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star RAW novel - Chapter 157
156화
“그래, 아무튼 책 잡힐 것 없이 알아서 잘할 거라고 믿을게.”
“당연하죠. 하핫.”
나는 유성 형과 CMYK 사의 시비에 대한 대응, 앞으로의 멤버들 컨디션과 일정 관리, 연습실 개방 시간에 대한 논의까지 마친 후에야 연습실로 돌아왔다.
‘분명 늘어져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겠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저 왔습니다!”
“으악! 연쇄연습마다!”
“돔황챠!”
“어허. 이제 연습들 해야죠?”
역시 예상대로 내가 와서 연습이 시작됨에 경기를 일으키는 두 사람이 보인다.
“주영 형이랑 하은 형은 벌써 준비 중인데, 둘은 뭐 해요? 얼른 움직여야지!”
“에휴…….”
“간다, 가.”
세명 형과 옥선이 두 사람은 바닥에서 데굴데굴 구르던 것을 멈추고 일어나서 각자 위치로 돌아왔다.
그래도 나 없는 사이 세팅은 모두 끝내 뒀는지 한두 번 소리를 들어 보고 더 점검하지 않아도 된다며 신호를 보내온다.
“굿?”
“굿.”
“그럼 행사 레퍼토리 점검부터 시작할게요. 첫 트랙…….”
우리는 그로부터 한참 동안이나 한국 소년 가장 돕기 행사 무대에서 연주할 레퍼토리를 반복 연습했다.
단순히 곡 연주 연습이 아니라 지현섭 선배에게 받은 큐시트의 앞뒤 아티스트들의 성향에 맞춘 순서를 짜고, 멘트를 치는 과정도 들어 있는 연습이었다.
저녁이 다 되어서야 만족스러울 정도의 숙련도를 얻었다 싶게 된 나는 천천히 자리를 정리하며 공지했다.
“내일도 평소처럼 나오시면 되고, 오늘 진행한 행사 무대 연습이랑 타이틀 연습, 버스킹 컷 추가 촬영 들어갈 분량 연습 진행할게요.”
“오케이.”
“엉.”
“고생 많으셨습니다. 컨디션 잘 챙기고 내일 봐요.”
“고생고생.”
“고생하셨습니다.”
모두 짐을 챙겨 유성 형이 차를 끌고 나오기를 기다렸다.
곧 모두 자동차를 타고 사라지고, 나 혼자 연습실에 남았다.
“휴……. 개인 연습도 하긴 해야지.”
멤버들을 모두 보내고 혼자 연습실에 있는 이유.
개인 트레이닝을 위해서였다.
‘삵의 노래는 스타일이 너무 분명해. 따로 연습을 하지 않으면 굳어 버릴 수도 있어.’
삵의 앨범은 철저하게 멤버들의 스타일을 정리해 차곡차곡 겹쳐 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한 노래들로 구성되어 있다.
때문에 따로 노래 연습을 하며 다양한 장르의 노래들로 목을 풀어 주지 않으면, 오로지 삵의 스타일대로 재지한 진행과 부드럽고 매끄러운 펑크 곡에 과하게 익숙해지는 수가 있다.
“크흠, 큼. 아아, 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
원래 평소에도 잠깐이나마 짬을 내서 내 시간을 가지며 노래 연습을 하는 편인데, 최근 바빠서 조금 소홀했던 감이 있다.
오늘은 연습도 나름 짧게 진행했겠다, 내일도 부담스러운 일정은 없겠다, 조금 늦게까지 남아서 연습을 할 생각이었다.
“처음엔……. 역시 이거지.”
나는 핸드폰 MP3 플레이어로 MR 하나를 틀어 재생했다.
“음음. 음음음.”
전주가 흐르는 동안 목의 상태도 점검하고, 발끝에서 어깨까지 힘이 과하게 들어가는 곳이 없는지 체크했다.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에 입을 열고 가사를 뱉었다.
“함께였던 길인데, 어째서 이제 나 혼자만이. 우우.”
비교적 부드러운 발라드인 데다가 낮게 시작해서 위로 올라가는 음계 덕에 첫 곡으로 부담이 없는 가을의 향기.
여름이 지나고 단풍 들 때쯤 되면 쏠쏠한 수익을 안겨 주는 효자 같은 곡이다.
“제발 가지 마요! 라고 외치고 싶어도! 떠나가는 그대 모습을 바람에 실어 보낼게요! 워, 후, 우우우우우우…….”
깔끔하게 고음 노트에 소리가 닿는지를 확인하고, 애드리브도 원하는 대로 찍히는지를 점검했다.
