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100)
EP.100 준동(2)
백마장군 공손찬은 유주자사 유우가 지배하고 있던 계를 차지한 다음 한복이 있는 업 방향을 향해 진군해왔다.
기주목 한복은 그 소식을 듣고 급히 방어군을 편성했으나, 과거부터 유주에서 수많은 이민족을 척살해온 공손찬을 감당하기에는 버거웠다.
“보고드립니다! 현재 장합 장군이 기주 안평현 부근에서 공손찬과 격돌했다고 합니다!”
“뭐, 뭐라고? 아직 유주에 있어야 할 놈이 벌써 안평현까지 왔단 말이냐?”
한복은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걸 느꼈다.
“공손찬이 안평현을 넘어선다면 그다음은 거록이겠지.”
그리고 거록을 넘어선다면 업까지 금방이다.
오른손으로 이마를 짚은 한복이 문관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원소에게 보낸 사신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나?”
한복의 질문에 근처에 있던 문관이 대답했다.
“조만간 도착할 것이옵니다.”
“부디 좋은 소식이 왔으면 좋겠군….”
한복이 힘없이 한숨을 흘릴 때 전령이 찾아왔다.
한복은 피곤한 낯빛으로 전령을 바라보았다.
“…또 무슨 일이냐?”
“원소 장군의 사신이 도착했습니다!”
“그게 정말이냐?”
전령의 보고를 들은 한복이 환한 표정을 지었다.
한복은 서둘러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망설이는가? 어서 빨리 데려오도록 해라!”
“예!”
전령은 양손을 모으면서 예를 올리고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한복이 보낸 사신의 뒤편에서 한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 비열하고 고집스러운 인상을 지닌 남성은 한복에게 공손히 몸을 숙였다.
“곽도 공칙이라 하옵니다.”
한복은 환영한다는 얼굴로 원소의 사신을 반갑게 맞아들였다.
“오오. 발해 태수의 사신인가? 이거 반갑군.”
“예. 원소 장군의 명을 받아 이곳 업까지 발걸음을 옮기게 됐습니다.”
곽도를 반갑게 맞아들이던 한복은 의문점을 꺼내 들었다.
“내가 보낸 사신에게 답장을 전해줘도 됐을 텐데 어인 일로 이곳까지 오셨소?”
“일개 사신이 결정을 내리기엔 너무나도 무거운 조건이기 때문이지요.”
“…….”
곽도의 말에 한복은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
“그 조건이 무엇이길래 그러시오?”
“원소 장군께서 지원군을 보내는 조건은 단 하나뿐입니다.”
곽도는 한복의 눈빛을 똑바로 마주하며 말을 이었다.
“복속(服屬).”
“……!”
곽도가 내뱉은 단어에 한복은 눈을 부릅떴다.
“원소 장군께서는 그 조건이 아니면 지원군을 파견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곽도의 말이 끝나자 주변에서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기주목! 들을 가치도 없는 제안입니다!”
모두가 적의 어린 눈빛으로 곽도를 바라보았으나 곽도는 태연한 몸짓으로 입을 열었다.
“기주목. 냉정하게 생각해보십시오. 그 백마장군이 업을 점령한다면 기주목을 살려둘 것 같습니까?”
“끝까지 망발을…!”
“그만.”
곽도의 말에 주변 제장들이 욕지거리를 하려 하자 한복은 이를 제지했다.
“하오나 주군…!”
“결정은 이야기를 전부 들은 다음에 내려도 늦지 않다.”
한복의 눈길이 자신에게 향하자 곽도는 공손히 예를 취했다.
“저 북방의 야만족보다도 포악한 공손찬의 성정을 미루어볼 때 그자는 자신의 권력에 위협이 된다 판단하면 가차 없이 칼을 휘두를 인물입니다.”
“그놈은 그러고도 남을 놈이지.”
한복은 고개를 끄덕였다.
천하에서 덕망으로 이름 높은 유주자사를 정말 처형하려고 했던 모습.
공손찬 그자는 뒷일을 생각하고 일을 벌리는 놈이 아니었다.
심지어 유주자사는 한 번 전투를 거친 이후 공손찬에게 항복했다고 하지 않았는가.
항복한 인물에 대한 예우가 그러하다면 자신이라고 해도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반면 제가 모시는 발해 태수 원소 공은 어떻습니까? 모든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는 너그러운 포용력을 보십시오. 원소 장군께서 공손찬보다 못한 면모가 있습니까?”
“…….”
“저희 원소 장군께서는 예우를 섭섭치 않게 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한복은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주군! 도움을 받을 필요도 없습니다! 당장 거절하시지요!”
“그렇습니다! 공손찬 정도야 저희가 잘 대적한다면 능히 몰아낼 수 있습니다!”
한복이 생각에 잠겨있자 주변에 있던 문관들이 입을 모아 거절하라 요청했다.
그러나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항복에 대해 긍정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는 뜻.
곽도는 한복이 좀 더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있도록 쐐기를 박았다.
“아직 고민이 깊으신 모양이군요.”
“…….”
“그렇다면 이건 어떻습니까?”
그리 말한 곽도는 서슬 퍼렇게 웃으며 한복을 바라보았다.
