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star RAW novel - Chapter 4
3화
“With the lights gone! It’s more dangerous! Here we are now, interest us!(불이 꺼지면, 더 위험해지지! 자, 우릴 흥미롭게 해 줘!)”
정석적인 발성 따위는 뭐나 까라고 하고, 기존까지의 낮게 깔리던 음정은 신경도 쓰지 않고 성대 조임근을 확 조여 육성을 내지른다.
그냥 힘만 주는 것은 아니다. 성대 바깥쪽의 근육을 움직여 성대를 접촉시키는 메커니즘.
강한 뱃심으로 쭉 밀어 마치 두성처럼 고음이 터져 나오지만 중성구의 단단함은 살아 있는 거친 음색을 만들어 낸다.
“An education, a perfection! A suspension, my passion! Yeah!(교육, 완벽! 보류, 내 욕망! 예아!)”
거기에 클래식이라면 금기 그 자체인 스크래칭을 아주 살짝 가미해 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
노래의 맛이 잘 살아났다.
“오오…….”
“헐.”
노래를 부르며 살피니 나선우 보컬과 태호가 감탄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나를 무시하거나 기분 나쁜 눈빛으로 보던 아이들도 다를 바 없었다.
‘이 맛이지!’
그들의 얼굴이 내 노래에 놀라 활짝 펴지는 것은 정말이지 끝내주는 기분이었다.
그 얼굴의 의미가 내 음악이 즐기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든, 못할 줄 알았는데 잘하니 놀랍다는 것이든 말이다.
즐겁다.
익숙하지 않은 피지컬 탓에 온갖 잡기술을 섞어 목청껏 소리를 지르는데 목이 아프지 않은 것도, 그냥저냥 쓸 만한 장비에서 나오는 다운로드 MR에 맞춰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것도.
“예아!”
쉬어 가는 부분을 제법 성의 있는 기타 백킹으로 채워 넘기고, 다음 소절의 가사를 이어 간다.
“I’m bad at what I do good…….(나는 내가 가장 잘하는 일에 서투르지…….)”
금방 거친 고음을 질러 놓았기 때문에 신경을 못 쓸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다시 벌스로 돌아왔으니 몸에서 힘을 쭉 빼놓고 음울하고 두려운 분위기를 목소리에 담아내야 한다.
커티 코베인이 전달하고 싶었던 그 분위기를 말이다.
‘천천히, 과하지 않게…….’
그렇지만 아까의 후렴 부분에서 기껏 살려 둔 분위기가 식을 것은 걱정할 필요 없다.
“Hello, hello, hello, hallo…….(이봐, 이봐, 이봐, 안녕…….)”
각운의 강조를 통해 리듬감을 잘 살려 놓고…….
“With the lights gone! It’s more dangerous!(불이 꺼지면, 더 위험해지지!)”
다시 찾아오는 후렴에서 힘 있게 터뜨리면…….
“히위알나우!”
“엔털테인어스!”
오히려 직전보다 더욱 임팩트를 살리기 쉬워지니까.
“I feel dumbass! And infectious! Here we are now, interest us!(멍청한 게 전염된 기분이야! 자, 우릴 흥미롭게 해 줘!)”
당연히도 가사를 알고 있는 태호와 선우 형이 흥을 이기지 못하고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 목소리에 맞춰 강렬하게, 더 강렬하게 가사를 토했다.
“A negation! A negation! A negation! A negation! A negation…….(부정! 부정! 부정! 부정! 부정…….)”
의미 없이 경쾌한 각운의 반복을 잔뜩 조인 단단하고 힘 있는 벨팅으로 길게 끌어올렸다.
마지막 단어에서 천천히 힘을 풀며 반주도 페이드아웃.
그리고 사방이 적막에 휩싸였다.
‘음……. 하나, 둘, 셋. 지금.’
나는 천천히 숫자를 셌다.
그리고 그 박자에 맞추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
“미쳤다, 쟤.”
“뭐야? 개 잘하는데?”
“와아아아!”
짝짝짝짝짝!
“후……. 감사합니다.”
박수와 환호를 보내 주는 관객들을 향해 고개를 한번 숙여 주고, 마이크를 껐다.
멘토링 피드백 자리가 아니라 무슨 공연이라도 한 분위기가 되어 버렸다.
‘분위기 뒤집혔네.’
처음에 아릿하게 날아와 꽂히던 적의의 시선들은 온데간데없고, 이제는 즐거움이나 동경 같은 긍정적인 눈빛들이 남았다.
