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star RAW novel - Chapter 156
155화
럭키데이 때의 일이다.
우리는 2집을 발매하고 처음부터 차트 위로 폴짝 뛰어 올라가 순위권에 곡들을 안착시켰다.
“열네 곡 중에 일곱 곡이 올라갔지, 아마?”
“네. 타이틀 포함 일곱 곡이죠. 나머지 절반은 아깝게 50위권에서 빙빙 돌았고요. 조금 더 올라갈 수 있었을 법도 했는데…….”
“야, 그 정도 성적이면 초대박이지. 1집 때에 비하면 초반에 빵빵 터지는 맛은 없었지만 말이야.”
“그것도 그렇네요.”
“캬……. 격세지감이다.”
그때와 지금의 데뷔 연차가 다르고, 나이가 다르고, 음악이 다르다.
그래서인지 음원 파워도 아쉬웠고, 동원력도 회사 측의 예측 범위 이상이었지만 내 입장에서는 기대에 다소 미치지 못하는 면이 있었다.
하긴, 럭키데이와 삵이 다르니 출발점도, 등반 속도도, 결승점도 다를 수밖에 없긴 했다.
그래서일까?
“와……. 이게 대체…….”
“미쳤다, 미쳤어.”
“어떻게 방송 한 번에 이렇게까지…….”
단 하루 만에 수직 상승해 차트 2위를 포함, 순위권에 진입한 우리 곡들을 보며 느껴지는 기분 역시 예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이거 박 대표님께 산삼이라도 몇 뿌리 보내 드려야 하는 것 아닌가 몰라?”
“산삼요? 그거 구할 수 있나…….”
“그냥 하는 말이지. 진짜 비싼 건 몇 억씩 한다던데, 우리가 그걸 어떻게 보내냐?”
“앗. 그것도 그렇네요.”
“애초에 돈 많은 분이신데, 산삼이 필요하시면 알아서 사서 드시지 않을까?”
“앗, 아아…….”
유성 형과 우리는 평소 모이는 연습실에서 노트북을 보며 기쁨을 나누었다.
파일럿 프로그램 스트리밍 온 텔레비전이 방송된 직후.
쭉쭉 올라가던 차트 성적은 천천히 그 상승세가 떨어지더니 2위에 한 곡, 10위권에 네 곡이 들어가며 그야말로 떡상을 해 버렸다.
잘 편집되어 나온 우리의 커버 연주와 콘텐츠, 박 대표님의 방송에서 보여 준 나의 인상적인 몇 장면, 그리고 마지막 PR 시간에 스치듯 지나간 박 대표의 언급.
많은 요소들이 맞물려 새로 유입되는 청자들이 늘어났다.
아니, 더 정확히는 그냥 스온텔 효과라고 말할 수 있겠다.
“어떻게 요즘 시대에 파일럿으로 시청률 7퍼센트를 찍지? 박 PD님도 참 인물은 인물이야.”
본방 시청률이 7퍼센트, 너튜브에 올라온 편집본은 조회 수 천만을 거뜬히 넘겼다.
이 정도면 인상적인 장면이 몇 없었어도, 박 대표님이 끝에서 따로 언급을 주지 않았어도 일정 수준 이상의 후광 효과를 노릴 수 있었을 성적이다.
‘그래도 열심히 한 덕이 있긴 하겠지.’
물론 프로그램의 성공이 차트 순위 상승에 있어 지분이 가장 큰 것은 맞지만, 우리의 성과를 굳이 깎아내리지는 않기로 했다.
그만큼 열심히 하기도 했고, 우리가 보여 준 그 노력이 분명 영향을 끼쳤을 테니까.
아마 모르긴 몰라도 3, 4위에서 끝날 것을 2위까지 올려 준 정도는 되지 않을까 했고, 멤버들은 그런 내 생각에 동의했다.
“그렇지. 그날 방송 준비하느라 그 고생을 했는데.”
“사실 차트 3위 4위 정도가 아니라 10위권 안착 정도가 원래 운명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어허, 원래 운명이라뇨? 우리 삵! 언제나 노력하는 밴드 아닙니까!”
“그렇지! 지금의 2위가 원래 운명이고, 평행 세계의 게으른 삵들이나 10위권에 만족하는 것이지! 말 잘했다, 옥선이!”
“형님!”
“옥선이!”
그간 개고생을 하며 돌아다녔기 때문인지, 잠깐 시간이 여유롭다고 참 즐겁게도 노는 멤버들이다.
