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115)
EP.115 칙사(4)
“아, 이제 끝나셨네요.”
황제와의 알현을 마치고 바깥으로 나오자 사마의가 종종걸음으로 내게 다가왔다.
“잘 풀리셨나요?”
“그래.”
사마의는 무언가를 기대하는 듯이 고개를 쑥 내밀고 나를 바라보았다.
“…….”
“…….”
나는 한동안 사마의와 시선을 마주하다가 툭 내뱉었다.
“고맙다.”
“별거 아닌데요 뭘.”
내 감사 인사에 사마의는 곧바로 의기양양한 기색을 드러냈다.
누가 어린아이 아니랄까 봐 칭찬받는 걸 엄청나게 좋아했다.
나로서는 귀여우니까 상관없는데….
내가 속으로 생각을 이어나가는 사이 사마의가 말을 이었다.
“다음에도 도와드릴 수 있으니 마음껏 말씀하세요.”
“으음….”
괜찮으려나.
사마의의 말에 나는 침음성을 흘렸다.
폐하에게 상소를 올리는 경우만 제외하면 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주고받는 편지는 제외하고 공식적인 문서만 도움을 받으면 되겠지.
아주 잠깐 침묵을 지키던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 잘 부탁한다.”
“…살짝 반응이 애매한데요.”
내가 잠깐 침묵을 지켰던 게 신경 쓰였는지 사마의가 눈가를 게슴츠레 좁혔다.
“솔직하게 말해봐요. 무슨 일 있었죠?”
“…….”
이걸 말해도 괜찮을지 모르겠네.
사마의의 질문에 내가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자 사마의는 퉁명스레 말했다.
“맨날 저 보고 대단하다 어쩌다 해놓고선…….”
내 기분 탓인지 모르겠으나 그 퉁명스러운 말속에 살짝 침울한 기운이 섞여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나오면 말할 수밖에 없다.
“알았어. 얘기해줄게.”
“…정말이죠?”
내가 멋쩍은 표정으로 입을 열자 사마의가 다시 평소처럼 돌아왔다.
“그렇다면 빨리 이야기해줘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
사마의는 한시라도 빨리 말해달라는 듯 나를 보챘다.
“그게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냐면….”
나는 잔잔한 목소리로 방금 있었던 일을 전부 설명해줬다.
이제 황제를 알현할 때 신발을 벗을 필요가 없고 종종걸음으로 갈 필요도 없다는 일.
내가 이에 당혹해하며 명을 재고해달라 하자 패검 이야기까지 꺼내며 나를 침묵시켰던 일.
내 입에서 이 두 가지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사마의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추창(趨蹌)을 할 필요가 없고…. 신발을 벗을 필요가 없으며…. 패검(佩劍) 허락까지…?”
“패검은 아니야.”
“그래도 이건…. 으음….”
내가 정정해줬음에도 사마의는 충격이 가시질 않는 모양이었다.
그때 사마의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설마 황제 폐하를 핍박하신 건 아니죠…?”
“큰일 날 소리 하지 마라.”
나는 사마의의 물음을 곧바로 부정했다.
내 하늘에 맹세코 황실의 권위를 존중하면 존중했지 결코 황실을 핍박한다거나 권력을 빼앗는 일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폐하께서 내게 권력을 쥐어주려 하시니 걱정될 뿐이다.”
“…….”
내 떳떳한 반응에 사마의는 잠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무슨 생각을 하나 싶어 사마의를 잠깐 기다려주자 사마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혹시 대장군보다 더 높은 관직을 원하시나요?”
“아니.”
나는 바로 대답했다.
“이 자리만 해도 온갖 피곤한 일이 다 일어나는데 여기서 더 올라가라고?”
예전에도 말한 적 있지만 관직이 높을수록 신경 써야만 하는 것이 너무나 많았다.
무엇을 할 때마다 다른 사람들 눈에 그게 어떤 의도로 보일지 생각하고,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전부 조심하며 다녀야 했다.
내가 대범하게 행동한다곤 하지만 주변의 눈치를 아예 안 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절대 올라가고 싶지 않아.”
“단호하시네요.”
내 대답을 들은 사마의가 그리 말하고 평소와 같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렇다면 조심하세요. 삐끗하다간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으니.”
사마의의 경고에 나는 의아한 기색을 보였다.
지금 내가 앉아있는 대장군보다 더 높은 관직이라….
흔히 후한 말 최고위 관직이라 불리는 삼공(三公)도 시대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대장군과 거의 비슷한 취급이었다.
그러므로 대장군보다 확실하게 높다 말할 수 있는 관직이라면 하나밖에 없지.
“승상(丞相) 말하는 거야?”
“네.”
내 질문에 사마의는 고개를 끄덕였다.
승상(丞相).
본래 역사에서 조조와 제갈량이 했던 그 관직이 맞다.
대장군이 군사의 통수권을 관장한다면 승상은 그것까지 포함해서 아예 행정 전반까지 관장하는 엄청난 관직이었다.
그러나 내가 사마의의 말에 의아한 기색을 드러낸 이유가 있었다.
“지금 승상 제도는 폐지됐잖아.”
승상은 황제를 제외하고 대적할 자가 없다 봐도 좋을 압도적인 관직이었으나 전한 말 승상 제도가 폐지되고 대신 삼공 체제가 도입되었기에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관직이었다.
그냥 승상이 가진 권력을 쪼개서 삼공으로 만들었다 보면 된다.
