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star RAW novel - Chapter 193
192화
“자네들 정말 잘하는군. 원래 가수인가?”
“네. 한국에서 활동하던 밴드 럭키데이입니다.”
“아하. 역시, 역시.”
“럭키데이……. 들어 본 것도 같은데?”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밴드인가 보네. 우리는 인터넷이 영 익숙하질 않아서 새 얼굴들은 잘 못 알아봐.”
“하하하.”
나는 결국 컨디션 관리 따위는 개나 줘 버렸다는 듯 제한 시간을 꽉 채워 연주를 한 후, 자리에 장비까지 빌려준 아저씨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휴식……. 해야 했다고…….’
호텔로 돌아가면 녀석들을 묶어 놓든, 마취총을 쏘든, 어떻게 해서라도 휴식을 하게 만들겠다고 생각한 후, 나는 아저씨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덕분에 재밌게 놀았습니다.”
“아니, 실력 있는 음악가들의 손을 탔으니 내 기타도 영광으로 생각할 거야. 하하하.”
“우리 젊을 적을 보는 것 같았는걸!”
“이봐, 우리는 저 정도 호응은 꿈도 못 꿨던 것 같은데?”
“하하하하! 추억은 그렇게 미화하는 거라고.”
정신 없는 사람이 둘, 셋…….
“님, 시간 다 끝남? 더 하면 안 됨?”
“어……. 버스킹 시간은 딱 정해져 있는 것 같은데…….”
“뭐야. 시간 연장 안 돼? 추가금 내면?”
“애, 애초에 돈을 내는 곳이…….”
다섯, 여섯…….
‘아아. 포기하자.’
나는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여기서 끝, 끝. 더 할 수는 없고, 이제 진짜로 쉬어야 해.”
“엥.”
“쉬어? 생생한데?”
“비행기 타고 오는 게 동네 마실 나오는 것처럼 쉬운 일도 아니고, 타지에 왔으니 물이니 식사니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애초에 너희 잠도 제대로 안 잤잖아?”
“비행기에서 잤음.”
“아니야, 그런 말이 아니야…….”
멍석 깔린 김에 좋다고 달려 댄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이 녀석들은 어떻게 보면 다들 미쳐 있는 것 같았다.
앞으로 진행될 일정이 산더미인데, 컨디션 관리에 제대로 신경을 써야 끝까지 지치지 않고 뛸 수 있지 않겠는가?
결국 나는 칼을 뽑아 들어야 했다.
“오늘 제대로 휴식 안 하면 내일 버스킹 일정 취소하고 바로 서쪽으로 넘어갈 거야.”
“엥?”
“왜!”
“아 아무튼 그럴 거야. 응.”
찰떡같이 설명해도 개떡같이 대답하니, 나도 무논리로 대응하는 수밖에!
“가자, 가.”
“어쩔 수 없지.”
“내일 버스킹 해야 됨. 뉴욕 거리 버스킹은 로망임.”
“그건 그래.”
나는 겨우 애들을 추슬러 호텔로 돌아가도록 만들 수 있었다.
사전답사팀이 미리 알아본 뉴욕 아름다운 거리에서의 버스킹은 참을 수 없는 미끼였던 모양이다.
“아무튼 감사했습니다.”
“뭘.”
“힘든 일 있으면 연락하라고. 내 페이스그램 팔로우 꼭 하고! 허하하하!”
“자네 그런 것도 하나?”
“젊게 살아야지!”
우리는 뉴욕 버스킹 팀 아저씨들에게 인사하고 서로 SNS 계정 팔로우까지 누른 후, 자리를 벗어났다.
“야, 야. 그 아저씨 계정 팔로우 엄청 많은데?”
“그래?”
“응. 이거 봐.”
나는 라희가 건네준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 살짝 놀랐다.
“이야……. 보통 버스킹 팀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DABuskaz라는 팀 네임으로 활동하는 그들의 계정에는 20만이 넘는 팔로우가 찍혀 있었다.
역시 미국은 넓다.
“그냥 동네 아저씨들인 줄…….”
뉴비 봤다며 신나게 물고 핥던 중년 아저씨들이 이렇게 인기 있는 뮤지션들일 줄이야.
“기세가 범상치 않기는 했음.”
“기세?”
“음악력 20만 정도…….”
