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110)
EP.110 대련(4)
내가 성사시킨 마초와 장비의 대련을 보고 사방에서 이를 구경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소란을 제일 먼저 눈치채고 먼저 모습을 드러낸 장수들은 물론, 근처 병영에서 자유 시간을 만끽하던 병사들도 스리슬쩍 몰려들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연병장이 북적북적해지자 장비와 마초가 서로를 바라보며 더욱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근처에 구경꾼이 많으면 기분이 달라지긴 하지.
장비가 살짝 곤란하다는 기색을 드러냈다.
“지금 지면 엄청 창피하겠는데….”
“…….”
장비의 혼잣말에 마초는 침묵을 지키며 무기를 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장비는 그런 마초의 행동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너 슬슬 힘들지 않냐?”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데요.”
“그래?”
본래 성격이 나온 마초가 퉁명스럽게 내뱉자 장비는 씩 웃더니 다시 한번 마초에게 달려들었다.
카강!
서로의 창이 맞부딪치자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가 보기엔 여전히 팔팔해 보였으나 마초와 직접 맞붙는 장비는 다르게 느낀 모양이었다.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살짝 힘 빠진 것 같은데?”
“……!”
청은색과 칠흑색이 어지럽게 휘날리며 마초와 장비의 대련이 격화되기 시작했다.
장비가 창을 번쩍 들어 올리더니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었다.
쩌엉─!
“윽!”
자신의 창대로 장비의 공격을 막아낸 마초가 신음을 흘렸다.
무슨 몽둥이도 아니고 연습용 창을 저렇게 막 다루냐.
이 대련 끝나면 저 창 못 쓰게 생겼다.
마초가 생각보다 더 잘 버티고 있었으나 역시 경험의 차이는 무시할 수 없는지 단 한 번도 장비를 상대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자신의 애병인 장팔사모를 사용하는 상태도 아닌데 마초를 저리 밀어붙이다니.
역시 장비가 만인지적이라 불리는 이유가 있었다.
내가 장비의 무력에 감탄하고 있을 때 마초를 상대하던 장비가 고개를 돌려 나를 홱 돌아보았다.
“이만하면 충분히 어울려 줬으니 끝낸다?!”
“……?”
난데없는 장비의 물음에 나는 갈고리를 띄웠다.
내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일부러 수준을 좀 낮춰서 마초와 어울려 준 걸까?
그렇게나 서여와 한 판 붙고 싶었나.
뭐 이 정도 했으면 마초에게도 좋은 경험이 됐을 테니 나는 마음대로 하라는 뜻을 담아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내 행동을 확인한 장비는 입가의 웃음이 더 진해지더니 마초를 더욱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본인 말마따나 수준을 낮춰 마초를 상대해준 것이 맞았는지 마초는 이제 장비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조차 힘든 모양이었다.
챙!
결국 마초는 장비의 공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자세가 무너지며 일순간 비틀거렸다.
거기서 승자가 결정됐다.
“끝.”
“…….”
장비는 훤히 드러난 상대의 빈틈을 그냥 넘어갈 정도로 실력없는 장수가 아니었다.
자신이 자세를 미처 바로잡기도 전에 코앞까지 들이 밀어진 창끝을 바라보며 마초는 휴우 한숨을 내뱉었다.
“이제 그 아저씨도 내 상대가 안 되는데 어디서 또 이런 사람이….”
“내가 대단하기는 하지.”
마초의 말에 장비가 어깨를 으쓱이곤 마초 코앞까지 들이민 창을 거둬들였다.
그 아저씨가 누구지.
설마 염행을 말하는 걸까?
나는 서량에서 마초에게 흠씬 두들겨 맞았을 염행에게 살짝 묵념을 보냈다.
“이제 약속대로 한 번 붙는 거지?!”
의기양양하게 자신을 뽐내던 장비는 마초를 뒤로하고 내게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나는 잠깐 주변을 둘러보았다.
장료와 관우는 뭔가 죽이 잘 맞는지 벌써 친근한 기색으로 대화를 나눴고, 서황은 방금 장비와 마초가 했던 대련을 복기하는 모양인지 눈을 감고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래. 뭐 상관없…….”
주변에 모여있는 면면들을 보면 내가 위험하겠다 싶을 일은 없어 고개를 끄덕이려는 순간이었다.
“잠깐만.”
“……?”
그때 내 옆에 앉아있던 여포가 앉아있던 몸을 일으키며 장비를 바라보았다.
“붙긴 누구와 붙어?”
대화에 끼어든 여포가 자신 앞을 가로막자 장비는 의아한 목소리를 냈다.
“대장군 호위 장수하고 붙으려는 건데?”
“…쟤하고?”
“그래.”
우뚝 몸을 일으킨 여포는 서여를 가리키곤 고개를 가로젓더니 다시 내 옆에 앉았다.
“난 또. 정릉한테 싸움 거는 줄 알았네.”
왜 갑자기 나서는가 했더니 그것 때문이었나.
아무리 대련이라고 한들 내가 저 인간 흉기하고 맞붙었다간 아주 큰일이 날 거다.
내 신체 내부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겼는지 여기 있는 모두가 알게 되겠지.
여포도 서여처럼 내 안위를 지키는 것에 대해 아주 극성이었으니 주어가 빠진 장비의 말에 이렇게 반응하는 것도 이상한 게 아니었다.
