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star RAW novel - Chapter 165
164화
가수로 활동하며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앞으로도 활동을 이어 가며 몇 번이고 있을 일이 아닐까 싶지만.
“즐기면서 만든 앨범이고, 무대에 설 때도 항상 즐기자는 마음가짐으로 노래했지만, 역시 1등을 하게 되니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이게 사람이 참 그래요.”
1위라는 번쩍번쩍한 성과물에 기분이 좋아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어……. 사실 오늘이 저희가 음방 1위를 차지할 마지막 기회였습니다.”
“어어어어…….”
마치 작별 인사처럼 울리는 말에, 관객들이 아쉬움을 표현하는 리액션을 보여 준다.
그 반응과 달리 조금은 유쾌한 기분이다.
붙잡아 주는 느낌이 썩 나쁘지 않았다.
“하핫……. 오늘을 기점으로 저희 삵은 앨범 활동을 위한 음악방송 출연을 종료합니다. 사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고, 원래라면 1위 차지한 김에 활동 기간을 늘리겠지만……. 저희가 프로젝트 밴드였다 보니 기획대로 가야 하거든요. 다들 본업도 준비해야 하고요.”
1개월.
알차게 활동했다.
보통의 가수나 아이돌 팀들이 2주에서 3주 정도 발을 담갔다가, 성과를 보고서야 조금 더 늘이는 것을 감안하면 처음부터 꽤 괜찮게 스타트를 한 셈이다.
거기다가 차츰차츰 차트 등반을 하다가 마지막 음방 출연에세 1위까지 차지했으니, 프로젝트 밴드 삵으로서 목표했던 것의 절반 이상은 이미 이뤄 냈다고 볼 수 있었다.
“아, 물론 활동을 여기서 아예 그만두는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또 약 한 달 동안 콘서트나 행사 초청 공연 등, 여러분과 함께하는 무대를 가질 예정입니다. 어……. 이거, 이런 자리에서 이렇게 홍보를 해도 괜찮은 건가 싶긴 한데……. 아무튼 앞으로도 많은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제 대부분의 활동을 마무리하고 떠나는 와중, 큰 선물을 받아 기쁜 마음으로 작별 인사를 건넸다.
완전히 작별이라기엔 뭣하게도, 앞으로 만날 기회가 있다며 공연 홍보를 남겼지만.
슬쩍 작가진의 눈치를 살폈다.
‘이제 끝내야겠네.’
휘휘 내젓는 손이 마무리를 지으라는 수신호처럼 보인다.
나는 밝게 웃으며 관객들과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올렸다.
“마지막으로 팬 여러분, 시청자 여러분,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런 내 말을 끝으로 사회자가 작가진의 신호를 받아 마무리 멘트를 던졌다.
“그러면 600회 특집 생방송 베스트 뮤직! 모든 초청 공연과 순위 결정을 여기서 마무리 짓고, 이제 영광의 1위를 차지한 밴드 삵의 앵콜과 함께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MC 이나!”
“MC 정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짝짝짝짝짝짝짝!
인사와 함께 관객들의 손뼉이 터져 나오고, 다른 가수들과 출연진들의 축하를 받으며 우리는 다시 무대의 주인공이 되었다.
“편하게 갑시다, 편하게.”
“오케.”
“싱크 아니지? 라이브지?”
“네. 아까 세팅 그대로 옮겨 놓은 거예요.”
매니저 형의 도움을 받아 아까 사용한 그대로 옮겨 둔 익숙한 장비를 손에 쥐고, 우리는 앵콜 공연을 준비했다.
호응 얻기 힘든, 달리지 않는 노래.
이미 많은 팬들이 이탈하고, 다른 장르들의 힘에 밀린 마이너 장르.
힘든 승리였던 만큼 값진 승리이기도 하다.
“삵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와아아아!”
디이잉, 딴따단 따단…….
아련하게 전주가 흐르고, 꽃가루가 떨어지는 연출과 함께 멀리 카메라가 관객석을 잡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저절로 웃음이 피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한 걸음 앞의 향기로운…….”
기쁜 일을 맞이해 정신이 하나도 없는 탓에 집중도 제대로 되지 않고, 정비도 전혀 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상관은 없었다.
“활짝 웃는 해님 아래…….”
우리는 아까만큼 훌륭한 앵콜 공연을 펼쳤다.
연습한 대로.
원래 하던 그대로.
“바윗길, 세찬 강물, 비 오는…….”
아까만큼 훌륭한 무대를 꾸미며 공연을 소화해 낼 수 있었다.
‘아, 좋다.’
음방 1위를 한 것보다, 마지막 출연에서 기대했던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것보다 우리 밴드의 성장이 눈에 훤히 보이는 것이 훨씬 기쁘게 느껴졌다.
* * *
“1위를 위하여!”
“근배애애!”
쨍!
