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star RAW novel - Chapter 163
162화
“쟤네는 아직도 나오네.”
“출연진 거른다고 하지 않았어?”
“그래도 차트 성적은 20위권에서 쭉 머물더라고요.”
“아하. 안전빵이군.”
우리는 회사끼리의 마찰로 서로 불편함을 알리고, 가능하면 같은 프로그램에 섭외하지 말라는 말까지 사방에 뿌렸음에도 그들과 우리가 같은 무대에 서게 되었음에 놀랐다.
그런데 그보다는 이렇다 할 성적도 제대로 거두지 못한 그들이, 600회 특집의 자리 부족을 이유로 잘려 나간 많은 가수들을 대신해 무대에 섰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웠다.
“안전빵은 무슨. 그거 다 홍보에 돈 쏟아 넣어서 그런 거야.”
우리가 뒷담 아닌 뒷담을 늘어놓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음? 앗, 형. 안녕하세요.”
뒤를 돌아보니 지난번에 있었던 마찰에서 그들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받은 바 있는 선배 가수, 백경현이 얼굴을 찌푸린 채 서 있었다.
“근데 홍보에 돈을 쏟아 넣었다뇨?”
나는 궁금함을 가득 담아 백 선배에게 물었고, 그는 여전히 얼굴을 찌푸린 채 답했다.
“쟤네 그거 하잖아. 블로그 홍보.”
“블로그 홍보요?”
“응. 업체에 돈 주고, 마치 일반인 리뷰인 것처럼 글 올리는 거.”
“엥?”
나는 그의 말을 듣고 조금 어이가 없어서 되물었다.
“아니, 그건 맛집 리뷰에서나 하는 거 아니었어요?”
“야, 요즘은 다른 데서도 많이들 해. 비단 식당 광고뿐 아니라 일반적인 공산품부터, 우리 같은 가수들 노래나 영화까지 바이럴에 돈 쏟아붓는다니까? 그나마 쟤네가 음원 사재기를 안 한 게 용타.”
“허…….”
다소 신기한 이야기였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물론 홍보 자체에는 아무런 유감이 없었다.
당장 앨범 발매 전에 우리가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며 얼굴을 알린 것도 홍보의 일환이고, 활동기에 예능 프로그램 등에 출연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홍보 활동이다.
“그게……. 비용 대비 효과가 있긴 있어요?”
“나도 안 해 봐서 모르지. 그런데 저런 노래로 20위권 순위를 유지하는 걸 보면 꽤 괜찮은가 보다 싶더라고.”
하지만 그러한 바이럴 마케팅을 하겠냐고 물어본다면 굳이 싶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 음원 수익이 있긴 있나?’
여기저기서 주워 듣기로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것이 한두 푼 드는 일이 아닐 텐데, 그렇게 홍보비용을 쏟아부어 순위를 올린들 수익을 실현하는 것에는 도움이 안 될 것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었다.
생각해 보라.
순위는 낮지만 찾는 사람이 많은 노래.
순위는 높은데 주위를 둘러보면 좋아한다는 사람이 거의 없는 노래.
행사 주최자 입장에서 누구를 섭외하고 싶겠는가?
바이럴 마케팅을 시도한 모든 노래들이 그러리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왱알앵알의 경우에는 확실했다.
왜?
“어……. 조금 불쌍하다고 해야 하나, 안쓰럽다고 해야 하나 이걸…….”
“동감이다. 에잉……. 너희도 알겠지만, 일 순위는 노래를 잘 만드는 거라고. 요즘엔 저렇게 대충 만들어서 홍보만 빵빵 때리면 금방 대스타 되는 줄 아는 애들이 많아.”
노래가 구리니까.
‘도대체 왜? 무슨 자신감으로?’
그들은 말하자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는 것이다.
내가 평론가도 아니고, 모든 대중들의 귀를 대변할 정도로 음악적 식견이 대단한 인물도 아니지만, 적어도 이것 하나는 확언할 수 있다.
왱알앵알의 노래는 구렸다.
아니, 그들이 듣는다면 큰 상처를 받을 말일지도 모르지만, 프로 수준이라고 할 수도 없는 곡이다.
그런 그들이 홍보에 돈을 잔뜩 쓰고 나면 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음원도 팔고, 행사도 다니며 수익을 낼 수 있을까?
단언할 수 있다.
“망하겠네.”
