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star RAW novel - Chapter 166
165화
유성 형은 잠깐 머리를 긁적이고는 말했다.
“너희를 회사에 붙잡아 놓기 위한……, 말하자면 떡밥 같은 거지.”
“떡밥이요?”
“그게 무슨…….”
옥선이와 주영 형이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떡밥이라는 표현이 대체 무슨 의미인지 궁금하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그 뜻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기에 웃음을 터뜨리며 유성 형에게 말했다.
“아, 처음부터 좀 일관적으로 잘하시지. 그러면 급하게 마음 사려고 일 벌일 필요도 없잖아요.”
“그러게나 말이다. 아니, 근데 우리가 너희한테 아주 못하지는 않았잖아?”
“뭐……. 케어야 좋았지만……. 인상 깊은 건 없긴 했죠?”
“그렇게 말하면 또 그건 그렇지.”
우리의 피날레 투어에 지원을 쏟아부어 성대한 무대를 만들어 주려는 두 번째 이유.
멤버들을 회사에 붙잡아 놓기 위한 밑밥 되시겠다.
“뭐야? 뭔데?”
“그게 무슨 뜻입니까?”
계속 궁금해하던 옥선이와 주영 형이 내게 물었고, 나는 웃으며 그들에게 답했다.
“옥선이랑 형을 회사에 계속 남겨 놓고 싶다는 뜻입죠.”
간단히 설명하자면 상호간의 계약 관계를 더 분명히 해야 할 때를 대비한 호의 정도가 될 것이다.
우리 삵은 회사에서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일정을 잘 소화해 냈음은 물론, 그들의 관심을 자극할 정도의 성과를 거두는 것에 성공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계속 붙잡아 두고 팔고 싶은 상품이 되었음과 동시에, 잘 키워 볼 가치가 있는 아티스트가 된 것이다.
그러니 계약 갱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행동이 무엇인지를 고려한 것이고, 그 고려의 결과물이 바로 이번 공연이다.
‘잘 먹힐지는 모르겠지만.’
특히 옥선이의 경우 계약 자체가 프로젝트 밴드를 꾸리기 위해 맺어진 것이었는데, 그 나름의 상품성을 제대로 증명했으니, 소속사에서는 전속 계약을 노리고 싶을 것이다.
그 전에는 인재풀에 제대로 잡히지 않던 인물이었으나, 곁에서 보니 번쩍거리는 보석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놓치기 아쉬운 것도 당연하다.
“주영이는 프로젝트 다 끝나면 계약서 갱신해서 전속 계약 다시 써야 하고, 옥선이는 신규 계약을 하는 것처럼 진행될 것 같아. 너희가 하겠다면 말이지만.”
“당연히 할 겁니다.”
“음……. 저는 좀 더 고민해 보고 싶어요.”
주영 형은 JH에 연습생 때부터 있었던 만큼, JH에서 데뷔를 성공하고 다시 아티스트 계약을 체결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데뷔 계획이 무산되며 혹시 회사에 원망이라도 품지 않았을까 싶어 신경 써 주는 면이 조금 있었는데, 다행히 이번 프로젝트로 상처를 잘 봉합해 냈다.
하지만 옥선이의 경우 고민의 여지가 있는 듯했다.
그럴 만도 했다.
‘애초에 너튜버로 충분히 먹고살던 녀석이기도 하고…….’
만일 계약을 하게 된다면 새로 밴드를 꾸려 데뷔를 하게 될지, 아니면 전문 세션맨이 되어 회사를 통해 일을 하게 될지는 모르는 상황이다.
충분히 고민을 하고 결정하는 쪽이 현명했다.
하은 형과 세명 형은 계약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 해당 사항이 없었고, 내 경우엔 다른 럭키데이 멤버들과 함께 계약이 묶여 있어서 마찬가지로 해당 사항이 없다.
그래도 계약 기간이란 것은 쏜살같이 지나기 마련이고, 언젠가 재협상에 돌입해야 할 테니 좋은 인상을 남겨 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큰일 없으면 굳이 옮길 생각은 안 해도 되겠네.’
“근데 공연 규모랑 계약이 무슨 상관이야?”
잠깐 생각하던 옥선이가 내게 물었다.
회사의 그런 호의가 어째서 자신들의 계약과 연관이 있는지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나는 그 물음에 간략하게 답해 주었다.
