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119)
EP.119 조숭(4)
조조를 자신의 저택 안으로 들인 조숭은 제일 안쪽에 있는 방에서 차분하게 물었다.
“청주 근방에서 도적떼를 토벌하고 있다 들었거늘 어인 일로 여기까지 왔느냐?”
“자녀로서 아버님께 효를 다하기 위함입니다.”
조조의 대답을 들은 조숭이 짤막하게 중얼거렸다.
“효(孝)라….”
“아버님께서도 아시겠지만 최근 서주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조숭은 부정할 수 없다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중원에서 벌어지는 온갖 난을 피해 서주까지 당도했으나 정작 이 서주도 최근 곳곳에서 도적들이 발호하며 근방을 어지럽혔다.
“이 와중에 서주자사는 도적 무리와 손을 잡아 자신이 지켜야 할 백성들을 같이 약탈했다 하니, 현재 서주의 민심은 흔들리고 있습니다.”
비록 그 도적 무리를 이끄는 우두머리를 처리했다고 하나 그건 백성들을 위함이 아니었다.
도적들을 휘하에 받아들여 자신의 세력을 더 강성하게 만들기 위한 계략.
도겸은 천하에 자리 잡은 대부분의 군웅처럼 냉혹한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
조조의 정보에 따르면 도겸은 최근 공손찬과 은밀히 서찰을 주고받는다 했다.
그 서찰을 직접 본 적은 없으나 조조는 그 서찰에 무슨 내용이 적혀있을지 대충 예상이 갔다.
보나 마나 서로 힘을 합쳐 원소와 자신을 몰아내고 중원으로 한번 진출해보자는 연합 제의가 아니겠는가.
이에 도겸이 대장군과의 약속을 모른 척 자신을 공격할 수 있었으나 도겸이 굳이 그럴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조조 자신을 무조건 붙잡을 수 있을 거란 보장도 없거니와, 만약 대장군과의 약속을 모른 척한다면 신의를 배반한 세력이라 낙인찍혀 분명 나중에 어려움이 생길 것이다.
참으로 우스운 시대 아닌가. 속으로는 분명 수많은 야망을 품었을 이리 같은 자들이 겉으로 보이는 신뢰를 중요시하다니.
조조는 속으로 헛웃음이 나왔으나 겉으론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며 말을 이었다.
“제가 아버님께서 이런 위험한 곳에 계시는 걸 어찌 가만히 보고만 있겠습니까.”
“…….”
“그렇기에 제 미흡한 재주로나마 내부를 안정시킨 연주 지역으로 아버님을 모시려 합니다.”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권력을 지닌 호족들의 힘을 억제하고, 민심을 안정시켜 백성들이 도적으로 변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조조의 그런 노력 덕분에 불안정하던 연주 지방은 이제 사람 사는 곳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오랜 전란으로 인해 연주는 천하의 중심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황폐화 되었으나, 조조는 그에 대해서도 따로 대책을 생각해 두었다.
이번에 받아들인 도적의 수많은 식솔을 연주에 정착시킨다면 문제없겠지.
그 악명 높은 병주의 흑산적들이 어째서 대장군의 충실한 수족이 되었겠는가.
현재 낙양에 있는 대장군이 병주에서 받아들인 흑산적에게 그랬던 것처럼, 자신도 도적의 식솔들에게 은혜를 베풀면 아무리 도적이라 한들 자신에게 충성을 바칠 것이다.
흠…. 그 도적들에게 무슨 이름을 붙여줘야 할까.
이왕이면 흑산적처럼 조금 멋들어진 이름이면 좋을 텐데.
“…….”
“…….”
그렇게 조조가 실없는 생각을 하며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보았고, 조숭도 장성한 자녀인 조조를 바라보면서 같은 핏줄이라는 걸 증명하는 백금 눈동자가 서로를 마주했다.
“하하하!”
조숭은 한동안 조조를 바라보다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아버님?”
조조는 그런 조숭의 행동에 의아한 듯 눈동자를 살짝 크게 떴다.
조숭은 그런 조조를 전혀 개의치 않고 할 말을 이어 나갔다.
“자녀가 부모를 모시고 싶다는데 그를 거부하면 쓰겠나?”
“그 말씀은….”
“그래. 어디 연주에서 호강 한 번 누려보자꾸나.”
조조와 같은 은발을 지닌 조숭은 옆에 있던 첩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조조는 상당히 키가 크고 몸집도 커다란 아버지의 첩을 바라보았다.
저 여성을 늘 곁에 데리고 다니는 걸 보면 자신의 아버지는 저 첩을 상당히 총애하는 모양.
“…….”
조조는 의아한 눈빛을 지었다.
어머니의 눈총을 받아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꿋꿋이 첩을 아끼시는 모습.
아버지는 덩치가 커다란 여성이 그리도 취향이신 걸까.
제 아버지였지만 조조는 아버지의 취향이 많이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하후돈이 알았다면 누가 누굴 보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거냐 물을 해괴한 생각.
그러나 하후돈은 지금 유감스럽게도 조숭의 저택을 경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서로의 이성 취향이 참으로 해괴한 것을 보면 조조와 조숭은 누가 뭐래도 부녀지간이 맞았다.