그것을 보니 노래라는 것이 역시 좋구나 싶었다.
물론 또 다른 종류의 반응도 있었다.
“와, 김루치 뭐야?”
“저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회귀하기 전까지의 내 노래를 들어 봤던 사람들, 태호나 다른 몇몇 학생들의 의구심이다.
당연한 반응이다.
‘너무 신냈나?’
원래였으면 일반적인 실용음악 보컬 스킬에 익숙하지 못해 흔히 말하는 알 배긴 소리를 내던 내가, 첫 멘토링이 있은 뒤 짧은 시간 만에 썩 쓸 만한 노래를 들고 온 것으로 보일 테니까.
조금 과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곧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건 증명 과정일 뿐이야.’
내 인생을 뒤집은 이들은 파바로티나 카레라스 같은 성악가가 아니라 코베인과 머큐리 같은 락스타들이라는 것에 대한 증명.
그것을 계속해서 되새기고 나아가 내 음악을 부정했던 가족들에게도 인정받기 위한 증명 과정이다.
남에게 조금 이질적으로 보인다 한들 내 꿈에 다가가는 속도가 느려지는 것보다는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주목을 받을 기회를 찾아 헤매는 쪽이 옳다.
“잘했어. 선곡도 잘 어울리는 곡으로 정말 잘 골랐고, 표현 역시 오래 연구한 티가 나네. 이 노래가 어떤 노래인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다는 느낌?”
잠시 물을 마시며 쉬고 있으니 선우 형의 피드백이 시작되었다.
“실용음악 발성 이론을 좀 공부하고 온 것 같은데?”
“네.”
“확실히 지난번 노래보다 훨씬 대중적인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 것 같아. 아주 좋았어. 아주 조금 아쉬운 점을 피드백이니까 굳이 얘기하자면 기술적인 부분보다 피지컬에 의존한 가창이 몇 번…….”
전생이었다면 들을 수 없었을 극찬이다.
실제로 목소리에서 성악 냄새를 빼내는 데에만 한참이 걸렸으니까.
‘와…….’
가슴 언저리가 근질거렸다.
재능 있는 보컬 취급이라니.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니까.
“루치랑 태호는 고등학교 일반계로 가던가? 예고였나?”
“어……, 예고는 아닌데 자율형이라 1학년 때부터 예체능으로 나눠져요.”
“아하. 태양고등학교. 좋지. 어쨌든, 어지간한 예고 실음과 애들보다 훨씬 좋았어.”
그렇게 칭찬이 계속 이어지는데 갑자기 뒤에서 끼어드는 목소리가 들린다.
“아니지. 우리 밴드 보컬보다 훨씬 좋았지. 선우 대신 네가 우리 보컬로 들어와도 되겠다.”
“응. 우리 밴드 보컬보다……. 응? 뭐야, 저거? 언제 왔어?”
“형철이가 원래 가던 숍 열었다고 그쪽으로 간단다. 그래서 파투.”
“까다로운 놈. 혼자라도 다녀오지?”
“난 피크나 몇 개 집어 올까 해서 따라간 거라서.”
갑작스러운 꼽사리지만 울컥하고 기분이 확 좋아졌다.
칭찬이니까.
그것도 내 노래를 듣고 피드백을 주는, 지금 입장에서는 명백히 저 앞에 있어 보이지도 않는 보컬 선배와 같은 밴드에서 베이스를 연주하는 사람이 해 준 칭찬이니까 더욱 그랬다.
“전에 봤지? 우리 밴드 베이스, 진수영.”
“노래 많이 늘었네. 선우 내쫓을 테니까 우리랑 밴드 할래?”
“하하. 그러게. 나 대신 보컬 해도 되겠다.”
“아니, 진담인데?”
“응?”
스코프의 베이스, 진수영이 내게 악수를 건네며 칭찬을 이어 나갔다.
듣는 밴드 보컬 입장에선 간담이 서늘해질 우스갯소리를 하면서.
“뭐, 그만큼 노래가 좋았다는 얘기지.”
“확실히 피드백을 하는데 지적할 점을 억지로 짜내야겠더라, 야.”
그때, 진수영이 내게 뜬금없는 제안을 해 왔다.
“어떻게, 한 곡 더 해 볼래?”
“네?”
“라이브로. 어때?”
연주자가 세 명이 되었으니 밴드 라이브에 노래를 해 보지 않겠냐는 말.
아무래도 내 노래를 듣고 뭔가 연주혼이 달아오른 건 아닌가 싶었다.
