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star RAW novel - Chapter 159
158화
“그럼 여러분 오늘 하루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 되시길 바라며, 저희 삵은 마지막 곡 포효와 함께 물러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와아아아!”
인사말과 함께 마지막 곡을 연주할 준비에 들어갔다.
관객들의 반응, 그중에서도 앞자리에 모여 앉은 아이들의 반응이 좋아서 공연을 하는 우리 역시 기분이 아주 좋았다.
‘그래도 다행이네.’
후원 대상이 되는 아이들은 행사 내용이 바뀌어 뜬금없이 무대 앞에서 구경을 하게 되었음에도 구김 없는 표정으로 공연을 즐겼다.
생각했던 만사가 다 힘들고 귀찮은데 괜히 불러서 시간 낭비나 했다는 반응이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최소한 우리가 공연을 한 몇 분 정도는 순수하게 즐길 수 있었다는 뜻일 테니.
딱! 딱! 딱! 딱!
옥선이의 드럼 스틱 신호에 맞춰 연주가 시작되었다.
디잉, 딩딩 디이잉……. 디링……. 딩……. 두둥!
경건한 자세로, 정확하게 박자를 잡아 주는 킥 신호에 따라 보컬을 입혔다.
“해가 떠오르네. 억지로 눈을 뜨네. 이젠 곁에 없는 얼굴 떠올리며…….”
둥. 둥. 둥.
한껏 육중하게 꽂히는 킥의 소리가 곡에 무게감을 더한다.
소리는 가볍게 띄워도 메시지는 무겁게 던져야 한다.
극복 의지.
눈앞에 닥쳐온 큰일을 나 스스로 작은 일로 만들고, 결국은 넘어설 것이라는 다짐을 표현하기 위해, 무거운 드럼 리듬 위에 딱 들어맞는 박자로 보컬의 소리를 올린다.
“힘을 꼭 주고! 무릎을 펴면서! 마음을 다잡고 내게 다짐하네, 예. 꿈을 꾸겠지, 가슴을 불태우며. 가끔 세상이 나를 짓눌러도…….”
내가 뱉어 내는 이야기에 눈앞의 작은 관객들이 빠져드는 것이 보인다.
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응원이다. 잘 들어라.’
내 입에서 나오는 가사 말들이 전부 자신들의 등을 밀어주는 응원의 메시지라는 것을.
오로지 그러기 위해서 부르는 노래라는 사실을 말이다.
“두근대는 심장 소리와 함께, 오오오! 크게 소리치겠다고!”
지이이이잉!
쌓아 올리는 과정인 벌스와 훅의 경계를 나누는 세명 형의 강한 스트로크.
‘하나, 둘, 셋, 넷!’
속으로 수를 세고, 강하게 외쳤다.
“타오르는 태양처럼 뜨겁게! 비바람이! 내 앞길을 막아서도!”
터뜨리는 느낌의 샤우팅.
남자 키라고 보기에는 너무 높은 후렴구의 음을 마치 뚫어 내듯 힘 있게, 거칠게 토해 내는 음성으로 장식한다.
곡의 표현에 있어 내가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이다.
“달려갈 거야! 빛을 향해서! 오오오! 저 멀리 보이는 빛을 향해서! 오오오오!”
징지잉, 지이이잉!
후렴구의 끝과 함께 간주가 진행된다.
그사이.
“와아아아아아!”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여린 환호성과 힘찬 손뼉이 우리에게 쏟아진다.
“흐.”
짜릿하다.
역시 이만한 기분이 또 없다.
‘기운 좀 받았으려나?’
내가 던지는 메시지에 공감하고, 또 그것을 깊게 음미해 나름의 재해석을 하는 사람들.
그런 관객들이 내게 주는 보답.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노래라는 것을 그만둘 수 없는 이유였다.
거기다가 꼭 이 노래를 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이들의 공감이다.
지금 기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좋았다.
지이잉, 디리링 디딩, 디리링 디딩, 디디딩, 디리리리링! 지지징!
하은 형의 화려한 기교가 빈 공간을 가득 채우며 자기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킨다.
후렴과 새 절 사이의 간격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밑에서 위로 치솟는 음과 힘차게 때려 대는 박자에 절로 힘이 솟는다.
수수한 듯 화려하고, 느릿느릿하게 힘이 있는 노래.
