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star RAW novel - Chapter 155
154화
“이거 챙겨 가시고, 이거는 삵 분들이랑 나눠 드세요. 여러분 감정을 되찾은 로봇, 우리 루치 씨에게 큰 박수 부탁드려요. 허허허.”
“하하…….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여러분 안녕! 우리 삵 방송도 많이 봐 주세요!”
나는 박 대표가 건네주는 샌드위치 몇 개와 요리 등을 챙기고 세트로 돌아가며 캠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루-바
-집에 가는 거 아니야 ㅋㅋㅋ 돌아가는 거야 ㅋㅋㅋ
-엌ㅋㅋㅋ 그러고 보니 자기 방송 여전히 진행 중 ㅋㅋㅋㅋㅋ
-저쪽 방송도 틀어놔야겠다.
난입이라고 쓰고 협력이라고 읽는 박 대표의 방송 도움을 마치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나는 내가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렇게 세트 문을 열고 들어가니…….
“뭐야! 어디 갔다가 이제 와!”
격한 환영이 쏟아졌다.
“샌드위치 받아 왔어요.”
“어서 와!”
물론 금방 진압되었지만 말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밥은 못 참지.
-ㅇㅈ하는 부분이구요.
마침 시청자들과 노가리 타임을 가지던 중이라 금방 합류할 수 있었다.
만약 설명과 연주를 더 진행 중이었다면 아까처럼 밖에서 시간을 죽이다 들어와야 했으리라.
“배신자!”
“너무 늦었습니다.”
건네주는 샌드위치를 하나씩 받으며 옥선이와 주영 형이 한마디씩을 던져 댔다.
‘받을 거 받았다, 그거지.’
이미 밥은 받아 놓고 그러는 것이 참 얄미웠지만, 딱히 반박할 수도 없고 어쩔 도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하하……. 그쪽에서 일이 좀 있어서……. 이것들 좀 먹으면서 합시다, 우리.”
내가 분량 확보를 위해 고생하고 왔음을 그들이 모르는 것도 아니고, 시청자들이 웃게 만들기 위해 이 한 몸 희생하는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
-자리 비우고 어디 갔다 오냐!
-이건 배신이야!
-샌드위치가 그렇게 맛있더냐!
“꿀맛.”
-우우우우우우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맛있어 보이긴 해 ㅋㅋㅋㅋㅋ
-이거 나중에 편집본 올라오나요?
-레시피 보고 만들어 보고 싶은데
-그 방 가서 물어보쇼 ㅋㅋㅋ
나의 고결한 희생 덕에 방송 분위기도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
모니터링 화면을 보니 여전히 우리의 순위는 2위.
시아는 어느새 4위까지 떨어져 있었고, 차근차근 올라온 김성동 아저씨의 방송이 아슬아슬한 차이로 3위를 차지한 상태였다.
‘김성동 아저씨랑 우리의 차이는 1,000명 정도. 딱히 긴장할 정도는 아니지만, 마냥 마음 놓고 있기만도 애매한 숫자네.’
딱 적당했다.
이대로 준비했던 콘텐츠를 쭉 진행하며 수성하는 데에만 성공한다면, 무난하게 2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1위의 영예가 탐이 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과욕은 금물이지. 지족불욕이야, 지족불욕.’
만족함을 알면 욕됨이 없다고 했다.
우리가 1위를 차지하기 위해 과하게 추격하다가는 고꾸라질 수도 있는 것이고, 무엇보다.
‘정규 편성 이후에는 이 프로그램에 참가할 여유가 없다.’
1위를 하게 된다면 정규 편성이 된 스온텔에도 필연적으로 참여해야 면이 서게 될 텐데, 우리에게는 그만큼의 시간이 없었다.
의무는 아니라지만 부채감도 생길 것이고, PD 입장에서도 썩 반길 상황은 아니다.
2위도 좋은 성적이고, 그 정도로 만족하는 게 좋으리라.
2위도 좋은 성적이고, 그 정도로 만족하는 게 좋으리라.
‘뭐지? 뭔가 문장을 두 번 연속으로 말해야 할 것 같은 이 기분은?’
잠깐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머리를 흔들어 잡념을 날려 버리고 다시 방송에 임했다.
“그러면 저희 간식 시간 잠깐 가지면서, 이야기 계속하도록 할게요. 저 없는 동안 무슨 얘기들 하고 있었어요?”
“연주사 얘기하다가 잠깐 튄 건데, 옛날 미군 부대 공연을 통해 가수 생활을 이어 나갔던 밴드들이 미국 스타일의 음악에 영향을 받…….”
우리는 간식거리를 챙겨 먹으면서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물론 시청자들과의 실시간 소통 역시 신경 쓰면서.
