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star RAW novel - Chapter 188
187화
“와, 이거 정말 괜찮은데?”
리처드 심슨은 자신이 팔로잉하고 있는 한국의 여가수가 올린 소셜 미디어 게시물을 확인하고는 감탄사를 뱉었다.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이름의 밴드.
그 밴드가 한 마디에 한 파트씩 차곡차곡 연주를 쌓아 올리는 짧은 티저 영상.
리듬 기타, 베이스, 멜로디 기타, 드럼이 하나씩 추가되며 곡을 완성시켜 나갔고, 마지막으로 보컬이 입을 여는 순간.
“I…….”
그리고 뚝.
맑은 목소리로 단 한 단어를 뱉자마자 모든 소리가 사라지더니 화면이 암전된다.
‘평범한 티저 비디오인데……, 노래 전체가 궁금해서 못 참겠어!’
유명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인 리처드 심슨이다.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들은 수도 없이 봤고, 빌보드에 심심치 않게 드나드는 밴드의 노래를 라이브로 들어 본 적은 물론이고, 심지어 슈퍼볼 하프타임쇼에서 연주하는 밴드들도 본 그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 그에게 기대를 하게 만드는 곡들은 흔치 않았다.
그는 옆에서 분장을 고치고 있던 동료 배우 맥에게 자신의 스마트폰을 건네며 말했다.
“이봐, 맥. 이거 봤어?”
“뭔데? 동양인 밴드?”
“응. 전에 투어에서 만난 레나 유라는 친구가 공유한 티저 영상인데, 이거 끝내주는군.”
“얼마나 좋기에 그래? 줘 봐.”
맥이 리처드의 폰을 받아 들고는 멈춰 있던 영상을 재생시켰다.
징, 지직, 지지징, 지잉, 둠, 두둠, 둠둠, 두루룸, 지이이이잉! 징! 지이잉! 지지지징, 두두둥, 둥! 채앵, 두두둥, 채애앵!
완벽을 향해 쌓아 올려지는 음악.
“I…….”
이 이상 아름다울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목소리.
뚝.
그리고 정적.
“워, 워. 이거 뭐야? 지금 뭐 하자는 거야?”
티저 영상이라던 그 비디오는 맥을 열받게 하기에 충분했다.
“사람 기대감은 잔뜩 올려 놓고 여기서 비디오를 끊어 버린다고? 맙소사. 이 자들은 당장 알카트라즈 감옥에 가둬야 해.”
“진정해, 맥. 티저라니까.”
“이런……. 이 밴드 이름이 뭐라고 했지? 앨범이든 싱글이든 언제 나오는지를 확인해야겠어.”
“아, 잠깐만……. 여기 있군. 한국의 밴드, 럭키데이라는군.”
“럭키데이. 기억해 두지. 아니, 잊어버리지 않게 포스팅을 해 놔야겠어.”
그는 리처드에게 스마트폰을 돌려주고, 자신의 것을 꺼내 소셜 미디어를 열었다.
그러고는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밴드 럭키데이……. 내 마음을 완전히 훔쳤어……. 앨범은 언제?”
놀랍게도 미국 뮤지컬 시장에서 꽤 명성을 날리고 있는 배우의 소셜 미디어에 무명의 동양 밴드가 언급된 것이다.
“오. 나도 공유해야지.”
그것을 본 리처드 역시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해 유레나가 올린 영상을 공유했다.
그리고 이런 자발적 홍보는 비단 맥과 리처드만 한 것이 아니었다.
“와우. 티저 영상만으로 가슴이 뛰었어.”
“사람을 안달나게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군.”
“레나를 통해 들었어. 앨범은 한국어 버전과 영어 버전 모두가 실린 2CD로 나온대. 나 너무 기대돼.”
“요즘은 노래를 잘하는 가수들이 아주 많다. 하지만 정말 좋은 노래를 만드는 가수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이 밴드처럼.”
“럭키데이라는 밴드를 알게 된 후, 그들이 누구인지를 한참 찾다가 채널을 발견했어. 올라와 있는 노래들은 대부분 한국어였지만, 미국 올드 락 커버도 꽤 있었어. 한 가지 확실한 건, 난 이제 그들의 팬이 되었다는 거야.”
유레나로부터 시작해서 리처드와 맥, 그리고 해외의 몇몇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럭키데이의 앨범 티저 영상이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
티저 영상이 너무나 잘 만들어졌기 때문에?
유레나의 영향력이 그만큼 컸기 때문에?
요인은 많지만 가장 컸던 것은 한 가지.
