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star RAW novel - Chapter 203
202화
베이시스트 진수현.
태양고 졸업생이며 한국예대를 졸업한 연주자로, 현재는 세션, 작곡, 학원 강사로 일하며 음악 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음.
특이 사항으로 국내 최고의 락 밴드 중 하나인 스코프의 베이스, 진수영의 동생임.
‘수영 형이라……. 잘 지내고 계실까?’
드러머 지라희.
마찬가지로 태양고 졸업생이며, 대학은 나오지 않았음.
177cm에 달하는 압도적인 피지컬을 가졌으며, 현재는 직업 없이 드럼 연주에 전념 중.
부모님과의 마찰로 집을 나온 지 5년째.
‘백수 드러머……, 라기에는 부티가 나는데?’
그리고 이 둘을 소개시켜 준 기타리스트 형재우.
악기 회사 사장 아들로 꽤 풍족한 환경 아래에서 너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세션 연주와 솔로 앨범 제작을 병행 중인 기타리스트.
‘이 친구 실력이야 공연과 촬영에서 많이 봤고.’
이 셋의 공통점은 같은 태양고 출신이라는 점을 빼면…….
‘이런 친구들이 어떻게 아직 무명인 거지?’
그 출중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전혀 알려지지 않은 연주자들이라는 점이다.
“반, 반갑습니다…….”
“아, 반가워요.”
“안녕! 우리랑 동갑이라 했지? 반가워!”
“반가워요.”
“말 편하게 하자! 응! 불편하면 같이 일 못하지!”
“마, 맞아요……. 편하게…….”
진수현은 상당히 소극적이었고, 지라희는 비교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워낙 정반대의 모습이라 서로 연주가 섞여들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 이전에, 루치아노는 그 둘의 대비를 보며 형재우를 처음 봤을 때처럼 뭔가 익숙하고 친근한 기분이 샘솟는 것을 느꼈다.
‘이상하다…….’
그는 묘한 기시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들과 대화를 이어 나갔다.
“어……. 그래. 말 편하게 할게. 일단 재우 통해서 너희 연주를 들어 봤어.”
“오, 그래? 이거 영광인데? 요즘 잘나가는 보컬의 귀에 내 연주가 들어가다니! 하핫!”
“하하……. 아무튼. 연주는 아주 좋았어. 진심으로 왜 아직 세계에 알려지지 않았는지 궁금할 정도로.”
루치는 수현과 라희의 연주에 대해 칭찬을 건넸다.
“땡큐. 네 노래도 좋았어. 라디오에 나올 때 귀기울여 들었는데, 심금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더라고. 확 와닿는 느낌?”
“나, 나도 좋게 들었어……. 보컬 관리가 섬세해서 세션과의 호흡이 잘 맞아서 더 편했고…….”
둘은 루치의 칭찬에 감사를 표했고, 그의 노래도 좋았다며 서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럼…….”
“밴드 얘기를 좀 해 볼까?”
본론이 개시되었다.
“가능하면 합을 맞춰 보고 나서 결정하고 싶어.”
루치아노가 먼저 말했다.
“너희들 실력은 확인했지만, 합이 제대로 맞는지, 밴드로서 하나로 기능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얘기니까.”
그의 생각은 합리적이었다.
‘만약 제대로 융화될 수 없다면……. 아예 시작도 하지 않는 편이 좋아.’
지금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
생애 최초로 지상파 음악 방송에도 출연했고, 드디어 무명이라는 낙인을 지우고 떠오르는 스타로 발돋움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저 마음이 동해서 시작한 밴드 활동 탓에 정신이 팔려 허망하게 날려보내게 된다면, 얼마나 괴로울지는 상상도 되지 않았다.
합이 잘 맞고, 좋은 음악을 함께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인지 정도의 판단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동의.”
“보감!”
“나,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러면 이렇게 해 보자…….”
그 마음은 모두 같았는지 다른 사람들도 빠르게 동의했고, 방법에 대한 이런저런 논의를 지나 모두의 의견은 빠르게 한 지점으로 모였다.
일단 합주를 해 보자.
“곡은?”
“유명한 거 아무거나 골라서 하나 해 볼까?”
“좋은 하루?”