극복의 메시지를 담은 이 포효를 마지막 곡으로 고른 보람이 있다.
“지쳐 가는 어깨에 떨려오는 다리. 어쩌면 여기서 쓰러지는 건 아닐까…….”
담담하게 다음 절을 부른다.
차근차근 다시 쌓아 올리고, 후렴을 터뜨린다.
“타오르는 태양처럼 뜨겁게! 비바람이! 내 앞길을 막아서도!”
앞자리의 소년들이 웃거나, 애써 눈물을 꾹 참거나, 잘게 어깨를 들썩이는 것이 보인다.
“달려갈 거야! 빛을 향해서! 오오오……. 오오오오…….”
그저 뜻에 공감해서, 위로를 담은 노래를 들어서 감동한 것으로 끝나진 않는다.
다소 기회주의적으로 보일 수는 있지만.
“저 멀리 보이는 빛을 향해서! 오오오오!”
적어도 삵의 노래가 듣기 좋았다는 기억 정도는 남겨 줘야지.
미래의 고객들에게.
“오오오오, 오오오오!”
힘을 가득 실어 샤우팅을 유지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몇 년 지나지 않아 구매력 있는 고객이 될 아이들에게 확실히 들리도록.
지금 주저앉아서 멈추면 이런 끝내주는 무대를 다시 볼 기회가 없으리라는 뜻을 담아서.
* * *
“고생하셨습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감사합니다.”
무대 뒤로 내려오며, 우리는 이 인원으로 무대가 완벽하게 꾸려진 게 미스테리하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소수의 스태프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다음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 세팅으로 한참 바쁜 와중에도 그들은 입으로나마 인사를 받아 주고, 여유가 되면 손까지 흔들어 주었다.
그들 역시 봉사 정신으로 무장한 채, 얼마 되지도 않는 페이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깊게 고개 숙여 인사를 드리기에 충분한, 멋진 분들이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넵! 얼른 내려가서 쉬세요!”
흐뭇한 얼굴로 던지는 인사를 받으며, 우리는 대기 공간으로 돌아왔다.
“후우우우! 마지막 샤우팅 끝내줬다.”
“인정한다.”
“어떻게 소리를 그렇게 오래 끌어? 숨도 안 차냐?”
“허흐허허……. 연습 때랑 녹음 때도 다들 들었으면서, 뭐 그렇게 호들갑이래요?”
“야, 무대에서 하는 건 또 느낌이 다르잖아.”
“그건 또 인정.”
금방 굉장히 만족스러운 무대를 만들고 왔기에, 피곤한 와중에 무거운 장비를 주렁주렁 들고 오고도 우리는 신이 나서 떠들었다.
“얘들아. 고생 많았다.”
“예아!”
“괜찮았죠?”
“언제나 그렇지.”
“허흐허허허허!”
“아니, 웃음소리 왜 그래, 오늘?”
“뭔가 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웃음이 나오는 느낌이에요.”
유성 형도 대기 공간으로 오며, 공식적인 행사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그러면……. 올라갈 시간 고려하면 한 시간 조금 안 되게 남은 것 같은데. 어떻게, 구경 좀 하다 갈래?”
“넵!”
“바자회!”
“닭꼬치!”
“오케이. 그럼 잠깐만 돌아다니다가 가자. 지 선생님도 뵙고.”
“와아아!”
바자 행사와 정기 지원 설명 부스 등, 무대 공연 이외에도 많은 것이 준비되어 있다.
바자에서 판매하는 물건들도 구경하고, 내친김에 정기 후원도 신청하기 위해 우리는 대기 공간에서 나와 행사가 진행 중인 광장을 돌아다녔다.
“형, 형. 닭꼬치. 닭꼬치.”
“알았으니까, 밀지 좀 마라.”
일을 하고 내려온 터라 텅 빈 배도 좀 채우고.
“이거 예쁘게 잘 만들었네요.”
“호호호. 종일 수업 들어가는 애기들이 손재주가 있어요. 몇 개씩 사 가요.”
“다섯 개만……, 아니, 열 개만 주세요.”
“고마워요.”
후원 대상 유치원 아이들이 만든 수공예품도 몇 개씩 집어 골라 구매했다.
별것 아니지만, 소소한 봉사 겸 자기만족이다.
물론 그보다 더 큰 것도 있다.
“월 10만 원까지만 되나요?”
