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star RAW novel - Chapter 183
182화
아침이란 무엇인가?
날이 새면서 해가 떠오르고, 어둠이 걷히는 시간.
밝게 비추는 태양 아래서 새 움직임을 시작할 시간.
딩, 디리링, 디링…. 딩 딩 디이잉…. 딩…. 딩, 딩딩 디이잉…. 차르르르륵!
이슬 방울에 햇빛이 반사되는 것처럼 아련하고 밝게 세 번째 파트의 인트로가 시작된다.
금방까지 거칠게 울부짖던 소리는 없었던 것처럼 사라지고, 클린 톤의 맑은 기타 소리가 울린다.
이에 맞춰 나도 기타 줄을 살짝 긁어 주었다.
쟈라라란!
그리고, 숨을 많이 섞은 무거운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했다.
“Everything in sight disappeared like dust. No house, no flowers, no love, even the trust we had.(눈에 보이던 모든 것이 먼지처럼 사라졌네. 집도, 꽃도, 사랑도, 우리가 가졌던 신뢰마저도.)”
짐작했던 일이 벌어진 땅.
조금은 허망하고, 조금은 내 생각이 맞았다는 마음도 들고, 조금은 외로운 느낌.
빈 공간에 에코를 먹여 울리는 악기 소리가 가득 차면서 그 느낌을 증폭시킨다.
“Will everything we did be forgotten? Or will it remain in our hearts? I just hope it doesn’t hurt too much.(우리가 했던 모든 것들이 잊힐까? 아니면 우리 마음속에 남을까? 너무 아프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지징, 징, 지지지징, 지징….
기타 소리와 함께 그토록 바랐지만 결코 확신을 품을 수는 없었던 이야기들을 뱉었다.
“I’m just waiting. Just hope all this is done in a reasonable way. I’m just waiting…. May our whispers remain beyond the days.(난 그냥 기다리고 있어. 이 모든 것이 합리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지기만을. 난 그저 기다리고 있어…. 우리의 속삭임이 시대를 뛰어넘어 남기를.)”
누구나 바라는 소망 아닐까?
내 뜻이 길이 이어지기를.
내가 한 모든 일들이, 내 삶이 헛되지 않기를.
“I want to sing. What I did. You’ll feel it, too. And know what to do.(노래하고 싶어. 내가 한 일을. 너도 느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뭘 해야 할지 알게 되겠지.)”
내가 한 일들이 의미가 있는 일이길 바라며, 내 뜻이 모든 것이 파괴된 폐허 위에라도 남기를 바라며, 누군가 그것을 이어 받아 행하길 바라며, 길게 끊어지지 않는 연주로 그것을 표현했다.
“I want to sing. What I did. And you…, will…, know…, what to do.(노래하고 싶어. 내가 한 일을. 그리고, 당신은, 뭘 해야 할지, 알게 되겠지.)”
지이잉! 지잉, 지잉, 지지지지지지…. 위이이이잉! 지징 지징 지징 지징! 지징 지징 지징 지징! 위이이이잉….
트레몰로, 바이브레이션, 뭐가 되었든 길고 긴 여운이 남도록, 듣는 사람의 가슴에 이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던져 각인되도록 재우가 기타를 흔들었다.
끊어지지 않게.
길게.
“후우우우…. 우…. 우…. 우우….”
그에 맞추어 나도 연주 소리에 고음의 가성을 얹는다.
제일 위의 계단에서 시작해 한 음씩 떨구며 여운을 남길 수 있도록 소리를 컨트롤했다.
지잉, 지잉, 지이잉….
드럼, 멜로디 기타, 리듬 기타의 소리가 모두 끝음을 끌며 소리를 죽이고.
둠, 둠, 둠, 두둠, 둠, 둠, 두둠…. 두우움….
베이스 기타가 아주 여리게 아웃트로를 장식했다.
이것으로.
“브라보!”
Broken은 완곡이다.
“뜨아아아아….”
자연스럽게 온몸의 근육에서 힘이 쭉 빠지는 것을 느끼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기존에 상의했던 모든 것들을 제대로 소화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점검함은 물론, 평소에도 하던 세세한 컨트롤에도 신경을 기울여야 했기에 집중력을 너무나 소모한 탓이다.
“뜨으으으….”
“아. 힘듦.”