“윽. 내 노래?”
“좋잖아. 가사도 마음에 들고, 락발라드 특유의 악기가 묻히는 감도 없고.”
합주곡은 루치아노의 노래, 좋은 하루로 결정되었다.
애초에 형재우의 스튜디오에서 만났기에 그들은 자신의 장비를 각자 챙겨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어……. 연습 없이 바로 할 거야?”
“세션 해 봐서 연습 필요 없음.”
“나, 나도 청음으로 악보 딴 적 있어…….”
“들어 보니까 카피는 쉽던데?”
“어, 그래.”
연주에 직접 참여해 본 연주자, 카피를 시도해 본 노력가, 즉석에서 카피가 가능한 청음의 달인.
딱히 연습으로 손발을 맞춰 볼 필요도 없이 합주가 시작되었다.
지링! 직 징징, 직 징징, 직 징징…….
수도 없이 반복 숙달하며 손에 익은 코드가 루치아노의 손에서 재현되었다.
그는 결코 뛰어난 기타리스트가 아니었지만, 반복해 연습한 것을 미숙하게 할 정도의 맹탕도 아니었다.
톡톡 두드려 주는 파워 코드 반주가 안정적으로 흐르고, 이에 맞추어 루치의 목소리도 선율을 따라 흘렀다.
“이제서야 기억한 마음. 나도 잊어버렸던 나를. 사랑한단 마음으로 이 순간을 즐길 테니.”
곧, 첫 마디의 끝에 다른 악기들이 달라붙어 말라 있던 소리에 살이 더해진다.
“너도 어서 힘을 내라는, 나를 응원하던 그 말을. 언제나 기억할게. 지금처럼 힘을 낼게…….”
1절의 끝과 함께 잠시 늘어지는 멜로디 기타의 음정.
그리고 곧.
두둥!
드럼의 선진입과 함께 후렴이 시작되었다.
“오늘 이 하루가! 영원했음 좋겠어! 당신과 내가! 끝까지 행복할 수 있도록! 오오오오! 저 하늘에! 우리가 기억되도록!”
펑 터지는 것처럼 경쾌하게, 신나는 리듬에 어울리는 희망적인 가사가 스튜디오에 가득 울렸다.
“가끔 내가! 무너지려 한대도! 너와 내가! 걸어왔던 그 길이! 오오오! 내 가슴에! 남아 힘을 줄 테니! 오오오오…….”
길게 끄는 보컬이 끝에 살짝 갈라지며 깨끗하고 시원한 반주와 미약한 아이러니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기분 나쁜 어긋남은 아니었다.
“크…….”
“라이브 끝내주네!”
“와…….”
함께 연주하고 있는 연주자들이 자연스럽게 감탄을 뱉을 정도로, 루치아노의 보컬 스킬은 훌륭했다.
세션과 너무나 잘 어울리며, 밸런스를 깨뜨리는 일도 없었다.
감정 전달을 위한 표현 기법은 나이 있는 보컬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세련되었고, 반면 음색은 그가 겪은 세월이 그대로 반영된 듯 분위기가 있었다.
“우우우……. 후우우우…….”
간주에 들어가는 가성 애드리브 역시 잘 정제된 거친 소리가 매력적이었다.
절대 깨끗하고 맑은소리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 몰입되는 면이 있었다.
희망을 품고 작금의 현실을 극복해 내겠다는 가사의 뜻이 직접적으로 가슴에 꽂힌다.
멜로디 기타, 베이스, 드럼은 각자 위치에서 그렇게 본인들이 느낀 것을 연주를 통해 그대로 표현해냈다.
두둥, 두두둥!
1절, 후렴, 간주, 2절, 후렴, 브릿지, 마지막 후렴과 아웃트로.
모든 과정이 지나가고, 그들은 확신했다.
‘밴드. 해야겠다.’
이 사람들이라면 제대로 된 음악을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겠다고.
* * *
“와아아아아아!”
“럭키데이! 럭키데이!”
몇 년 전 좋은 하루라는 곡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김루치아노가 멤버들을 모아 결성한 밴드, 럭키데이에게 환호가 쏟아졌다.
“역시 밴드 이름을 너무 대충 지었나…….”
