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star RAW novel - Chapter 37
36화
“태양 고등학교 밴드 럭키데이! 축하드립니다!”
역시.
“올라가자.”
“가자!”
“헤, 헤헤헤…….”
우리는 너무나 당연한 호명을 따라 무대 위로 올라갔다.
“대상 수상자 럭키데이는 고등학생들이 모인 밴드라고는 믿을 수 없는 퀄리티의 연주와 자작곡으로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보여 주었으며…….”
상장을 넘기기 전, 다소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심사평이 읊어진다.
딱 예상하던 내용 그대로였기에 별로 관심이 가는 평가는 아니었다.
그래도 기쁜 점이라면 우리가 의도했던 것을 완벽하게 심사 위원들에게 주입하는 것에 성공했다는 그 성취감 정도?
물론 수상 자체가 어찌 됐건 기분 좋은 일이기도 하고 말이다.
“고생했어요. 앞으로 음악 활동도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주최 측의 높으신 분으로 보이는 시상자와 악수를 하고 상장을 받았다.
그리고 무대 앞에 있는 내빈들, 참가자들을 향해 인사.
짝짝짝짝짝!
‘좋아, 아주 좋아.’
우리는 청소년 밴드 경연에서 손쉽게 대상을 차지할 수 있었다.
작지 않은 대회였고, 나름 만족스러운 성장도 이루었으니 우리에게 있어서 아주 큰 이득을 가져다준 시간이었다.
* * *
대회 시상식까지 모두 끝나고 우리는 재우의 스튜디오에 모였다.
“으으으……. 왜 이렇게 느려?”
시상식이 진행되는 동안 업로드된 우리 채널의 역사적인 첫 번째 영상을 함께 모니터링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대상도 탔겠다, 우리 노래에 대한 자부심이 잔뜩 올라 기세등등하게 조회 수가 오르는 모습을 지켜보려 둘러앉았는데, 이게 웬걸.
“어? 조회 수 하나 올랐다!”
“아, 그거 내가 폰으로 본 거다. 미안.”
“야! 같이 보고 있는데 왜 따로 열어! 핸드폰 압수!”
“미안, 미안.”
영상이 업로드되고 거의 1시간 가까이 지켜보고 있지만 조회 수는 15에 머물고 있어 그 성장세가 참 지지부진했다.
“어휴……. 이래서 언제 백, 천, 만 올라가고 광고료 받냐.”
“재, 재우는 지금 채널 운영 중이지?”
“이응.”
“구독자랑 조회 수 얼마나 돼?”
“얼마 안 됨. 한 5만 찍었나?”
“와……. 우리 지금 오르는 속도로 5만 정도 만들려면 50년 정도는 필요하겠는데…….”
역시 애초에 유명세도 없는 우리가 처음 달려들어 성공할 정도로 녹록한 시장은 아닌가 싶었다.
전생의 나야 뭐 시장이 커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의 수요를 등에 업고 성장한 케이스고, 나름 콘텐츠 생산 능력과 관리 노하우 정도는 있다지만 채널을 어떻게 띄우는지 따위는 문외한에 가깝다.
아직 회사도 규모를 갖추기 전이고, 적절한 홍보 전략이나 시장 진입 계획도 없으니 빠른 시간 내에 탄탄한 토대를 갖추는 것은 무리인 것 같았다.
“잼이나 하실?”
이렇게 보고 있어도 변하는 게 없다는 것쯤은 모두 알고 있지만, 신경을 끄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결국 제일 먼저 질린 재우가 밴드 멤버들 전체를 추슬러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럴까…….”
“보고 있어도 달라지는 것도 없고…….”
계속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재우의 인도에 따라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 각자 악기를 잡았다.
“이번에는 평범하게 가 볼까?”
“평범?”
“엉. 라희가 먼저 시작하고 리듬 기타, 퍼스트 기타, 베이스. 이런 식으로.”
“오키.”
“내가 먼저 해? 진짜로?”
“응.”
“BPM 막 있는 대로 올리고 혼자 달린다?”
“할 수 있으면 해 봐.”
“워후!”
그때.
따르르릉!
“뭐야? 누구 폰이야?”
“아, 미안. 얘들아. 나다.”
“아, 재석 오빠! 매너 모드, 매너 모드!”
“미안, 미안. 잠깐만, 잠깐만……. 여보세요?”
맥락을 탁 끊어 버리는 전화벨 소리.
재석 형이 스마트폰을 들고 밖으로 향했다.
