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star RAW novel - Chapter 153
152화
“날아갈 거야! 저 하늘을! 달에 닿을 때까지!”
남들의 인정 따위에 얽매이지 않고 내 꿈을 이루겠다는 굳건한 의지가 담긴 노래가 세트에 울려 퍼진다.
단순하지만 중독성 넘치는 기타 리프와 시원시원한 보컬 멜로디가 인상적인 곡, 렛츠 플라이.
본래 여성 보컬의 노래이지만 키를 조금 낮춰 남자 목소리로 들었을 때도 나름의 맛이 있는 노래이다.
“깊은 밤의! 밝은 빛이 되어, 춤을 출 거야! 날아갈 거야!”
인기 있는 명곡과 우리의 찰떡처럼 잘 맞아떨어지는 연주의 시너지는 시청자들의 열정적인 반응을 가히 환상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끌어 냈다.
-날아갈거야ㅑㅑㅑㅑㅑ
-저 하늘을ㄹㄹㄹ
이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주 많다.
특유의 희망적이고 의지 넘치는 가사를 아끼는 팬들도 많고, 이곳저곳에서 많이 들리기도 하는 신나는 팝 락이니까.
아마 은유로 가득한 귀여운 가사 역시 그 인기에 한몫했으리라.
‘17,000에서 18,000명!’
시청자 수가 쭉쭉 증가하고, 채팅창에 올라오는 채팅들이 이제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인 것이 보인다.
확실히 메이저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던 곡이고, 남녀노소 구분 없이 사랑하는 노래인지라 그 효과가 남달랐다.
이런 시청자 증가세는 짧은 시간 안에 시청자층을 붙잡아 메어 두는 것에 거의 성공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밤하늘을! 품에 안고 싶어요! 이런 내 날개를 활짝 펴! 꿈을 꿀래요! 난 날아가!”
흥겨워하는 시청자들의 분위기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짐을 느끼며, 속 시원하게 목소리를 내지른다.
즐거운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는 깔끔한 샤우팅.
“예이 예이 예이 예에!”
-ㅖㅣㅖㅣㅖㅣㅖㅔㅔㅔ!
-ㅖㅣㅖ!!!!
“워 후우우우! 우우, 우우우우!”
지지징!
샤우팅에 이은 고음의 가성 애드리브와 함께 기타 소리가 노래의 끝을 알렸다.
이것으로 신청곡 세 곡을 모두 불렀다.
“푸후우우우우…….”
나는 폐에 가득 채웠던 공기를 빼내는 느낌으로 숨을 뱉으면서 모니터링 화면을 확인했다.
현재 시아의 시청자 수는 18,200. 우리의 시청자 수는 18,000을 조금 넘기고 있다.
‘200 차이.’
2위인 시아와 얼마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적극적인 소통과 참여를 유도하는 콘텐츠로 우리의 시청자 수는 폭증했고, 약 200여 명까지 우리와 시아의 차이를 좁힐 수 있었다.
-삵! 삵! 삵! 삵! 삵!
-김루치 그는 신인가 김루치 그는 신인가 김루치 그는 신인가 김루치 그는 신인가 김루치 그는 신인가
“도배는 딱 두 줄만 부탁드려요.”
-김루치 그는 신인가 김루치 그는 신인가
“옳지.”
시청자 참여도도 높고, 반응도 좋다.
갑작스럽게 늘어난 거품을 굳히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물론 단번에 2위와 3위의 격차를 좁히긴 했으나 목전에 닿았을 뿐, 순위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난 이것으로 짧은 이벤트성 콘텐츠를 강행한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다고 생각했다.
‘이제 곧 시아의 시청자 수가 폭락할 타이밍이 온다.’
어느새 스온텔 촬영이 중후반에 접어들었고, 시아가 여러 차례 악수를 두며 민심을 잃어 가고 있는 것이 실시간으로 눈에 들어왔다.
아까는 화면을 한참이나 비워 두더니, 지금에 와서는 메이크업을 하며 뷰티 콘텐츠를 진행 중이다.
‘악수다.’
명백한 악수였다.
물론 아이돌 걸 그룹 멤버이니 화장을 잘할 수도 있는 것이고, 나름의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곰곰이 상황을 살펴보면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큰 실수였다.
생각해 보라.
