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104)
EP.104 준동(6)
자신의 동생 공손월이 전사한 것을 빌미로 광종현 부근에 자리 잡은 공손찬은 원소가 군을 이끌고 출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의외로 고민 없이 싸움에 응하는군.”
“형님이 물러나지 않을 것이란 걸 눈치챘나 봅니다.”
공손찬 곁에 있던 공손범이 말을 받아주었다.
“그래도 무언가를 보내면서 화해를 한 번 청하지 않을까 생각했거늘.”
공손찬이 살짝 아쉬운 표정으로 중얼거리자 공손범은 또다시 입을 열었다.
“기주 좀 집어삼켰다고 형님과 겨뤄볼 수 있다고 착각하는 모양입니다.”
“…하하! 과연 그 말이 맞구나.”
공손범의 아부에 공손찬은 기분이 좋은 듯 한 번 웃었다.
“네 말이 맞다. 병력이 많이 늘어나니 없던 자신감도 생길 수밖에 없지.”
기주의 총 병력을 떠올리던 공손찬은 자신의 턱수염을 살짝 쓰다듬었다.
“기주목 한복이 내게 여러 번 패배하고도 아직 보병 수만 명은 남아있다 들었다.”
“거기에 원소가 발해에서 개인적으로 육성한 병사들까지 합치면 십만에 가깝겠군요.”
공손찬은 공손범의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
“십만이라…. 유주자사라며 내게 거들먹거리던 년과 비슷한 숫자군.”
“하핫! 듣고 보니 그렇습니다.”
“참 우스운 년들이야. 전쟁은 숫자 놀음으로 하는 게 아닌데 말이지.”
수도에서 정치만 하던 년들이라 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모르는 모양.
“겁을 먹고 뒤에 숨어만 있던 년이 전쟁에 응한다라….”
연합군 시절 원소가 뒤에서 몸만 사리던 걸 떠올리던 공손찬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정릉이 이끄는 군은 무섭고, 내가 이끄는 군은 무섭지 않단 뜻인가?”
이거 괘씸해서 안 되겠군.
“공손범. 너는 다시 한번 진영을 둘러보면서 군을 재정비해라.”
“알겠습니다!”
공손범은 공손찬의 명을 받들며 자리를 벗어났다.
“그래. 원래 직접 한 번 당해보지 않곤 모르는 법이지.”
그러니까 내가 직접 알려주겠다.
공손찬은 서슬 퍼런 눈빛으로 원소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내 이름을 들을 때마다 벌벌 떨도록 만들어주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원소가 이끄는 10만 대군이 광종현에 도달했다.
평지에 길게 늘어져 있는 원소군을 바라보며 공손찬이 감탄사를 흘렸다.
“저게 원소군인가? 확실히 규모가 거대하긴 하군.”
저게 바로 기주라는 지역의 저력인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점점 더 탐이 나는 지역이었다.
찬찬히 원소의 진형을 뜯어보던 공손찬은 살짝 의구심이 들었다.
“…선발대인가?”
일자로 늘어진 원소군의 한가운데 유독 앞으로 돌출되어있는 부대.
그 부대의 병사들은 모두 화살을 막기 위해서인지 자신의 몸을 대부분 가리는 거대한 방패를 들고 있었다.
“형님의 백마의종을 의식한 듯한 모습이군요.”
“…흐흐.”
재정비를 끝마치고 돌아온 공손범이 의견을 내뱉었다.
공손범의 의견을 들은 공손찬이 원소군을 바라보며 비웃음을 흘렸다.
“우습군. 방패가 있다고 해서 화살을 완전히 막아낼 수 있는 건 아닐 텐데.”
방패라는 것은 내구성이 존재하는 소모품이다.
아무리 공격을 버텨낼 수 있다고 한들 화살이 방패를 뚫고 손에 박힌다거나, 너덜너덜해져 쓸 수 없게 되는 것이 다반사.
화살이 호우처럼 쏟아진다면 결국 무너져내릴 것이 자명하거늘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진형을 이탈해 선두에 섰단 말인가?
“우리에게 화살이 얼마나 있는지 시험이라도 하고 싶단 건가?”
“그런 것 같습니다.”
“하하하하!”
공손범이 자신의 말을 받아주자 공손찬은 유쾌하게 웃었다.
“화살 꼬치가 되고 싶다는데 들어줘야겠지.”
공손찬은 공손범을 바라보며 크게 외쳤다.
“공손범!”
“예!”
“엄강에게 전달해라! 겁도 없이 선두에 서 있는 놈들에게 화살 맛을 보여주라고!”
“알겠습니다!”
공손범이 주변에 있던 전령에게 명령을 그대로 전달했다.
전령이 읍을 올리고 물러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선두에 있던 백마의종이 함성을 지르며 전방으로 움직였다.
──────────
군을 모아 거록 광종현까지 도달한 원소의 군대는 공손찬이 이끄는 부대와 맞닥뜨릴 수 있었다.
원소가 약간 거리를 두고 공손찬의 군대를 살펴보고 있을 때 곁에 있던 부관이 말했다.
“저게 바로 공손찬이 자랑하는 백마의종인 모양입니다.”
“…….”
부관의 말대로 공손찬군의 전열에는 백마를 탄 기병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수천 명의 기병이 서로 똑같은 흰색 말을 타고 진형을 이룬 모습은 꽤 장관이었다.
그를 지켜보던 원소가 한 인물을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제가 받은 보고가 맞다면 공손찬은 먼저 백마의종을 출진시키겠죠?”
“그렇습니다.”
기주목 한복이 항복하면서 원소의 휘하로 들어온 전풍이 곁에서 말했다.
