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star RAW novel - Chapter 33
3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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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바로티시러 : 그래서 누님 채널을 함께 성장시켜 나갈 회사가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이런 말입죠
소리꾼다래 : 잉;;; 뭔 말인지는 알겠는데 아마추어한테 그런 회사가 붙을 이유가 있남?
파바로티시러 : 있죠! 당연히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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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 오랜만에 옛날에, 정확히는 지금 시대에 유행했던 컴퓨터 메신저 프로그램을 켜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눴다.
‘위 더 보컬’이라는 인터넷 카페에서 함께 활동하면서 가끔 대화도 나누고, 서로 작업물을 교환해 들으며 피드백도 주고받는 인터넷 지인.
현직 한국 예대 실용음악과 학생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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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바로티시러 : 지금이야 구독자도 거의 없고 조회 수도 적긴 해도, 나중에 구독자 100만, 200만 넘어가기 시작하면 관리하는 것 자체가 되게 어려워질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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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컬 커버 하나로만 300만 구독자 달성이라는 신화를 썼던 이 분야의 정점이자 전설, 윤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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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다래 : ㅋㅋㅋㅋ 그건 좀 심했다 취미로 하는 채널인데 ㅋㅋㅋ
소리꾼다래 : 구독자 100만 찍는 것보다 가수 데뷔가 더 빠를 듯!
파바로티시러 : 혹시 모르죠 앨범도 내기 전에 너튜브 수익으로 건물주 될 수도?
소리꾼다래 : ㅋㅋㅋㅋㅋㅋㅋ 고등학교 가서 화술만 배워왔는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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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래 누나에게 채팅을 걸어 내가 구상하고 있는 일을 설명하며 계약 의사를 밝혔고, 그녀는 별로 흥이 돋지 않는다는 태도로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도 나름 아는 사이인 내가 계속해서 어필하자 알았다며 그 필요성 자체는 생각을 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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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바로티시러 : 그래서 낼 시간 되시나욤
소리꾼다래 : ???
파바로티시러 : 자세한 얘기는 만나서 하는 게 좋으니까요
소리꾼다래 : 흠;;;; 나 바쁜데;;;;;
파바로티시러 : ?
파바로티시러 : 복학했어요??
소리꾼다래 : 아직 휴학 중이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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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은 적극적으로.
지금 당장 계약이 성사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제일 먼저 접근했던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 주는 편이 좋다.
그녀는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다이아몬드 원석이니까.
놓치면 배가 좀, 아니, 많이 아플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직접 얼굴을 마주치고 대화를 나누는 쪽이 가장 좋은 접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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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다래 : 머 그래 ㅇㅇ
소리꾼다래 : 오랜만에 얼굴도 볼 겸 노래방 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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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래 누나가 그것을 받아들였다.
첫 발자국은 성공적으로 내디딘 셈이다.
이제 제대로 된 교섭은 직접 만나서 해야 한다.
나는 어떤 방식으로 그녀를 설득해야 할지 밤새 고민했다.
* * *
톡. 토독. 톡. 톡.
카페 한구석,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기도 하고, 천천히 고개를 좌우로 흔들거리기도 하며 시간을 때우는 다래 누나의 모습이 보인다.
나는 손을 들어 흔들어 내가 여기 있음을 알렸고, 마침 고개를 빙글빙글 돌리고 있던 다래 누나가 나를 발견하고는 벌떡 일어나 호다닥 달려왔다.
“루치! 살 많이 빠졌다!”
“하하……. 살은 그다지……. 오랜만이에요.”
그녀는 까치발을 들더니 자신보다 훨씬 키가 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보고 처음이지? 오구오구…….”
“팔 안 아파요?”
“전혀!”
높이 차이가 상당해서 온몸을 쭉 펴고 억지로 팔을 뻗고 있는데도, 그녀는 내 머리를 헝클기를 멈추지 않았다.
‘이젠 내가 더 나이가 많을 텐데…….’
오묘한 느낌이다.
“그만, 그만. 이제 일 얘기를 좀 해야죠. 옆에 재석 형도 있고요.”
“흠……. 그래. 뭐 시켰어?”
“아뇨, 금방 왔는데요.”
“좋아! 누님이 사 준다! 어제 알바비 들어왔거든!”
“하하하…….”
다래 누나는 내 손목을 붙잡고 카운터로 걸어가 아이스티 한 잔을 주문해 주었다.
카페인 섭취를 줄였다는 나를 위한 배려였다.
‘일 얘기보다는 그냥 내 얼굴이나 보러 나온 거라는 생각인 것 같은데…….’