그것은 비단 나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녀석들도 나를 따라 털썩털썩 주저앉았다.
“아아, 아주 훌륭한 연주였어요.”
“흐어어….”
“가, 감사합니다….”
제셀이 자리에 주저앉은 우리를 향해 호평을 건넸다.
그는 계속해서 우리의 연주에 대해 피드백을 진행했다.
힘이 쪽 빠져 직접 언급을 못 하고 있는 우리의 몫까지 대신해서 말이다.
“제대로 소화했어요. 해석에 있어 소홀한 부분도 없었고, 파트마다 조금은 다르지만 결국 하나로 이어지는 그 스토리 라인, 그 심상을 제대로 구현했어요.”
우선 우리의 곡 해석이 그의 생각과 거의 일치했다는 평가와, 그것을 나타내는 것에도 모자란 부분이 없었다는 평가.
이것은 고무적이다.
‘지난번보다는 확실히 나아졌나 보군.’
단기간에 이루어 낸 성과임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표출 방법에 아쉬워하던 지난번에 비하면 훨씬 좋은 반응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적으로 집중력을 유지하게 만드는 보컬의 스킬 역시 인상적이었어요. 지난번 영상 시험에서도 느낀 점이지만, 럭키데이는 듣는 사람이 곡에 몰입하게 만드는 방법을 잘 사용하는 것 같아요. 이것은 아주 좋은 장점이에요.”
또한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에 대한 칭찬 역시 있었다.
청자와의 소통.
우리의 메시지를 전하는 한편, 듣는 사람들이 거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것.
연주에 있어 절대로 소홀히 하면 안 된다며 합주를 통한 연습을 할 때도 가장 신경을 써서 다루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호평 뒤에는 아쉬운 부분에 대한 피드백 역시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볼륨 조절과 텐션 유지에는 아쉬운 면이 있어요.”
제셀은 여전히 웃는 표정으로 우리에게 천천히, 그리고 조목조목 아쉬웠던 부분에 대해 짚어 나갔다.
“전체 사운드에서 오차가 생기는 경우가 몇 번 있었어요. 물론 장치를 통해 조절을 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사운드를 너무 많이 조절하다 보면 소리가 뭉개질 수 있어요. 처음부터 완벽하게 녹음을 하는 쪽이 좋겠지요. 라이브 연주를 할 때도 마찬가지고요.”
“아하.”
“그리고 텐션 유지의 경우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거예요. 한번 집중력을 터뜨렸는데, 그 아슬아슬한 선을 타지 못하고 텐션이 무너져 내리면 집중력이 한순간 사라질 수 있어요.”
그의 피드백은 조금 크게 크게 잡고 설명하는 감이 있지만, 생각보다 훨씬 도움이 되었다.
어떤 부분이 문제였고 왜 그것을 고쳐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이야기해 주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우리는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진 뒤, 영상 녹화본을 보며 어떻게 고쳐야 할지에 대해 충분히 고려할 수 있었다.
“이 부분이네.”
“앞에서 지이잉 하고 한번 끌어 줘서 뒷부분에서 제대로 소리에 집중을 못 한 듯.”
“쉽게 고칠 수 있지?”
“해 봐야 앎. 근데 괜찮을 듯.”
“오케이. 그렇다고 거기만 신경 쓰고 있다가 다른 곳 놓치면 안 되는 거 알지?”
“당연.”
꽤 괜찮은 스크린에 영상을 띄우고, 빵빵한 스피커를 통해 소리를 듣는다.
그저 연습 합주 촬영본일 뿐임에도 소리가 위아래 할 것 없이 제대로 잡혀 우리가 원하는 부분을 최대한 자세하게 붙들어 들을 수 있었다.
‘J&A 스튜디오 급으로 장비 맞추려면…. 돈 엄청 많이 들겠지?’
나는 순간 욕심이 들었다.
이 정도 시스템을 한국에도 구축해서 이용하면 작업 환경이 훨씬 편해지지 않을까?
잠깐 스피커들을 보며 J&A 스튜디오만큼은 아니라도 그 엇비슷한 정도로 장비를 맞춰 스튜디오를 차리려면 대충 얼마 정도의 예산을 들여야 하나 계산해 보았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괜찮겠네.’