“방금 알와이포 님께서 미군 부대 공연이라는 게 정확히 뭔지 설명을 부탁하셨는데, 흔히 미8군 무대에 서며 음악을 했다는 선배님들의 얘기가 있잖아요? 50년대, 60년대 경에는 이 미군 무대의 구락부에 악단과 가수들이 올라가면서…….”
대화는 끊임없이 이어졌고, 천천히 방송 촬영도 막바지를 향해 달렸다.
스온텔의 방송 룰에 의해 천천히 아래 순위의 참가자들부터 스트리밍을 종료하게 되었다.
“닉네임 싱어송라이장의 방송이 종료되었습니다.”
“닉네임 이정철이정표의 방송이 종료되었습니다.”
“닉네임 여신샤의 방송이 종료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난민이 된 장준형, 이정철, 시아의 시청자들이 남아 있는 김성동, 삵, 박중원의 방송으로 유입되었고 여기서부터는 각축이나 다름없는 시청률 전쟁이 벌어졌다.
“기도하느으으은! 당신의 손길로!”
당연히 우리는 김성동 아저씨에게 따라잡혀 먼저 방송을 종료당하는 수모를 겪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닉네임 김성동의 방송이 종료되었습니다.”
2위 타이틀을 수성해 내는 것에 성공할 수 있었다.
“삵 방송 종료 3분 남았습니다!”
물론 박 대표의 아성을 뛰어넘기에는 무리였지만 말이다.
“휴……. 저희 방송도 이제 끝이 다가왔습니다.”
상주 작가의 공지를 듣고, 우리는 진행하던 대화를 멈추고 방송 종료를 위한 아웃트로에 착수했다.
하고자 했던 대부분의 콘텐츠를 진행했고, 소기의 목표도 달성했기에 후련한 기분이었다.
-와 벌써 끝이네
-이러면 박중원이 우승인 듯?
-ㅇㅇ 김성동 먼저 끝났고, 삵이 먼저 방종이니까
-캬. 누군지도 몰랐는데 대박이넹
“여러분. 우승자가 누구인지 짐작하는 것보다는, 저희 방송이 끝났다는 사실을 좀 안타까워해 주시는 쪽이 조금 더 훈훈하게 끝내는 방법 아닐까요?”
-아.
-와 너무 아쉽다.
-천년만년 진행될 것 같았는데 ㅠㅠ
-정말 아쉬워요. 그래서 박중원 방송 중인 곳 링크 좀.
“어허…….”
친근하게 진행되던 방송인 만큼, 끝까지 유머러스하고 유쾌했다.
“곧 종료됩니다!”
다시 한번 작가님의 공지가 날아들었고, 우리는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올렸다.
“자, 그럼 지금까지 삵이었습니다. 현재 앨범이 나와서 계속 활동 중이니 저희 음악 많이 사랑해 주시고요. 오늘 하루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삵바~
-삵바!
-아 삵 앨범 들으러 간다 ㅋㅋ 딱 대 ㅋㅋ
-수고링~~~
힘찬 인사와 함께 방송이 종료되었다.
“끄어어어!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고생 많으셨슴다!”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촬영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우리가 방송을 진행하는 동안 그것을 촬영하며 또 다른 방송을 만들어 나가던 사람들이다.
긴 시간 촬영을 이어 나가며 우리보다 더욱 고생했을 것이다.
“어휴, 삵이 고생했죠.”
“저희야 귀호강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고생했어요.”
스태프들은 우리의 인사를 친절하게 받아 주었다.
악수도 하고, 덕담도 나누고 나서, 우리는 장비를 정리해 두고 거실 세트로 복귀했다.
“이욜! 삵!”
“고생했어!”
“고생 많으셨습니다!”
먼저 방송이 종료된 네 팀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특히나 마지막까지 2위로 올라서려 애를 썼던 김성동이 가장 먼저 가깝게 굴며 다가왔다.
“이야, 이게 2위 3위 싸움이 좁혀질 듯 안 좁혀지는데, 난 여태 방송하면서 이렇게 심장 쫄깃했던 적이 없어.”
“하하하. 고생 많으셨어요.”
“아니, 어떻게 그 숫자 차이가 안 줄어들지? 허허허. 삵 진짜 잘해. 응?”
“감사합니다.”
곧 4위로 방송을 마감한 시아도 가까이 붙었다.
“루치 선배님 진짜 대단하시더라고요. 딱 타이밍 좋게 공격 들어온 것도 그렇고, 저 진짜 화들짝 놀라서…….”
“엇? 시아 님, 대처 엄청 잘하셨잖아요? 거의 무대 연출로 쓰시던데.”
“헤헤헤. 그게 제 능력!”
“와……. 얄밉다.”
우리는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박 대표의 방송이 종료되기를 기다렸다.
한 5분 정도가 지났을까?
“어이구, 먼저들 나와 계셨구먼.”
“고생하셨습니다, 대표님!”
“고생하셨어요!”