“그래. 한번 붙어봐. 얼마나 버틸지 참 기대되네.”
“…엄청나게 얕보이는 기분인데.”
장비가 살짝 얼굴을 찌푸리자 여포는 비꼬는 듯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왜. 불만 있으면 나하고 다시 붙어보든가?”
“아니 이 꼬맹이가 진짜.”
“…꼬맹이?”
누가 여포와 장비 아니랄까 봐 잠깐 대화를 나누는 그사이에 서로 으르렁거렸다.
성깔 하나는 아주 끝내주는 둘이었기에 이대로 내버려 뒀다간 또 치고받고 싸울 것이 눈에 훤했다.
장비가 여포를 바라보며 당당하게 외쳤다.
“내가 겁이라도 먹을 줄 알았냐? 덤벼 이 꼬꼬마 같은 년아! 이번에는 내가 이긴다!”
“하! 웃기시네! 한 번으로는 부족했나 본데, 이 기회에 아주 박살을….”
“그만해라 그만.”
한숨을 내뱉은 나는 흥분하기 시작한 여포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내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여포는 화들짝 놀라면서 그대로 몸이 굳었다.
나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여포야. 이번엔 네가 잘못했다. 왜 먼저 시비를 걸고 그러냐.”
“그, 그건…….”
여포도 할 말이 궁한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면서 안절부절못했다.
나는 사고뭉치 아이를 둔 부모의 심정으로 장비에게 말을 걸었다.
“내가 대신 사과하마.”
“어…. 그렇다면야 뭐…….”
내가 이렇게 나오자 장비도 얼떨떨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은 약속이니 들어줘야겠지. 지금 서여와 붙을 거냐?”
“어어….”
장비는 여전히 얼빠진 표정으로 긍정했다.
“알았다.”
나는 내 바로 근처에 있는 서여에게 눈짓을 보내자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서여는 장비에게 천천히 다가가 자신이 들고 있던 장팔사모를 건네주었다.
“흔치 않은 기회니까 후회 없이 싸워봐라. 요즘 서여가 어지간하면 대련을 잘 안 해주거든.”
“…그래.”
진짜다.
도전을 받아주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그게 계속되니까 호위 업무에 차질이 생긴다면서 서여는 대련 신청 자체를 아예 무시하고 있었다.
…잘 생각해보니 원래 이랬던 것 같은데.
그래도 대련을 시작하면 상대 수준에 맞춰서 적당히 상대해줬으니 다행이다.
“잘하고 와라.”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손을 뻗어 서여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줬다.
서여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곤 장비와 같이 연병장 중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그를 지켜보다가 내가 앉아있던 자리로 다시 돌아왔다.
“그…. 화났어?”
방금 있던 자리에서 그대로 앉아있던 여포는 내 눈치를 살살 살피며 몸을 꼼지락거렸다.
마치 부모에게 혼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어린아이 모습이라 나는 살짝 장난기가 동했다.
“어떨 거 같아?”
“어어….”
내가 웃으면서 질문을 던지자 여포의 얼굴에 식은땀이 맺혔다.
“그게…. 으음….”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한 여포의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지금 여포의 모습과 적절히 들어맞는 비유가 뭐가 있을까.
그래.
애인에게 ‘정말 몰라서 물어?’ 말을 들은 남성의 모습과 딱 비슷할 것 같다.
‘모르겠는데?’하면 ‘그걸 말해줘야 알아?’라 말하고, ‘미안해.’하면 ‘뭐가 미안한데?’라 말하는 가드 불능기.
예시만 들었는데도 정신이 어질어질해진다.
내 마음을 모르는 여포 입장에서는 지금 그 남성이 어떤 심정인지 이해하지 않을까.
“…그…….”
여포가 몸을 살짝 떨면서 겁먹은 다람쥐처럼 나를 올려다보았다.
더 압박을 줬다간 여포가 정말 울 것 같았기에 나는 웃으면서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
“화 안 났어.”
내 갑작스러운 행동에 의문을 드러내던 여포는 내 말을 듣고 안색이 살짝 환해졌다.
“정말?”
“그래.”
나는 여포에게 기운 좀 차리라는 뜻을 담아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줬다.
“화는 안 났는데 다음부턴 아무한테나 시비 걸고 다니면 안 된다?”
내가 웃으면서 말하자 여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세차게 끄덕거렸다.
“세상에. 그 천하무쌍 여포 장군이 저렇게….”
“우리 주군이 여자 다루는 것 하나는….”
“역시 그 점을 동경하게….”
주변에서 이 광경을 구경하고 있던 병사들이 수상한 목소리로 쑥덕거렸다.
너희는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나 많다니….”
마초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었다.
나는 시선을 돌려 서여와 신나게 겨루고 있는 장비를 바라보았다.
주변에서 대련을 구경하던 병사들은 흥이 오르는지 환호성을 질러댔고, 장비도 대련이 즐거운 모양인지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서여는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이상하게 나도 차분해지는 듯한 무표정.
저 표정을 볼 때마다 기분이 묘하단 말이지.
나는 주변을 쭉 둘러보곤 활기 넘치는 광경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시끌벅적하니 만족스러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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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ω-)졸리다
(| : |)
.し~っ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