“예컨대 이런 거지. 너희가 원하면 회사는 이만큼까지 해 줄 수 있다. 이 정도로 너희를 제대로 도와줄 수 있다. 우리랑 계속 가자. 그런 느낌.”
“아하. 실력 발휘.”
“보여 주기 식이기는 해도, 괜찮지. 서로 이득이 있으니까.”
“그건 그래.”
옥선이는 짧은 내 설명을 듣고 단박에 이해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생색 한번 제대로 내겠다?”
“공연 좀 크게 열어 줘서 말이지.”
“근데 어차피 기획 단계에서부터 성과에 비례해서 차려 주기로 한 건데, 이런 걸로 생색을 낼 수 있는 겁니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 틀린 말은 아닌데……. 아무리 예정된 일이었다고는 해도 그 큰 공연이라는 것도 적정선이 있을 테니까요. 솔직히 우리가 생각해도 5천 석 규모는 기본에, 최대 1만 5천 석까지 만들어 준다는 건 조금 신기한 일이긴 하잖아요.”
“그건 그렇습니다. 우리가 진짜 슈퍼스타도 아니고, 경력이 오래돼서 팬덤이 탄탄한 것도 아니니까…….”
세명 형의 의문에도 내 나름의 짐작으로 답변을 주었고, 그도 설명을 듣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원래 해 주어야 하는 일은 맞지만, 그보다 더 크게 신경을 써서 준비해 주겠다는 것.
우리 입장에선 딱히 마다할 이유가 없는 일이기도 하고, 나름 호감을 사겠다는 회사의 생각 역시 충분히 들어맞는 것은 맞았다.
순간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으니까.
‘케어에 신경을 써 주는 회사니까……. 계속 같이 가도 괜찮지, 뭐.’
추후 단 한 번이라도 이 회사 괜찮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들게 만드는 정도면, 그들의 전략은 절반 이상 성공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물론 나는 원래부터 이 JH라는 회사에 굉장히 호의적인 마음을 갖고 있지만 말이다.
“오케이. 그럼 공지는 대충 여기까지. 자세한 내용이나 준비해야 하는 것들은 내일 회의 때 말해 줄 거고……. 아, 맞다.”
유성 형은 슬슬 길어지는 일 관련 이야기를 접으려고 하다가, 문득 생각난 듯 나와 세명 형과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
“그젠가? 루치랑 세명이가 콘셉트랑 리스트 회의 들어갔었지?”
미리 준비가 진행 중인 공연의 대략적인 콘텐츠와 진행 방향에 관한 회의 이야기였다.
“아, 네. 기획팀 분들이랑 말 맞춰 봤는데, 의견이 갈리는 부분도 있고, 구상이랑 현실이 안 맞는 것들도 있더라고요. 우선 아무래도 180분을 채우기엔 부담이 있어서 러ㅋ임을…….”
일 얘기가 끝나려던 순간 다시 다른 이야기로 돌아가 또 다른 일 얘기가 시작된다.
순간 생각이 들었다.
‘어라? 끝 아니었나?’
물론 입 밖으로 그 의문을 내뱉지는 않았다.
이야기를 끝내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냥 먹고 마시고 쉬는 것도 괜찮지만……. 일 얘기를 하면서 먹는 건 더 좋지.’
다가올 공연을 준비하는 것은 꽤 즐거운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디밴드나 스트릿뮤지커 쪽은 추후 다른 무대가 잡혔을 때나 고려하는 걸로 하고……. 락 밴드가 아닌 게스트를 우선하려는 거면 우리 회사에서는 아무래도 유레나 씨가…….”
“뷰마 형도 생각을 해 봤는데, 요즘 많이 바빠 보이시더라고요.”
우리는 투어 행사를 어떻게 꾸려 나갈지를 한참 논의했다.
어떻게 진행을 해야 무대가 아름답게 어우러질지, 어떤 아티스트를 게스트로 초청하면 멋진 무대가 만들어질지 등.
다가올 공연을 어떤 모습으로 꾸며야 가장 멋질지를 상상하고, 퍼즐 조각들을 모아 하나로 구성하는 것처럼 요소들을 점검하며 맞춰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얼마 남지 않은 투어 무대의 모습이 눈앞에 선히 그려지는 느낌이다.
