 돌려 나가면서 휴대폰을 챙겨 들고 채팅창과 방송 내용을 확인했다.
“자. 여기서부터는 우리 삵의 비주얼 담당, 저 이세명이 진행을 맡도록 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네는 뭐 서로 비주얼 담당이래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비켜! 주영이 안 보인다고!
나름 잘 이어 나가고 있어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했다.
“라그……. 아니, 지현 님!”
“네. 어서 오십시오. 아이템 사용하시겠습니까?”
“넵!”
매우 시크하고 딱딱한 말투로 미스 스온텔, 이지현이 나를 맞이해 주었다.
“공격 대상을 말씀해 주세요.”
“시아 님이요.”
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시아를 지목해 페널티 아이템을 사용했다.
이때는 몰랐다.
‘좋아, 시청자 좀 빨아들일 수 있겠지? 마침 노래를 시작하려던 타이밍이고, 그 순간에 무대에 지장이 생기면 음악 콘텐츠를 진행하는 다른 방, 우리 방송에 들어올 여지가 충분해.’
숙련된 아이돌 가수의 위기 대처 능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