“팔로우 수 보고 말하는 거지?”
“들킴.”
농담처럼 말하기는 하지만 확실히 예사롭지 않은 사람들이기는 했다.
‘한 곡 넘어갈 때마다 자기들끼리 평가하던 것도 날카로웠고…….’
전문 뮤지션들인지, 본업이 따로 있는 사람들인지는 모르겠지만, 구력이 상당한 이들이었다.
우리 음악을 듣고 나서 늘어놓던 분석들도 꽤 날카로웠고, 가지고 있던 악기들도 고가의 제품들이었고…….
“미국 오자마자 재야의 고수를 만난 느낌인데.”
“운이 좋군!”
아무래도 이번 활동이 꽤 잘 풀리려는 징조가 아닐까 하며 어떻게든 좋은 해석에 가져다 붙였다.
“오? 우리 공연 영상도 올라왔다.”
“어디? 어디?”
그리고 내가 했던 그 생각 때문인지, 그 버스킹 이후로 우리의 미국 활동은 어마어마하게 잘 풀려 버리기 시작했다.
“어이, 저 친구들이 다 버스카즈 계정에 올라온 그 친구들이지?”
“응. 럭키데이라고, 요즘 음원도 꽤 많이 들리는 그 밴드야.”
“흠……. 보컬과 드러머의 덩치는 눈에 확 띄는데, 노래도 좋으려나?”
“어? 아직 안 들어 봤어? 이튠즈에 올라와 있으니 얼른 들어 봐. 쟤네 노래 엄청 좋아.”
“그래?”
‘이게 뭐야, 또.’
다음 날 예정대로 도착한 거리 간이 무대.
공지 없이 등장해 빠르게 연주를 하고 사라질 생각이었는데, 이미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디에 우리 얘기가 올라왔다는데?”
“확인해 보니 어제 만난 버스킹 팀이 예정지를 노출한 것 같네요.”
“네? 아……. 인사드릴 때 말하기는 했는데…….”
다 버스카즈, 이 입 싼 아저씨들!
“곤란할까요?”
“잠시만요. 감독님이랑 그림을 좀 맞춰 봐야 할 텐데…….”
김 작가님은 나와 이야기를 하다가 잠시 자리를 비우고 PD님과 대화를 나눴다.
원래는 무명의 럭키데이가 타지에 와서 밑바닥을 짚고 올라간다는 그 연출의 기반이 되는 오늘의 버스킹이다.
그런데 사람이 이렇게 바글바글하면 그런 언더독 신화보다는 평범한 럭키데이 버스킹 신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잠시 후.
“일단 이대로 가겠습니다.”
“어……. 그래도 괜찮을까요?”
사실 생각하던 그림은 이미 무너져 버린 지 오래였고 딱히 뒤집을 수단도 없었지만, 나는 다소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PD님과 작가님은 자신감 있는 미소를 보여 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화면이야 조금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만들어 내면 그만이고, 사실 처음부터 언더독 연출에 그렇게 집착하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아하.”
“방송 내용은 걱정 마시고 럭키데이 분들은 음악에만 집중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믿음직스러웠다.
“그러면……. 저희는 준비 좀 하겠습니다.”
“네. 시작할 수 있을 때 신호 주시고 바로 시작하시면 됩니다. 세팅은 금방 끝났거든요.”
“넵. 잘 부탁드립니다.”
촬영 스태프분들에게 새삼 잘 부탁드린다며 인사를 남기고, 나는 낮은 턱 위로 올라가 마이크 높이를 조절했다.
“의자가 좀 작네, 이거.”
“큰데.”
“아니, 그건 네 키가 작아서 그렇고.”
“와, 말넘심.”
키가 작은 편인 재우야 조금 높은 정도겠지만, 나는 쪼그려 앉은 느낌이다.
‘조금 덜 클 수 있게 중학생 때 잠도 늦게 자고 그랬어야 했나?’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기타의 소리를 점검하고, 스피커 볼륨도 확인한다.
플래시몹의 스타일을 조금 빌려 확 치고 빠질 예정이었던지라 버스킹 시작 전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작업은 과감하게 생략했다.
“오, 시작인가?”
“아니, 악기부터 조율해야지.”
“무슨 노래 부를까? 난 Broekn이 제일 좋더라.”