하지만 계속 휴식을 취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이제 성적 확인 다 끝났죠? 스케줄 정리 들어갑시다. 뭅뭅.”
“아…….”
“좀만 더…….”
“얼른요.”
나는 늘어지려는 멤버들을 바로 앉게 만들고, 유성 형에게 설명을 요청했다.
곧 유성 형이 태블릿을 꺼내 일정을 확인해 우리에게 말해 주었다.
“일단 제일 가까이는 지현섭 선생님이 직접 섭외 준 거 기억나지?”
“소년 가장 돕기 행사였죠?”
“응, 그거. 한국 소년 가장 돕기 행사 무대. 그게 있네. 며칠 안 남았어.”
“오케이. 좋아요. 세 곡 깔끔하게 받았으니 레퍼토리 그대로 가져가서 진행하면 될 거예요.”
“그럼 좋지.”
먼저 지현섭 선배가 직접 섭외를 하러 우리 대기실까지 찾아왔던 행사인 한국 소년 가장 돕기 행사 무대.
당일 현장에 바자회도 열리고 이런저런 기부 모금 부스도 설치되는데, 우리가 할 일은 결국 공연이다.
“사실 너희가 이런 행사를 다닐 타이밍이 아니긴 한데…….”
“좋은 일에는 때가 없죠.”
“착한 일을 작다 하여 하지 않으면 안 되고, 악한 일을 작다 하여 해서는 안 된다!”
원래대로라면 이렇듯 돌아다녀야 하는 행사는 4주 차 활동까지 모두 끝난 이후에 진행하기로 되어 있는데, 우리의 고집을 회사는 막을 수 없었다.
다들 선행에 진심이거든.
“그래, 그래. 그래서 페이도 없이 가잖아. 아무튼 그날 행사 이후에는…….”
유성 형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이었다.
“원래 다닐 타이밍이 아니긴 한데, 대표님 허락하에 진행하는 거니까 알아 두라고. 대신 페이도 없고, 다음 날 촬영 일정 때문에 급하게 올라와야 한다는 것 명심하고.”
“넵!”
“기왕 가는 거, 제대로 하고 오자.”
유성 형도 그 정도 언급 이상으로 타박을 하거나 반대 의사를 표명할 생각은 없었는지, 가벼운 지적으로 이야기를 마쳤다.
‘형도 사실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하면서.’
애초에 유성 형 역시 우리와 비슷한 사고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예정된 시간표를 생각하면 하지 않는 것이 맞지만, 이것을 하는 것이 인간으로서 더 옳은 일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점을 그 역시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다음. 행사 다음 날 토크쇼 하나 있고, 이후로 음방 출연이랑 예능 조금. 확정된 기획서는 다 나눠 받았지?”
“넵!”
“네.”
“그래. 확인해 보고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봐. 혹시 필요한 것 있으면 형이 제작진한테 물어 줄게.”
“세게는 말고 살살 물어요.”
“어, 그래.”
소년 가장 돕기 행사 이후로는 평소와 같은 음방 촬영 일정이 있고, 몇 개의 토크쇼나 예능 등이 예정되어 있다.
음방이야 항상 끼어 있는 스케줄이고, 예능과 토크쇼의 경우 기획서를 읽고 미리 준비를 해 두어서 더 신경 쓸 부분이 없었다.
만약 있다면 촬영 당일 컨디션 조절 정도?
“그러면 3주 차 일정까지 끝인가요?”
“응. 버스킹 영상 몇 컷 따는 거 말고는 없네. 3주 차는 그걸로 끝.”
앨범 발매 3주 차 일정은 거기서 종료.
그럼 이제 더 큰 무대가 남아 있다.
“마지막 주에는…….”
“베스트 뮤직 600회!”
“그래. 베스트 뮤직 600회 특집.”
지난번 베스트 뮤직 촬영을 야외에서 진행하게 된 이유.
베스트 뮤직 600회 특집 무대.
“지난 촬영 때 했던 공연이 나쁘지 않게 보였나 보더라고. 이번 차트 성적 상승도 한몫했고, 결국엔 출연 확정받았다.”
“호오……. 생각보다 결정이 일찍 되네요?”
“빠르게 확정 낼 것 확정 내고, 공들여서 준비하려는 모양이야.”
“탐나는 무대였는데, 갈 수 있어서 다행이네요.”
음방 촬영, 음방 무대야 뭐 사실 언제나 거기서 거기이지만, 특집, 기념 같은 것이 앞에 붙는다면 그 화제성과 무대 규모는 평소보다 훨씬 커진다.