‘지금 시아 방송 들어온 사람들 중에 누가 뷰티 정보 콘텐츠를 보고 싶겠냐고.’
여돌이랑 채팅 대화 한번 주고받고 싶은, 그녀가 이름 한번 불러 주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심장을 부여잡는 남자 시청자들이 절대다수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시아의 방송이다.
그리고 그들은 화장, 메이크업 같은 데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막말로 채팅 읽어 주면서 보이는 라디오 형식으로 대화만 해도 이만큼 이탈이 크진 않을 텐데 말이야.’
애초부터 이탈의 조짐이 보였던 시아의 시청자들이다.
중구난방인 진행과 맥락 없는 개그, 부족한 소통 탓에 슬슬 질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콘텐츠는 너무 재미가 없어 전혀 몰입이 되지 않고, 심지어 주제마저 관심 없는 분야인데, 이 메이크업 방송이 길게 이어진다?
이미 마음이 떠난 시청자들의 이탈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그야말로 사막에서 히터 팔고, 북극에서 에어컨 파는 행동이라 할 수 있겠다.
‘인방 경험 차이가 여기서 나는 거지.’
몇몇 채팅의 내용만 드문드문 보고 답할 것이 아닌, 그것들이 올라오는 속도, 원래 잘 보이다가 어느 순간 눈에 띄지 않게 된 시청자들의 수 따위를 두루 살폈어야 했다.
그래야 지금 진행 중인 방송에 대한 민심이 좋은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고, 빠르게 넘기거나 아예 스킵 해 버리는 등, 상황에 알맞게 대처할 수 있다.
그러나 시아는 그렇게 세세한 디테일에 신경을 쓰지 못했고, 이것은 자신의 문제를 볼 수 없게 만들었다.
실시간 소통에 익숙하지 못하니, 자신이 준비해 온 것들을 유감없이 보여 줄 수는 있어도 그것들이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으로 보였는지를 살피지 못한 것이다.
“와, 우리 시청자 수 엄청 늘었네?”
세명 형이 모니터를 보고는 새삼 놀란 듯 말했다.
우리는 다 같이 시청자 현황을 확인했다.
“19,000명 돌파!”
“오, 대박!”
천천히 승기가 우리에게 기울기 시작하고.
“시아 님은? 지금 몇 명이야?”
좁혔던 2위와 3위의 격차가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17,200명. 거의 1,000명 이상 떨어졌네?”
“오오오오! 역전!”
우리의 시청자 수가 그녀를 앞질렀다.
-ㅊㅊㅊㅊㅊㅊㅊㅊ
-2위 등극!
-역ㅋ전ㅋ
-거기 왜케 떨어짐?
-지금 메이크업 방송 하느라 남청자들 엄청 빠져나감
-엌ㅋㅋㅋ
-믿고있었다구우우우우우
‘자……. 이제 잔수작을 좀 부려야겠는데…….’
원했던 위치까지 오는 데에는 성공했다.
방금 얻어 낸 이 2위라는 소소한 성과는 내 예상대로라면 아마 촬영이 끝날 때까지 박살 나지 않을 것이다.
‘다른 아저씨들은 시청자 수 등락 폭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고, 시아는 확 무너져서 늘어나지 않고 있어. 그러면 이제…….’
그러면 이제 촬영 시작 전부터 계획하고 있던, 우리가 얻어 갈 것을 얻어 가기 위한 행동에 나설 차례였다.
“형.”
“오케이.”
나는 세명 형에게 눈짓하며 신호를 보냈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옮겨 화면 중앙을 차지했다.
“자, 금방까지 신청곡 연주 진행했고요, 다시 한번 한국 락 레전드 다시 부르기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락 음악이라고 하면 우리는 노래를 떠올리고는 하는데, 연주자들이 부각되는 노래들도 충분히 많습니다.”
세명 형이 능숙하게 대본 진행을 시작했다.
내가 자리를 비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모두 외워 뒀기에 멘트를 치고 설명을 하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어 믿고 맡겨도 될 것으로 보였다.
스윽.
나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향했다.