“응.”
저 사람들 망할 것이다.
그것도 크게.
더 나쁜 짓이지만 음원 사재기라도 했으면 하다못해 차트 1위 기록이라도 남지, 어중간한 성적으로 팬들도 끌어모으지 못하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 확률이 높았다.
홍보비용, 마케팅비용만 잔뜩 사용한 후에 말이다.
“저런 애들이 자리 뺏어서 뭉개고 있으니, 다른 잘하는 애들이 밀려나서 손가락 빨게 되는 거야. 에잉 쯧쯧. CMYK 거기 참 몹쓸 회사야.”
백 선배는 바이럴 마케팅에 대한 거부감이 크기 때문인지, 아니면 왱알앵알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인지, 날 선 비판을 내놓았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었다.
저 사람들이 편법으로 차지한 무대는 원래라면 더 실력 있고 인기 있는 아티스트들에게 돌아갔을 자리였다.
그들이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순위를 올리고 유지했기 때문에, 그러한 편법을 쓰지 않은 이들이 출연 기회를 한 번 놓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이 홍보 전략이라면 홍보 전략이고, 그들 나름의 경쟁 방식이라면 경쟁 방식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 행동이 썩 좋게 보이지는 않았다.
이용하라고 있는 업체를 이용한 일에 굳이 정정당당의 논리를 들이밀지는 않겠지만, 대중음악가로서 그 행동이 가치 있는 일이냐 묻는다면, 글쎄?
나라면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나라는 아티스트의 가치를 야금야금 갉아먹는 짓이니까.
“아무튼 열심히 해라. 아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오늘 저놈들이 1위라도 하면 형 진짜 복장 터져서 실려 갈지도 몰라.”
“하하……. 형이 1등 하셔야죠.”
“형 이번 곡이 그 정도는 아니야. 간다. 파이팅 해.”
“넵. 들어가세요.”
백 선배가 한숨을 내쉬며 사라지고, 우리는 다시 둘러 모여 도란도란 떠들었다.
“이제 하다 하다……. 실력으로 못 올라가니 광고의 도움을 받겠다는 건데…….”
“바이럴은 좀 그런 것 같습니다.”
“근데 그걸 가지고 막 욕하고 까내리고 싶지는 않아요.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했나 싶기는 해도…….”
옥선이와 주영 형, 내가 차례대로 말하자 세명 형이 잠깐 관자놀이를 꾹 누르고 서 있다가 입을 열었다.
“난 잘 모르겠다…….”
옛 동료들이 어쩌다 저렇게 되었나 하는 안타까움, 그렇게 버리고 가더니 결국 한다는 짓이 그런 거냐 싶은 씁쓸함.
많은 감정들이 그의 표정 위로 스쳐 지나갔다.
“아이고, 참…….”
아마 생각이 많을 것이다.
좋지 않게 헤어졌더라도 한 식구로 지냈던 세월이 있는데, 우리의 기준에선 거의 망가진 것이나 다름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지난번에는 앞으로는 무시하겠다고 이야기하더니만, 결국 정이 많은 사람이다.
‘짧은 시간 안에 인연을 확 끊어 버리는 것도 쉽지는 않지.’
나는 세명 형에게 가까이 붙어 어깨를 토닥거려 주었다.
저쪽에 너무 신경을 쓰게 두고 싶지 않았다.
그 감정, 그 집중이 우리의 일에 방해됨은 물론, 세명이 형은 거기에 매몰되어 감정을 소모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사람이었다.
“형, 일단 우리 연주에만 신경 써요. 그냥 관심 끄는 게…….”
“하……. 그래야지.”
분위기가 살짝 무거워졌다.
전에 놈들에게 그 수모를 당해 놓고도 여전히 한편으로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면, 세명 형도 참 모난 사람은 못 되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좋은 것이다.
‘인성이 먼저지.’
사람됨은 팀을 꾸리는 데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요소였다.
짐승과는 같은 팀이 될 수 없으니.
“그렇게 안쓰러우면 보여 주고 가르치면 되죠.”
“어……. 뭐를?”
나는 씩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정직하게 열심히 음악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진리를요.”
* * *
이홍석은 기분이 나빴다.
‘저것들이 또…….’
자신이 버린 쓸모없는 옛 동료 둘과 메이저 기획사의 떨거지들이 다시 눈앞에 보였기 때문이다.