간단한 인사를 제외하면 재석 형은 거의 무시한 채였기에 대화가 조금 어렵지는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사업을 직접적으로 주도하며 실제로 기업을 온전히 경영하고 실무를 진행할 사람은 재석 형이니, 아예 관심이 없으면 곤란해질 터.
그러나 다행히도 그것은 내 기우에 불과했다.
“오오오……. 이게 루치네 밴드……. 이……, 뭐라고 하지? 앵글? 각도 같은 건 직접 잡으신 건가요?”
“네. 연주하는 자리에서 제가 직접 카메라를 만졌고, 편집도 제가 했습니다.”
“와……. 음향도?”
“네.”
‘이게 포트폴리오의 중요성인가?’
전부터 운영해 왔던 채널 레이어즈 기타의 영상들.
그리고 이번에 그가 맡아 주기로 한 럭키데이의 첫 영상 가편집본.
재석 형은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일단 자신의 작업물부터 다래 누나에게 보여 줬고, 그것은 꽤 큰 역할을 했다.
“그럼 제가 계약을 해도 이런 퀄리티로 영상을 뽑아 준다는 말인가요?”
다래 누나가 그 훌륭한 영상미에 흥이 동했는지 관심이 생긴 자세로 질문을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그럴 겁니다. 회사가 더 커져서 인력을 확충하기 전까지는 제가 직접 편집과 연출을 맡을 생각이고…….”
큰아버지인 우영 뮤직 형주호 사장에게서 초기 투자금을 약속받은 재석 형은 이미 사업 계획을 반쯤 완성한 상태다.
처음엔 자신과 몇몇 동료들이 일을 하고, 차츰 사업을 키워 나간 뒤 그 성과에 따라 2차 투자를 받는다.
세세한 계획이 있지만 큰 줄기는 대략 그런 식이었다.
여기 이 초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 바로 윤다래, 소리꾼 다래의 영입.
이 영입의 성공 여부가 사업의 중간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다.
‘그리고 내 처우도 말이지.’
아무리 사업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이 시장의 값어치와 발전 가능성을 제시했다지만 그 이상 내가 도움을 준 것은 없다시피 했다.
그래 봐야 고등학생 신분으로 투자금을 턱 하니 내놓을 수가 있나, 아니면 직원으로 들어가 일을 할 수가 있나.
그러나 나는 재석 형이 벌이려고 하는 MCN 사업에서 초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스카우트.
‘아직은 너튜브 채널들을 일일이 들여다보고 컨택을 날릴 짬이 되지 않으니, 초기에 잔뜩 도움을 주고 빚을 지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
비록 설명을 듣고 스스로 연구를 해 봤다고는 해도, 재석 형의 이쪽 시장에 대한 이해도는 아직 떨어지는 편이다.
사업에 대한 감각도 익혀야 하고, 부족한 인력 사이에서 실무도 맡아야 하니 스카우트 같은 시간 많이 드는 일에 신경을 기울이기는 힘들 터.
그럴 때 내가 A급 슈퍼스타가 될 것이 분명한 인재들을 턱턱 물어와 내놓는다면?
‘투자금 한 푼 제대로 들이지 않고도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이지.’
물론 남남인 관계에 무작정 내가 도움을 줬으니 날 좋게 볼 것이다 따위의 신뢰를 주지는 않는다.
‘10%, 아니, 5%만 받아도 이득이다.’
나는 주식을 받을 생각이다.
‘겨우 100만 원으로 신생 사업체, 그것도 블루 오션으로 열심히 나아가는 프론티어의 지분을 5퍼센트씩이나 받는 건데 거저지, 거저.’
명목상의 투자금 백만 원, 다중 채널 네트워크에 관한 기본 지식 전수, 그리고 가장 중요한 아티스트 멤버 모집 도움과 럭키데이의 인터넷 UCC 송출권 단독 계약.
확실히 이득이다.
대부분의 MCN 회사들이 훗날 10년, 20년이 지나고 수억은 가뿐히 오고 가는 탄탄한 기업들이 된다는 걸 생각하면 지금의 노력은 분명 큰 수익으로 돌아올 것이다.
거기다가 내가 직접 손을 써 영입한 아티스트들이 해당 회사의 주력 상품이 된다면?
회사는 그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에게 잘 보이려 노력할 수밖에 없게 된다.
얼마나 좋은 일인가?
‘윈윈이지, 윈윈.’
돈을 벌고자 남의 것을 빼앗는 제로섬 게임이 만연한 자본주의 사회 한가운데에서 윈윈을 논하다.
내가 생각해도 참 양심적이다.
