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118)
EP.118 조숭(3)
“주군. 연주목의 군대가 서주까지 침입했다 합니다.”
“…낙양에서 온 내용대로군.”
서주 관아에서 인재들을 모아놓고 정사를 의논하던 도겸은 문득 들어온 보고에 낯빛을 굳혔다.
도겸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달은 조굉이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그는 최근 도겸에게 아첨을 떨며 상석에 앉은 인물 중 하나였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출진하여 맞서면 그 조맹덕이라 한들 겁먹은 강아지처럼 꼬리를 말고 도망칠 것입니다!”
조굉이 그리 외치자 조굉과 마찬가지로 도겸에게 아첨을 떨던 무리가 하나둘 조굉에게 호응하기 시작했다.
“그 말이 맞습니다! 명령만 내려주신다면 저희가 서주의 정예병들을 이끌고 날이 바뀌기도 전에 조맹덕의 군대를 쫓아내겠습니다!”
타고난 성정이 악해 남을 헐뜯고 사악한 짓을 즐겨하는 무리가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서주를 지배하는 도겸이 그 무리를 총애하였으니, 진정으로 서주와 백성을 걱정하는 이들은 참언조차 하지 못하고 눈치만 살필 따름이었다.
잠시 무언가를 고민하던 도겸이 입을 열어 고했다.
“아니, 일단 연주목이 서주에서 무슨 행동을 할지 지켜보겠다.”
“과연 주군의 혜안이 돋보이는 현명하신 판단이옵니다!”
도겸이 그리 결정을 내리자 조조에게 맞서 싸우겠다며 아첨을 떨던 무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도겸을 소리높여 칭송했다.
도겸 그는 세력을 일으킨 여타 다른 군웅들처럼 크나큰 야망을 품고 있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세력권에 다른 세력이 군을 이끌고 들어왔는데도 침묵을 지키는 이유는 간단했다.
도겸 자신이 거절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선물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주연을 열어 도적떼를 이끌던 궐선을 죽였다는 소식이 퍼지자마자 대장군은 곧바로 자신에게 사신을 보냈다.
대장군이 보낸 사신은 황실의 핏줄을 상징하는 흑발 흑안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 외모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대장군께서는 서주자사께서 도적들을 진압하신 것에 크게 기뻐하셨습니다.
──허허, 나라의 녹을 받는 관리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네.
도겸의 겸양에도 사신으로 온 여인은 빙긋 미소지으며 듣기 좋은 미성으로 잔잔히 말했다.
──그렇다 하신들 어찌 큰 공을 세우신 분에게 상을 내리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여인은 일행을 불러 끝없이 이어진 자신들의 마차에서 짐을 내리기 시작했다.
여인과 마찬가지로 인상적인 외모를 지닌 무장들의 주관하에 하인들은 마차에 실려있던 수많은 짐을 열심히 운반했다.
짐을 확인한 도겸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마차에 실려있던 짐들은 모두 도겸 입장에서 크게 놀랄 만한 진귀한 보물들이었다.
──대장군께서 서주자사에게 보내는 성의입니다. 받아주시지요.
──크흠, 흠흠! 내 어찌 당연한 일을 하고 이런 보상을 받는단 말인가. 도로 가져가게나.
도겸은 그리 말하면서도 힐끔힐끔 계속해서 보물에 시선을 향했다.
사신으로 온 여인은 도겸의 그런 행동을 알고 있었으나 굳이 내색하지 않고 공손하게 말을 이었다.
──이는 대장군의 권위와도 관련된 일이니 부디 사양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러나 이 수많은 보물을 내가 어찌….
도겸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최대한 욕심을 숨기고 이를 계속 사양했다.
도겸도 정치판에서 구를 대로 구른 인물이었으니 대장군이 무언가를 노리고 이 수많은 보물을 보내는 것이라 눈치챘다.
슬슬 원하는 걸 말하라는 뜻을 담아 도겸이 여인에게 눈치를 보냈다.
여인은 지금 도겸이 내뱉는 말속에 숨겨져 있는 진짜 의도를 눈치채지 못할 인물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저희의 부탁을 하나만 들어주시지 않겠습니까?
──부탁이라?
──예. 그리하신다면 도공께서도 만족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드디어 본론에 들어가는 건가 싶어 도겸은 위엄 있게 말했다.
──어디 한 번 말해 보아라.
──예. 다름이 아니오라….
여인의 말은 간단했다.
조만간 연주목이 군대를 이끌고 서주에 들어올 것이니, 그를 잠깐 모른 척해줄 수 있느냐는 것.
──으음…. 아무리 그래도 그건…….
──그저 서주에 있는 조공의 식솔들을 연주로 호위할 뿐입니다.
그 제안을 들은 도겸이 잠시 고민에 빠지자 여인은 곧바로 입을 열어 말을 덧붙였다.
──서주 깊숙이 들어오지도 않을 것이고, 연주와 서주를 가르는 경계에서 잠깐 머무를 뿐이니 걱정하지 마시지요.
──…….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은 여인의 태도와, 진귀한 보물들을 가지고자 하는 욕구가 결국 도겸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아주 잠깐뿐이오.
──아량에 감사드립니다.