“아아. 음음음.”
목 상태는 아주 좋다.
호흡 역시 일정하게 잘 나오고, 끊으면 끊는 대로, 뱉으면 뱉는 대로 조절이 잘되고 있다.
‘음……. 활동 중이니까 당연한 거긴 하지.’
사실 앨범을 내고 지금까지 쭉 음방에 나가는 등 노래를 해야만 하는 활동을 지속했기에, 목이 잘 풀려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긴 했다.
뭐, 이런 현재 상태 체크야 루틴 같은 것이니 빼먹어도 되긴 하지만, 그래도 하지 않으면 괜히 신경이 쓰인다.
모가지에 폭탄 하나를 매달고 살았던 적이 있으니, 점검과 관리는 과하면 과할수록 좋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오케이. 그럼 다음은…….”
첫 곡으로 가을의 향기를 깔끔하게 소화하고 발성 연습도 잠깐 한 후에, 다음 곡을 골랐다.
“어느 것을 고를까요, 알아맞혀 봅시다……. 딩동댕동……. 이거다.”
뭔가 내 노래는 하고 싶지 않아, 다른 가수의 노래를 모아 둔 폴더에서 몇 개를 골라 전국 모든 선택 장애의 희망, 척척박사님의 도움을 받았다.
딴딴 딴따단딴 딴딴 딴따다단딴, 딴딴 딴따단딴 딴딴 딴따다단딴, 딴딴 딴따단딴 딴딴 딴따다단딴!
대한민국 여성이라면 꼭 한 번쯤은 노래방에서 불러 봤을 법한 노래의 반주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온다.
“흠! 크흠! 좌닌, 좌니난! 좌닌……. 오케이.”
바로 소찬희, 소 교수님의 노래 눈물.
최고 3옥타브 솔의 정신 나간 고음과 시원시원한 샤우팅으로 유명한 곡이다.
소 교수님의 노래 중 가장 유명한 곡 중 하나로, 최고음에서 길게 빼내는 호흡과 일정하게 유지되는 비브라토가 매력 포인트.
내가 헛기침을 해 대고 미리 후렴구의 고음을 내보는 이유는, 그 곡을 원키로 틀어 두었기 때문이다.
‘아아. 지르고 싶은 날이다.’
간만에 시원하게 샤우팅을 좀 지르고 싶었다.
찌르르르!
확 줄어드는 기계음.
노래가 시작된다는 신호였다.
나는 타이밍을 맞춰 입을 열었다.
“아무 일도 나는 모른 거야, 처음부터 우린 아닌 거야. 넌 그렇게 날 잊어 줄 순 없겠니.”
무난하고 깔끔한 시작이다.
고음역의 단단한 소리로 스타트를 끊었다.
다만 남자 보컬이 억지로 여자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 생기는 얇은 목소리가 나오는 현상에 주의했다.
오로지 내 음색을 유지하며 발성을 소화하는 것.
그것에 집중했다.
“차라리 나를 증오해. 이제 그만 내게서 떠나가 줘.”
계단을 올라가듯 코드가 한 칸씩 올라간다.
“두 번 다신 날 찾아오지 마!”
시원하게, 그리고 날카롭게 고음을 뱉어 냈다.
“나로 인해 아파질 테니까!”
3옥타브 파의 고음역대를 비강을 긁는 스크래치를 넣으며, 강하게 성대를 접지시키고 배의 압력을 유지한다.
소리가 깔끔하게 뻗어 나간다.
그리고 찾아온 후렴구.
힘 있게 가사를 눌러 뱉었다.
“잔인한! 여자라! 나를 욕하진 말아 줘! 나는 너를 위해 이별을 택한 거야!”
여자 보컬의 노래라는 신호를 주는 가사가 대놓고 들어 있어 조금 우습긴 하지만 노래는 참 좋아서 또 아이러니했다.
순간 잔인한 남자로 가사를 바꿔 부를까 했지만, 누구 앞에서 공연 중인 것도 아니고 그대로 불렀다.
“잊지는 마! 내 마음을! 너는 내 맘에 있어어어!”
최고음 3옥 솔을 찍고 강한 압력을 유지한 채 음을 흔든다.
‘크……. 이거지!’
쭉쭉 뻗어 나가는 소리가 연습실을 가득 울리는 것이 느껴진다.
“길진 않을 거야, 너를 잊을 때까지! 영원히이!”
끝음을 살짝 끌어 준 후 힘을 확 풀어 노래를 끊었다.
나는 등에서 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반주를 종료했다.
“휴우우!”
