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star RAW novel - Chapter 198
197화
“이게 머선…….”
“와! 대박!”
“내 채널 전체 조회 수보다 높음…….”
“히, 힘내, 재우야…….”
우리에게 며칠 사이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먼저 한국에서 우리 럭키데이의 미국 도전기가 꽤 인기를 끌게 되었다.
‘뭐……. 약간의 국뽕에 우리 인기가 더해졌고, 여행 포맷의 탈을 쓰고 있으니 꽤 괜찮은 힐링 프로그램이긴 하지.’
이건 예상 내의 성공이다.
딱 이 정도의 성과 정도는 얻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토크쇼 탑 셀러의 우리 촬영분이 방영되었다.
‘한 주 당겨서 방영했는데 예상 시청률의 두 배……. 이건 예상 외야.’
원래 예정되어 있던 배우가 총기 강도 사건에 연루되어 완전히 잘려 나가며 방영 일정이 한 주 앞당겨졌다고.
그 영향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탑 셀러는 우리 럭키데이 편의 방영으로 꽤 높은 시청률을 얻었다.
예측 시청률의 정확히 두 배.
그것은 우리 럭키데이의 인지도 상승에 큰 영향을 주었는데.
‘뮤직비디오 공개와 맞물려서……. 엄청난 시너지가 터져 버렸어.’
전에 공개된 Broken의 뮤직비디오 업로드와 딱 맞물리며 엄청난 시너지를 선보였다.
“5일 동안 조회 수 9천7백만……. 이게 말이 되나…….”
1억까지 3백만을 앞둔 상태.
아니, 솔직히 그것도 하루면 달성할 듯하다.
사실 업로드 초기에는 성장세가 지지부진하다가 토크쇼와 이런저런 홍보 효과 덕에 단 며칠 동안 제대로 터져 버린 케이스니까.
조회수 증가 그래프는 우리 상상 이상으로 가파른 모양을 그리고 있었다.
이 정도면 기록도 이런 대기록이 없었다.
“K-POP 아이돌이 아니라 밴드가 이런 성적을 찍은 적은…….”
“없었지.”
“5일 최고 기록은 얼만데?”
“어……. 5일 기준은 잘 못 찾겠는데, 하루 3천만 정도는 있네.”
“와……. 우리가 그 급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밴드로서는 사상 초유겠지.”
뮤직비디오 공개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수천만 조회를 달성한 기록은 의외로 꽤 있었다.
우리가 고등학교 때부터 활동해 미국에서 컬트적인 인기를 얻었던 모 가수도 그렇고, 해외 활동을 왕성하게 하며 동남아, 북미 할 것 없이 큰 인기를 가진 아이돌 그룹도 그렇다.
하지만 밴드는?
단언컨대 우리가 최초였다.
“애초에 미국 밴드도 이렇게는 잘 안돼. 앨범이 조금 터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너튜브 조회 수도 올라가는 거지.”
“와……. 탑 셀러 방송 효과라고만 보기에는…….”
“여러 상황들이 맞물렸어. 우리 미국행 전에 티저에 샤라웃 주던 사람들이 링크를 달기 시작했고, 토크쇼가 방영됐고, 레오나르도 감독이 우리랑 같이 다니는 와중에 직접 여기저기 떠들었고…….”
국내의 인기, 미국 전역에 방송되는 토크쇼 출연, 영향력 있는 유명인들의 지원 사격까지.
모든 상황들이 맞물리며 이번 뮤직비디오 성공에 도움을 주었고, 이것은 큰 파도가 되어 우리에게 들이닥쳤다.
“베가스 쇼 다음에는 뭐였죠, 형?”
“음……. 베가스 HP 호텔 공연 다음에는 베가스 소극장 라이브 딱 두 곡 부르고 나가면 돼. 그다음에는 일정 없고, 다음 날 LA로 이동.”
“와……. 원래 일정보다 이틀이 밀려 버렸네.”
여러 섭외와 출연 제의가 빗발쳤고, 정해져 있던 스케줄 탓에 고르고 골라 일감을 받는데도 이 모양이다.
“진짜 대박이 터지긴 한 것 같다.”
“아직도 실감이 안 나요.”