물론 내가 다래 누나를 비롯한 많은 성공한 너튜버들을 미리 끌어들여 미래에 이들을 영입할 회사들에게 잠재적인 손실을 입힐 수 있다는 점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 사람들 없어도 돈 더럽게 벌 텐데, 뭐.’
부족한 인력 탓에 생기는 부실한 관리. 차별 대우. 거대 자본을 등에 업었기에 손실을 내지 않고자 공공연히 행해지던 여러 악폐습들.
주변 지인들을 통해 나름 성공해서 돈도 꽤나 만졌던 그들이 회사에게서 얼마나 고통받는지를 본 적이 있다.
적어도 그런 회사들처럼 이들을 착취해 등골을 빼먹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니, 나도 윈, 재석 형도 윈, 그리고 아티스트들도 윈.
윈윈윈이다.
손해를 볼 MCN들?
솔직히 말하자면…….
‘내 알 바 아니지.’
알 바 아니었다.
‘애초에 회귀부터가 반칙이고……. 남 신경 쓰면서 살 만큼 내가 여유로운 것도 아니고.’
굳이 나서서 악행을 벌이고 다닐 생각은 없지만, 내게 도움이 될 일을 남들에게, 그것도 내 지인들에게 피해를 입혔던 이들에게 피해가 간다고 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누군가는 비겁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생각해 보면 과거로 돌아와서 인생을 다시 살 기회를 받은 것부터가 한 번의 생을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더욱 비겁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굳이 아득바득 기를 써 가며 평등하고 공평한 경쟁을 펼칠 생각이 없다.
‘코인……. 코인을 사자…….’
안락한 음악 생활을 위해 전 세계의 돈을 긁어모을 생각도 있고 말이다.
돈으로 탑을 쌓을 테다.
“그런데 거창하게 회사씩이나 들어가면서까지 할 정도로 이 일이 메리트가 있나요? 저는 사실 취미로 하는 거라…….”
“듣기로는 이름만 들어도 알 정도로 커다란 대기업이 시장 진입을 비밀리에 준비 중이고, 현재 인터넷 방송 시장에서 굉장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방송인이 투자를 받아 회사를 차릴 계획이라는 소문도 있습니다.”
“오호…….”
“확실한 것은 너튜브는 지금보다 더욱 성장할 것이며 향후 우리가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로 큰돈이 오고 가는 시장이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내가 잠시 상념에 젖어 있던 사이, 두 사람은 꽤나 대화를 진전시킨 모양이다.
이제는 능력 검증 단계를 넘어 왜 계약을 해야 하는지, 회사의 역할이 무엇인지 등을 얘기하고 있다.
그 말인즉슨, 다래 누나가 반쯤은 넘어왔다는 이야기다.
혹시 사기는 아닐까, 내가 이 사람들과 계약을 맺어도 괜찮을까 하는 의심이 사라지고, 계약을 했을 때의 이익을 찾기 시작했다는 뜻이니까.
“그리고…….”
살짝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는 다래 누나에게 재석 형이 말을 이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음악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저보다 더 매니지먼트 역할을 맡아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건 장담할 수 있어요.”
‘오우.’
묵직하면서 신뢰가 가는 한마디였다.
“그, 매니지먼트 역할이라면 정확히 어떤…….”
“할 일은 많겠지만 가장 급한 일부터 말씀드리자면 채널의 전면 개편입니다. 지금까지 올라와 있던 영상들을 대부분 삭제하고, 2차 창작이 가능한 곡들을 선별해…….”
재석 형은 자신이 미리 세워 두었던 계획을 다래 누나에게 공유했다.
원래라면 계약을 맺은 이후에야 설명해야 하는 내용일 텐데 이 자리에서 그냥 오픈해 버리는 것을 보니 그 역시 다래 누나와 계약을 하고 싶어 어지간히 몸이 달아오른 듯했다.
‘그래도 주도권 다툼 같은 걸 할 사람들은 아니니까 괜찮겠지.’
회귀 이후 밴드 멤버들이나 친구들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만났던 사람 중 한 명인 재석 형과, 전생부터 이어져 온 깊은 인연의 다래 누나.
함께 일을 하면서 시너지를 만들어 낼 것이 기대되는 두 사람이었기에 나는 이번 협상이 성공적으로 끝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어떠십니까?”
재석 형이 모든 설명을 마치고, 다래 누나의 답을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저는…….”
꿀꺽.
재석 형이 침을 꼴딱 넘기는 소리가 귀에 선명하게 들렸다.
“계약할게요. 대신.”
“대신?”
다래 누나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루치 몫도 챙겨 줬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