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star RAW novel - Chapter 160
159화
“누구시죠?”
“여긴 관계자 외…….”
“아니, 됐고요.”
내가 다가가니 슬쩍 팔을 머리 위로 들게 해 벌을 세우던 것을 몸으로 가리는 그 모습이 굉장히 역했다.
“뭐 하시는 겁니까? 애들 붙잡아 놓고. 거기다가 애들 앞에서 담배도 피우셨네? 여기 금연 구역인데.”
나는 시선을 끌기 위해 말을 함과 동시에, 그들의 행동을 막기 위해 우선 그 둘과 세 아이들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그러자 놈들 중 하나가 내게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 그쪽은 누군데…….”
“야, 야. 잠깐만…….”
한 놈이 나서며 나를 밀어내려 하는데, 다른 놈이 그를 슬쩍 잡아당기며 말린다.
아무래도 내 얼굴을 알아본 듯했다.
‘큰 힘이라도 있는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닌 것 같네.’
아이들 데려다 놓고 하는 꼬락서니가 뭐라도 있는 놈들인가 했지만, 그것도 아닌 듯했다.
고작 외부 인사인 내게 걸렸다는 것만으로도 몸을 사리는 것을 보면 말이다.
나는 날선 말투로 그들에게 말했다.
“재단 직원이신 것 같은데, 지금 이래도 되는 겁니까? 오늘 행사가 소년 가장 학생들 도와주기 위한 홍보 행사 아닙니까? 그런데 애들을 데려다 놓고 담배 뻑뻑 피우면서 벌을 세워요?”
“아니, 저, 그건…….”
마치 시비를 걸듯, 화가 잔뜩 들어 있는 목소리로 그들에게 질책하는 말을 날렸다.
그래 봐야 일개 재단 직원일 뿐인지라, 그들 역시 이렇다 할 액션을 보여 주지는 못했다.
뭐라도 되는 놈들이었다면 반발을 하든, 일을 무마하려 하든 했을 텐데, 그럴 역량도 없는, 말 그대로 저열하고 저급한 사람들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나의 일방적인 분노와 질책 속에서 일이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게 참…….”
“우리가 하는 일이라는 게 스트레스도 많이 쌓이고…….”
그렇다고 순순히 자기들이 죄지었소 하며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할 인물들도 아니라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말을 질질 끌어 대는 통에 상황이 진전되지를 않았다.
다만 나 역시 섣불리 일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
“그쪽들 기분이 뭐 때문에 어떻게 됐든, 아이들 약점이나 잡아서 괴롭히고 있는 게 정당한 일은 아니잖습니까? 깡패입니까? 그게 직업이에요?”
“아, 그거야…….”
“우리가 재단 직원이기는 한데, 사적으로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리기도 하고…….”
이리저리 변명을 하는 그 꼴을 보면서도 내가 완전히 뭉개 버릴 수도 없었다.
막말로 이 괴롭힘과 직권 남용의 현장을 재단 고위 인사에게 고발한들, 이들에게 적절한 처벌이 내려질지, 그들이 모두 한통속은 아닌지 장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금 이 자리에서 문제를 처리할 만큼의 권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누군가에게 이 사실을 알린들 과연 내 말을 믿기나 할지부터가 의문이다.
그렇게 이 심각한 상황을 어찌 해결해야 하나 그 방법을 고민하던 찰나.
“루치 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선배님.”
우리 삵을 이번 행사에 직접 섭외한 지현섭 선배였다.
그는 내게 다가오며 물었다.
“무슨 일 있나요? 큰 소리가 나던데. 매니저님과 다른 멤버들은 저쪽에서 구경 중인데 왜 따로…….”
“아, 그게 사실……. 제가 이런 장면을 봤는데요…….”
혼자 일을 해결할 방법도 마땅치 않았는데, 마침 잘 됐다 싶었다.
나는 다가와서 주변을 살피는 지현섭 선배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재단 직원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아이들을 세워 두고 괴롭히고 있던 일, 심지어 금연 구역에서 담배를 당당히 태우며 아이들을 위협하던 일, 행사 섭외 비용이 내려왔음에도 그 돈을 횡령해 착복하고는 아티스트들에게는 무료 봉사를 요청한 사실 등.
입 밖으로 내기에는 너무나 민망하고 민감한 이야기지만, 혹시 지 선배라면 뭔가 해결 방안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모두 털어놓았다.
그리고.
“이…….”