“하필 리허설 순서를 또 앞뒤로 맞춰 놓냐. 거기다가 대기실은 또 개별 사용이네? 쳇.”
“냅둬. 큰 기획사에서 오신 분들이라 편의 다 봐주시겠다잖아.”
두 회사 간에 불편한 기류가 흐름에도 눈치 없는 방송국 놈들이 리허설 순서를 앞뒤로 붙여 놓아 몇 번이나 얼굴을 마주해야 했다.
회사 쪽에서도 불필요한 마찰을 빚지 말라는 엄명이 떨어졌기에 굳이 부딪치지는 않았지만, 기분이 나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나마 저놈들 무대가 앞 순위라는 게 다행이네.’
까드득.
홍석이 이를 갈았다.
‘완전히 묻어 주마.’
그는 지난번의 수모를 잊지 않았다.
먼저 무대에 섰다가 몇 순번 뒤에 나온 삵 때문에 그들의 무대가 관객들의 기억 속에서 완전히 잊힌 사건.
대굴욕이었다.
‘회사빨로 생겼던 스타트 차이도 이제 거의 없다. 오늘 무대에서 밟아 주면 돼.’
삼 주 전에 있었던 일은 소속사 크기 탓에 앨범 발매 초기의 홍보에서 발생했던 차이이리라.
그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인 마케팅으로 인지도를 끌어올린 지금은 절대로 삵 따위에게, 자신이 버린 놈들의 밴드 따위에게 밀리지 않을 것이라 자신했다.
“삵 미리 준비하겠습니다!”
“넵!”
대기실 바깥에서 주변을 살피는데, 그 밉살스러운 놈들의 차례가 다가왔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어디 한번 보자.’
마케팅 차이, 홍보 차이가 아니었다면 나빌레라 같은 그런 유치한 노래에 자신의 제대로 된 음악이 밀렸을 리가 없다.
그러니 오늘은 놈들이 굴욕을 맛볼 차례다.
어디 우리의 무대 때문에 완전히 잊혀버릴 놈들의 무대나 한번 구경할까?
그런 생각으로 그는 조심스럽게 무대 뒤에서 삵이 공연을 준비하는 것을 지켜봤다.
“아아, 아, 아. 셋, 셋셋. 오케이.”
인이어와 바로 연결된 마이크 볼륨을 점검하는 덩치 큰 보컬 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쩌면 버려 버린 두 쓰레기 연주자보다 더 짜증이 나는 놈.
까드득, 빠드득.
지난번에 맛보았던 굴욕이 다시금 떠올랐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큭큭큭. 오늘은 너희가 굴욕을 맛볼 차례다.’
오늘 그들을 짓밟으면 이 지긋지긋한 기억도 깨끗하게 잊어버릴 수 있을 테니까.
“베이비 걸즈의 룰러 듣고 오셨습니다! 너무 열정적이고 화려한 무대였어요!”
“오늘 600회 특집 무대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무대라고 하는데요, 시청자 여러분과 관객 여러분들도 저희처럼 뜨거운 마음으로 즐기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작되겠군.’
어느새 세팅 시간이 모두 지나고, 옆 스테이지의 공연이 종료되었다.
이제 삵의 무대가 시작될 시간이었다.
“그러면 다음 순서는!”
“요즘 엄청난 화제를 끌고 있는 밴드죠? 락 밴드 삵의 무대!”
“함께 들어 볼까요? 나빌레라!”
MC들의 진행이 무대 뒤편까지 크게 울린다.
곧 소개가 끝나고, 삵의 무대가 시작되었다.
그는 지켜보았다.
‘밟아 주마…….’
“흠흠, 흠, 흠흠…….”
‘밟아…….’
“흠흠, 흠, 흠흠…….”
‘…….’
딩, 딩, 딩 디딩. 딩, 딩, 딩 디딩.
‘…….’
자신이 인디 시장을 전전하며 그토록 원했던.
“한 걸음 앞의 향기로운…….”
즐거운 무대를 하는 두 옛 동료의 모습을.
“활짝 웃는 해님 아래 따사로우니, 나를 봐도 도망치지 않네…….”
두둠, 둠!
그저 홍보와 마케팅 덕택에 얻은 인기라고 생각했던 삵이.
“와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아!”
관객들로부터 어마어마한 호응과 공감을 얻어 내고 있는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