운.
“마침 쉬고 있는데 눈에 띄는 작품이 생겼네. 이 정도면 기다릴 가치가 충분하지.”
“음……. 동양의 밴드라……. 미국을 노리고 있다면 많이 외로울 텐데, 조금 등을 밀어주는 정도면 괜찮겠지?”
“오, 레나의 친구인가? 그러면 나도 도와줘야지! 헤이, 이봐! 여기 괜찮은 밴드가 있어!”
우연히 마침 바쁘지 않았던 할리우드 스타의 눈길을 끌었고, 우연히 미국 이주 후 정착해 명성을 얻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던 이민자 가수에게 그것이 포착되었고, 우연히 유레나에게 큰 호감을 가지고 있던 인플루언서가 홍보를 도와주었다.
그런 우연에 우연이 겹친 어마어마한 파급효과를 확인한 루치아노는…….
“뭐여, 이건? 왜 이래, 이거? 뭐야, 대체?”
매우 당황했다.
* * *
당최 알 수 없는 일이다.
[Hey, I can’t wait for your album to be released.] [I really enjoyed the teaser video. This is so new music. I hope to hear your songs soon. :D] [It’s going to be officially released on eTunes, right? Please say yes.]“뭔데, 이거?”
우리의 너튜브 채널 영상들에 정체불명의 영어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아니, 정체불명은 아니다.
그 내용들이 대개 비슷하다.
“너희 앨범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티저 영상 잘 봤다. 빨리 듣고 싶다. 이튠즈에도 정식 발매 되는 거 맞냐. 어……. 해외 팬들이 이렇게 많았나, 우리?”
“그럴 리가.”
“난 많음.”
“아니, 네 채널 구독자 말고. 우리 밴드 팬.”
“그럼 모름.”
우리 티저 영상을 잘 봤고, 어서 앨범이 출시되었으면 좋겠다는 말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팬들의 반응이다.
그 팬들이 대부분 외국인이라는 점만 빼면 참 바람직한 상황이겠지.
“아니, 근데 이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알고 이렇게 좋아하는 건데?”
“그, 그러게…….”
“어디 해외에 직캠이라도 터졌나?”
“외국인들이 우리 직캠 영상을 봄?”
“나는 모르지!”
도대체 그 이유를 알 수 없어서 우리는 한참 동안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다.
그리고 잠시 후.
“얘들아! 나가자! 대표님이랑 홍보팀 미팅!”
“갑자기요?”
“왜요?”
유성 형의 등장을 통해, 우리는 사건의 전말을 대강이나마 알 수 있었다.
“이번에 티저 영상 대박 터진 거! 레나님 레나좌 킹갓제너럴엠페러레나님 SNS 통해서 퍼진 거야! 이 기회에 노 저어야 된다고, 어서 활동 방향부터 정하자고 지금 난리야!”
“아아? 아아아!”
나는 순간 퍼즐이 풀리듯 상황이 명료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레나 누나 덕분이었구나.’
얼마 전 홍보를 조금 거들어 주겠다며 우리의 곡 완성본과 티저 영상 원본을 받아 간 레나 선배.
그녀의 도움이 진짜 제대로 효과를 발휘한 것이 분명했다.
“가자, 가. 어서. 윗옷 챙기고.”
“넴넴.”
“더운데.”
“허리에라도 둘러. 해 지고 나면 또 추워진다. 이제 여름 다 가고 있어.”
“넹…….”
대충 옷을 챙겨 입고 회의실로 걸음을 옮기는 동안에도, 나는 이 얼떨떨한 기분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고민했다.
‘홍보 대박? 아주 좋지. 그러나 거기서 마음을 놓으면 안 된다. 이 기류에 몸을 던져서 그대로 타고 올라가는 게 더 중요해.’
첫 스타트를 제대로 끊었다는 것은 고무적인 성과였다.
물론 온전히 내 힘으로 이룩한 결과물은 아니고, 다른 사람들의 적극적인 도움과 우연으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에 순순히 만족하지 않고 이 좋은 기세를 제대로 타고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어서 오세요, 어서 오세요.”
“자리들 잡고. 지금 상황부터 빠르게 짚겠습니다.”
회의실에 도착하니 홍보팀 직원 몇몇과 대표님이 먼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스크린이 켜져 있지 않은 것을 보면 우리가 딱히 늦은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빨리빨리 진행하는 것이 좋으니 우리는 부랴부랴 빈자리를 채워 앉았다.
“우선 자료부터 보시겠습니다.”