‘뭐지? 일인가?’
나는 그 모습에 무슨 일인가 싶어 잠깐 형이 나간 방향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그러자 딴 곳에 한눈을 파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묵직한 소음이 귀를 찔렀다.
두둥, 두두두두두둥! 채애앵! 둥둥 탁!
상당히 빠른 박자의 드럼 연주가 시작되었다.
“뭐 해? 안 들어오고?”
라희였다.
“허, 급하기도 하셔라.”
하기야, 전화 받고 나간 사람을 멍하니 보고 있는 것도 실례거니와 생각해 보면 참 의미 없는 일이기도 했다.
나는 잼이나 하며 손을 풀기로 결정하고 코드를 후리며 라희가 만들어 내는 리듬으로 진입했다.
좌아앙! 좌좡, 좡, 좌좡, 좡…….
이펙트를 잔뜩 먹여 거친 소리를 만들어 입혔다.
요 근래 따뜻하고 부드러운 음악을 주로 연주했기에 지금은 조금 달리고 싶었다.
지이잉! 두두두두두둥!
이어서 수현이 재우보다 먼저 진입해 베이스 속주를 시작했다.
“오?”
굉장히 화려한 슬래핑이다.
마치 주인공은 자신이라는 듯 그루브감과 화려함이 적절하게 융화된 연주.
소심하고 부끄럼 많은 수현이의 얼굴이 장난기로 물드는 것이 눈에 보인다.
‘붙어 보자는 것 같네.’
사소하고 귀여운 도발이다.
다만 우리 밴드의 기타리스트는 저런 도발을 가볍게 넘길 줄을 모르는 녀석이기도 하다.
재우가 기분이 상했다는 듯 격렬하게 팔을 휘둘렀고.
좌아아아앙!
나는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푸하하하! 너무하네!”
참 녀석답다면 녀석다운 거친 응수다.
“소, 소리가 너무 커! 이펙트도…….”
“안 그럼 묻힘.”
베이스나 리듬 기타보다 훨씬 높은 볼륨, 덕지덕지 발라 융화가 힘들 정도로 먹은 거친 이펙트.
아주 그냥 자신보다 더 눈에 띄는 소리는 소리의 규모로 묻어 버리겠다는 듯 달리는 재우였다.
“그러면 나도…….”
이렇게들 나온다면 나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
잼이라는 것은 합주가 제대로 맞아떨어질 때 제일 즐거운 법.
모두가 잘 녹아들게 만들기 위해 장난질을 던지기로 했다.
좡! 자가작! 자작! 좌자장!
“오!”
급격하게 주법을 바꿔 색다른 엇박을 섞으니, 이에 맞춰 라희도 손을 바쁘게 놀린다.
채채챙! 채챙! 탁! 채재쟁!
라희가 비는 리듬에 하이햇 소리를 가득 채워 박자를 잘게 쪼갠다.
이러면 자기들만 연주자라는 것처럼 부딪히던 퍼스트와 베이스는 졸지에 따라오는 입장이 되어 속주 패턴을 다시 구축해야 한다.
“앗…….”
“흠…….”
그리고 의도는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지지징! 지이이잉! 지징! 징! 지징!
한번 휘청였던 호흡이 돌아오면서 베이스와 퍼스트 기타의 호흡이 딱 일치했다.
연주 자체를 무너뜨려 망치지 않기 위해서는 실시간으로 동료의 소리를 듣고 그곳에 맞출 필요가 있으니, 변주에 맞춰 자기 패턴을 바꾸며 자연스럽게 소리가 어우러지게 변한 것이다.
“좋다!”
이렇게 깔린 리듬 위에서 잘 노는 친구들을 보며 흥이 돋았는지 라희의 드럼 연주도 훨씬 촘촘하고 리드미컬하게 변화했다.
이제 하모니가 제대로 구성되었으니 내가 더 복잡한 장난을 할 필요는 없다.
‘그래. 좋다.’
그저 흐르는 음악을 즐기면서 연주에 집중할 뿐이었다.
그렇게 1분 정도 다른 멤버들이 주도하는 변주에 맞춰 연주를 이어 가며 즐기고 있을 때였다.
덜컹!
“얘들아, 얘들아!”
전화를 받으러 나갔던 재석 형이 헐레벌떡 들어오며 말했다.
“잉?”
“왜욤?”
우리는 연주를 멈추고 그에게 시선을 모았다.