“왜, 좋잖아? 아니면 자기는 다른 이름이 좋아?”
“윽. 자기라니…….”
“에이, 좋으면서.”
킬러 웨일, 재수지김, 운수 좋은 날 같은 쟁쟁한 후보들을 이겨 내고 남은 이름 럭키데이.
뭔가 대충대충이었지만 라희가 지은 그 이름이 그나마 제일 멀쩡하고, 그나마 촌스럽지 않은 유일한 후보였기에 밴드의 이름으로 낙점되었다.
루치는 그 이름을 썩 마음에 들어 하지는 않았지만, 반박하려면 대안을 들고 오라는 반협박을 이겨 낼 수 없었기에 그대로 이름을 가져가기로 했다.
“올라갈까?”
“이응.”
“가, 가자…….”
그렇게 이름을 지은 그들은 몇 년간의 준비와 몇 년간의 활동을 통해 이전까지는 상상도 못 했던 명성을 얻었고.
“렛츠 고! 웸블리!”
“고우고우!”
그들이 염원하던 꿈의 무대,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콘서트를 하게 되었다.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이런 순간이 오기도 하는구나…….’
언젠가 꿨던 꿈처럼, 루치아노는 자신이 락스타가 되었음을 느꼈다.
이게 꿈은 아닐까 하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가자!”
“예아아아!”
옆에서 난리를 치고 있는 멤버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고, 그들의 열정이 피부에 닿고 있는데, 이것이 꿈일 리가 없었다.
“후우우우! 웸블리! 접수한다!”
그들은 보무도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가 무대 위로 올랐다.
킹, U too, 갤러거즈 등, 수많은 락스타들이 자신들의 발 도장을 찍은 그 장소.
7만 명이 넘는 관객들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 경기장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노래를 세계에 퍼뜨렸다.
“Don’t give up hope. You can do it. Let’s not lose your courage and continue to fight together.(희망을 버리지 마. 넌 할 수 있어. 용기를 잃지 말고, 계속 함께 싸우자고.)”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과거의 자신들에게, 한 계단씩 꿈을 이루기 위한 여정을 밟아 온 미래의 자신들이.
이 모든 일이 현실이 맞는지 의심하는 현재의 자신들에게, 그간 쏟았던 노력과 열정의 피땀을 기억하는 현재의 자신들이.
혹시나 열정을 잃고 모두 끝났다고 생각해 천천히라도 나아감을 멈출 미래의 자신들에게, 언제나 과거에 겪었던 경험과 인연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음을 아는 자신들이.
“I don’t give up on you even if you give up on yourself. I’ll push your back until you get through it.(네가 너 자신을 포기해도 나는 너를 포기하지 않아. 네가 이겨 낼 때까지 등을 떠밀어 줄게.)”
김루치아노, 형재우, 진수현, 지라희.
네 사람이 만들어 내는 선율이 넓은 경기장에 울렸다.
스탠딩석을 합쳐 총원 9만 명을 넘긴 관객들이 하나가 된 듯 선율에 맞추어 좌우로 몸을 흔들었다.
“We can do this. We can get through this. There’s no losing battle. As long as we don’t give up.(우린 할 수 있어. 우린 이겨 낼 수 있어. 지는 싸움은 없지.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 한.)”
럭키데이가 선사하는 용기와 희망이 넓게 퍼져 나갔다.
“You can lean on my shoulder when you want to give up. So remember. That I’m by your side.(포기하고 싶을 때는 내 어깨에 기대. 그러니 기억해. 내가 네 곁에 있다는 걸.)”
네 사람은 계속해서, 계속해서 노래를 불렀다.
꿈, 희망, 용기.
그 어느 것이라도 좋으니 자신들이 느꼈던 긍정적인 감정들이 듣는 사람들의 가슴속에서 꽃처럼 피어나길 바라면서.
오늘 단 하루.
행운과 행복이 가득한 날을 보내길 바라면서.
계속해서.
“You did a great job today. Let’s cheer up and live hard tomorrow. See you later, my dear.(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어. 내일도 힘내서 열심히 살아 보자. 나중에 봐, 내 소중한 사람.)”
노래를 불렀다.
<성악명가 락스타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