“항복하지 않는다면 원소 장군께서 친히 군을 이끌고 업으로 진군할 것입니다.”
“뭐라고?!”
한복은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금 유주 전체를 차지한 공손찬을 막기 위해서 군사 대부분을 투입했는데, 여기서 원소의 공격을 받는다면 버틸 재량이 없었다.
주변에 있던 제장들도 크게 놀랐는지 일순간 몸이 굳었다.
“잘 생각해보십시오. 공손찬과 원소 장군의 공격을 동시에 받고 얼마나 버티실 수 있겠습니까?”
“으음….”
“기주목께서는 원소 장군과 같이 연합군에 종군한 과거가 있지 않습니까. 원소 장군께 기주를 넘겨주신다면 틀림없이 한복 공은 크게 우대받을 것입니다.”
곽도가 살살 구슬리면서 위협을 섞으니 유약한 심성을 지닌 한복으로서는 제정신을 차릴 겨를이 없었다.
“…자네들이 대답해보게. 원소가 공손찬과 같이 공격해올 경우 우리 세력이 버텨낼 수 있겠는가?”
“…….”
항복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던 문관들이 입을 다물었다.
본래라면 한복은 원소에게 군량 보급을 끊은 다음 원소군을 천천히 말려 죽일 계획이었다.
허나 그 계획은 대장군이 낙양에 있던 원씨 일가에게 관대한 처사를 내리면서 모든 것이 수포가 되었다.
원소 휘하에는 공손찬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맹장들이 포진해있다고 하니 맞서 싸워도 분명 패배하리라.
한복은 목소리를 살짝 떨면서 말했다.
“정녕 방법이 없는 건가….”
“…….”
본래의 역사였다면 한복이 항복하는 것에 반대 의견을 내보였을 책사들은 침묵을 지켰다.
원소의 병사들이 오합지졸이냐 물으면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고, 휘하에 뛰어난 장수가 없느냐 하면 그것도 또 아니다.
평소 원소를 흠모하며 먼 곳에서부터 찾아오는 인원이 있을 정도로 명성이 드높고, 부유한 가문의 지원에 힘입어 자기들끼리 버틸 수 있는 병량도 확보했다.
최근 한복 휘하에 있는 국의라는 장수가 반란을 일으켜 내부조차 어수선했으니, 책사가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대책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래. 요 임금의 일화처럼 덕망을 헤아려 훌륭한 인물에게 지위를 양보하는 것은 천하가 귀히 여기는 면모다.”
자신이 한때 원씨 일가의 관리로 일한 것을 떠올리며 한복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소 장군에게 전해다오. 기주를 그대에게 넘기겠다고.”
“잘 생각하셨습니다.”
곽도는 한복에게 예를 갖추며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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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해에서 낭보를 기다리던 원소는 사신으로 찾아갔던 곽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곽도는 원소에게 공손히 예를 올렸다.
“기주목 한복은 원소 장군께 항복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곽도의 보고를 들은 원소는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휘하 문관들의 예상대로, 또 원소 자신의 예상대로 심약한 성정을 지닌 한복은 조금 위협을 섞으면서 회유하자 곧바로 항복해왔다.
“나중에 따로 보상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물러나세요.”
원소의 명령에 곽도는 공손한 태도로 자리를 벗어났다.
공손찬에게 밀서를 보내 한복을 공격하도록 설득하고, 한복에게 반감을 품고 있던 국의를 선동하여 반란을 일으키게 했다.
세력의 안팎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으니, 능력이 부족한 한복으로서는 당해낼 재간이 없었으리라.
어쩌면 마음 깊숙한 곳에서 누군가 자신을 보호해주길 바랐겠지.
맹덕은 요즘 연주목에 임명된 다음 연주 지방을 천천히 정리하고 있다 하던가.
최근 예주에 자리 잡은 원술과 사이가 좋지 않다 들었으니 연주를 삼킨 다음에는 분명 예주로 손길을 뻗칠 것이다.
조조.
연합군 시절 자신과 더불어 대장군을 적극적으로 적대하지 않은 자신의 벗.
천하가 혼란스러운 이런 시대에서 그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모두를 이끌 수 있는 강인한 군주였다.
맹덕은 그때 무엇을 보고 있었을까.
오랫동안 벗으로 지낸 자신도 맹덕의 속마음을 알 수 없었다.
원소는 미래에 조조가 차지할 구역을 떠올려보았다.
“연주와 예주라….”
원소는 조조가 원술을 몰아내고 예주 방면을 장악할 것이라는 걸 이미 확정 짓고 있었다.
천하의 중심을 차지한 조조를 떠올리며 원소는 미소지었다.
“제가 맹덕에게 밀릴 수는 없죠.”
이제 기주의 지배자가 누가 될 것인지를 두고 공손찬과 자웅을 겨룰 차례였다.
백마장군 공손찬.
과거부터 병사를 이끄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이며 이민족과 숱한 전투를 치러왔던 쉽지 않은 상대.
공손찬을 기주에서 몰아내면 자신도 조조처럼 주목의 작위를 받을 수 있으리라.
그는 분명 그럴 인물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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