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star RAW novel - Chapter 194
193화
“저, 잠깐만요! 잠깐…….”
“어어, 안 됩니다. 너무 가까이 오시면…….”
“앗, 수상한 사람 아니에요! 인터뷰! 인터뷰를 잠깐…….”
“인터뷰?”
거리 공연을 마친 후, 빠르게 자리를 정리하고 빠져나가려는데 누군가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유성 형과 영호 형이 막으려 했으나 귀에 들리는 소리가 심상치 않아 나는 그를 붙잡았다.
“무슨 인터뷰요?”
“아, 저는 너튜브 모던 락 플레이어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심슨이라고 합니다.”
“모던 락 플레이어……. 어……. 기억이 날 듯도…….”
반짝이는 금발이 인상적인 심슨이라는 남자의 자기소개에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모던 락 플레이어. 어디서 들어 본 것도 같은데……. 어? 아! 맞아. MRP.’
그리고 곧 기억할 수 있었다.
“심슨 앤 롤러, 맞죠?”
“아아. 알아주시니 영광입니다.”
“아뇨, 100만 구독자에게 현대 락 밴드의 미래를 보여 주고 계신 분들인데 모를 수가 없죠.”
인디 밴드, 신인 밴드, 무명 밴드 등을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따고 그들의 음악을 조명하는 콘텐츠로 꽤 큰 규모를 자랑하는 채널, 모던 락 플레이어.
젊은 대중음악 평론가인 제리 심슨이 인터뷰를, 전직 기타리스트이자 현직 칼럼니스트인 토마스 롤러가 진행을 맡아 라디오 방송처럼 진행하는 인터뷰 프로그램이 유명하다.
전생에도 가끔 들러서 미국 락 밴드 시장은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를 살폈던 기억이 있었기에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쪽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워낙 유명한 채널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그런 큰 채널의 인터뷰어가 여기는 왜?
“사실 마침 뉴욕에 일이 있어서 왔다가 여기를 지나가는데 마침 버스킹이 진행 중이더라고요. 그런데 또 마침 저희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밴드 럭키데이의 공연이었고요.”
“아하.”
“뭔가 운명적인 만남이 느껴지지 않나요? 그래서 이건 꼭 인터뷰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아……. 하하……. 운명…….”
심슨은 꽤 이상한 사람이었다.
‘음악 좋아하는 사람들이 마치 다 이런 것처럼 이런 사람들만 만나는 기분이네…….’
최근 만나는 음악 관련 인물들이 죄다 뭔가 이상한 구석이 있는 사람들이라, 뭔가 범우주적 차원에서 이런 사람들만 내 근처로 보내는 음모라도 꾸며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아무튼 그는 일 관련으로 뉴욕에 왔다가 우리를 보게 되었고, 마침 잘되었다 싶어 인터뷰를 제안하러 왔다고 한다.
심지어 우리 앨범도 한국어 버전을 포함 벌써 다 들어 보았고, 개인적으로 운영 중인 블로그에 올릴 평론도 작성 중이라고.
“잠시만요. 저희 매니저와 멤버들에게 잠깐…….”
“네, 네. 잘 생각해 주십시오.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사실 의견을 묻겠다고는 했지만 나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이쪽 분야에서는 나름 커다란 규모를 가진 채널에 인터뷰가 업로드된다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기도 하고…….
‘이 정도로 우릴 좋아해 주는데.’
매너라고 할지, 보답이라고 할지.
단순히 인터뷰를 따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 곡들을 하나씩 늘어놓으며 어떤 곡은 왜 좋았고, 어떤 곡은 어느 순서에서 가장 그 아름다움이 크게 느껴졌음을 말하는 그에게 꽤나 감사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깔아 놓은 의도를 알아채기 위해 행해진 분석, 그리고 특정한 부분에서 미적인 쾌감을 찾아내 감상하는 그 음악에 대한 애정.
‘인터뷰쯤이야.’
고작 인터뷰 정도로는 모자라겠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감사의 인사 정도는 남기고 싶었다.
“뭔데? 뭐야?”
“무슨 인터뷰라고 말한 것 같은데.”
“멀리서 잘 들었네. 우리한테 인터뷰 요청 들어왔거든? 저분이 뭐 하는 사람이냐면…….”
