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star RAW novel - Chapter 190
189화
“럭키데이의 Peach blossom day, 에린 씨의 총총걸음, 그리고 럭키데이의 Sleep over!”
“대망의 1위는!”
“바로!”
우리의 짧은 음반 활동은 금방금방 지나갔다.
“디지털 음원 점수 1위, 시청자 투표 1위, 글로벌 사전 투표 1위! 올 A+의 대기록으로!”
진행자가 멘트를 길게 늘이며 시간을 끌지만, 딱히 긴장이 되지는 않는다.
“영광의 1위를 차지한 사람은! 바로!”
시작부터 10위권 안쪽으로 출발해서 차트 1위를 비록 그 밑으로 쭉쭉 우리 앨범 Fly의 곡으로 줄을 세웠으니, 음방 1위를 못 하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곧, MC의 발표가 무대에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럭키데이의 Sleep over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와아아아아아!”
푸슈우우우우욱! 퍼어엉!
에어샷과 함께 꽃가루가 터져 무대 위로 팔랑팔랑 떨어졌다.
그리고 진행자가 꽃다발과 트로피를 우리의 품에 안겨 주며 소감을 물었다.
이번에도 역시 뒤로 물러선 애들 탓에 내가 마이크를 잡아야 했다.
“하……. 정말 감사합니다.”
“와아아아아!”
한마디를 뱉자마자 관객석에서 거센 반응이 튀어나온다.
지난 2주 동안 쌓아 온 결과물.
‘휴……. 뿌듯하네.’
듣기만 해도 가슴이 뿌듯해지는 환호성이다.
우리가 선보인 노래에 그들이 제대로 공감해 주었다는 뜻일 테니, 음악을 파는 사람으로서 이 이상으로 즐거울 수 있을까 싶었다.
나는 콩닥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소감을 이었다.
멀리서 작가님이 손짓하는 것을 보니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짧게 할 말만 남기기로 했다.
“이토록 빠르게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아니, 솔직히 알기는 했다.
정확히는 이렇게 되길 바란 거지만.
“항상 관객 여러분, 시청자 여러분들께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연주했습니다. 그 결과가 여러분의 박수와 함성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서 너무 기쁩니다.”
그리 궁금하지는 않을 내 감상을 짧게 마치고, 나는 중대한 발표를 이었다.
“저희 럭키데이의 음방 활동은 1위를 하게 된 오늘을 기점으로 종료됩니다.”
“어어어어?”
“아아아아아…….”
놀라는 소리, 금세 이해하고 아쉬워하는 소리. 각각의 반응들이 쏟아진다.
그리고 곧 이어지는 소리에 반응은 하나로 통일된다.
“Fly 앨범을 구매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CD 두 장으로 한쪽은 한국어로 쓰인 노래가, 한쪽은 영어로 쓰인 노래가 들어 있습니다.”
“아.”
“아아아!”
“어?”
놀람.
아쉬움이 섞여 있던 반응이 놀라는 감정으로 기울어 버린다.
“저희는 해외로 갑니다. 한국에서 여러분께 받은 사랑을 연료로 삼아서, 바다 건너 사람들에게도 저희 노래를 들려주고 오겠습니다.”
“와아…….”
“해외 진출하는 거야?”
“와. 럭키데이라면 진짜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비단 관객석뿐만 아니라 무대 위에 있는 동료 아티스트들도 술렁거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미국. 영국. 뭐, 어디든……. 여러분들과 함께한 시간 자랑스럽게 가슴에 품고 잘 다녀오겠습니다.”
할 말을 마치고 꾸벅 인사를 올린다.
잠시 음소거 버튼이 눌린 듯, 사방이 조용하더니.
“와아아아아아!”
“럭키데이! 럭키데이!”
“럭키데이 화이팅이다!”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나는 밝게 웃으며 생각했다.
‘다행이다.’
호감을 남긴 채로 다녀올 수 있게 되어서.
국내 팬들을 버리는 것이라고 비치지 않아서.
“아, 그렇다고 저희를 아예 볼 수 없는 건 아니에요. 럭키데이의 해외 시장 도전기 예능이 곧 편성될 예정…….”
“네, 오늘의 1위 수상자! 럭키데이의 소감 들어 봤습니다!”
“늦어도 다다음 주엔 시작할 예정이니 예고편 올라오면 다들 봐 주세…….”
“그럼 앵콜곡과 함께 우리 케이뮤직넷 뮤직 데이! 여기서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음악과 함께하는 케이뮤직넷!”
