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star RAW novel - Chapter 152
151화
“닉네임 삵의 페널티 아이템 사용으로 닉네임 여신샤에게 페널티가 부여됩니다.”
미스 스온텔의 무감각한 목소리와 함께 내가 발동한 페널티가 시아의 방송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보였다.
푸와아아아아악!
“꺄악! 악!”
고성의 비명이 세트에 울렸다.
‘나이스.’
당초의 계획대로 시아를 깜짝 놀라게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
‘우리 쪽 아이템은 에어샷이었구나.’
노래를 막 시작하려던 타이밍에 사방에서 큰 소리와 함께 터져 나온 에어샷은 그 소리만으로 효과를 다하지 않고, 세트 전체에 짙은 연기를 뿌려 놓았다.
나름의 부가 효과였다.
핸드폰 화면에 뿌옇게 가득 찬 연기가 시야를 많이 가리고 있어, 내 공격이 효과적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이러면 시청자 수 좀 당겨 올 수 있겠지?’
딱 좋은 타이밍에 터진 공격이다.
준비 시간을 가지고 시작하려던 무대가 망쳐졌고, 그 김에 이미 루즈해지기 시작한 그녀의 방송에 질려 가던 시청자들은 대체재를 찾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대체재란, 그녀와 같은 음악 연주 콘텐츠를 보여 주고 있는 우리 삵의 방송일 확률이 매우 높았다.
그런데.
“어?”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헤헤헤. 깜짝 놀랐네요. 근데 님들, 이거 연기 남아 있는 게 되게 특수효과 같지 않아요?”
화들짝 놀라 연주를 중단했던 시아가 주변을 살피더니, 에어샷이 만들어 놓고 간 흔적인 연기를 살펴보다가 마치 안개 효과 같다며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대로 연주하면 멋있겠다! 잠깐만요! 카메라 좀 이렇게 살짝…….”
돌연 카메라의 각도를 조정하고, 자기 스스로 캠 설정을 만지더니 은은한 조명 효과까지 주고는 다시 의자에 앉았다.
‘와…….’
그녀는 내 공격권으로 이루어진 페널티를 마치 공연 연출을 위한 아이템처럼 이용했다.
그 결과로 시간이 조금 지나 짙었던 것이 살짝 옅어져 은은하게 깔린 안개와, 흐리게 그 위를 비추는 조명 사이에서 시아는 신비롭고 멋진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디리링, 디링, 딩, 디리링, 디리리링…….
시아의 손에 들린 보라색 바디의 어쿠스틱 기타가 소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어라?’
자욱하게 깔린 안개 속에서 울려 퍼지는 기타 소리.
신비롭고 아름다운 장면이다.
‘어, 어라라?’
나는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이건 연출이다.
시아가 누군가가 던진 공격에도 굴하지 않고 멋지게 극복하는, 지금 이 순간의 주인공이 되기 위한 연출.
‘아……. 조졌다.’
죽 쒀서 개 줬다.
내 페널티 아이템을 자기 특수효과처럼 사용하는 모습을 보니 속이 아려 온다.
결국 남 좋은 일만 실컷 한 꼴이 된 것이 아닌가?
‘뭔가……. 뭔가 뒤집을 방법이 필요해.’
나는 위기감을 느꼈다.
애초에 내가 너무 안일하게 접근하고 있었다는 깨달음이 퍼뜩 찾아왔다.
‘그러고 보면 뇌절과 노잼 모먼트의 반복으로 시청자들 민심이 만신창이가 되었는데도 2위 자리만큼은 수성한 사람이야. 겨우 한 타이밍 흔들었다고 쉽게 무너뜨릴 수 있을 리가 없지.’
훗날 최고의 스타가 되는 박 대표님의 후광에 눈이 먼 나머지, 시아 씨도 훌륭한 성적을 거두었던 참가자였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녀가 가수로서, 혹은 연예인으로서 얼마나 대성하게 되느냐를 떠나서 이 스온텔에서만큼은 압도적인 강자임은 확실하다.
제대로 된 고민도 없이 덫 하나로 쉽게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크나큰 오산이었다.
“쩝…….”
나는 입맛을 다시며 우리의 방송이 진행 중인 세트로 발걸음을 돌렸다.
일단 우리 방송을 계속 진행하며, 박 대표님의 세트에 간식을 얻어 먹으러 다녀오기 전까지 뭔가 타개책을 궁구할 생각이었다.
딴 단 다라, 딴 단 다라, 딴 단 다라란…….
‘벽의 꽃. 선곡 참 잘했단 말이야.’
멤버들은 내가 자리를 비우느라 방송 진행을 잠깐 맡겨 둔 사이 연주곡 하나를 연주하고 있었다.