베스트 뮤직 1위 수상을 기점으로 차트 성적이 쭉쭉 오르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나빌레라가 1위에, 그 이외의 곡들이 다수 10위 안으로 진입해 인기를 얻게 되었다.
“크으으! 달다, 달아!”
“차트 1위에 올라가긴 했는데, 빈집털이 같아서 조금 그렇네.”
“어허. 빈집털이라니! 너희가 차근차근 잘 올라간 건데, 그게 어떻게 빈집털이야!”
“1위에 알박기 하고 있던 캔싱이 떨어지면서 올라간 거라서…….”
“떽! 자신감을 가져, 자신감을!”
차트를 장기집권하고 있던 곡이 슬슬 순위에서 밀려나기 시작하며 얻은 결과이지만, 어쨌든 1위라는 성적 자체는 특별한 것이 맞긴 하다.
“먹어, 먹어. 모자라면 더 시키자고. 다음엔 뭐 시킬까? 피자? 치킨?”
“지금 시킨 것도 다 못 먹을 것 같은데요?”
“어허. 다 먹어야지. 마시고, 먹고, 해치워야 힘내서 공연도 할 것 아니냐! 하하하!”
우리의 선전에 유성 형은 기분이 굉장히 좋아 보였다.
‘하긴. 대표님에게 칭찬을 듣고, 회식하면서 쓰라고 카드까지 받았으니.’
비어 버린 자리를 메우고 시간을 벌기 위해 기획한 프로젝트 밴드.
그런 우리가 음방 1위는 물론, 차트를 휩쓸며 큰 인기를 끌게 되었으니, 삵 프로젝트의 발안자인 유성 형이 그 공로를 인정받고, 크게 칭찬받는 것도 당연하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고과에 좋은 영향이 있을 거라는 언질이라도 듣지 않았을까 싶었다.
“아이고, 이거 다 먹으려면 우리 배 터져요. 다음에 한 번 더 먹는 걸로 하고, 적당히만 해요.”
“흠……. 그러지 뭐! 하하핫!”
덕분에 우린 연습실에서 평소엔 시켜 먹지도 못하는 비싼 중국 음식들을 테이블 가득 차려 놓고, 맥주까지 한 잔씩 기울이고 있다.
물론 나는 공연 일정이 얼마 남지 않은지라 주스로 대체했다.
‘목 말라붙으면 안 되니까.’
탄산은 성대에 자극을 주고, 알코올은 몸에서 수분을 많이 사용하게 만든다.
성대 점막이 건조해지면 쉽게 헐거나 잠길 수 있으니, 카페인, 알코올, 탄산 등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다.
“겨우 탕수육으로 괜찮겠어?”
“겨우 탕수육이라뇨? 무려 찹쌀탕수육인데. 옆에 깐풍기도 있고, 양장피도 있고…….”
“그래, 그래. 먹어, 먹어. 고기 구우려고 했는데, 너희가 이게 좋다면야…….”
대표님 카드까지 받아 놓고 무슨 중국 음식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 소박한 차림으로도 우리끼리 축하하는 자리를 갖기에는 충분했다.
“밖에 나가서 먹으면 연습 일찍 끝내야 하잖아요.”
“맞아, 맞아.”
“회식 때문에 연습을 거르면 주객전도잖아. 허허허.”
“하루 정도는 빠져도 괜찮지 않을까…….”
“안 되죠.”
애초에 비싼 한우든 초밥이든 뭐든 나가서 먹어야 하니, 굳이 연습 시간을 빼서 가고 싶지도 않았고 말이다.
아아, 대류. 배달이 최고다.
“그보다 우리 공연 일정 관련 얘기 좀 해요.”
“아, 맞아. 그것도 있지. 내일 회의하면서 같이 말하려고 했는데, 그냥 지금 가볍게 어떻게 될 건지만 공지해 줄까?”
“네, 네.”
“넵넵!”
먹고 마시며 배를 채우기를 한참.
우리는 음식을 그대로 두고 자세를 정돈했다.
앞으로 남은 활동의 절반인 투어 공연 일정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하고, 준비하기 위한 사항을 점검할 때였다.
“크흠! 일단 우리 밴드 X 프로젝트, 중간에 바뀐 이름으로는 삵 프로젝트가 절반 지점에 도달했다.”
“와.”
“박수.”
“짝짝.”
“음음. 다들 처음 상정했던 세 단계의 미션을 기억할 거야.”
물론 기억난다.
앨범 발매, 예능 제작, 피날레 투어.
그중 앨범 발매와 데뷔 예능 프로그램 제작 및 상영은 모두 마친 상태다.
“투어는 성과에 비례한 규모라고 그때 말했지?”
“네.”
“우리는 회사에서 예측한 것보다 훨씬 큰 성과를 얻었어.”
마지막 미션인 피날레 투어.
사실상 프로젝트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미션이다.
‘금액적인 부분에서 말이지.’