“뮤직! 데이!”
이야기를 이어 나가려 했으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지 MC들이 과장스럽게 앞으로 끼어들며 홍보 멘트를 끊어 버렸다.
장난스럽게 마이크를 멀리 떼어 소리를 죽인 채 사운드에 잡히게끔 예고를 던졌다.
어차피 케이뮤직넷에서 방송될 예정이기에 큰 제지는 없었다.
방송 시간이 문제지.
“럭키데이! 럭키데이!”
앵콜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함성이 들려온다.
“크……. 이거지.”
“마지막이니까 제대로 고?”
“멋지게 고!”
한국 음반 활동기 마지막 음방 촬영.
1위 후 앵콜 공연으로 멋지게 마무리했다.
* * *
“졸려…….”
“비행기에서 자면 되니까 잠깐 참아. 카메라 돌아가잖아.”
“졸려어어어어…….”
“어허. 뚝.”
“뚝.”
국내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친 우리들은 미국행을 차근차근 준비해 공항으로 나섰다.
‘예능 촬영 아이디어 덕분에 준비도 쉬웠어.’
다큐 겸 예능 프로그램 제작이라는 핑계 덕에 방송국의 인프라를 상당 부분 당겨 올 수 있었고, 회사에서 부담해야 할 부분이 확 줄어들었다.
물론…….
“이야……. 이 장비들을 다 들고 미국으로 갈 줄은 상상도 못 했네요.”
“루치 씨가 제작비 투자를 꽤 크게 질렀다고 들었어.”
“돈 많은가 봐요?”
“저작권 부자잖아. 모르긴 몰라도 엄청 벌었을걸?”
혹시나 생길지 모르는 잡음은 과감한 투자로 원천 봉쇄를 했고 말이다.
‘현지 가이드도 구했고, 매니지먼트 계약도 체결했고……. 아직 대관 공연 일정은 해결이 안 됐지만, 그건 앞으로 몇 주의 성과에 달려 있겠지.’
준비는 완벽하다.
아니, 완벽이라는 말은 세상에 없으니 거의 완벽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계획은 확실하게 세워졌고, 능력 있는 지원군들도 많이 있다.
“공항에서 버스킹 하는 장면에서만 큰 카메라를 쓰고, 출발 몇 시간 전에 수하물로 부친 다음 비행기에 탑승하고부터는 소형 카메라로 촬영을 진행할 거예요.”
“마이크도 작은데, 소리가 작게 잡혀도 괜찮을까요?”
“비행기 안에서 노래할 거 아니잖아요?”
“그건 그렇죠.”
“셀프 카메라 느낌도 나고, 이렇게 작게 뽑는 게 더 친근하고 좋을 거예요. 나중에 촬영 편집본 같이 보면서 설명해 줄게요.”
“넵.”
함께 예능을 제작할 스태프들도 능력들이 출중해 아주 든든하다.
거의 작가나 조연출이라도 된 듯 기획에 많이 참견을 해 대는 나였지만, 세세한 연출과 촬영에 대해서는 스태프들의 의견을 무조건적으로 따랐다.
촬영은 그들이 프로니까.
“졸려어어어어어…….”
“어허, 참…….”
비행기를 또 탈 수 있게 되어 기대된답시고 밤을 새우는 바람에 졸립다고 유난히 칭얼대며 엉겨 붙는 라희를 빼면, 불안한 부분은 단 하나도 없는 완벽한 출발에 가까웠다.
“이제 세팅 들어가야겠네요.”
“네. 카메라, 카메라. 위치대로.”
“넵! 옮겨, 옮겨!”
시간을 확인한 후, 우리는 무거운 장비들을 옮겼다.
탑승 대기실 가운데 뻥 뚫린 공간.
보면대, 앰프, 스피커, 마이크, 우리 기타와 베이스, 라희가 쓸 카혼.
스태프들이 다룰 커다란 촬영용 마이크, 조명, 카메라 등등.
“근데 공항에서 이렇게 공연할 수 있는 거야, 원래?”
“나도 몰랐는데 되는 모양이더라고. 방송국 쪽에서 알아서 다 해 줬어.”
“오. 어쩌면 이거 유행할지도?”
“우리 덕분에?”
“흐헤헤헤!”
우리의 산뜻한 출발을 위한 무대.
그것은 바로 이 넓은 인천 공항 로비였다.
“세팅.”
“소리 크기만 맞춤?”
“톤 잡을 거야?”
“어쿠스틱 버전인데 굳이?”