그리고 급하게 부른 것치고는 조금 길다 싶을 정도로 뜸을 들이던 재석 형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리고 그 말은…….
“너희 뮤직비디오 찍어 볼래?”
“엥?”
“갑자기?”
조금은 뜬금없는 제안이었다.
* * *
이창화.
그는 신라 예술대학교 방송영상제작과 졸업반에 있는 뮤직비디오 전문 감독이다.
빠르게 졸업 작품부터 해결하고 남은 재학 기간 동안 일에 몰두하고 싶었던 그는 어느 날 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Don’t be angry라는 노래를 럭키데이 영상을 통해 처음 들었는데, 이게 정말……, 와……. 그날 하루 종일 듣게 되더라고요.”
“아……. 감사합니다.”
고등학생 네 사람이 모인 아마추어 밴드 럭키데이의 Don’t be angry 합주.
그것은 그의 눈을 번쩍 뜨게 만들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라이브 연주를 다회 하면서 소스를 모아 만든 영상. 비난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그것도 그 나름의 매력이 있죠. 계속해서 올려야 하는 지속적인 콘텐츠로는 더할 나위 없기도 하고요. 하지만 럭키데이라는 밴드가 보여 줄 수 있는, 그 표현의 폭을 전부 담기에는 뮤직비디오만 한 것이 또 없다고 저는 생각하는데…….”
나는 이창화 감독의 제안을 듣고 꽤 큰 고민에 빠졌다.
‘대학 졸업반 감독이라…….’
연차가 실력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물론 잘 알고는 있다.
하지만 재석 형의 소개를 받아 만났다고는 해도 무작정적인 신뢰를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장 필요한 것인가 의문이 들기도 하고 말이지. 혹시나 데뷔도 안 한 애들이 돈 들여서 뮤비나 찍는다고 뜬금없는 화살이라도 맞는다면…….’
거기다가 아직 럭키데이의 명성은 처참한 수준이다.
청소년 밴드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고는 하나 그것이 뭐 대중들에게 크게 영향을 끼치는 것도 아니고, 끽해 봐야 자소서에 남을 한 줄의 잉크뿐이기 때문이다.
채널은 어떤가?
조회 수 100이 안 되는 부족한 성적.
그런 우리에게 뮤직비디오라는 콘텐츠는 과분한 것을 넘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었다.
눈앞의 이창화 감독을 알지 못하기에 그 실력을 짐작할 수 없다는 점도 망설임의 이유기도 했고 말이다.
“아, 우선 이것부터 보여 드려야겠군요.”
“네? 아, 네.”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내 눈치를 보던 이 감독이 내게 태블릿 PC를 들어 건넸다.
나는 영상 재생 프로그램이 켜져 있는 그것을 받아 들고 살펴봤다.
그리고 감탄사를 토했다.
“오오?”
V2V.
미드나잇보이즈.
마이비아.
그 외에도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몇몇 가수들의 뮤직비디오 영상이 들어 있다.
이것이 말하는 바는 명확했다.
“이걸 전부…….”
“네. 제 작품들입니다.”
포트폴리오였다.
“지금 대학에 다니고 있기는 하지만, 재수하고 1학년으로 입학하자마자 일을 시작했거든요.”
이창화 감독은 아직 대학생 신분임에도 몇 작품이나 연출과 촬영을 마친 프로였다.
재석 형이랑 안면이 있는 사이기도 했고, 서로 전공과 전문 분야가 다르기는 하지만 영상 일에 대한 전문성은 인정해 교류를 이어 가고 있었다고.
“재석 형은 영화 쪽이었고, 저는 이런 단발적이고 인상이 깊게 남는 짧은 콘텐츠 쪽을 목표로 하고 있었죠. 뭐, 원래 이쪽 일이라는 게 영화감독이 뮤비도 찍고, 뮤비 만들던 사람이 영화로 넘어가고 그러긴 하지만요. 허허.”
그의 말을 듣고 나는 의문이 들어 물었다.
“아, 근데 저희 노래는 또 어떻게…….”
“재석이 형이 새 채널을 또 개설한다고 해서 구독자 한 명 늘려 주러 들어갔죠. 아, 제가 첫 구독자입니다. 하하. 어쨌든 그냥 구독만 누르고 가기도 뭐해서 딱 하나 올라와 있는 영상을 봤는데, 와…….”
그러니까 지인이 추천해 준 노래를 듣고 첫눈에 반해 버렸다는 뜻이다.
밴드맨으로서 가슴이 웅장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