사신으로 찾아온 여인이 공손히 예를 올리며 자리에서 물러나자 그를 뒤따르던 인상적인 외모의 흑발 여인들도 잇따라 모습을 감췄다.
그렇게 여인이 떠나간 자리에는 지금 바라봐도 여전히 깜짝 놀랄 만한 보물들이 한가득 쌓여있었다.
──…흐흐.
도겸은 자신도 모르게 실없는 웃음을 흘리곤 입을 꾹 다물었다.
정릉 화현.
참으로 알 수 없는 인물이었다.
대체 조조라는 인물의 무엇을 보았기에 그녀의 가족까지 챙겨줄 정도로 이리 생각해준단 말인가?
혹시 연주목에게 연심을 품기라도 한 건가?
조조의 외모는 천하에 있는 뭇 남성들을 울릴 정도로 매우 뛰어났으니, 대장군이 그 외모에 홀렸다 해도 딱히 이상할 건 아니었다.
참 뜨거울 때로군.
구체적인 사정을 모르는 도겸으로서는 그리 생각할 따름이었다.
──────────
조조는 포로를 이끄는 병사들을 일부 빼내 군을 편성하고는 곧장 서주로 향했다.
최대한 병사를 끌어왔으나 도겸의 세력에 맞서기엔 턱없이 부족한 숫자였기에 조조가 이끄는 병사는 명령이 떨어지면 언제라도 도망칠 수 있도록 말고삐를 꽉 움켜쥐고 있었다.
그러나 그 걱정은 기우라는 듯 서주에 들어오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도겸의 군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뭐지? 진짜 아무런 반응도 안 보이네?”
다른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사방을 경계하던 하후돈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하후돈의 반응에 조조는 그것 보라는 듯 당당히 말했다.
“내가 뭐라고 했나. 생각해둔 게 있다 하였거늘.”
“으, 으음…. 내가 믿음이 부족했나 보네.”
하후돈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거렸다.
사실 이리 말하는 조조도 대장군의 말을 믿고 움직였을 뿐 따로 생각해둔 계획은 없었다.
만약 도겸의 군대가 자신을 막으러 왔다면 대장군도 실패할 때가 있다며 한바탕 웃고 그대로 말머리를 돌려 도망쳤겠지.
하후돈이 이런 조조의 생각을 알았다면 매우 묘한 눈길로 조조를 바라봤으리라.
그러나 대장군은 자신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도겸의 개입을 차단하여 자신의 가족들을 안전히 데려갈 수 있게 만들어줬다.
‘이 빚은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군.’
지금까지 조조가 대장군에게 들이댄 건 반쯤 장난이었다.
그저 그럴 때마다 곤란해하는 대장군의 모습이 재밌었기에 계속 다가갔던 것.
이제는 생각을 좀 달리 하여야 할 것 같았다.
다른 가문의 식솔들을 이렇게 신경 써준다면, 자신의 가족은 정말 지극정성으로 보살필 테니.
혈연이란 관계를 매우 중요시하는 조조로서는 대장군의 그런 면모가 매우 달가웠다.
조조는 대장군의 울타리 안에 들어간 자신을 상상하곤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기대가 되는구나.’
대장군에게 들이댄 건 반쯤 장난이었다.
그 말은 다른 의미로 반은 진심이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제 조조는 거기에 조금만 더 진심을 담을 계획이었다.
만약 대장군이 유혹에 넘어가 자신을 넘어트린다면,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재미난 유흥이지 않겠는가.
하지만 대장군은 남자답지 않은 사내였으니 그럴 가능성은 작았다.
‘역시 먼저 행동에 나서는 것이….’
여성의 마음을 이리 움직이게 만들다니, 대장군의 죄가 참으로 깊었다.
조조가 살짝 위험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하후돈이 조조에게 말을 걸었다.
“맹덕. 도착했어.”
이에 조조가 생각을 멈추고 정면을 바라보자 거대한 저택이 눈앞에 자리 잡고 있었다.
저택의 거대한 규모는 마치 이곳의 주인이 얼마나 부유한지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러한 저택 앞에, 자신의 자녀가 찾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초로의 남성이 일행을 이끌고 조조를 마중 나와 있었다.
조조는 말에서 내리고 예를 표하며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 아만이 아버님을 뵙습니다.”
“…그리운 이름이로구나.”
조조의 아명(兒名, 어렸을 때 불리는 이름)을 들은 조숭이 희미하게 웃었다.
조숭과 같이 조조를 마중 나온 다른 자매들도 감회어린 눈길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조숭은 오랜만에 만난 자신의 자녀와 한동안 눈빛을 교환하고는 입을 열었다.
“날이 차군. 일단 들어가서 얘기하자꾸나.”
“예.”
대화를 듣던 하후돈은 주변에 있던 부관에게 눈짓했고, 부관은 간단하게 읍을 올리며 병사들을 통솔하며 주변을 경계했다.
본래 역사에서 동탁의 정권 장악 이후 끝끝내 만나지 못했던 부모와 자식은 그렇게 재회할 수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 이 소설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과연 무슨 변화일까요!
알아맞히셔도 보상은 없습니다!
〃∩ ∧_∧
⊂⌒( ・ω・)
\_っ⌒/⌒c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