“그렇지. 근데 장르와 스타일이 겹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의 퀄리티를 뽑아내는 게스트를 생각해 보면 유레나가 정답이긴 해.”
“아니면 어차피 8회 이상 공연하는 걸로 확정이 났으니까, 차라리 지역마다…….”
“오, 그것도 좋겠다. 그러면 차라리 형 말처럼…….”
진작부터, 우리가 앨범 제작과 방송 활동을 위해 바빴을 때부터 공연 기획을 진행하며 얼개는 갖추어져 있었고, 지금은 세부적인 것을 채워 나가는 것이다.
“공연장 사이즈를 생각하면…….”
“이, 이런 연출은……. 어떨…….”
“그런데 트랙 리스트 순서도 생각해 봐야…….”
유성 형과 우리 삵의 멤버들은 밤이 깊고 깊을 때까지 앞으로 진행될 투어에 관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차근차근, 러프하게 그려져 있던 그림에 다양한 색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 * *
삐비비빅! 삐비비빅! 삐비비빅! 삐비비빅!
“억.”
새로 산 전자 손목시계의 알람 성능이 매우 확실하다는 것을 느끼며,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후…….”
오늘은 중요하디 중요한 날.
평소보다 일찍, 오전 6시부터 일어나서 준비를 시작하고, 회사로 가야 하는 날.
‘공연 전 마지막 연습실!’
투어 행사를 진행하기 전, 마지막으로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는 날이다.
“뚜뚜루두뚜뚜, 흠흠흠 흠흠…….”
작게 콧노래를 부르며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주변을 청소한다.
연습을 다녀와서 짐을 싸고, 이것저것 하다 보면 또 시간이 없어 어질러 둔 것을 정리하지 못할 것이다.
‘아. 이불은 어차피 다시 펼 건데.’
순간 생각이 들었지만, 다시 깔고, 내일 아침 또 정리하는 게 원래 정상인 것을 알고 있다.
귀찮다고 매일 미루고 미루면 먼지가 쌓이고, 그것이 폐로 들어가고, 장비에도 들어가고…….
아무튼 엄청 안 좋을 것이라 스스로를 다그치며 신속하게 청소를 마쳤다.
쏴아아아아!
비눗물에 대충 몸을 씻으며 생각했다.
‘투어 다니는 시기에도 연습이야 계속하겠지만……. 이렇게 길게 붙어 있는 날은 오늘이 마지막이니까.’
그동안 신세를 진 연습실과 이별한다.
원래는 회사 연습생과 아티스트들 모두가 사용하는 공간이지만, 워낙 일찍 나와서 오랫동안 죽치고 있는 우리였기에, 거의 전용 공간처럼 된 곳.
투어 일정 중간중간 연습을 진행하긴 하겠지만, 회사에 들르는 날 짧게 있다 가려면 다른 이용자들이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고, 혹시 멀리 나가게 되면 현장에서 맞춰 보게 될 테니 앞으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음……. 이렇게 신경을 쓰니까 뭔가 고사라도 지내고 떠나야 할 것 같은데?’
물론 그냥 떠나는 것은 떠나는 거고, 평소보다 조금 더 특별한 마음으로 연습을 진행하는 선에서 연습실에 대한 경의를 표하려고 한다.
엉망진창이었던 밴드 결성 초기부터, 조금은 완벽에 가까워진 지금까지 우리 음악을 계속해서 받아 주었던 공간이니까.
“좋아, 가 볼까?”
소년 만화 주인공의 등굣길처럼 입으로 소리 내어 힘을 불어넣으며, 회사로 향했다.
적당히 걸어 도착한 회사 건물.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마주치는 직원분들에게 인사를 하며 연습실에 도착했다.
그리고 나는.
“이, 이게 머선…….”
“어, 왔냐?”
“너도 앉아. 이거 접어. 얼른.”
형형색색의 색종이와 종이비행기로 가득 찬, 우리의 추억 가득한 연습실을 볼 수 있었다.
“뭔데요, 이거?”
나는 가방을 색종이로 난장판이 된 연습실 한구석에 두고, 졸음 가득한 눈으로 비행기를 접고 있는 유성 형과 세명 형에게 물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고.
“이거……. 우리 콘서트 때 쓸 거래…….”
“잉? 이걸요?”
아무래도 회사 아저씨들이 또 뭔가 이상한 일을 계획한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