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star RAW novel - Chapter 162
161화
“이야……. 인터뷰하는 걸 같이 지켜보기는 했지만, 눈으로 기사 올라온 걸 보니 또 신기하네.”
“하하…….”
“대단해. 아주 대단하셔. 응?”
소년 가장 돕기 행사가 있었던 날로부터 며칠 후, 나는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우리 리더 나리께서, 응? 멤버들도, 매니저도 모르게, 응? 정의의 사도가 되어서, 응? 아이들을 위험에서 구출해 줬을 줄이야, 응?”
“하하하…….”
“난 꿈에도 몰랐어. 캬! 정의의 사도, 김루치! 멋지다!”
“하하하하…….”
당일에 있었던 재단 직원들의 학생들에 대한 가혹 행위와 괴롭힘 사건.
“뭐 하시는 겁니까? 애들 붙잡아 놓고. 거기다가 애들 앞에서 담배…….”
“아, 그쪽은 누군데…….”
“야, 야. 잠깐만…….”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개입하는 내 모습이 촬영되어 인터넷에 유포되었다.
어떻게?
“그 학생이 그걸 찍고 있었을 줄은…….”
피해자 아이의 스마트폰으로 녹화되어서.
“지금 영상이 어떤 경로로 유포되었는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이미 인터넷을 통해 널리 퍼져 버린 영상은 상당히 큰 이슈가 되어 버렸다.
본의 아니게 행사 현장에서 아이들이 괴롭힘당하는 것을 보고 신속하게 개입해 일을 해결한 용감한 시민이 되어 버린 나는, 너무나 과분한 관심을 받게 되었다.
“후……. 일단 기사부터 확인하자.”
매니저 유성 형은 나에게 잔소리를 퍼붓던 것을 잠시 멈추고, 화면에 기사를 띄웠다.
사건이 화제가 되자마자 발 빠르게 접근해 내게 인터뷰를 요청했던 신문사의 기사였다.
우리는 사건의 전개를 서술하는 전반부를 빠르게 읽어 넘기고, 인터뷰 내용을 확인했다.
—
…
Q. 사실 가수, 더 넓게는 연예인으로서 무거운 일에 관여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무슨 생각으로 소란에 끼어들었는가?
A. 복잡한 계산을 할 정신이 없었다. 아이들이 괴롭힘을 당한다는 것을 인지하자마자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이 움직였다.
Q. 위험한 일이 생길 것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나?
A. 개입하면서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만에 하나라도 가해자들이 위협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대신 맞아 줄 작정이었다. 보다시피 몸은 튼튼해서 맞을 곳이 많다.
Q. (웃음) 영상 후반부의 대화 내용 중에는 루치아노 씨가 학생들이 받지 못할 수도 있는 지원금을 대신 주겠다는 말도 있었다. 진심이었나?
A. 당연히 진심이었다. 물론 기부와 후원에 관한 자세한 법률 검토가 필요했겠지만, 만약 그들이 그 사건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았더라면 있는 힘을 다해 도울 생각이었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나는 돕는다고 도운 일인데, 그 탓에 받아야만 하는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면? 속된 말로 피해자들만 엿을 먹는 꼴이다. 현장에서의 일을 대충 무마하는 선에서 끝내서는 안 됐다.
Q. 사후 대처까지 할 생각으로 개입한 것인가?
A. 그렇게 깊이 생각하고 움직이지는 않았다. 말했다시피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이 앞섰기 때문에……. 하지만 일이 진행되면서 적어도 이번 일로 인해 피해자들이 부당한 일을 당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했다.
…
본 기자는 왕성하게 활동 중인 밴드 ‘삵’의 보컬 김루치아노 씨가 명백히 선의를 품고 피해자들의 구제를 위해 노력한 점에 찬사를 보낸다.
네티즌들은 해당 사건에 대해 ‘직접 나서서 괴롭힘을 막고, 사후 대처를 위해 노력하기까지. 대단하다.’, ‘급하게 해결하지 않고 재단 이사장을 통해 제재를 넣은 것은 잘한 일이다.’ 등의 반응을 쏟아 냈다.
한편 인터넷을 통해 유포된 동영상은 현재 조회 수…….
—
이미 인터뷰 직후 받아 본 기사였지만, 정식으로 기사가 올라간 것을 보니 또 색다른 기분이다.
거기다가 Q&A 형식의 인터뷰 내용 뒤에 붙은 찬사는 보는 내가 다 낯부끄러울 지경이다.
“하……. 좋겠다? 칭찬도 받고.”
“하하……. 하하하…….”
참으로 유구무언일 따름이다.