황제도 승상이라는 관직이 너무 많은 권력을 가졌다는 걸 인지한 것.
그러니까 승상을 반으로 갈라버리는 것도 아니고 셋으로 갈라버리지.
각각 사도(司徒)가 민정과 교육, 사공(司空)이 수리와 토목, 사마(司馬)가 군정 업무를 담당했다.
얼핏 보면 사마(司馬)와 대장군의 역할이 겹친다 볼 수 있으나 사마(司馬)는 대장군처럼 병권을 지휘할 수 있는 권리가 없었다.
“나는 승상 제도를 되살릴 생각이 없는데?”
전한 말 폐지되었던 승상 제도.
본래 역사에서는 대장군에 앉은 조조가 승상 제도를 되살렸으나 이 세계에서는 이미 내가 대장군에 앉았으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승상 제도를 되살려서 어디다 쓰겠나.
지금 한나라가 흔들리는 이 상황에서 승상 제도를 되살린다는 건 천하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오해를 사기 좋은 행동이었다.
황실을 보필한다는 인물이 권력을 너무 많이 가졌는데?
대장군이면 충분할 텐데 굳이 승상 제도를 부활시킬 필요까지 있나?
저거 아무래도 좀 수상해?
이 비슷한 말들을 내뱉으며 계속 뒤에서 쑥덕거리겠지.
황제가 그만큼 나를 밀어주고 있다 생각할 수 있겠으나, 황실의 권위가 흔들리는 난세에서 그렇게 생각할 인원은 적을 것이다.
황제도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터.
그렇기에 날 승상 자리에 앉히는 행동은 보이지 않을 거다.
“만약 천하가 안정된다면요?”
“응?”
“이제 저희에게 대적할 세력이 거의 없고, 통일이 눈앞에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나는 사마의의 물음에 입을 다물었다.
그건 확실히 위험하다.
내 반응을 본 사마의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애초에 승상이라고 한들 추창을 할 필요가 없다거나 패검을 허락하는 행동까지 보이진 않아요.”
“그랬었나?”
“네.”
사마의가 단언했다.
나는 최대한 기억을 되살려봤다.
황제에게 예법을 취할 필요가 없었다와 비슷한 문장을 삼국지에서 본 기억이 있었는데….
내가 기억을 떠올리려 하며 끙끙대고 있을 때 사마의는 말을 이었다.
“황제를 알현할 때 예(禮)를 보일 필요가 없다는 건 직위가 가장 존귀한 대신을 위한 특별 대우죠.”
맞네.
나는 사마의의 설명을 듣자 기억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황제에게 예법을 취할 필요가 없었다와 비슷한 문장을 본 적이 있었다.
동탁이 황제를 핍박하여 강제로 상국(相國)에 올랐을 때가 바로 그러했다.
“그때가 된다면 때마침 어지러운 천하를 안정시킨 큰 공도 있으니 상국(相國)이 될 수도 있을걸요?”
“…….”
상국(相國).
내가 방금 전에 승상이 어떻다 하며 띄워줬지만 신하가 오를 수 있는 최고의 관직은 바로 상국(相國)이었다.
그 권위가 너무 높아 한나라를 세운 개국 공신인 소하와 조참 이후 비어있던 때가 더 많은 벼슬.
승상이 나라의 이인자라면 상국은 아예 또 다른 황제라 볼 수 있을 정도로 권위가 엄청나게 드높은 관직이었다.
나는 상국이 된 나 자신을 한번 떠올려봤다.
시간이 흘러 성장한 폐하가 내게 웃으며 상국의 벼슬을 내려주고, 주변 모든 무관과 문관들이 이를 찬양하는 장면….
……되게 이상해 보이는데.
승상도 안 어울리는데 상국?
나는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정말 그런 때가 온다면 내가 할 일은 하나뿐이지.”
“…어떤 건데요?”
사마의는 내게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사직할 거야.”
흔히 관직에서 물러나는 것을 뜻하는 용어.
평화가 찾아왔으면 미련 없이 손을 털고 평생 놀고먹을 계획이었다.
가끔 모습을 드러내 어흠 헛기침도 내뱉으며 나 때는 말이야 꼰대질도 좀 하고.
지금까지 해온 게 있는데 죽을 때까지 논다 한들 누가 뭐라 하겠는가.
아주 완벽한 계획이었다.
“정말 그게 가능할 거라 생각해요?”
“…….”
사마의가 나를 보며 툭 쏘아붙였다.
───사직을 청하였으나 윤허하지 않았다.
왜 갑자기 이 문장이 떠오르는 걸까.
나는 괜스레 불안한 예감이 들어 침묵을 지켰다.
“절대 안 되죠.”
그때 사마의가 내게 소름 끼치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달아나려는 순간 제 몸을 질질 끌어서라도 붙잡을 거에요.”
사마의의 말투에서 혼자 죽지 않겠다는 강인한 의지가 느껴졌다.
……야반도주도 계획에 넣어두는 게 낫지 않을까.
한동안 관직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던 사마의는 다시 본론으로 돌어왔다.
“그래서 결국 제 제안을 고민하신 이유가 뭔가요?”
“아. 그거.”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곧이 곧대로 말했다간 꽤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 같은데.
나는 생각을 거듭 정리하며 어찌 말해야 후폭풍이 적을지 고민에 빠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비공개 님! 13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감사의 춤!
∧,,∧
(・ ω・)
(っ )
( __フ
(_/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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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폐하의 화력이 의외로 대단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