나는 멤버들에게 저 심슨이라는 사람이 뭘 하는 사람인지, 모던 락 플레이어라는 너튜브 채널이 어떤 채널인지를 대략적으로 설명한 후, 유성 형을 포함한 모두의 의견을 구했다.
약식의 회의를 진행하는 이 장면을 카메라가 가까이 붙어 촬영했지만 딱히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다른 곳에서 방송될 인터뷰를 딴다는데, 그것을 예능에 반영해 내보내지는 않을 테니까.
유성 형은 스케줄을 확인한 후, 다음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을 조절하면 일정 추가 정도는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였고, 다른 멤버들은 오래 고민하지 않고 인터뷰 제안을 받자며 찬성의 의견을 표했다.
“오케이. 그럼 하는 걸로.”
“예아!”
우리는 빠르게 뜻을 일치시키고 심슨에게 향했다.
곧 적당한 공간을 잡아 인터뷰 촬영이 시작되었다.
분명 인터뷰 영상이 올라갈 채널은 하나인데, 카메라는 다섯 대가 넘게 돌아간다.
‘MRP에서 둘, 우리 쪽이 셋, 넷…….’
다른 각도에서 찍는 모던 락 플레이어 쪽의 카메라 둘과 예능을 촬영하고 있는 우리 쪽의 카메라가 서넛이었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눈에 띄는 광경이었기 때문에 뜻하지 않게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아……. 이건 좀 부담스럽네.’
되지도 않는 거물 행세라도 하는 것 같아 많이 부끄러웠다.
* * *
…
Q. 미국에서는 신인이지만 한국에서는 데뷔한 지 꽤 된 것으로 알고 있다.
A. 올해로 6년째이다. 럭키데이라는 이름으로 세 장째 앨범을 냈고, 내 경우엔 다른 그룹에서 활동한 적도 있다.
Q. 미국 시장에서는 이튠즈 음원 발매 이후 상당한 주목을 받는 루키가 되었다.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솔직히 잘은 모르겠다. 실력 좋은 음악가들과 명성 있는 마케터들이 합심해서 도전해도 실패하는 일이 흔한 음악 시장 아닌가? 그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어서 감사할 뿐이다.
Q. 앨범 전곡을 들어 본 청자들 사이에서는 전개가 뮤지컬 같다는 평가가 많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A. 확실하게 말하고 싶은 점은, 절대로 OSMU를 먼저 노리고 만든 앨범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앨범의 감상에 있어 에피소드가 일관적으로 이어지게 하는 뮤지컬 식의 구조가 도움이 될 거라는 아이디어는 있었다.
Q. 뮤지컬화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고 오로지 앨범의 퀄리티를 위한 선택이었다는 뜻인가?
A. 바로 그렇다.
Q. 데이그린 같은 밴드의 사례를 보면 앨범의 뮤지컬화로 상당한 성과를 거둔 바 있는데, 욕심이 생기지는 않는가?
A.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정도의 어렴풋한 생각만 있다. 솔직히 우리 앨범의 성공에 뮤지컬화가 도움이 된다면 환영하겠지만, 성공 이후 수익 증대를 노리고 그런 것을 만들겠냐고 묻는다면……. 딱히.
Q. 오로지 음악적인 성과만 보는 것인가?
A. 밴드에게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Q. 다른 질문으로 넘어가겠다. 최근 빌보드의 등반 추세를 보면…….
…
* * *
“뭐 해?”
“응? 아, 우리 인터뷰했던 거 가편집본 보내 줘서 그거 보고 있었어.”
“흐음…….”
나는 버스에서 바짝 붙어 오는 라희와 함께 심슨이 보내 준 인터뷰 가편집본을 함께 감상했다.
아직 업로드는 되지 않았지만, 이런 식으로 편집될 예정이며 발언은 어느 정도 선까지만 나갈 것이라는 예고 같은 것이었다.
모두에게 묻는 질문에는 내가 대표로 대답하고, 개별 질문에는 나와 수현이가 대충의 통역을 맡아 이야기를 전달했다.
그 중간에서 발생하는 루즈한 장면들은 대개 편집되어 깔끔하게 질의응답 영상이 구성되었고, 나는 꽤 높은 퀄리티의 가편집본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너 되게 무섭게 나왔다. 여기 이 장면.”
“어……. 이 정도면 잘 찍힌 거 아닌가?”
“엥?”
“삵 때는 더했어. 잠깐만.”