‘그냥 당일에 말할걸…….’
그날 사건이 해결된 후, 나는 따로 멤버들과 매니저 형에게 소란이 있었음을 언급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다른 분들의 도움을 받아 쉽게 해결한 사건이었고, 그 자리에서 깔끔하게 종결된 일을 굳이 보고해서 귀갓길을 시끄럽게 만들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내 선택은 거대한 잔소리의 군집이 되어 나를 집어삼키고자 달려들고 있었다.
“너는 어떻게 그 짧은 사이에 그 많은 일을 벌이고 돌아왔냐?”
“하, 하하…….”
“그래 놓고는 나한테 언질도 안 줬어? 아니, 그러면 매니저가 대체 왜 있는 거야! 일이 있었으면 말을 해, 말을! 그래야 혹시 문제 될 일은 없는지, 도움이 될 것은 없는지를 내가 보고…….”
이럴 줄 알았다면 차라리 미리 말이나 해 놓을걸.
하지만 누가 일이 이렇게 퍼져 나가서 큰 반향으로 돌아올 것을 짐작했겠는가?
‘전부 내가 잘못한 건 사실이니까…….’
그저 눈총을 피하며 조용히 웃는 것 외에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와, 근데 댓글 반응 엄청 좋네?”
“그러게.”
한참 동안이나 유성 형의 걱정과 분노, 짜증과 업무 스트레스가 포함된 잔소리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기사를 함께 보던 다른 멤버들이 떠들기 시작했다.
“뭐……. 직접적으로 착한 일을 한 거니까. 칭찬받기에는 딱 좋은 건이지.”
“루치 님이 워낙 순둥순둥한 이미지라서, 아이들 괴롭히는 거 막아 세우고 화내는 장면도 나름 반전 매력이라고 호평이 많습니다.”
“아하하……. 하하…….”
그들이 말하는 대로, 이미지 상승효과는 제대로 누렸다.
일을 너무 시끌시끌하게 벌이기는 했지만 대놓고 좋은 일이기도 했고, 영상과 함께 피해자 학생들의 구체적인 상황 설명과 나와 지현섭 선배에 대한 감사와 칭찬이 올라왔으니까.
그야말로 악한 자는 벌을 받고, 착한 자는 복을 받는 전형적인 상황이긴 한데…….
‘부담스럽네, 이거…….’
즉흥적으로 내 화를 못 이기고 행동한 결과치고는 다소 부담스러운 관심이었다.
“이렇게까지 커지면……. 조금…….”
“왜?”
“너무 선행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것 같아서 부담스러워요.”
“아하. 다시는 나쁜 짓을 하면 안 될 것 같고, 막?”
“그렇죠.”
내가 지금의 심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자, 유성 형이 헛웃음을 터뜨린다.
“어이구, 그렇게 부담스러워하시는 분이 일을 이렇게 벌이셨대?”
“하하…….”
이번 일로 인해 제일 피곤해진 사람이 유성 형이었기에 회피할 수 없는 공격이었다.
‘인터뷰 일정 잡고, 여기저기 몰려오는 전화 쳐 내느라 고생 많으셨으니…….’
사건 하나로 인지도와 좋은 이미지가 쭉 상승한 탓에 나를 찾는 곳이 꽤 많이 있었다.
작게는 신문 인터뷰나 이슈에 힘입어 시청률을 당기려는 예능 섭외, 크게는 소년 가장 서포터 활동 및 재단 홍보대사 요청까지.
“그래서 우리 남은 활동은 음방 라이브가 끝이죠?”
“후……. 그래. 일감 들어온 거 다 쳐 냈고, 베스트 뮤직 600회 기념 라이브. 그거 끝내면 며칠 휴식. 다른 음방들은 사전 촬영이나 휴방 때문에 어제자로 끝이고.”
“드디어 평가 기간의 끝이 보이는구나…….”
“드디어!”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의 출연 섭외나 단체 홍보대사 위촉, 섭외 및 요청 등을 거절해야만 했다.
“스케줄 잔뜩 꼬일 뻔한 거 겨우 살려 놓은 거니까, 제발! 활동기 끝날 때까지만 사고 치는 것 좀 참자. 응?”
“하하……. 넵…….”
이미 삵의 활동 일정이 빽빽하게 잡혀 있기도 했고, 끝이 정해져 있는 삵 활동이기에 서포터즈 활동이나 홍보대사 활동 등을 길게 맡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예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들은 전부 정중하게 거절하고, 최소한으로 일정 사이사이에 끼워 넣을 수 있는 것을 분류해 받느라 유성 형의 볼이 전화기 모양으로 눌려 있었다.
