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star RAW novel - Chapter 78
77화
“영광의 첫 결승 진출자는 바로!”
언제 봐도 맺고 끊고 안달하게 하는 솜씨가 일품인 사회자의 목소리가 넓게 울린다.
“럭키데이입니다! 국화꽃의 전진을 부른 럭키데이가 1위로 첫 번째로 결승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
당연한 결과이고 너무나 기쁜 결과였다.
‘이미 프로 수준이라는 찬사까지 받았는데, 떨어지면 섭섭하지.’
아니, 1등이 아니었다면 매우 아쉬웠으리라.
다소 건방지게 들릴 수 있겠지만, 명성 자자한 심사 위원들의 특급 칭찬은 물론, 관객들의 호응 역시 우리를 1위 가져갈 자격이 있는 밴드로 만들어 주었으니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관객들, 심사 위원들, 사회자, 참가자들을 향해 차례로 고개 숙여 인사했다.
우리가 무대를 잘 꾸민 덕이라고만 생각해도 좋겠지만, 그들이 좋게 봐 주어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생각이다.
예의를 갖추는 것이 당연했다.
물론 당연히 1위로 진출할 것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그렇다고 감동이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으아아아!”
“대박!”
라희와 수현이가 괴성을 지르며 모여 서로를 끌어안는다.
뒤에서 쿨한 척 웃고만 있던 재우 역시 덩달아 방방 뛴다.
‘좋을 수밖에.’
강행군이라는 말로는 다 표현하기 힘들 만큼 고된 준비 과정이었다.
노고 끝에 돌아온 좋은 결과에 기쁨을 주체할 수 없는 것도 당연하다.
“하하하. 진정하세요, 럭키데이. 다음으로 2위를…….”
한참을 그러고 있는데 사회자가 우리를 말리며 진행을 이어 나가려 했다.
나는 간신히 애들을 진정시키고 결과 발표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역대급 무대를 선보인 우리가 당연히 1위를 차지했고, 기본에 충실한 무대로 락덕들의 표심을 사로잡은 펩카콜라가 2위를 선점했다.
‘2위 정도는 받을 만했지.’
우리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1위도 노려 볼 만한 무대였으니 충분히 이해가 가는 결과였다.
“대망의 마지막! 3위는 바로!”
그리고 마지막 결승행 티켓이 걸린 3위의 자리는.
“3위! 결승으로 갈 수 있는 마지막 팀은 바로!”
“바로…….”
“밴드 리즈홀입니다!”
“예아아아아아!”
리즈홀이었다.
‘오. 리즈홀.’
지난번 1라운드에서도 5위에 걸쳐 간신히 올라온 리즈홀이 이번에도 3위를 간신히 차지하며 결승행 티켓을 획득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예아아아아!”
신나고 즐거운 음악을 주로 하는 리즈홀이 락발라드를 불렀다.
그로 인해 나름 신선한 느낌도 생겼고, 유난히 달리는 음악이 많은 날 유일하게 잔잔한 음악을 보여 주기도 했고, 특히 공연 마지막 순서를 잡아 그 시너지를 한껏 올려 가능한 일이었다.
‘오늘 밴드 코리아 게시판 불타오르겠네.’
또한 아득바득 어떻게든 올라가는 리즈홀의 이미지 역시 한몫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참가자들이 커뮤니티에서 이슈몰이를 했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많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은 우리 럭키데이와 리즈홀 두 팀이다.
그중 리즈홀은 예선 때부터 매번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아 다음 라운드로 올라가는 모습에 근성의 밴드니, 생존 전문 밴드니 하며 기묘한 인기를 끌고 있었다.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것, 뇌리에 박히는 이미지.
그들은 최선을 다해 살아남는 과정 그 자체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냈다.
“예아아아아아!”
리즈홀 드러머 철웅 형이 합격 소리를 듣자마자 괴성을 지르며 무대를 뛰어다니고, 평소였으면 목줄을 잡아채 말렸을 상혁 형은 그것을 지켜보며 웃고 있다.
‘어지간히 기쁜가 보네.’
자신들이 생각하기에도 참 억척스럽게 살아남았고, 운과 실력, 노력이 다 작용해 얻은 결과물이다 보니 기쁨이 적을 수가 없을 것이다.
리즈홀 아저씨들 역시 우리처럼 한참을 즐거워하다가 사회자의 제지 이후에야 조용해졌다.
“안타깝게도 준결승에서 여정을 마무리하게 된 파크랩스와 더메탈팩토리에게도 격려와 응원의 박수 부탁드립니다.”
“와아아아!”
“멋지다!”
“고생했어요!”
떨어진 팀을 향해 위로와 격려가 쏟아진다.
꾸벅.