나는 그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
이건 1,000퍼센트 확률로 폭발의 징조였다.
나는 살짝 뒤로 물러서서 상황을 살폈고, 지 선배는 직원 두 놈에게 소리를 질렀다.
“당신들, 소속이 어디야!”
“예, 예?”
“상사가 누구냐는 말이야!”
지 선배님은 그 선하신 분이 맞나 싶을 정도로 크게 분노해서 놈들을 몰아붙였다.
서슬 퍼런 목소리로 화를 내는 그의 모습에 두 놈이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
“저, 지 선생님…….”
“저희가 그게 아니라, 애들 훈육 차원에서…….”
“훈육은 무슨! 아이들 불러다 세워 놓고, 담배 뻑뻑 피우면서 가혹 행위나 하는 게 무슨 훈육이야! 그리고! 당신들이 무슨 자격으로 아이들 훈육을 해! 당신들이 부모야? 선생이야?”
나는 사람의 목에서 천둥소리가 들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어설프게 변명하며 일을 무마하려 하는 직원 둘에게 지 선배님은 불호령을 내렸고, 그 둘은 어떻게든 상황을 회피하려 했지만 속수무책으로 질책을 들어야만 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인가?’
사실 그도 그럴 것이, 유명 음악가이자 독지가로서 지현섭 선배님은 아주 명성 높은 사람이고, 그런 그의 말에 실린 무게를 저놈들도 모를 수는 없었다.
하물며 그는 이번 소년 가장 돕기 행사를 진행한 복지 재단의 큰손이기도 했고, 오랜 세월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며 사회복지 및 봉사계에서 어마어마한 이름값을 가진 사람이기도 했다.
저 둘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굽신거리며 어떻게든 일이 축소되고 은폐되기를 기도하는 것밖에 없었다.
“아니, 아니야. 됐어. 변명할 것도 없고, 다른 말 다 필요 없어. 내가 그쪽 이사장에게 직접 얘기하지.”
“지, 지 선생님!”
“잠시만요! 저희가…….”
“입 다물고 있어!”
지 선배님은 이 이상 시간 낭비를 할 생각은 없다는 듯, 두 놈의 입을 막아 버리고는 전화기를 들었다.
나이 많은 보컬의 일갈, 꾸짖음이 그의 행동을 멈추려던 못된 놈들의 몸을 일순 마비시켰다.
‘와. 사자후라는 게 이런 거구나.’
나는 그 포스에 감탄을 흘렸다.
“김 이사장? 나 지현섭이오. 내가 오늘 행사를 돌아다니다가 하도 어이가 없는 꼴을 봐서 전화했는데…….”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여는 그의 모습은 잠시 전까지만 해도 인자한 아저씨로서 허허 웃던 그 모습을 잊어버리게 만들 정도였다.
그가 통화를 마치고 두 놈들이 못 가게 막고 있기를 잠시.
“선생님? 선생님!”
누군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여기.”
이번 행사의 주체, 주황 복지 재단의 이사장이었다.
“선생님, 무슨 일이십니까? 어이가 없는 꼴이라뇨?”
“아니, 글쎄 이 작자들이 말이오…….”
땀을 뻘뻘 흘리며 달려온 이사장에게, 지 선배님은 본인이 보고 들은 상황을 낱낱이 전달했다.
자초지종을 모두 들은 후, 이사장은 아까 처음 이 상황을 접했던 지 선배님처럼 분노에 가득 차 눈을 부라리더니, 두 직원들에게 소리쳤다.
“이런 개자식들이 있나!”
‘오.’
나는 의외로 격분해 직원들을 다그치는 그의 모습에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당연하게도 일을 무마하려고 하거나, 심한 경우 두 직원을 보호하려는 모습을 보게 되지는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정면에서 그들의 행동을 문책하고 있다.
“너! 이하승이! 너! 오세린이! 지금 이게 뭐 하자는 거야!”
내가 현장을 발견하고 개입했을 때까지만 해도, 아니, 지 선배가 난입해 정리를 시도하려 했을 때만 해도 상황을 어떻게든 무마하려 변명으로 바쁘던 이들이 입을 꾹 닫고 벌벌 떨기 시작했다.
우스운 꼴이다.
‘하긴. 이렇게 찌질한 놈들이니 알량한 직원 권력이나 휘두르고 어린애들 괴롭히며 놀았겠지.’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의 등장에 바짝 쫄아서 몸을 덜덜 떠는 놈들이, 아이들 앞에서는 그렇게 위세를 부리며 괴롭힘을 가했다니.