아직 폐에 남은 이산화탄소를 빼듯, 숨을 길게 내쉬며 근육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미리 눌러 해 두었던 녹음본을 들어 보았다.
“잔인한! 여좌라! 나를…….”
‘아. 발음.’
고음을 딱 찍어서 내기 위해 가사를 눌러 뱉었기 때문인지, 발음이 다소 뭉개지는 것이 귀에 잡혔다.
이건 신경을 써서 고쳐야 할 부분이다.
‘오케이 체크.’
나는 녹음본을 들어가며 하나씩 잘못된 부분이나 듣기에 불안한 부분을 메모했다.
이 정도면 들어 줄 만도 한 노래였지만, 조금 더 숙달하면 훨씬 높은 퀄리티를 낼 수 있을 테니 계속해서 연습하고 스스로 고쳐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언제나 완벽을 추구해서 더 나은 결과물을 사람들에게 보여 주는 것이 프로의 자세니까.
그렇게 한참을 노래 한 곡을 부르고, 녹음본을 들으며 부족한 점을 체크하는 과정을 반복하던 중, 핸드폰이 울렸다.
벌렐렐렐렐렐레. 벌렐렐렐렐렐레.
“엇. 벌써?”
개인 연습을 시작하기 전 맞춰 두었던 알람이다.
“후……. 가야지, 이제.”
얼마 있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벌써 자정이 되었다.
이제 슬슬 집에 들어갈 시간이다.
덜컹!
나는 살짝 당겨 두었던 스피커를 원래 자리로 가져다 두고 연습실 컴퓨터를 끄는 등, 정리를 마치고 회사를 나섰다.
“아. 덥다.”
깊은 밤인데도 다소 더운 느낌이다.
‘여름이다, 여름.’
초여름 지나 본격적인 더위가 진행되고 있다.
바람이 불지 않아 땀도 식지 않는다.
‘씻고 자야지.’
어서 집에 들어가서 씻어야 할 것 같았다.
축축 늘어지는 발걸음을 간신히 옮겨 집에 돌아왔다.
“후우우우! 읏쌰아!”
옷을 거칠게 벗어 패대기치고 바로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쏴아아아아!
떨어지는 찬물이 잔뜩 올랐던 열을 식혀 주니 피로가 한결 덜했다.
‘내일 레퍼토리 연습 마치고 잠깐 쉬는 동안에 주영 형 애드리브 점검 좀 하고…….’
대충 비누를 문질러 닦는 동안, 속으로 내일 일정을 속으로 생각했다.
남은 시간은 적은데 일정을 뜬금없이 꽂아 넣어 시간표가 무너졌기 때문에, 연습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했다.
쏴아아아아아아아아아!
비누 거품을 적당히 씻어 내고 물기를 닦은 후, 머리도 말리지 않은 채 아침에 정리하지 않은 이불에 그대로 드러누웠다.
“퓨후우우우!”
몸이 노곤노곤하다.
‘그럼 연습 일정은 계획대로 끝난다고 치고, 다음 한국 소년 가장 돕기 행사 무대. 공연만 하고 올라오는 것으로 되어 있기는 하지만, 바자회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어야겠지? 그러면 공연 전날은 조금 여유롭게…….’
일정에 대해 생각을 이어 나가려 하는데 뭔가 툭툭 끊기는 느낌이다.
‘아. 졸립다.’
생각을 멈추고 배 위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잠시 후.
뻠범범범! 뻠범범버! 뻠범범…….
“얽!”
휴대폰 울리는 소리에 나는 벌떡 일어나 시계를 확인했다.
AM 07:09
벌써 오전 7시가 되어 있었다.
“어. 옥선.”
“일어났냐?”
“응. 지금. 너 전화 아니었으면 늦을 뻔했다.”
“그럴 줄 알았다. 얼른 씻고 나와. 가는 길에 슬러시라도 사서 들어가게.”
“오케이. 여기 들어와 있을래?”
“아니. 나 편의점이야. 여기로 와.”
“응.”
어느새 잠이 든 것인지 벌써 해가 떠 있다.
옥선이의 전화가 아니었으면 일어나지 못할 뻔했다.
“후……. 씻어야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싱크대에 설거짓거리가 쌓여 있고, 이불은 정리도 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이따가 저녁에 와서 치우기로 했다.
“흠흠흠……. 장사하자, 먹고살자…….”
콧노래를 부르며 머리를 감았다.
오늘도 열심히 연습을 할 예정이다.
“오늘도 방실방실 밝은 대한민국의…….”
왜인지 가슴이 콩닥거리는 게 느낌이 좋은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