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star RAW novel - Chapter 84
83화
“더 밴드 코리아, 마지막 경연. 오늘 최후의 승자를 가리기 위한 기준은 심사 위원 평가, 청중 평가, 시청자 평가 세 분야로…….”
사회자의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순위를 가르는 채점 기준에 대한 설명이다.
심사 위원 평가, 청중 평가, 시청자 평가. 이 세 가지 분야에서 점수를 매기고, 총점을 합산하여 순위를 나눠 가장 높은 쪽이 우승자가 된다.
‘각 분야별로 점수 산정 방식이 달랐는데…….’
제대로 듣지 않아 기억이 잘 나지는 않았지만 대충 그랬다.
아무튼 심사 위원, 현장 관객, 시청자라는 세 분류의 리스너들에게서 가장 많은 관심과 사랑을 이끌어 낸 팀이 승리할 것임은 확실했다.
물론 지금 채점과 수상 기준을 되새긴다고 뭔가 바뀌는 것은 없으니, 조용히 듣고 있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었다.
“그럼 심사 위원 평가, 청중 평가, 시청자 평가 순으로 순위를 발표한 후에 최종 우승자를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심사 위원 평가 점수 1위는!”
상세 점수는 공개하지 않고 순위만 발표한다는 사회자의 말을 뒤로하고, 곧 본격적인 발표가 시작되었다.
둥……. 둥……. 두둥, 둥……. 두둥…….
긴장감이 고조되는 BGM이 무대에 깔린다.
“1위는!”
살짝 여백을 주며 듣는 사람들을 안달복달하게 하는 오디션 특유의 진행이 왜 이리 미운지 모르겠다.
“럭키데이입니다!”
“와아아아!”
그래도 발표의 순간이 오기는 왔다.
다행히 심사 위원 평가는 1위.
기대했던 결과였다.
‘좋았어!’
스타트가 좋다.
공연 직후 심사평이 좋았기에 기대하기는 했지만, 첫 발표에서 1위를 가져간 만큼 더욱 기분이 좋았다.
“이어서 2위는…….”
우리의 1위 소식에 이어 2위와 3위 역시 발표되었다.
리즈홀이 2위, 펩카콜라가 3위로 탈락한 참가자들의 예측을 빗나간 결과였다.
“오, 리즈홀.”
“대박인데?”
“역시 생존 전문 밴드.”
‘그럴 만도 한가?’
주변이 웅성거렸지만 나는 납득할 만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절제된 퍼포먼스, 발전한 실력. 심사 위원들한테 어필하기에는 최고지.’
리즈홀은 더 밴드 코리아가 진행되는 동안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발전하고 성장하는 참가자.
심사 위원들이 보기에 오디션 프로그램에 아주 잘 어울리는 유형의 참가자일 것이다.
‘물론 제일 잘 어울리는 참가자는 신선한 페이스에 실력까지 좋은 팀이겠지만.’
마치 럭키데이처럼.
“다음은 청중 평가 점수 순위입니다.”
이후로도 점수 발표는 계속해서 진행되었다.
“1위, 럭키데이! 2위, 리즈홀! 3위, 펩카콜라!”
“좋았어!”
심사 위원 평가와 같은 순위.
승리가 눈앞에 한발 다가온 기분이었다.
하지만 다음 시청자 평가 순위 탓에 최종 순위 예측은 미궁에 빠졌다.
“시청자 평가 1위! 리즈홀! 2위! 럭키데이! 3위! 펩카콜라!”
“어?”
“어어?”
“어라?”
펩카콜라는 최종 3위가 거의 확정되었지만, 시청자 평가의 총투표수에 따라 결과가 충분히 뒤집힐 수 있다.
정말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정말 흥미진진하네요! 앞선 세 분류의 순위 모두에서 1, 2, 3위 경쟁이 매우 근소한 차이로 이루어졌다고 하는데요! 과연 최종 순위는 어떻게 될지!”
사회자가 천천히 관객들을 조련하듯 궁금증을 유발하며 멘트를 이었다.
이윽고 찾아온 마지막 발표 순간.
“최종 집계된 순위가 나왔습니다! 그럼 마지막 결과! 더 밴드 코리아! 긴 여정의 끝! 우승자가 될 단 한 팀은 바로!”
“바로!”
‘바로!’
바로.
“60초 광고 후에 공개됩니다!”