“제대로 눌렸는지만 보자, 그럼. 수현이는 톤 확인에 시간 좀 써도 돼. 여유로우니까.”
“오케이.”
“이응.”
악기 소리의 위아래가 적당하게 깎이는지, 볼륨은 적절한지, 조율은 제대로 되어 있는지 등등.
하이브리드 기타를 들고 있는 나와 어쿠스틱 기타를 따로 챙긴 재우, 카혼을 아래 두고 있는 라희는 만질 것이 많지 않았다.
그나마 수현이의 톤 세팅에 시간을 조금 쏟고, 모든 준비를 마치니.
“뭐야?”
“공연하나 봐.”
“어? 럭키데이다.”
“해외 진출한다고 하더니, 공항부터 시작하나 보네?”
어느새 공항에 있던 사람들의 이목이 우리에게 집중되었다.
‘할까요?’
끄덕.
멀리서 이쪽을 보고 있는 차 PD에게 눈짓을 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여 신호를 받는다.
“후.”
끄덕끄덕.
내가 한숨을 내뱉으니 멤버들이 각자 고개를 살짝 까딱여 신호를 받는다.
준비는 모두 완료.
끄덕.
항상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우리의 스타터, 라희에게 신호를 보내고.
툭, 툭, 툭, 툭.
그녀가 박자를 알린 후 리듬을 만들어 낸다.
퉁, 탕! 퉁, 탕! 퉁, 탕! 퉁, 타다다당!
경쾌하고 단조로운 카혼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세 사람의 현악기도 경쾌하고 싱그러운 소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 울어 대기 시작했다.
딩디딩, 착! 디디디딩, 착!
현을 손 옆면으로 때려 커팅을 넣어 주며 경쾌한 소리를 만들어 낸다.
와중에 이어지는 코드는 스윗하고 감미로워 자연스럽게 어깨를 들썩이며 박자를 따라가게 만든다.
딩디딩, 착! 딩, 디디디딩, 착! 두두두둥!
전주가 끝나는 시점에 맞추어, 나는 자연스럽게 내 목소리를 연주 안에 녹여 내었다.
“Our laughter blooms in the garden where the peach blossoms bloom.(우리 웃음꽃은 복숭아꽃 활짝 피는 정원에서 피어난다네.)”
이제 여름이 다 지나고 가을 단풍이 들기 시작할 때이지만, 노래는 봄철 복숭아꽃이 피어날 때처럼 싱그럽고 따사롭게 흘렀다.
“Though we’re a little far away, it reminds me, that day, that night, that garden, that room.(비록 우리가 조금 멀리 있더라도, 그날, 그 밤, 그 정원, 그 방이 떠오른다네.)”
부딪침 없이. 부드럽게.
끊어지지 않고 따뜻한 분위기를 이어 가기 위해 살짝 올라가는 음에서 튀어나오는 가성이 자연스럽게 들리도록 성구 전환에 신경을 많이 기울인다.
“The same thing, same food, same conversation. But why does it feel so special?(똑같은 일, 같은 음식, 같은 대화. 하지만 왜 이렇게 특별하게 느껴질까?)”
좌우로 몸을 기울이며 우리의 노래에 몰입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생생하게 보인다.
덩달아 내 마음 역시 따뜻해진다.
지금 고양되는 감정이 노래에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기술의 구사를 넘어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느끼는 정도는 노래하는 사람의 특권 정도로 생각하고 즐겨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카메라를 신경 쓰지 않은 자연스러운 웃음이 피어올랐다.
“Maybe it’s because I’m with you. Just like the day peach blossoms bloomed, as ever. The pink devil.(아마 내가 너와 함께 있어서 그런 것 같아. 복숭아꽃이 피던 날처럼 말이야. 분홍 악마.)”
우리의 노래가 공항 로비에 울려 퍼진다.
쿵짝거리며.
상큼하게, 따뜻하게, 달콤하게.
“Oh, oh, oh…….”
이제 시작된 우리 여정도 이처럼 산뜻하게, 달달하게 계속해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Oh, oh, oh, oh!”
계속해서 노래를 불렀다.
잘 다녀오겠노라고 인사를 하듯.
꽤 오랜 시간 자리를 비워야 할 것이라고 그들에게 다시 한번 알리듯.
“Oh, oh, oh, oh!”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까지, 우리의 기분은 공항 버스킹을 하며 최고조로 달아올랐다.
“다녀오겠습니다!”
“화이팅!”
“힘내라!”
“럭키데이! 럭키데이!”
공항 관객들의 응원이 마치 등을 밀어주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