준비하는 데에도 품이 많이 드는 것은 물론, 벌어들일 수 있는 돈 역시 피날레 투어 공연이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한다.
정확히는 앨범과 음원 등의 수익과 공연 수익은 비슷하게 나타날 때도 있지만, 스트리밍 플랫폼 외 기타 등등과 갈라 먹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나 회사에서 밀어붙인 기획에 우리가 양보를 하고 들어간 셈인지라 계약서상 수익 분배 비율 역시 우리 쪽에 꽤 유리하게 작성되어 있으니, 아티스트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아마 회사에서 준비했던 가장 큰 규모의 피날레 투어, 지역별 공연장을 대관한 전국 투어로 진행될 거야, 아마.”
“오오오오오.”
“팔도 투어!”
“엄청난 팬덤과 티켓 파워를 몰고 다니는 가수들만 할 수 있다는 그 전국 투어!”
“그래. 그 전국 투어.”
“오오오오오오.”
단독 콘서트에 준하는 규모로, 지역 공연장을 대관해 진행하는 투어 공연을 보장받았다.
그 지역 공연장이라는 것은 그냥 적당한 크기의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아마 대부분 5천 명 규모로 진행될 텐데, 공연장 사정에 따라서 아마 늘어날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는 거 체크해 두고…….”
컨벤션 센터 혹은 전시장 등의 지역 시설이나, 규모 있는 공연을 진행할 수 있는 대형 공연장.
일반적으로는 큰맘 먹고 준비해야 하는, 대형 공연을 하기 위해 섭외하는 장소들을 잡아 주겠다는 뜻이다.
이건 꽤 고무적인 일이다.
‘신인이. 데뷔한 지 한 달 된 신인이.’
솔직히 말하자면 아무리 음악 방송과 차트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고는 해도, 데뷔 한 달 차의 신인 밴드가 그렇게 큰 규모의 일을 벌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가능하다.
“어……. 기분 나쁘게 듣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크게 공연을 하도록 일을 키우는 이유 중 하나는 일단 루치가 티켓 파워가 꽤 있는 편이기도 하고, 여기저기 손 벌려서 게스트로 모실 아티스트도 많아서야. 굳이 말하자면 공연 진행 자체가 가능해서. 무슨 말인지 알지?”
우선 첫 번째.
우리 밴드에는 내가 있다.
“하긴, 럭키데이 때는 이렇게 일정 길게 뽑아서 투어를 간다거나 한 적은 없었으니까요.”
“응. 이번 기회에 공연 맛을 좀 보라는 뜻도 조금은 섞여 있어. 너도 대충은 알지?”
“넵.”
럭키데이 활동 당시, 데뷔 연차에 비해 큰 인기를 얻었던 우리는 그 명성에 걸맞지 않게 대형 공연에 대한 경험은 매우 적은 팀이었다.
그 요인은 꽤나 다양한데, 일단 공연 행사 활동보다 TV 출연과 앨범 작업 등을 더 우선했던 것도 있고, 무엇보다 긴 일정을 돌아다녀야 하는 행사를 소화하기엔 학생 신분이 매우 걸렸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더 잘 팔 수 있는 상품을 제대로 팔지 못했던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이번 삵의 선전을 계기로 내게 대형 공연의 재미를 좀 느끼게 하려는 의도도 다소 섞여 있을 것이다.
후일 재개할 럭키데이 활동에서 공연의 비중을 높이고자 말이다.
‘괜찮지. 언제까지나 음원 가수로 남을 것도 아니고.’
사실 그런 투어나 콘서트 등의 공연 활동은 나 역시 바라던 바였다.
나와 친구들이 대규모 공연을 피한 이유는 그게 싫어서가 아닌, 다른 일정 때문에 혹은 신분 때문에 바빠서였으니까.
그러나 그걸 굳이 언급하지는 않았다.
‘밀어주겠다는데, 굳이 재 뿌릴 이유는 없으니까.’
어차피 진행할 일인데, 그걸 적극적으로 고려하라며 등을 밀어주는 걸 마다할 이유는 없다.
굳이 그럴 리는 없겠지만, 원래 할 거였다고 한마디 던졌다가 좋다고 지원 계획을 철회하기라도 하면 어떡하나?
기쁘게, 그리고 조용히 웃으며 회사의 선물을 받기로 했다.
“뭐, 루치가 우리들 중 가장 인기가 있는 멤버인 건 사실이니까.”
“다 이해해요.”
멤버들 역시 나를 근거로 큰 공연 일정을 덜컥 진행하기로 한 회사의 결정을 이해했다.
이건 공연을 진행하는 이유가 아닌, 진행할 수 있는 이유니까.
그 둘의 차이가 꽤 크기도 하고, 삵 멤버들 역시 현실을 제대로 직시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애초에 이것이 그들에게 이득이면 이득이지, 결코 손해는 아니기도 하고 말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우리의 반응과 대답을 모두 확인한 후, 유성 형이 말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