아쉬운 기색을 감출 수 없지만, 그래도 시원하게 인사하며 무대 뒤로 내려가는 두 팀.
한편으로는 지겨운 경연이 끝나 시원하고 뿌듯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래도…….’
그 모습이 어떤 의미로는 부럽기도 했지만, 깊게 몰입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우승을 노릴 거니까.’
경연의 종료는 우승 트로피와 함께.
그렇게 정해 놨다.
“그럼 우리 더 밴드 코리아는 다음 주 같은 시간에 여러분께 찾아올 것을 예고하면서…….”
천천히 무대를 정리하는 사회자.
많은 것을 얻은 더 밴드 코리아 준결승이 그렇게 종료되었다.
* * *
“그래서 나한테 미션을 도와달라고 왔다…….”
“네. 선생님만큼 넓게 상황을 두루 살펴보시고 조언을 주실 분이 없을 것 같아서요.”
수업이 끝나고, 우리는 권 선생님이 사용하는 음악실에 와서 상담을 요청했다.
“흠……. 믿어 준 것은 고맙지만……. 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네요. 그런데 루치 학생 정도 되면 밴드를 옳은 길로 밀고 나가는 법을 다 배웠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더 밴드 코리아의 마지막 미션.
Originality에 대한 조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게 참……. 하하……. 사실…….”
우리도 미션을 받고 나서 머리를 모으고 꽤나 열심히 고민했다.
그리고 큰 문제와 마주치게 되었다.
‘애들이 너무 잘해서 문제죠.’
너무나 건방지고 어이없는 말이지만, 잘하는 게 워낙 많은지라 어떤 노래가 우리의 오리지널리티를 잘 반영하는 건지 딱 잘라 말하기가 힘들었다.
재주 많은 것이 독이 되어 돌아온다는 게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인지, 지금까지 발라드, 펑크, 메탈 가릴 것 없이 불렀던 것이 오히려 딱 잘라서 개성이라 할 수 있는 영역을 제한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사실 이건 이미 예고된 난관이기도 했다.
‘임대현 보컬이 언급했을 때 조금 더 고민해 볼 걸 그랬어.’
박창희 심사 위원과 임대현 보컬에게 멘토링을 받은 촬영 날, 이미 임대현 보컬에게서 조언을 받은 바가 있다.
우리만의 색깔을 고민해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을 범위를 설정하라고.
당시에는 미션 준비에 너무 열심히였고, 또 아직 색을 확실히 하면서 우물을 파기에는 앨범 준비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딱히 급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오리지널리티……. 독창성이라……. 고심이 많겠군요.”
“아무래도 그렇습니다. 저희 노래를 만들어 본 경험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남의 노래를 부르는 게 주였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프로듀서의 시각을 빌릴 수 있을까 싶어 우리는 권 선생님을 찾아왔다.
우리끼리 고민해 봐야 답이 나오지 않았으니 스승에게서 조언을 듣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실 독창성이라는 주제를 두고 선생님께 이게 좋겠는지, 저게 낫겠는지 물어보는 것도 우습긴 하지만, 스스로 평하는 자신과 남이 보는 자신이 다를 수 있으니까요.”
“그것도 맞는 말이죠. 그러면…….”
권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잠깐 고민하다가 우리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내가 직접 도와주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아…….”
“왜냐하면.”
명백한 거절 의사에 실망하려던 순간, 그의 말이 이어졌다.
“나는 정해진 주제에 잘 어울리게 코칭을 하는 프로듀서이지, 장단점을 파악해서 살리는 프로듀서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아아…….”
그냥 거절은 아니고 자신의 역량 밖의 일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이다.
‘평론도 잘하시는 분이…….’
트레이너, 프로듀서이자 아주 가끔은 문화 평론가 역할까지 수행하시는 분께서 그런 능력 하나 없다고 말씀하시는 건 과한 겸손이다 싶었다.
그때, 권 선생님이 다시금 말을 이었다.
“대신에…….”
“네?”
“내 대신 프로듀싱을 맡아 줄 사람을 소개해 주는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아아!”
그제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럼 그렇지! 킹갓빛인찬 선생님께서 그냥 우리를 버리실 리가 없지!’
자기 역할이 아니라며 밀어내던 그 말은 그저 일을 맡기 싫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인물을 추천하고자 한 큰 그림이었던 것!
나는 그 인물이 누구냐고 물었고, 권 선생님은 휴대폰을 집어 들며 답했다.
“잠시만 기다려요. 금방 올 것……. 여보세요? 네, 지금 도착했나요?”
그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프로듀서 후보에게 음악실로 오라고 전했고, 곧 우리만 있던 음악실에 손님 하나가 추가되었다.