대충 100억 원 안팎이면 깔끔한 건물에 스튜디오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유지비야 꽤 들겠지만, 우리 JH 뮤직을 포함한 몇몇 회사에 이용료를 받고 대관을 해 준다면 절반 정도는 충당할 수 있을 것이다.
100억 소리를 참 쉽게도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 돈 벌려면 대체 앨범을 몇 장이나 팔아야 한다는 말인가?
하지만 내게는 쉬운 이야기가 맞았다.
“흐흐흐…. 흐흐흐흐….”
암호화폐.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안 입으며 하나둘 끌어모은 그 암호화폐의 값이 천정부지로 솟고 있다.
솔직히 지금 당장 팔아도 평생, 아니, 내 자식의 자식까지 평생 돈 걱정은 없이 살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이 지갑 안에 들어 있다.
하지만 지금 팔 생각은 없다.
‘이 돈의 두 배! 이 돈의 두 배!’
아직 암호화폐 시장은 이제 겨우 주목을 받기 시작한 정도.
이제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올 때쯤 되면 진정으로 미쳐 날뛰는 그래프가 형성될 것이다.
몇 년 더 묵히면 또 그 돈이 두 배가 되겠지만, 그 광기의 전장에 계속 몸을 담고 있을 이유는 없다.
겨울이 지나기 전에 전부 팔아 수익을 실현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조 단위 부자! 난 부자야! 하하!’
단순 계산으로 5억 근처의 돈이 2,500배 가까이 뛰게 되니, 나는 1조라는 상상하기 힘든 돈을 가지게 된다.
“흐헤, 흐헤헤헤….”
“얘 왜 이럼?”
“루, 루치야?”
“음? 읍. 스으읍!”
기쁜 마음에 침을 질질 흘리고는 있지만, 솔직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조?
평생 만날 일도 없는 숫자 단위이다.
세계 인구가 약 80억이고, 그 사람들이 모두 125원씩을 모아 내게 주면 그 정도 돈이 된다.
음, 이렇게 말하니 또 쉽기는 하다.
아니면 다르게 계산해 볼까?
내가 지금 당장 취직에 성공해서 월 200만 원을 벌게 된다고 치면, 약 50만 개월 정도 일하면 벌 수 있는 돈이다.
년으로 따지자면 41,666년하고도 반 정도가 되겠다.
참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인데, 그게 현실이 되어 버렸다.
“님, 빨리 님 피드백 하셈. 베이스 박자 안 밀리게 하면서 기타에 많이 맞췄는데, 소리 조절은 어땠음.”
“루, 루치야…. 집중….”
“앗. 오케이, 오케이. 어디까지 했지? 베이스. 응. 베이스 기타의 경우 밀고 당기는 박자를 일정 부분 포기하고 중요한 부분에만 넣었지? 그 덕분에 확실히….”
하지만 딱히 내 인생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 얘기 방금 했음.”
“앗. 그래? 그러면 마지막 아웃트로 볼륨….”
“그, 그것도 했어….”
“아.”
“뭐야, 루치 피드백 실력 많이 죽었네?”
“우, 우리 연주 실력이 너무 늘어서 루치가 지적할 게 없는 걸지도…. 헤.”
“아 이놈들, 또 놀리려고 시동 거는 것 좀 봐.”
“그게 럭키데이 활동 내역 중에서 제일 재밌지!”
“집중, 집중.”
어차피 이 돈은 내가 음악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명작을 만들어 락스타가 되겠다는 꿈을 위해 쓸 것이다.
편하게 집에서 탱자탱자 노는 인생 따위는 관심도 없다.
‘돈에 얽매이고 현실에 무릎 꿇으면서 음악을 강제로 놓을 필요는 없어졌네.’
단지 그뿐.
오로지 내 꿈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넘어져도,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다시 달려도 되는 안전 장치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만족했다.
“그러면 베이스 다음. 드럼 라인 좀 보자. 아까 두두두두 하면서 마칭 밴드처럼 달리는 부분 있잖아? 그거 할 때….”
나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금 피드백에 집중했다.
내일부터는 본격적인 녹음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최대한 빈틈을 없애고, 가장 완벽한 상태로 임하리라.
우리는 늦게까지 스튜디오에 남아 있다가 유성 형의 인도를 받아 숙소로 돌아가고 나서도, 한 방, 정확히는 내 방에 모여 계속해서 어떻게 연주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