광고 타임이 찾아왔다.
“아오, 사람 살 떨리게 진짜…….”
“그래도 방송국은 신났겠는데? 딱 광고 타이밍 좋았잖아.”
“방송국보다 광고주가 더 신나지 않았을까요?”
“푸하하! 그러게.”
잔뜩 조여졌던 분위기가 살짝 풀린다.
‘후……. 숨 좀 쉬자.’
광고 효과 극대화를 위한 브레이크 타임이겠지만, 덕분에 숨 쉴 틈이 생겼다.
모두 결과 발표에 앞서 흥분, 초조, 설렘 등으로 서로를 쳐다보지도 않고 있었는데, 말을 할 여유 정도는 챙길 수 있었다.
아주 다행인 일이었다.
톡 치면 터질 것만 같았던 사람들이 여유를 찾으니, 이미 3위가 확실시되는 펩카콜라에게는 위로를, 이후 1위를 차지할 사람들에게는 축하를 건넬 준비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네, 여기는 케이뮤직넷 더 밴드 코리아 라이브 스테이지입니다. 지금 현재 펩카콜라, 리즈홀, 럭키데이 세 팀의 최종 순위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요…….”
광고 송출이 끝나고 돌아온 촬영 신호.
사회자가 자연스러운 진행으로 다시금 분위기를 잡기 시작했다.
다시금 긴장감이 맴돌기 시작하지만, 관객들과 달리 참가자들은 직전처럼 꽉 조여진 분위기는 아니었다.
“매우 근소한 차이로 정해진 이번 더 밴드 코리아 결승전 순위! 먼저 3위부터 발표하겠습니다!”
사회자는 매우 근소한 차이로 1, 2, 3위가 결정되었다고 말하며 진짜 발표를 시작했다.
“3위!”
천천히 뜸을 들이는 사이 다시 긴장감이 차올랐다.
‘긴장되네.’
3위가 누구일지가 아니라 사회자가 언급한 그 근소한 차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청자 평가에서의 점수 차가 가장 크다면 리즈홀의 대역전극이 벌어질 수도 있어. 제발 셋 전체가 비슷했으면 좋겠는데…….’
생각하는 사이 당연한 결과가 귀에 들린다.
“펩카콜라입니다!”
짝짝짝짝짝!
“와아아아!”
“멋지다!”
“잘생겼다!”
비록 결승 한정 꼴찌였지만 결승까지 힘차게 달려 전체 3위의 결과물을 받아 낸 펩카콜라에게 박수와 응원이 쏟아졌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3위 펩카콜라 아저씨들이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전했다.
비록 가장 좋은 결과는 아니었지만, 후련한 듯한 표정들이었다.
순간 부러운 마음이 덜컥 올라온다.
나도 빨리 결과를 받아 긴장감을 털어 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확 죄면서 진행하는 맛도 있겠지만……. 그냥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언제나 그렇지만, 무대 공연보다 이 결과 발표 시간이 더욱 피곤하고 힘든 느낌이다.
연주에 쏟는 집중력과 체력보다 기다리며 떨리느라 소모되는 칼로리가 더욱 크다고나 할까, 이 긴장감 때문에 영혼이 탈곡되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3위 펩카콜라의 소감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누군가는 아쉬운 결과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전혀 아쉽지 않습니다. 저희의 모든 것을 보여 줄 수 있는 무대였고…….”
가장 먼저 순위를 확정 지은 펩카콜라의 인터뷰가 있는 동안, 내 속에서는 만감이 교차했다.
우승을 하면 리액션을 어떻게 해야 하나, 만일 2위라면 안타까워해야 하나 리즈홀에게 달려가 축하를 먼저 해야 하나.
“네, 잘 들었습니다. 그럼 마지막 발표, 대망의 우승자가 공개될 차례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사회자의 입이 열린다.
진짜 마지막 순간이다.
“예선부터 최고의 평가를 받으며 매 무대마다 기록적인 동영상 조회 수와 호평을 받아 온 럭키데이! 그리고 매번 아슬아슬하게 탈락 문턱에서 돌아오며 생존왕이라는 별명을 얻어 낸 리즈홀!”
뜸 들이는 느린 진행은 여전하지만, 이제 단 한 발자국만 남았다.
“케이뮤직넷 밴드 오디션, 더 밴드 코리아!”
긴장되는 순간이다.
“영예의 우승자는!”