“백마의종을 마치 날개처럼 펼쳐 선두에 있는 병사들에게 화살을 쏟아부을 겁니다.”
전풍의 대답을 듣고 잠시 고민하던 원소가 군의 선발대를 바라보았다.
저 부대는 자신만만하게 백마의종을 무찌를 수 있다 호언장담한 장수가 이끌고 있었다.
‘…국의라 했던가요.’
원소는 자신의 밀서를 받자마자 한복 휘하에서 반란을 일으킨 장수의 이름을 떠올렸다.
방패를 든 창병 일부와 강노를 든 병사 일부를 자신에게 내어준다면 기병들이 꽁지에 불붙은 것마냥 달아나는 꼴을 보여주겠다 호언장담한 장수.
‘그 넘치는 자신감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면 좋겠군요.’
일자로 늘어진 원소군의 진형을 벗어나 자신의 군과 함께 선두에 자리 잡은 국의는 차분하게 공손찬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서로 적을 노려보며 대치하기를 몇 분.
“저 겁쟁이들에게 전투가 무엇인지 직접 알려주거라──!!”
와아아아───!!
공손찬의 장수가 호령하는 것과 동시에 선두에 있던 백마의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백마를 탄 수천 명의 기병이 한꺼번에 말을 몰자 마치 지축이 뒤흔들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선두에 있던 창병들이 자신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리며 손을 살짝 떨었다.
“겁먹지 마라──!!”
백마의종이 고함을 지르며 다가오자 선발대를 이끌던 장수는 주변 병사들을 독려했다.
“내가 명령한 대로만 움직이면 이길 수 있다! 몸을 최대한 숙이고, 방패를 들어 화살을 대비해라!”
“예!”
“저 겁쟁이들은 결코 우리에게 돌진하지 못한다! 화살만 막으면 된다!”
그렇다. 결국 저 말처럼 백마의종은 기마 상태로 활을 쏘는 것에만 집중한 궁기병이었다.
“너희 손에 방패가 들려있는데 화살이 뭐가 두려우냐! 그렇지 않은가!”
“그렇습니다─!”
병사들은 두려움을 잊으려는 듯 크게 소리 질러 대답했다.
그래. 적어도 중기병과 정면충돌하는 것보다는 낫다.
화살만 막아내면 이길 수 있다.
병사들이 마음을 굳게 다잡으며 손에 들고 있는 방패를 꽉 쥐는 사이에도 백마의종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어느샌가 지척까지 다가온 백마의종이 활을 들고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온다─! 대비해라──!!”
선발대를 이끄는 장수, 국의가 크게 외쳤다.
그와 동시에 백마의종은 시위를 놓았고, 수많은 화살이 발사됐다.
수천 명이 동시에 발사한 화살들.
그 화살들은 마치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리며 병사들을 공격했다.
“끄아악!”
“으악!”
운이 없는 병사 몇 명은 미처 방패로 가리지 못한 틈 사이로 화살을 맞았고, 더 운이 없는 병사는 방패가 화살에 관통당하며 비명을 질렀다.
백마의종은 날개처럼 진형을 펼친 채 거리를 두고 일방적으로 화살을 쏘아댔다.
화살을 맞고 적은 숫자씩 차근차근 줄어가고 있는 방패병들.
그 광경을 마주한 부관이 국의에게 급히 외쳤다.
“장군!”
“아직이다! 더 끌어들여야 한다!”
국의는 부관의 걱정을 단번에 일축했다.
“지금 움직여봤자 금방 달아날 뿐이다! 조금만 더 버텨라!”
국의는 거듭 소리치며 병사들을 연신 독려했다.
백마의종은 서서히 다가오며 계속 화살을 쏘아댔고, 창병들은 이를 악문 채 방패를 들고 버텨냈다.
그렇게 백마의종이 수십 보에 이를 정도로 가까이 다가오자, 국의는 지금이 기회라 생각하고 명령을 내렸다.
“지금이다! 창병들─! 돌격해라─!”
와아아아───!!
국의의 명령이 떨어지자 수천 명의 창병은 함성을 내지르며 앞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얼핏 보면 마지막 발악이라 생각할 수 있는 행동.
이대로 둬봤자 백마의종은 창병들을 비웃으며 말을 몰고 달아나 계속 화살을 쏘아대겠지.
하지만 국의가 아무런 생각도 없이 이런 명령을 내린 것이 아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부관이 국의를 바라보았다.
국의는 고개를 끄덕이곤 근처에 있던 부대와 함께 동시에 움직였다.
원소에게 부탁해 자신 휘하에 편입한 하북 강노병들.
방패를 든 창병 뒤에 숨어있던 강노병들은 두 부대로 나뉘어 각각 좌측과 우측에 자리 잡은 채로 국의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국의가 크게 외쳤다.
“발사해라─!”
슈슈슈슈슝──!!
백마의종이 발사한 것과 비교도 안 되는 속도로 화살이 쏘아져 나갔다.
“으아아악!”
“저, 저게 무슨…! 커억!”
돌진해오는 창병들에게 시선이 쏠려있던 백마의종은 강노병이 발사한 활을 맞고 우수수 죽어 나갔다.
“우리 아군이 받은 화살의 몇 배만큼 되돌려줘라!”
수많은 강노병이 발사하는 화살들이 백마의종과 그를 보조하기 위해 돌진하던 창기병들을 어렵지 않게 꿰뚫었다.
공손찬이 자랑하는 정예 기병들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생각도 못했던 쬬 이미지를 받아 기분이 좋은 작가입니다.
공지사항이 추가됐으니 한 번 가셔서 확인해보세요!
그럼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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