“한국 3대 기타리스트처럼 밴드 리더로서의 면목을 유감없이 보여 주던 연주자들도 있었고, 이세한, 한준호 기타리스트처럼 일류 세션맨으로서 자타공인 최고의 연주자로 손꼽히는 분들도 있었죠. 그중에서도 한준호 기타리스트의 경우, 한국 락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노래를 위주로 진행되던 다시 부르기 콘텐츠가 스리슬쩍 연주곡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 등 뒤로 들려왔다.
나는 그가 나 없이도 지금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지해 줄 것을 믿으며, 세트장을 빠져나왔다.
‘자, 그럼……. 버스 좀 타러 가 보실까?’
그리고 그대로 박중원 대표의 방송이 진행되고 있는 세트로 걸음을 옮겼다.
“자, 여기서 또 뭐가 들어가느냐?”
-설탕?
-설탕!
-설탕ㅋㅋㅋㅋㅋㅋ
-또탕ㅋㅋㅋㅋ
“그렇죠. 설탕이 들어가야겠죠? 이런 데 아끼는 거 아닙니다. 팍팍 넣어 주세요. 딱 종이컵 겹쳐서 한 컵 넣고…….”
박 대표의 목소리와 함께 매콤달콤한 냄새가 세트장에서 풍긴다.
‘오. 맛있는 냄새.’
익어 가는 고기 냄새, 빨간 국물이 절로 예상되는 매콤한 냄새.
‘닭도리탕이구나.’
아마 시청자들의 요청을 받아 만든 닭도리탕일 것이다.
‘그 장면도 웃겼지.’
고작 파일럿 프로그램에 잠깐 나왔던 메뉴를 기억하는 이유는 그것을 만들게 되는 장면이 꽤나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미리 준비되지 않은 메뉴를 추천받아 만드느라 급하게 재료를 준비하고, 공격 아이템이 사용되어 음소거 페널티를 받는 와중에 스케치북을 통해 시청자들과 소통하던 그 장면.
사업가 박중원이 예능 치트키가 되도록 만든 결정적인 순간을 함께한 메뉴가 바로 그 닭도리탕이었다.
달각.
나는 세트의 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 내밀어 현황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여기서 이제 간장으로 간을 맞춰야 하는…….”
역시, 닭도리탕 요리가 한참 진행 중이었다.
“크흠.”
“어? 루치 씨! 어서 오세요. 아까…….”
슬쩍 인기척을 내고 세트장에 들어가는데…….
“닉네임 김성동의 페널티 아이템 사용으로 닉네임 박주부에게 페널티가 부여됩니다.”
“응?”
“어?”
미스 스온텔, 이지현의 목소리가 울렸다.
“박주부 님! 공격 아이템 사용으로 음소거 페널티 부여되셨습니다! 지금 마이크에 소리 안 잡히고 있어요!”
“엥? 페널티가 그렇게도 되어요?”
그 공지에 대한 상주 작가의 설명에 박 대표가 당황해서 되묻는다.
‘아, 알고 있었는데도 놀랐네.’
나는 이미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느닷없는 공지에 살짝 놀랐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아, 하필 이 타이밍에 왔네. 요리 먹고 리액션 해야 하는데…….’
화면에 조금이라도 오래 얼굴을 보이려면 기억에 남는 리액션을 한다거나, 제작진이 cg나 편집으로 가지고 놀기 좋은 모습을 만들어야 하는데, 음소거가 걸려 있는 상태라면 조금 부담스러웠다.
소리 없이 표정 연기만으로 음식을 맛보고 그 느낌을 표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지는 겪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애초에 연기자도 아닌 내가 가능할 리도 없고 말이다.
‘어떡하지?’
고민이었다.
분명 박 대표의 방송에 곁다리로나마 얼굴을 들이밀고, 아주 약간의 후광 효과를 누리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상황인데, 타이밍이 너무 안 좋았다.
조금만 더 일찍 오거나 조금만 더 천천히 왔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때.
“흠……. 루치 씨. 바빠요?”
“네?”
박 대표가 나에게 말했다.
“아, 아뇨. 시식하러 오려고 방송도 멤버들한테 맡겨 두고 오긴 해서 여유는…….”
“그럼 나 좀 잠깐만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멤버들이랑 먹을 것도 챙겨 드릴게.”
“네?”
임기응변과 위기대처 솔루션의 달인 박중원 대표의 진가가, 나라는 이질적인 요소와 맞물려 기묘한 시너지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