“야, 지금 드러머도 없는데…….”
“네가 쳐. 대강 리듬 정도는 잡을 수 있잖아.”
“그렇긴 한데……. 루치, 어쩔래?”
실제로 진수영의 왼손은 지판을 짚듯 움찔거리고 있었고, 나선우는 금방의 노래를 즐긴 흥이 식지 않았다는 듯 여전히 땀을 흘리고 있었다.
“합 한번 맞춰 보고 괜찮다 싶으면 우리 무대 게스트로 올라오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고민이 길어지자 진수영이 딜이라도 치듯 조건을 걸었다.
웃음이 피식 흘렀다.
“흐……. 해야죠.”
대답은 당연히 예스.
마침 피드백도 내가 마지막 순서였겠다, 다들 황홀한 눈을 하고 나를 바라보고 있겠다.
멍석 다 깔렸는데 공연 제의를 거절하면 락스타가 아니지.
거기다가 나름 인기 있는 인디 밴드 공연에 들러리도 서게 해 준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오케이.”
“드럼은 오랜만에 치는데…….”
“부르고 싶은 거 있어?”
“음……. The Eagle의 Desperados 어떠세요?”
“오, 바로 나오네. 좋지. 피아노 대신 기타로?”
“네.”
“칠 수 있겠어?”
“되죠.”
“오케이.”
진수영과 빠르게 어떤 곡을 연주할지 얘기해 정하고, 나와 선우 형, 진수영은 각자 자리로 섰다.
기타와 베이스의 톤을 점검하고, 하이햇을 다시 만지고, 관객처럼 오도카니 앉은 멘티들의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물론 부담스럽거나 부끄럽거나 하지는 않았다.
남들 앞에서 당당하게, 그리고 훗날 아주아주 유명해질 락 밴드 스코프와 합주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즐거울 뿐.
“준비됐지?”
“엉.”
“넵.”
“루치가 먼저 시작하면 따라가자. 오케이?”
“넵!”
모든 준비가 끝난 후, 신호를 맞추고 연주를 시작했다.
G, G7, C, Am7…….
지판을 정확하게 짚어 뚜렷하게.
그러면서도 끝음에 비브라토를 넣어 서정적인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쿵……. 짝! 쿵……. 짝!
선우 형도 본래 포지션이 아닌 드러머 역할을 수행해 준다.
킥은 묵직하게 꽂히지만 하이햇 심벌즈 간격을 좁혀 소리를 최소화한 느낌.
‘이야……. 드럼도 잘하시네.’
아마 급조된 연주인 만큼 보컬에만 집중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려는 것 같았다.
그런데 무엇보다 끝내주는 것은 수영 형의 베이스 연주였다.
“와……. 베이스 지린다…….”
“수영 오빠가 그렇게 잘하는 거야?”
“장난 아니지. 그냥 근음만 맞춰 주고 있긴 한데, 깨끗하게 배경을 잡아 주고 있잖아.”
밴드 음악에 조예가 깊은 한 학생이 친구에게 설명을 해 주는 것이 귀에 들어왔다.
정확한 평가였다.
‘급조된 당나라 밴드인데 어긋나지 않게끔 틀을 만들어 주고 있어. 역시 탑급 베이스 기타는 이 정도라는 건가?’
이전에 합주 한 번 맞춰 본 적 없는 급조 팀이기에 서로 호흡이 맞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수영 형이 리듬과 톤 모두 완벽한 틀을 기타와 드럼에게 제시해 주면서 박자가 서로 튀지 않도록 조정을 해 주었다.
확실히 미래에는 인디 출신 슈퍼스타, 현재는 떠오르는 혜성 취급이 아깝지 않은 실력이다.
‘오케이. 나도 질 수는 없지.’
보컬이 되어서 본업 보컬인 드러머나 베이스 기타에게 시선을 뺏기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
나도 나름 주목을 받기 위해 마음을 다잡으며 곡에 진입했다.
“Desperados…….(무법자들이여…….)”
직전과는 비교되는 보컬.
격정적이지 않으면서도 기교에 신경을 기울인 부드러운 노래를 뱉었다.
각인하는 이미지는 마음을 녹이듯 따뜻하게.
신나면서도 강렬한 얼터너티브 락의 뒤를 이어 다소 물렁물렁한 색채인 노래를 부르는 것이지만, 몰입이 깨지기는커녕 노래에 한껏 이입한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음악이 이래서 좋지.’
가사와 멜로디를 통해 모두가 하나가 되는 느낌.
쾌감이 등줄기를 타고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