사회자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리고, 내 심장도 덩달아 쿵쾅쿵쾅 뛰어 댄다.
“바로!”
이윽고 터지는.
“바로오오오!”
결과.
“럭키데이입니다!”
퍼어엉!
폭죽이 발사되고, 종이 꽃가루가 휘날리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럭키데이! 럭키데이!”
“와아아아아!”
순간 긴장감이 모두 해소되며 맥이 확 풀렸다.
‘아……. 드디어 끝났다.’
나는 그제야 온몸 근육을 잔뜩 긴장시키던 힘을 빼고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와……. 와! 와……. 어떻게? 와…….”
짝짝짝짝.
“이야아아아! 이겼다아아아아!”
수현이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은 아닌지 두리번거리고, 재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뼉을 치고, 라희는 무대 이곳저곳을 전속력으로 뛰어다니며 환호성을 지른다.
“축하해.”
“고생 많았어. 축하한다.”
우리 멤버들은 나름의 방식대로 우승의 기쁨을 누리고, 순위 경쟁을 펼치던 펩카콜라와 리즈홀이 우리에게 축하를 건넸다.
그리고.
주륵.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륵 흘러내렸다.
“어?”
“야, 야. 왜 울고 그래.”
“아이고, 아……. 이럴 생각 없었는데…….”
카메라에 비치는 내 모습이 조금 우스울 것 같았지만, 울컥 쏟아지는 것이 멈추질 않았다.
분명 너무나 기쁜데 주체할 수가 없었다.
“울지 마! 울지 마!”
그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는지 관객석에서 위로가 날아든다.
‘1등……. 1등이구나…….’
대회도 나가 봤고, 콩쿠르도 해 봤다.
혼자서도, 팀으로도 우승은 차지한 경험이 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크게 인정받아서 우승자로, 그 많은 밴드들 가운데서 한순간 가장 빛나는 존재로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기뻤다.
1등에 한이 맺힌 삶을 살아 봤기에 더더욱 그랬다.
“우리 럭키데이의 김루치아노 참가자가 지금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네요. 얼른 진정하고 우승자 인터뷰할 수 있도록 큰 박수로 응원 부탁드립니다!”
“하하하!”
“멋지다, 럭키데이!”
“울지 마라!”
사회자가 살짝 놀리는 투로 격려를 보내고, 관객들도 그에 호응해 주었다.
기쁨과 고마움이 섞이며 진정이 되면서 천천히 눈물이 잦아들었다.
“네, 그러면 우승을 거머쥔 우리 럭키데이의 소감을 들어 보겠습니다.”
트로피, 상금 1억 원이라고 적힌 플래카드, 꽃다발 따위를 한 아름 안아 들고 마이크를 받았다.
큼, 큼 하면서 잠긴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을 시작했다.
“아……. 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1위를 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고, 무대도 잘 꾸밀 수 있었지만 펩카콜라와 리즈홀 형들이 너무 잘해서 솔직히 마지막까지 결과를 짐작할 수 없었거든요.”
다행히 울먹이지 않고 목소리를 잘 낼 수 있었다.
“처음에 오디션 참가를 결정했을 때는 겁이 좀 났습니다. 망신만 당하면 어떡하나. 욕이라도 먹으면 어떡하나.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들이받길 너무 잘한 것 같습니다.”
망설임 없이 나아가자고 결정했던 그때가 너무 고마웠다.
“결국 우승도 했고, 팬도 많이 생겼고……. 저희 럭키데이라는 밴드에게 너무나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상금도 빵빵하다.
더 이상 데모 앨범 제작비에 덜덜 떨던 럭키데이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웅장해지는 느낌이다.
“저희를 좋게 봐 주신 여러분들 덕분에 귀한 시간 주인공이 될 수 있었습니다. 저희에게 주신 환호성, 박수, 응원. 아쉽지 않도록 좋은 음악 들려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와아아아아!”
슬슬 마무리되는 분위기.
하지만 가장 중요한 말이 남아 있었다.
“엄마!”
나는 카메라를 직시하며 소리쳤다.
“우승했으니까 아버지 설득은 엄마가 해 줘야 돼요!”
이제 당당하게 내 음악을 할 때가 된 것 같다.
수십 년의 인내 끝에 드디어.
‘가족들 앞에서 당당하게…….’
세상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큰 기쁨이 가슴속에 가득 차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