이게 어떻게 우습지 않을 수 있겠나?
드디어 상황이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하려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난 긴장의 끈을 완전히 놓치지 않았다.
‘지금 보여 주는 이사장의 태도가 진심인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보여 주기 식 분노인지 알 수 없다.’
제대로 된 징계나 재발 방지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경계를 유지할 생각이다.
혹여 흐지부지 마무리하거나, 그냥 대충하는 사과로 일이 끝난다면 공론화 혹은 그보다 더 귀찮은 대응까지도 고려해야 했다.
‘편 가르기 하려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니까.’
그러나 다행히 이사장은 그의 태도가 진심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일을 확실하게 마무리 지으려는 노력을 보여 주었다.
조금 옛날 방식으로 말이다.
“너희 두 놈……. 아이들한테 용서받지 못하면 그 즉시 해고야. 법적인 절차를 밟지는 않겠어. 너희가 불쌍해서도, 내가 귀찮아서도 아니야. 이 학생들이! 경찰서를 오고 가며 피곤한 상황을 겪지 않게 하기 위해서야. 진심 어린 사과를 하든, 무릎을 꿇든, 제대로 된 용서를 받아.”
근본적인 재발 방지가 되지도 않고, 일에 있어서 잘잘못을 명확하게 가리며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보상과 위안을 줄 수 없는 해결책이다.
‘이러면 안 되지.’
사과하고 용서를 받는 것? 물론 중요하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일을 해결하기 위한 첫 발자국을 내미는 행위이니,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 자체로는 일을 해결할 수 없는, 너무나 어설픈 결론이다.
“네, 넵!”
“얘, 얘들아. 선생님이 잘못했다. 너희한테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위세를 부리며 아이들을 쥐 잡듯 잡던 놈들이 직장을 잃을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용서를 구하는 꼴을 만드는 게 당연한 방식이니 말이다.
“아…….”
“앗……. 그…….”
“미안하다, 응? 한 번만 용서를…….”
두 놈이 아이들에게 매달려 빌기 시작한다.
괴롭힘을 당하던 아이들은 그저 당황스러운 낯빛으로 어쩔 줄을 모르고 서 있었다.
‘이걸 어떻게 한다…….’
일이 이렇게 끝나 버리면 결국 아이들은 상처를 받은 채, 억지로 고개를 끄덕이고 상황을 전부 정리하게 될지도 몰랐다.
조금 더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태산 같았다.
그런데.
“…….”
그중 한 녀석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오. 침착하네.’
평안한 표정과 침착한 눈빛으로 그 모든 것을 지켜보는 한 아이.
무언가를 고민하고 있는 그 아이.
난 그가 사건의 명쾌한 해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이 친구만 도와주면 되겠구나.’
나는 앞으로 한 발짝 다가서면서 침착한 표정의 친구와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
“야, 친구야.”
“……네.”
무릎이라도 꿇으려는 듯 자세를 낮춰 다른 아이들에게 달라붙는 두 놈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녀석이 내게로 시선을 돌린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너희 재단에서 지원금 받지? 그거 대충 계산해서 한 달에 얼마 정도 나오는지 말해 줄 수 있을까?”
녀석은 그런 것을 왜 묻느냐는 듯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답했다.
“한 달로 따지면 20만 원 정도요.”
“계산 빠르네. 20이라…….”
나는 녀석의 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내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도움은 아주 간단했다.
“만약 이 사람들을 용서해 주지 않아서 지원이 끊기는 걸 걱정하는 중이라면, 내가 보장할게. 재단 측 복지 사업으로 받는 월 20만 원, 너희 대학 갈 때까지 내가 지원한다.”
“어, 네?”
용서는 서로 묶여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때, 진심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다.
‘적어도 눈높이 정도는 맞추고 시작해야지. 응?’
그들에게 주어진 환경, 즉, 복지 재단 직원과 지원 대상 학생들이라는 조건 자체를 지워 버리도록, 나는 그들에게 별개의 지원금이라는 도움을 내세웠다.
지원금을 주고받는다는 관계에서 벗어나서 상황을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저 사람을 용서하지 않으면 혹시나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벗어나서,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할 수 있도록.
“원래 협상은 동등한 조건에서 하는 거야. 이제 저 사람들이 뒷수작 부려서 너희 지원금 끊어도 상관없지? 제대로 된 사과를 요구해 보도록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