짝짝짝짝짝짝!
“허허허. 고생들 했어요. 이 개인 방송이라는 게 쉬운 일이 아니네요.”
박 대표가 자리를 정리하고 거실 세트로 복귀했다.
영광의 1위를 맞이하며 미리 모여 있던 사람들이 손뼉을 치며 환영해 주었다.
박 대표를 축하해 주는 식으로 잠시 휴식 아닌 휴식 토크 시간을 가지고, 곧 미스 스온텔의 진행이 다시 시작되었다.
“여름 특집 파일럿 방송 스온텔. 영광의 1위가 방송을 종료하며 순위가 결정되었습니다.”
짝짝짝짝짝!
“닉네임 싱어송라이장, 장준형 씨가 6위. 닉네임 이정철이정표, 이정철 씨가 5위…….”
장준형, 이정철, 시아, 김성동, 그리고 우리 삵까지 모두의 순위가 공식적으로 확정되었다.
“그리고 닉네임 박주부. 박중원 씨가 스온텔 최초 회차 1위를 달성하며 챔피언에 등극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와아아아아!”
“박주부! 박주부!”
“허허허허. 감사합니다.”
순위 확정과 함께 박 대표에게 축하와 환호가 쏟아졌고, 그는 기쁜 표정으로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전했다.
“우승을 하신 박주부 님께는 상품으로 오천만 원에 해당되는 값어치의 1분의 자유 광고 시간이 주어집니다.”
“우승 소감요?”
“네. 1분 동안 하고 싶으신 말씀 자유롭게 이야기하시면 되겠습니다.”
“아이고……. 1분 자유 광고라…….”
박 대표가 자리를 옮겨 세트 중앙에 서고, 조명이 하나둘 꺼져서 그에게 단독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나는 눈빛을 빛내며 박 대표를 바라보았다.
‘왔다! 그 시간!’
내가 아주 좋아했던 그 장면이다.
“어휴, 이거 당황스러워서……. 이거 뭔 얘기를 하면 될까요? 나 시작하라고 하면 시작하면 돼요? 근데 뭔 얘기를 해야 돼, 근데?”
“자, 가겠습니다! 하나, 둘, 큐!”
당황한 박 대표의 말은 듣지도 않고, 큐 사인이 울려 퍼진다.
곧 카메라 저편에 미리 준비되어 있던 전자시계의 카운트가 시작된다.
60초부터 0초까지.
돈 잘 버는 외식사업가 박중원이 시청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사랑꾼 아저씨가 되는 순간이다.
“예, 여러분 안녕하세요. 박중원입니다. 저……. 음식 장사를 하는 사람이지만 돈 많이 버는 것보다는 좋은 음식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그 마음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박 대표의 진솔한 우승 소감이 흘러나온다.
“저희 와이프……, 하고 항상 사랑하고 잘살고 있습니다. 저희 와이프 많이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주 좋은 사람입니다. 그……. 절대 여러분이 생각하는 안 좋은 것 없습니다……. 항상 좋은 모습, 사랑하며 사는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은데, 그게 마음처럼 잘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저희 진심은…….”
돈 많은 사업가와 인기 있는 배우의 결혼.
나이 차이도 있고 직업의 특성도 있어서 그 결혼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씹을 거리로 충분한 소재였고, 박 대표와 그 부인에게 상처가 되는 말도 많이 들려왔다.
박 대표는 방송 출연을 기회로 그의 진솔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앞으로도 계속 좋게 봐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삐이익!
“아, 와이프! 사랑합니다!”
1분 스피치 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버저가 울리고, 박 대표의 자유 광고 시간이 종료되었다.
“와아아아!”
“멋지다!”
짝짝짝짝짝짝!
팬으로서 굉장히 흐뭇한 장면이었다.
‘멋있어, 멋있어.’
모두가 좋아하던 그 박 대표의 모습이다.
진솔하고, 책임 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자랑할 줄 아는.
나는 눈물이 찔끔 나는 것을 느끼며 크게 박수를 쳐 그에게 응원과 축하를 건넸다.
멀리 후련하게 미소를 짓고 있던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아.”
그가 내렸던 마이크를 다시 들어 말했다.
“그리고 저기 김루치아노 씨와 밴드 삵 새 앨범 나온 걸로 아는데, 많이들 들어 주십시오. 우리 더 케이, 박중원의 원조쌈밥도……. 아, 이거 1분 다 지나서 방송에 나갈지 모르겠네. 아무튼 감사합니다!”
전생에 없던 일이 일어났다.
‘어라?’
살짝 뒤를 돌아보니 박 PD님이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려 보이고 있다.
그 말인즉슨.
‘저 부분까지 방송에 나간다는 뜻인가, 설마?’
지상파 방송 1분 광고 비용, 약 오천만 원.
‘개, 개이득?’
어마어마한 선물을 받아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