기타를 중심으로 수줍은 총각이 자신의 마음을 비칠 듯 안 비칠 듯 사람을 안달 나게 하는 모습을 그려 내는 곡.
하은 형의 연주를 메인에 내세워 시청자들의 몰입감을 올리려는 선곡이다.
내가 자리를 비웠을 때 진행하던 대본을 끊고 중간에 시간을 잡아먹기 위해 준비한 곡인지라 원래의 진행에서 조금 끊긴 듯한, 동떨어진 느낌을 주기는 했지만, 연주 자체가 좋아 딱히 돌을 던질 수가 없었다.
딴, 딴단 다다단……. 디리링, 디리링, 딩, 다라란…….
끝내주는 울림, 완벽에 가까운 호흡.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간질간질한 느낌이 드는 소리다.
부드러운 톤으로 계속해서 이어지는 연주를 감상하며, 나는 잠시 문에 기대어 기다렸다.
연주가 진행되는 동안 들어가서 사람들의 집중을 굳이 깨 버릴 이유는 없었으니까.
단다단단 단단 다다단, 단다단단 단단, 디리리링! 지이잉!
깔끔한 하모니와 함께 소리가 멈추었다.
벌써 끝이야 하는 아쉬움이 절로 드는 훌륭한 연주.
듣는 사람의 몰입감을 최대한으로 이끄는 매끄러운 연계와 조화가 인상적인 곡이었다.
‘삵 퀄리티. 인정.’
우리끼리 상당한 만족도라는 뜻으로 사용하는 삵 퀄리티 평점을 속으로 부여하고, 나는 문을 열고 세트로 입장했다.
이제 청자가 아니라 연주자, 진행자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네, 벽의 꽃 만나 보셨습니다.”
“으억! 어, 뭐야. 깜짝이야.”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는 듯, 연주가 끝난 타이밍에 들어가 멘트를 날리자, 시청자들과의 소통을 준비하던 세명 형이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뭐요. 왜요.”
“인기척이라도 좀 내고 다녀. 놀랐잖아.”
-ㅋㅋㅋㅋㅋㅋ
-진짜 놀람 ㅋㅋㅋㅋ
“인기척을 내라뇨. 제가 움직이는 것 자체가 인기척인데요.”
“어……. 그건 그래.”
나는 내 몸집에 대한 농담을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원래 앉아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대본 진행 상황은 아까 자리를 비웠을 시기에서 딱 한 챕터 더 나가 있다.
내가 없던 동안 연주곡 하나를 소화한 게 전부였다.
‘딱 좋네.’
속절없이 밀리고 있는 상황을 뒤집기 위한 잔수작을 부리기에 딱 좋은 진행도였다.
지금 시아의 시청자 수는 15,000명대 중반.
우리와 약 3,000명의 차이가 나고 있다.
적다면 적고 크다면 큰 차이.
우리 방송에 새 시청자들을 유입시키고, 시아 방송의 시청자들을 빼앗아 올 뒤집기를 할 수 있는 좋은 타이밍이다.
‘남은 건 다섯 챕터. 그러면 비워 둔 공간은 약 25분에서 30분. 2위에 올라서서 마지막까지 살아남는다는 가정하에……. 괜찮아. 여유 시간을 빼서 짤막한 콘텐츠 하나를 진행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야.’
이런 상황을 대비해 여유를 조금씩 두고 만든 대본이다.
챕터별로 나누어 구성한 다시 부르기 콘텐츠 중간중간에 있는 여유 시간을 어느 정도 줄여 앞에 붙이면, 기존과 동떨어진 느낌의 짧은 이벤트를 꾸릴 짬이 생긴다.
“님들, 님들.”
나는 대화를 주도하며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그래도 우리가 음악 방송, 노래 방송을 하고 있는데, 시청자들이 듣고 싶은 노래 같은 거 몇 개 해 줘야 좋지 않겠어요?”
“아?”
“그런가?”
세명 형과 옥선이가 내 말을 받아 주며 적당히 대화가 이어지도록 도왔다.
미리 맞추어 둔 화제 전환 구간이다.
어느 정도 애드리브로 이어 나가는 것이지만, 대충 어떤 방식으로 갑작스럽게 방송의 방향을 뒤트는 것이 느껴지면 호응해 달라는 주문을 미리 넣어 두었기에 멘트가 자연스럽고 유동적으로 흐를 수 있었다.
-오 좋다.
-휴식 코너임?
-신청곡 좋아용~
시청자들도 방송을 진행 중인 우리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방송 진행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새 콘텐츠의 알림에 괜찮은 호응을 보내 주었다.
“그러면 신청곡 몇 개 받아 보겠습니다.”
나는 그것을 확인하고, 본격적인 콘텐츠 진행에 들어갔다.