그런데 이제 익숙한 얼굴을 곁들인.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음? 너희는 왜 여기 있냐? 안 바빠?”
태호.
중학교 시절부터 어울려 다니며 음악을 했던 내 친구.
서로 보컬 욕심이 있어 밴드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같이 다니며 노래도 배우고 공연도 다녔던 친구.
“선생님 설마…….”
“네. 태호 학생이 여러분의 프로듀싱을 도와줄 거예요.”
“잉? 제가요? 프로듀싱을요?”
그 친구가 프로듀서로서 우리를 돕게 되었다.
* * *
“허……. 그러면 연주는 아예 접은 거고?”
“그게 그렇게 되나? 흠……. 아니. 딱히. 작곡, 프로듀싱, 노래까지 다 하는 가수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건 그렇네. 싱어송라이터?”
“비슷하지. 아마도.”
놀랍게도 태호는 권인찬 선생님으로부터 음악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듀서로 우리에게 붙여 주신 것을 보면 작곡과 프로듀싱 같은 것들을 만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생각해 보면 그쪽으로는 완전 유망하지 않나?’
돌이켜 보면 딱 어울리는 진로였다.
그의 연주와 노래 실력은 오 괜찮네 정도의 평가를 들을 정도.
하지만 좀처럼 성장하지를 않았다.
‘노래는 그저 그렇지만 귀 하나만큼은 진국이니까.’
음악 실력의 성장은 지지부진했지만, 뜰 노래와 못 뜰 노래를 기가 막히게 구별하는 희한한 재능이 그에게는 있었다.
작곡을 전문적으로, 진지하게 배웠다면 혹시 싱어송라이터로 명성을 얻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 음악을 포기하게 된 그는 자신의 안목, 음악을 듣는 귀라는 재능을 살려 그 방면으로 밀고 나갔는데, 결국 한국에서는 알아주는 음반 가게 사장으로 크게 성공한다.
그것 하나는 중학교 시절의 과거나 30대가 된 미래나 변함없이 믿음직했다.
“권 선생님은 못 봐주시는 거임?”
하지만 다른 녀석들에게는 조금은 느낌이 다른 모양이었다.
“아……. 그럼 어쩔 수 없지…….”
“태호? 너도 프로듀서야? 기타 아니었어?”
재우도, 수현이도, 라희도 태호의 능력을 덮어 놓고 믿지 않았다.
아직 그들이 본 것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기는 했다.
“야, 야. 그래도 권 선생님께서 직접 추천하셨는데…….”
“권 선생님은 권 선생님이고 태호는 태호 아님?”
“너희도 선생님 픽이었고, 태호도 선생님께서 직접 골라 가르치고 계시는데 믿어 봄 직하지 않나?”
“모, 모르겠어. 태호는 노래하는 것밖에 못 봐서…….”
‘이런.’
아무래도 그 불신의 기반에는 태호의 평범한 노래 솜씨가 깔려 있는 듯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너는 그러면 안 되지.”
“으으?”
수현이만큼은 노래 실력으로 누군가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
절대로.
네버.
“크, 크흠. 그래도 듣고 있는 자리에서 좀 심하지 않냐, 너희?”
“아냐, 뭐. 그럴 수 있지.”
듣고 있던 태호가 앞으로 성큼 걸어 나오며 나를 제지했다.
“너희는 나름 각 잡고 참여하는 오디션 아니냐? 근데 검증도 안 된 놈한테 일 맡기라면 나라도 거부감 들걸?”
“흠……. 그건 그렇지만…….”
“이렇게 하자.”
태호는 모두 이해한다는 듯 말했고, 조금 거리를 두고 있던 애들은 그의 접근에 그리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무슨 사육사 같네.’
다루기 힘든 우리 멤버 녀석들인데, 꽤나 쉽게 거리를 좁히는 모습이다.
심지어 재우 놈은 그의 연주와 노래를 듣고 아예 없는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았는가?
‘이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이지. 엄청 큰 재능.’
까탈스러운 아티스트들을 멋대로 다룰 줄 안다?
그것 하나만으로 곡 작업에 있어 불편하게 뭉그적거릴 일은 없을 테니, 그 의사소통 능력이란 나름 훌륭한 재능이었다.
“너희가 부른 곡을 딱 세 곡만 정해서 나한테 말해 줘.”
“세 곡?”
“뭐, 예선 곡이든, 본선 곡이든, 아니면 너튜브 채널에 올린 커버나 너희 데모에 올린 자작곡도 괜찮아.”
녀석은 푸근하게 웃으며 우리에게 말했다.
“그 곡들의 세일즈 포인트를 정확하게 짚어 줄 테니까, 내 분석이 마음에 들면 그때 받아들여도 돼. 오케이?”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기꺼이 시험을 받겠다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