“네. 그 이상은 재단 쪽에서 받지를 않고 있습니다.”
“아하……. 그럼 10만 원으로 할게요. 따로 기부금영수증 끊을 때는…….”
“홈페이지에서 바로 출력할 수 있습니다.”
“넵. 감사합니다. 서류 주세요!”
정기 기부 계약서도 작성하고, 직접적인 후원도 약속했다.
이런 자리에 섭외되어 나왔으니, 기왕 선행이라고 할 것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조금 낡은 생각이긴 하지만, 남들의 사랑을 받아 버는 돈, 가치 있게 써야 더 큰 돈이 들어올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서류에 서명을 하는데.
“어휴……. 꼴통 새끼……. 너 같은……. 뭐가……. 든 게…….”
“음?”
멀리서 아름다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상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이상한 마음에 귀를 기울여 보는데, 거리가 멀어서인지 자세히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새로 감지한 것은 있었다.
‘담배 냄새?’
분명 행사 진행 구역 전체 금연으로 알고 있는데, 좋지 않은 일이다.
“여기 다 썼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복받으실 거예요.”
“하하, 아닙니다. 이제 가 봐도 되죠? 더 쓸 건…….”
“네, 네. 없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넵. 좋은 하루 되세요!”
나는 빠르게 서류에 서명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욕설이 들려왔던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혹시 모르고 있다면 금연 구역임을 알려 줘야 하고, 알고 피운 것이라면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선사할 생각이었다.
“이 애새끼들 때문에 쉬는 날에 불려 와서……. 어휴. 야, 다 너희 때문이라고. 알아들어?”
‘어? 이건 또 무슨…….’
화단이 있는 코너 쪽에서 들리는 욕설과 담배 냄새.
그런데 그 내용이 썩 좋지 못했다.
나는 슬쩍 고개를 내밀어 상황을 살폈다.
“하여튼 여긴 뭐, 못사는 놈들이 벼슬이야, 벼슬. 응?”
“냅둬. 걔네들 덕분에 우리가 뜯어먹고 사는데. 큭큭큭. 안 그래?”
“그건 그렇지. 오늘도 뭐, 행사 하나 한다고, 응? 노인네들이 섭외비 잔뜩 주고 갔다는데, 그 돈만 갈라 먹어도 꽤 나올걸?”
“푸하하! 좋은 일 한다는 놈들만 지갑 털리는 거지, 뭐.”
“왜? 가난하고 배고픈 우리 배 채워 주는 것도 좋은 일 아니냐? 하하하!”
‘허.’
몇몇 아이들을 앞에 세워 놓고 담배를 꼬나 문 채 기승전결이 확실한 내용으로 떠드는 두 남자.
‘미친놈들인가?’
어떻게 자기들이 나쁜 짓 했다는 말을 저렇게 당당하게, 처음 듣는 사람도 무슨 상황인지 알아챌 수 있도록 일목요연하게 말할 수 있는지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야, 야. 똑바로 안 서?”
“너희 때문에 아저씨들이 고생하잖아. 그럼 너희도 고생 좀 해야지. 안 그래?”
“우리 덕분에 지원금 받아서 먹고사는데, 손들고 벌 서는 게 그렇게 어렵냐?”
“힘들면 하지 마. 대신 다음 심사 때는 아주 재밌을 거다. 큭큭큭.”
놈들은 담배를 태우며 킥킥거리고 떠들면서 몇 명의 아이들에게 벌을 세우고 있었다.
무슨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부모가 자식에게 가르침을 주는 것도 아니고, 쉬는 날 그들 때문에 일을 하러 나와야 했다는 이유로.
‘뭔데, 이거? 쟤네 뭐야? 직원이야, 뭐야?’
들어 보니 아이들이 받는 지원금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직원들인가 싶었다.
참 황당한 노릇이다.
생계에 도움을 주는 재단 소속 지원들이, 남들이 사랑과 봉사의 정신으로 넘겨준 일감을 무기로 휘둘러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다니.
‘그것도 이렇게 당당하게.’
그것도 몇 자국만 걸어가면 사람들이 있는 이렇게 공개된 장소에서.
‘미쳤네.’
저벅저벅.
영화에서 나오는, 첩자 주인공에게 첫 빠따로 죽는 악역도 아니고…….
물론 이 경우에는 첩자가 아니라.
“저기요.”
지나가던 가수였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