예정되어 있던 것들을 잠깐 멈추고 진행하는 것인 만큼, 깔끔하고 신속하게 딱 흥미를 만족시킬 정도로만 해야 했다.
“제가 무슨 조건을 걸진 않을 거예요. 사실 채팅을 하나하나 다 읽기도 힘들어서, 적당히 눈에 띄는 신청곡을 몇 개 골라잡아서 한번 해 볼게요. 신청곡 올려 주세요.”
곧 무수한 채팅들이 화면 위로 주르륵 올라가기 시작했다.
-럭키데이 – 가을의 향기
“아, 저희 노래 제외요.”
-ㅡㅡ
-채팅 다 읽기 힘들다고? 김루치 바보!
-김루치 멍청이!
“제 욕은 다 보입니다. 채금 드리기 전에 멈춰!”
쭉쭉 채팅창에 올라오는 신청곡들은 따로 받아 적으면서, 농담이나 소통만을 위한 채팅을 몇몇 읽어 가며 시간을 채웠다.
그렇게 몇십 초가 흘렀고.
“와……. 채팅 엄청 많이 올라오네.”
“끝이 없어.”
채팅 행렬은 멈출 줄을 몰랐다.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서 그래요.”
신청곡을 불러 준다는 소문이 어디선가 퍼지면서, 새로 유입되는 시청자 수가 단번에 늘어난 것이다.
‘좋아. 계획대로야.’
시청자 유입을 늘리겠다는 이 콘텐츠의 목적은 절반 이상 달성했다.
아마 신청곡 연주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새 유입은 더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제 그보다 더 중요한 것에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거품을 굳혀야 한다.’
지금 확 늘어난 시청자 수는 말하자면 거품.
신청곡 접수가 끝나고, 자기가 원하던 곡이 연주되지 않으면 떠나갈 사람이 부지기수이고, 가만히 앉아서 듣다가도 내용이 지루하면 다른 방으로 옮겨 갈 사람들이 또 다수이다.
그런 엉덩이 가벼운 시청자들을 자리에 눌러앉도록 만드는 것.
그 거품 굳히기가 지금 우리의 제1 목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좋아요. 일단 여기까지. 신청곡 집계 한번 보겠습니다. 세명 형.”
“오케이, 오케이.”
내가 입으로 신호를 주어 신청곡 접수의 마감을 알리고, 곧 세명 형이 컴퓨터 앞으로 다가와 무언가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따로 복사해 둔 채팅 목록이 스프레드시트에 입력되고, 그가 뭔가를 클릭하고 키보드를 두드리기를 몇 초.
그가 입력한 함수에 따라 곡의 제목들이 차례대로 정렬되어 화면에 떠올랐다.
“신청자 수가 많은 순으로 정렬해 봤습니다. 이 중에서……. 몇 곡?”
“음……. 세 곡만 하고 메인 콘텐츠로 넘어갈게요.”
“오케이. 세 곡 선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메모장에 복사해 둔 신청 수 상위 열 곡 중에서 우리가 모르는 노래, 방송에서 부르기 힘든 노래, 그리고 외국 노래를 제외했다.
그래도 한국 락 레전드 다시 부르기 콘텐츠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외국 곡을 뜬금없이 그 사이에 끼워 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결국 조건에 맞는 노래 중 다시 상위의 세 곡을 결정해 메모장에 띄워 시청자들에게 공지했다.
-캬. 다 띵곡이네.
-나 깊은 밤에, 민트 캔디, 렛츠 플라이 다 좋아함!
-시청자들 선곡 실력 ㅇㅈ합니다.
다소 마이너 취향이지만 인디에서 가장 유명한 펑크 밴드의 히트곡이 하나, 한국을 대표하는 밴드의 노래가 하나, 그리고 꿈과 희망이 잔뜩 담긴 메가 히트곡이 하나.
각기 마니아들의 몰표, 평소 디밴드를 좋아하는 나와 취향이 겹치는 사람들의 몰표, 메이저 취향을 가진 시청자들의 몰표로 이루어진 결과물이다.
“이야. 잔잔하게 신나는 노래, 조용히 흐르다가 터뜨리는 노래, 단순하게 신나는 노래. 세 곡 밸런스가 엄청 잘 맞네요.”
“그러게. 우리 시청자들 대단하네.”
“저도 이 노래들 다 좋아합니다.”
-노래 ㄱㄱ?
-ㄱㄱㄱㄱ
-삵 버전 렛츠 플라이? 이건 못 참지 ㅋㅋㅋ
짧은 시간 안에 유입된 시청자들에게 우리의 매력을 선보여 붙들어 놓아야 하는 타이밍.
나는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운이 좋네.’
이처럼 잘 만들어진 상황이 또 있을까 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