가끔 악플의 형태로 달리는 내 행동이 위선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응하기 위한 기부 내역과 봉사 일정 공개 등의 추가 업무는 덤이었고 말이다.
“일정 공지 끝났고, 기사 확인 끝났고……. 딱히 피드백은 없지?”
“넵!”
“네.”
“예.”
“그래. 그러면 연습들 해라. 형은 또 전화 지옥으로 간다……. 누구 때문에…….”
“하하하……. 고생하세요…….”
나는 죄송함을 가득 담은 표정으로 유성 형을 보내고, 다시 돌아와 앉아 멤버들과 얼굴을 마주했다.
이미지 상승의 대박 기류를 타고 올라,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일정은 베스트 뮤직 600회 특집 라이브뿐.
“후……. 연습이나 할까요?”
“그래.”
“쉴 만큼 쉰 것 같으니까. 해야지.”
빌드업은 그간 차근차근 쌓아 왔다.
음방 라이브 개근, 스온텔을 포함한 예능 출연, 너튜브 스트리밍을 통한 홍보, 그리고 뜻밖의 사건으로 인한 언론 노출까지.
“음방 1위 마지막 기회인 거 다들 아시죠?”
“오우오우!”
“1위!”
활동 기간 약 한 달 동안 오르지 못한 고지, 음방 1위.
그 목표를 달성할 절호의 찬스다.
“기회는 왔으니 그걸 확실히 붙잡기 위해서는?”
“연습!”
“연습!”
“연습!”
“그렇죠. 연습합시다!”
코앞까지 다가온 기회라는 녀석을 꼭 붙잡고 놓아 주지 않기 위해, 우리는 언제나처럼 연습에 매진했다.
* * *
“휴……. 여긴 두 번째로 오는 거지만 내 집처럼 편안하네.”
“하하. 대기실이 너무 익숙하기도 하고, 지난번이랑 같은 방이기도 하고 해서…….”
“원래 이렇게 맞춰 주는 건가?”
“그건 저도 잘…….”
우리는 지난 야외 촬영 날 배정받았던 대기실에서 여유롭게 리허설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1위를 노릴 수 있는 마지막 음방 촬영인 만큼 잔뜩 긴장하고 있을 법도 했으나, 첫 음방 출연 때와는 다르게 멤버들은 매우 평안한 모습이었다.
“이제 긴장들 안 하시네요?”
“뭐……. 익숙해지기도 했고…….”
“연습을 그렇게 했으니…….”
“딱히 망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긴장도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하…….”
앨범 발매 전의 연습 기간과, 발매 이후 한 달 가까이 이어진 강행군이 그들의 멘탈 부분의 성장에 영향을 준 듯했다.
아아 그렇다.
멘탈은 쓰면 쓸수록 단단해지는 법이다.
‘보고 계신가요, 감동님?’
아무튼 정신적인 부분에서의 성장이 너무 긴장해서 무대를 망치는 것을 방지하고 있으니, 참으로 좋은 일이다.
너무 힘들다는 반발을 묵살하고 연습을 진행했던 보람이 있었다.
똑똑똑!
잠시 쉬면서 떠들고 있으니, 누군가가 대기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넵!”
크게 대답하자 문이 열리고 스태프 한 사람이 고개를 내밀어 공지했다.
“삵 분들 다다음 순서 리허설 진행하시겠습니다.”
“넵!”
“체크, 체크.”
“옥선아, 거기 기타 좀 넘겨줘.”
“예압.”
우리는 장비를 챙겨 리허설을 진행하기 위해 무대 뒤로 이동했다.
“오늘 일정이 평소 베스트 뮤직 진행 시간의 두 배라고 했나?”
“네. 이것저것 따지면 무대 개수는 두 배보다는 적을 텐데, 아무튼 방송 시간은 그렇더라고요.”
“축하 무대를 위한 초청 가수들이 반, 현재 앨범 활동기인 출연자들이 반이라고 했습니다.”
“후……. 이번 달 초에 비하면 많이 빠져나가긴 했네.”
앨범 발매 시기 때 활동기가 겹쳤던 몇몇이 빠져나가고, 600회 기념 무대에 오를 만한 퀄리티가 되지 않는 몇몇이 빠지게 되었다.
그렇게 남은 것이 평소 촬영 인원의 8할 정도.
‘숫자도 적고, 기세도 올랐어.’
정말로 오늘은 1위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비웃는 세상의 시선! 멋대로 살고픈 락커의 꿈!”
저기 무대 위에서 최선을 다해 샤우팅을 하며 리허설 중인 왱알앵알이라는 밴드의 노래를 들으면, 더더욱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