그러자 익숙한 얼굴의 홍보팀 직원분이 스크린에 자료를 띄우며 회의를 주관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럭키데이 새 앨범을 발매하기 전 홍보 활동의 일환으로 우리 회사 뷰마스터, 유레나를 시작으로 스트릿 뮤지커스, 스코프, 리즈홀, 디밴드 같은 인연이 있는 아티스트들의 지원사격을 받았습니다.”
그의 손짓에 따라 화면이 전환되고, 레나 선배의 SNS 계정이 화면에 올라왔다.
엄청난 숫자의 댓글과 좋아요 개수가 눈에 확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유레나 씨의 SNS 게시글을 통해 티저 영상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었는데, 한 플랫폼에서는 영상의 홍보성 인트로에 자기 연주를 더하는 식의 패러디 영상이 유행하기 시작…….”
나름의 성공 요인 분석이 빠르게 이어지고,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그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마찬가지.
‘그렇지. 우리 힘으로만 이뤄 낸 게 아닌 반쪽짜리 성과이긴 하지만, 그 영향력은 이미 우리가 어떤 홍보 활동을 더 해도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어.’
같은 회사의 동료 아티스트들과 우리가 활동을 하면서 연을 쌓았던 선배, 동료 가수들의 홍보 도움을 많이 받았다.
비단 밴드 동료 아티스트들뿐 아니라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들과 예능 활동을 통해 만난 예능인, 배우들까지 발 벗고 나서 주었기 때문에 원래 우리의 고정 팬층인 락 장르 팬들과 마니아들 이외의 대중들에게서도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해외 팬들의 유입.
“또한 럭키데이가 따로 운영하고 있는 채널을 통해서도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한편, 국내에만 출시되어 있는 앨범들의 해외 주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해외 발매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구매 대행이 대다수인데, 이는 오픈 계획이 있던 자사 쇼핑몰의 더 빠른 개장으로 소화할 예정입니다.”
“음.”
“좋은 반응이네요.”
해외에는 발매하지 않은 앨범들을 구매 대행을 통해 사들이는 청자들은 물론이고, 너튜브에 공식 업로드된 우리 노래들의 조회 수가 폭증하고 있었다.
홍보 시작을 알리기 위한 가벼운 소셜 미디어 지원사격의 결과치고는 어마어마한 영향이었다.
“우선 목적은 뚜렷하군요. 이번 홍보 대박에 발맞춘 수익률 극대화 및 럭키데이의 해외 진출 가속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수익 확대의 경우 지난 앨범의 빠른 재판과 자사 몰 조기 오픈 외에도, JH 뮤직 공식 채널에 지금까지 만들었던 웹 예능과 럭키데이 방송 출연분 하이라이트 업로드를 계획 중에 있습니다.”
“기획팀 쪽을 통해서 그동안 판매 중지 중이었던 몇 개의 굿즈의 재판매를…….”
“공장 돌아가는 속도가 우리 판매 계획에 맞을지…….”
현재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빠르게 파악한 회의실의 직원들은 각자 미리 생각해 두었던 바를 내보이고 그것을 서로 돌려 보면서 평가하기 시작했다.
기민한 대처.
지금처럼 예상치 못한 성공에 발 빠르게 적응해 움직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이다.
놀랍게도 JH 뮤직의 직원들과 우리 매니저 유성 형, 그리고 당사자인 우리들과 김 대표님은 모두 지금 상황을 매우 빠르게 인지하고 대처를 논의할 수 있었다.
그간 이 정도로 큰 사건이 벌어진 적이 없음에도 말이다.
‘이거 이번에 돈 좀 만지겠는데?’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정도로 큰일이고, 그런 예상을 감히 할 수 있을 정도의 적응 속도였다.
다만 정말 중요한 것은 겨우 돈 같은 것이 아니었다.
“자, 자. 잠깐만요. 우선 채널 관리와 앨범 판매 같은 것은 따로 논의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김 대표님이 잠깐 불이 붙었던 분위기를 진정시키고, 더 빠르게 살펴야 할 논제를 수면 위로 올렸다.
“럭키데이의 이번 앨범 발매에 있어 가장 큰 목표. 해외 진출의 가속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 것인가. 우리가 먼저 살펴야 할 것은 그것인 것 같습니다.”
조금은 허황되지 않나 싶을 정도로 큰 꿈.
해외 진출이라는 우리의 목표가 정말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고, 우리는 그것을 빠르게, 그리고 제대로 손에 쥐기 위한 준비가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