지금 당장 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 가수들도 기웃거리고 있는데, 당장 앨범 활동을 진행 중인 우리로서는 탐이 나다 못해 침이 줄줄 흐르는 무대일 수밖에 없었다.
“거기 PD님이 따로 자리 빼 준 거라고 생색을 어찌나 내던지……. 어휴……. 진짜 잘해야 돼. 알지?”
“넵!”
유성 형이 질렸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우리에게 넌지시 잘하라고 응원 비슷한 강요를 던졌고, 우리는 힘차게 대답했다.
매니저 형의 그런 부탁이 아니더라도 우리에게 있어서 그날의 베스트 뮤직 무대는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무대였다.
‘1위는 찍고 활동 마무리해야지.’
베스트 뮤직 600회차 특집은 우리가 차트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실질적으로 마지막 기회나 마찬가지인 무대.
이후로는 앨범 활동기가 절반에 들어가 공연과 행사를 다녀야 할 시기가 오니, 방송 무대 중 가장 큰 베스트 뮤직 600회에 사활을 걸어야만 차트 1위를 노릴 수 있었다.
“좋아……. 스케줄 정리는 끝났고……. 그럼 잠깐 휴식 시간 가지고, 루치만 잠깐 형이랑 올라갔다가 오자.”
“넵.”
“쉬고 있는다?”
“네네. 돌아와서 연습 진행할 수 있게 준비만 해 주세요.”
“오케이. 다녀와.”
스케줄 공지와 설명은 대강 끝.
나는 그 외의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멤버들을 연습실에 두고, 사무실로 이동했다.
유성 형과 의자 하나씩을 두고 앉은 후, 우리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먼저 CMYK 문제. 여기는 회사 차원에서 대응하기로 결정이 됐어.”
얼마 전 왱알앵알의 무의미한 시비로 촉발된 싸움.
몇몇 멍청한 녀석들의 건들거리는 태도가 어른들 일로 번져 버린 건이다.
“어느 정도 선에서 진행되나요?”
“아마 겹치는 프로그램은 음방을 제외하면 빠지는 선에서 끝날 것 같아. 뭐, 걔네가 나오는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들어오면 안 나가겠다고 하고, 우리가 알 박고 있는 곳에 그쪽 애들은 못 나오게 하는 정도지.”
“크게 안 벌이는 수준에서는 딱 적당하네요.”
“더 원하는 건 없어?”
유성 형은 회사의 대응 수위를 짧게 설명해 주며 혹시 내가 원하는 다른 행동 방향은 없는지를 물었다.
사실 말한다고 그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정도면 회사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우리 비위를 잘 맞춰 준 것인지라, 나는 만족한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회사에만 펀치 한 방 날려 달라고 해 놓고, 나는 가만히 있을 생각도 아니었고 말이다.
“뭐, 회사에서 하는 대응에 더해서 저도 따로 하고 있는 것이 있어서……. 그만하면 적당할 것 같아요.”
“따로?”
“네. 그냥 이것저것요.”
뭐, 그래 봐야 왱알앵알 녀석들이 방송 무대에 들고 나왔던 우영 뮤직 협찬 제품들의 회수라거나, 아는 사람들에게 징징거리는 소리나 좀 하는 정도겠지만, 그들과 나의 영향력을 비교했을 때 꽤 큰 돌을 던지는 셈이긴 했다.
‘이걸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녀석들의 기타와 키보드 같은 것은 그 깨끗한 겉모습과 순정 상태 그대로인 커스텀을 봤을 때 협찬 제품임이 분명했다.
아마 CMYK에서 전용 장비 같은 지원 없이 협찬으로 때운 것일 확률이 높다.
그 우영 뮤직이 그들이 그렇게나 물어뜯던 우리와 어떤 관계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지난번 피넛버터 때도 그렇고, 이번 왱알앵알 일도 그렇고, 참 맘에 들지 않는 놈들이다.
나는 그런 그들이 벌였던 여러 사건을 들어 설명해 그들과 계약 관계를 유지하면 브랜드 평판에 악영향이 올 것이라며 우영 뮤직으로 하여금 협찬을 중단하기를 요청했다.
우영 뮤직의 사장님, 아니, 재우 아버님은 그런 내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셨다.
‘악기나 새로 사도록, 애송이들.’
원래 돌보다는 똥을 맞았을 때 기분이 더 나쁜 법이다.
큰 싸움 없이, 그들의 기분을 사정없이 망가뜨릴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