“그럴 법도 하지. 단 5일 동안 미친 일이 벌어졌으니.”
이렇게 급성장한 인기는 우리에게 크게 와닿지 않았다.
바라던 락스타가 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긴 한데, 확 체감은 안 되고, 갑자기 늘어난 섭외 탓에 행사를 다닌다고 몸은 피곤하고…….
“잠깐 눈 좀 붙여. 호텔까지 조금 걸린다더라.”
“후……. 조금만 잘 테니까 깨워 주세요.”
“그래.”
나는 여전히 싱숭생숭한 마음을 진정시키며 몸을 뉘었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은 하는데 당최 그 스타가 되었다는 실감은 어떻게 하는 건가 싶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그 실감이라는 것은 다음 날, 베가스를 넘어 LA에 도착하고 나서 단박에 할 수 있게 되었다.
“와아아아아아!”
“럭키데이! 이쪽 좀 봐 주세요!”
“럭키데이! 럭키데이!”
검은색. 갈색. 하얀색. 그보다 조금 더 하얀색. 빨간색.
“어……. 한국계……, 재미교포들만 있는 거 아니지, 지금?”
“이응.”
“흑인 백인 할 것 없이 다 섞여 있는데…….”
“맙소사.”
우리가 공연을 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LA의 한 공연장.
그 입구부터 주차장까지, 원래 공연 주요 수요 고객층으로 예상했던 한국계뿐만 아닌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빼곡하게 자리를 채워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 * *
“휴……. 팔이 저려…….”
“고생했다…….”
우리는 간신히 인파를 뚫고 대기실에 들어와 녹초가 되어 쓰러졌다.
왜?
“처음에는 사인 까짓것 좀 해 줄 수 있지 싶었는데…….”
“안 돼, 안 돼……. 미리 해 와야 해, 다 나눠 주려면.”
그 많은 사람들이 사인을 요청하는데 안 해 주기도 그렇고, 하나씩 하나씩 그려 나가다 보니 팔이 떨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애들은 해 줘야지.”
“인정.”
결국 우리는 사인을 받은 사람들의 숫자 단위가 세 자리로 올라갈 때부터는 어린아이들에게만 해 주며 공연장 안쪽으로 들어왔다.
팬 서비스는 성대하고 성실해야 한다는 지론이 박살 나지 않게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거늘, 오늘은 뭔가 패배한 기분이었다.
“이제 사인 같은 건 사인회에서나 하게 될지도.”
“그래도 애들은 해 줘야지.”
“다시 인정.”
단, 아무리 힘들고 지치더라도 아이들은 언제나 최우선 우대 고객이다.
사인 한번 받겠다고, 손 한번 잡아 보겠다고 눈빛을 빛내는 그들을 무시하면 신을 믿지 않는 사람도 지옥에 가리라.
“아이들을 사로잡으면 부모도 딸려오게 되어 있지.”
“어…….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요…….”
유성 형의 말처럼 그 부모도 우리의 고객층으로 끌어오는 좋은 효과가 있기도 하고 말이다.
“아무튼 이제 무대 점검 들어가야 하는데……. 괜찮지? 너희 연주할 수 있지?”
“넵.”
“그 정도로 힘들진 않아요.”
“난 힘듦. 팔 아픔.”
“어디가?”
“어깨.”
“손가락이랑 손목 멀쩡하니까 됐네. 오케이. 고.”
우리는 잠깐 쉬는 시간을 누리다가 무대를 점검하고 장비 세팅을 진행했다.
‘설비 괜찮네.’
무대 크기도 딱 내가 좋아하는 전후좌우 적당한 사이즈에, 관객석과의 거리도 적당히 가깝고, 스피커 품질도 나쁘지 않다.
회사에서 알아보고 섭외해 준 곳인데, 미국에 자주 오게 된다면 이곳은 꼭 들러야 할 곳이 될 듯했다.
정비와 리허설을 모두 마치고 잠시 후.
“와아아아아아아!”
“럭키데이! 럭키데이!”
본격적인 LA 공연이 시작되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뉴욕에서 시작해 여기 LA까지 오래도 걸렸네요.”
“와아아아!”