나는 화면에 잡히는 내 모습이 조금 무섭고 험악하게 나왔다는 라희의 말에, 예전에 찍혔던 무대 사진 하나를 인터넷에서 찾아 보여 주었다.
그러자 녀석은 깔깔대며 웃음을 터뜨렸다.
“아학학학! 이게 뭐야! 서커스 곰탱이도 아니고!”
“말넘심.”
“아학학……. 일부러 이렇게 찍은 거 아니야? 하핳!”
나는 그 큰 웃음소리에 슬쩍 옆을 쳐다봤다.
다행히 수현이와 재우는 깨지 않고 잠들어 있었다.
‘휴.’
녀석들마저 깨어나 버린다면 이 버스가 얼마나 시끄러워질지 안 봐도 뻔하다.
라희 하나로도 충분하다.
“근데 얼마나 더 가야 돼?”
“원래 얼마 걸리지는 않는 거리인데 길이 많이 막히는 것 같네. 역시 뉴욕인가.”
“서울보다 더한 느낌이야.”
우리가 향하는 곳은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뉴욕 노던 블러바드 인근의 한인 상가.
우리가 묵고 있던 호텔에서 그래 봐야 20분 정도 거리로 그리 멀지는 않은 곳이었지만, 어디서 사고라도 났는지 길이 막혀 예정 시간보다 20분이 넘게 지체되고 있었다.
‘괜찮으려나? 안 늦었으면 좋겠는데.’
오늘 있을 마지막 일정은 뉴욕 거주 한인들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라이브.
고향 생각에 그리움을 느끼는 재외 동포들을 위한 몇몇 트랙도 준비해 둔 특별 공연이었다.
물론 해외 진출을 진지하게 노리고 있다며 당당하게 나온 것에 비해 한인 타운 공연은 조금 김새는 느낌일 수도 있다.
다만 나는 꼭 포함되어야 하는 스케줄이라며 공연을 밀어붙였다.
‘이번 공연을 계기로 문지방을 넘을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아무리 홍보 성과가 좋았고, 우리의 네임밸류가 올라간 상태로 미국에 왔다지만, 현지의 벽은 높기만 하다.
때문에 이튠즈 음원 출시로 우리를 쉽게 접할 창구를 미리 열어 놓았고, 버스킹을 여러 차례 진행하며 우리가 이곳에 왔으니 충분히 만날 수 있는 거리에 있다고 계속해서 신호를 주었다.
이제 한인 대상의 공연으로 미국 현지에서 활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각인시키고, 그 활동의 반경을 서서히 넓히는 작업이 필요하다.
‘스며드는 거지. 원래 미국에서 활동하던 가수인 것처럼.’
첫 발자국은 코리아 타운에서 뗀다.
그러나 코리아 타운에서의 공연 이후도 한인을 대상으로 한 활동만을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단순히 입소문이 터지는 것을 기다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계속해서 보여 준 버스킹 활동, 그리고 인터뷰와 이후 있을 방송 출연까지.’
곧 터질 화약 앞에 장작을 계속해서 쌓아 두는 과정.
그 폭발이 클지 작을지는 쉽게 예측할 수 없지만, 결국 더 많은 사람들의 음악 감상 라이프에 제대로 침투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번 공연 말인데…….”
“음?”
잠시 일을 어떻게 진행할지를 계산 중인데 라희가 다시금 말을 걸어왔다.
“재외 동포 분들은 어떤 관점으로 우리 공연을 감상할까? 한국 대중의 시선? 미국 대중의 시선?”
“오호.”
과연, 공부의 시간을 꽤 오래 가지더니 날카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된 라희였다.
나는 지금까지 해 왔던 내 생각을 그녀에게 공유했다.
“둘 다.”
“둘 다?”
“정확히는 문지방에 걸쳐 있는 사람들이 절반, 미국 대중에 완전히 동화된 사람들이 25퍼센트, 그리고 한국 대중의 시선을 아직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25퍼센트.”
다소의 오차는 있겠지만.
“그러면 이번 공연을 통해 주류 미국 소비자층에게 어필하겠다는 계획은…….”
“절반에 걸쳐 있는 사람들과 미국 대중에 완전히 동화된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느냐가 관건이겠지.”
그리고 나는 그것을 위해 꽤 노력해서 준비를 했고.
“향수와 현지의 퀄리티 좋은 상품 사이 그 어딘가.”
“오옹…….”
그것이 우리가 노려야 할 빈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