물론 그렇더라도 이미 우리에게 관심을 쏟아붓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었지만 말이다.
“됐어?”
“이응. 님이 제일 늦음.”
“하하…….”
내가 작가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오는 동안 다른 멤버들은 세팅을 모두 완료한 상태였다.
딱히 더 만질 것도 없고, 이제 시작해도 될 것 같아 나는 PD님 쪽으로 시선을 보내 신호를 주었다.
카메라들이 우리를 향해 눈을 들이미는 것을 확인한 후.
끄덕.
라희에게 신호를 보냈다.
통! 뚜두두둥, 두둥, 탕! 둥 둥 둥 탕! 둥 둥 둥 탕!
그녀의 카혼 소리와 함께 연주가 시작되었다.
“I came by boat and hung a fishing rod. believing that there must be a whale somewhere in this vast ocean…….(나는 배를 타고 와서 낚싯대를 드리웠네. 이 넓은 바다 어딘가에 고래가 있을 것이라 믿으며…….)”
곡의 제목은 Whale.
“I don’t need a big harpoon. A fishing rod is all I need. The important thing is that I chose this location.(큰 작살은 필요 없지. 낚싯대 하나면 충분하다네. 중요한 것은 내가 이 장소를 선택했다는 거지.)”
그래.
큰 고래를 잡으러 미국까지 온 우리의 이야기이다.
“오호.”
“엉덩이가 들썩이는군.”
이 곡의 주목할 점은 어쿠스틱 버전에서도, 락 밴드 버전에서도 달라지지 않는 통통 튀는 리듬.
“흠흠흠, 흠흠흠…….”
“흠흠흠…….”
그리고 처음 듣고서도 곧바로 흥얼거릴 수 있는 반복적이고 중독성 있는 멜로디였다.
“I’m a fisherman. I don’t feel lonely by myself. A captain, a helmsman, a oarsman and a fisherman are enough.(나는 낚시꾼이야. 외롭지 않은 낚시꾼. 선장과 조타수, 노잡이와 낚시꾼이면 충분하지.)”
말하자면 이것은 선전 포고였다.
“I’m a fisherman. I don’t feel lonely by myself. A captain, a helmsman, a oarsman and a fisherman are enough.(나는 낚시꾼이야. 외롭지 않은 낚시꾼. 선장과 조타수, 노잡이와 낚시꾼이면 충분하다네.)”
럭키데이가 미국의 대중들을 낚아 내겠다는 선전 포고.
“흠흠흠, 흠흠…….”
“흠흠흠 흠흠흠 흠흠…….”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선전 포고.
“I’m a fisherman. I don’t feel lonely by myself. A captain, a helmsman, a oarsman and a fisherman are enough.(나는 낚시꾼이야. 외롭지 않은 낚시꾼. 선장과 조타수, 노잡이와 낚시꾼이면 충분하다네.)”
“흠흠흠…….”
“이야……. 이거 괜찮네.”
“그렇지? 아직 차트 인을 하지 못한게 의외라니까.”
“외국인이라서 그렇지. 차트 메이커 놈들은 메인 스트림 메이저 밴드가 아니면 다 인디 취급하기도 하고.”
그 선전 포고에 관객들은 어깨를 들썩이고 만면에 미소를 띠며 멜로디를 따라 흥얼거렸다.
“크…….”
“현장 반응 죽이는데요?”
“이 반응을 죽일지 살릴지 결정하는 것도 고문이다, 진짜.”
우리는 거리의 관객들 앞에서 신나게 노래를 불렀고, 미국 도전기 제작진들은 이 상당히 좋은 현장의 호응을 어떻게 캐치해서 방송에 써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언더독의 성공담을 연출해 낼지, 한국의 거인이 미국의 밀밭을 짓밟는 그림이라도 만들어 대체해야 할지.
“Even the sea is narrow. I want to go to a wider place. It doesn’t matter if it’s the sky or the space. I’m gonna catch a bigger whale.(바다도 좁지. 나는 더 넓은 곳으로 가고 싶어. 하늘이든 우주든 상관없어. 나는 더 큰 고래를 잡을 거야.)”
포부만큼은 벌써 월드 클래스 락스타인 우리의 노래가 뉴욕의 아름다운 거리에 크게 울려 퍼졌다.
너희의 마음을 접수하러 왔다며, 당당하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