관객들은 내가 던지는 멘트 하나하나에 크게 반응해 주었고, 우리는 공연할 맛이 제대로 난다며 신나게 무대 위에서 달릴 수 있었다.
“다음 곡은 이번에 차트 위로 힘차게 날아가고 있는 곡…….”
“Broken!”
“예. Broken 가겠습니다.”
잔잔한 곡, 달리는 곡, 진정시키는 부드러운 곡, 그리고 감정 표현이 위아래로 마구 요동치는 곡.
세심하게 곡을 배치한 큐시트에 따라 공연이 진행될수록 관객들과 우리는 그 감정을 하나로 일치시켜 나갔다.
“Everything in sight disappeared like dust. No house, no flowers, no love, even the trust we had.(눈에 보이던 모든 것이 먼지처럼 사라졌네. 집도, 꽃도, 사랑도, 우리가 가졌던 신뢰마저도.)”
“우워어어어!”
“Will everything we did be forgotten? Or will it remain in our hearts? I just hope it doesn’t hurt too much.(우리가 했던 모든 것들이 잊힐까? 아니면 우리 마음속에 남을까? 너무 아프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오오, 오오오!”
마치 미리 배치한 코러스처럼, 혹은 아이돌 팬들이 자기 가수의 무대에 보내는 응원법처럼, 관객들은 마디 끝에 주석을 달듯 호응을 보냈고, 라이브 공연의 맛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살아났다.
Peach blossom day, Burn it all, Sleep over, Broken…….
준비되어 있던 곡들을 소진시키듯 음악들이 점점 뒤로 흘러가고.
“후우우……. 이제 여기 LA 뱃사람 공연장에서의 마지막 곡만이 남아 있습니다.”
“아아아아아…….”
“우우우우!”
이 많은 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시간도 점차 끝을 보였다.
“저희와 헤어짐이 아쉬운 분들은 지금 당장 너튜브 어플을 실행하셔서 럭키데이 공식 계정을 구독하시면…….. 하하, 농담입니다. 이미 다들 했겠죠?”
“하하하하!”
썩 재미는 없는 멘트였지만 그만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을 아는지, 사람들은 크고 길게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정해진 시간은 시간이니,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그럼 저희 럭키데이 여기서 마지막 곡 들려드리고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보내 주시는 사랑에 감사드리며, 여러분과 함께했던 지금 이 시간, 즐거운 추억으로 간직하겠습니다. 청해 아리랑 들려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와아아아아아!”
공연을 즐겨 준 관객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허리를 접어 인사를 올리고, 우리는 마지막 곡의 연주에 돌입했다.
뉴욕에서의 공연 라이브 영상이 올라가며 뜬금없이 미국에서 인기를 끌게 된 청해 아리랑.
우리의 리메이크 버전은 발매도 되지 않았고, 올라와 있는 것이라고는 안토니 초이와 레이 킴의 옛 노래뿐.
하지만 펄쩍펄쩍 계단을 뛰어 올라가며 차트 상단에 위치하게 된 신기한 곡이다.
“That lonely island across the sea is my home…….(저기 바다 건너 외로운 섬이 나의 집…….)”
한국어 사용자를 위로하기 위한 영어 가사가 공연장에 쭉 울려 퍼진다.
굵게 떨리는 기타 소리와 내 보컬이 쭉 함께 뻗으며 멀리까지 나아간다.
“The face in the distance is sadly blurry.(멀리 있는 얼굴은 슬프게도 흐릿하기만 하네.)”
논리적으로 포착하기보다는 직관적으로 마음에 닿도록 쓰인 비유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바다를 넘어가고파…….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오오오, 아리랑 파도 위로 나를 넘겨 주오…….”
현지인들에겐 익숙하지 않을 한국어 가사.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바다를 넘어가고파…….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오오오, 아리랑 파도 위로 나를 넘겨 주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바다를 넘어가고파…….”
그것들이 모두 함께 입을 모은 공간에서 서로 엮여들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먼 땅에서 노래를 부르며 나는 가슴 벅찬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그 마음을 담아내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집중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흐음……. 멋지군.”
저 멀리서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우리를 찍고 있는 인영이 눈에 들어올 때도 흐트러지지 않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