──────────
대장군이 도겸에게 대량의 선물을 보낸 일은 도겸 세력의 개입을 차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대장군의 행동이 누군가에 의해 서주에 알려지면서 조숭 일가는 필요 이상으로 서주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서주에 있는 도적 무리라고 예외는 없었다.
“두목. 저기가 그 집이 맞소?”
“그래. 확실하다.”
척 봐도 자신이 도적이라 주장하는 행색의 남성들이 수풀에 숨은 채 조숭의 저택을 앞에 두고 서로 대화를 나눴다.
“근데 두목. 이미 늦은 것 같소만.”
“으음? 무슨 소리냐?”
“저 살벌한 얼굴들 좀 보소. 사람 몇몇은 이미 진즉 꿰어 죽인 놈들 같은데.”
두목이라 불린 남성이 의아한 기색을 보이자 부하는 저택 근처를 돌아다니며 경계를 서는 기병들을 가리켰다.
두목이 한번 살펴보니 과연 부하의 말대로 경비를 서는 병사들의 기색이 매우 흉흉했다.
“조숭인가 조승인가 하는 놈이 저런 병사를 가졌단 소문은 못 들었으니, 아무래도 조조가 먼저 온 거 아니겠소?”
“흐음….”
부하의 말에 도적 두목은 침음성을 흘렸다.
“지금이라도 돌아가는 편이….”
“아니, 그대로 진행한다.”
“두목?”
두목의 결정에 부하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도적 두목이 말했다.
“내 듣자 하니 조숭의 재산을 수레로 옮기면 100여 량은 족히 나온다던데, 그것들을 전부 가질 수만 있다면 우리 인생은 단번에 역전이다.”
“…….”
“잘 생각해봐라. 우리가 언제까지 도적질만 하면서 살아남을 수는 없지 않으냐.”
두목의 설득에 부하는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도 청주에서 우리 같은 도적들을 몇만은 잡아 죽였다는 그 조조 아니오?”
“흐흐. 그건 조조가 수많은 병사를 이끌 때 이야기지.”
부하의 말에 두목은 조숭의 저택을 바라보며 슬쩍 턱짓했다.
“봐라. 지금 저들의 숫자가 얼마나 되어 보이느냐?”
“…….”
두목의 말에 부하는 눈가를 좁히며 눈에 보이는 조조의 병사들을 천천히 세어봤다.
도적들은 안전하게 저택을 훔쳐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으니 조조의 병사가 대충 얼마나 있을지 가늠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적어도 수백은 있는 것 같소.”
“하지만 수천은 아니지.”
자신의 부하 숫자를 떠올린 도적 두목이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전부 기병인 것 같은데….”
“흐, 우리가 활이 없나 화살이 없나? 저들이 말을 탔다고 해서 죽지 않는 건 아니다.”
부하의 걱정을 두목은 단번에 일축했다.
비록 우두머리인 궐선이 죽자마자 후다닥 달아나 외딴 산속에 숨었다지만 서주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을 들으면 여전히 공포에 벌벌 떨었다.
“저만한 규모의 저택이 하루아침에 짐을 다 꾸릴 수 있을 리가 없지. 준비해라. 오늘 날이 어두워지면 야습을 가하겠다.”
“알았소.”
부하는 계속 찜찜한 기분이 들었지만 자신의 두목이 워낙 자신만만했기에 순순히 명을 따랐다.
두목 말마따나 저곳을 터는 데 성공한다면 인생 역전도 꿈이 아니었으니.
부하가 자리에서 물러났으나 도적 두목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며 조숭의 저택을 바라보았다.
도적 두목은 한때 태평 뭐시기를 따른다는 황건군에 들어간 이후 백성들을 약탈하다가 교주에게 동료들을 전부 잃고 그대로 죽을 뻔했다.
쯧. 뭐 그리 고상한 꿈을 품고 계시길래 부하가 즐거움도 못 느끼게 하는 건지.
결국 그 교주란 작자는 관군을 버텨내지 못하고 거록에서 자취를 감췄다 들었으니 지금 보면 거기서 내쫓겨 난 게 오히려 다행이었다.
그렇게 운이 좋아 서주까지 달아나는 데 성공한 도적 두목은 옛버릇을 버리지 못한 채 또다시 백성들을 약탈했고, 서주에서 악명을 날리기 시작했다.
이제 도적 두목은 서주에서 소문난 부자인 조조의 아버지, 조숭의 재산을 보고 입맛을 다셨다.
“흐흐. 조조라고 했나?”
고작해야 수백으로 뭘 어찌하겠느냐.
소수로는 다수를 상대할 수 없다는 게 가장 기본적인 상식이거늘.
자신이 이끄는 병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서주의 병사들과 전투를 벌여왔던 정예병이었다.
청주에서 조조가 무찔렀다던 속 빈 쭉정이들과 다르다는 뜻.
저택을 지켜보던 도적 두목이 살벌한 웃음을 흘렸다.
조조를 본 사람들이 그렇게 조조의 외모를 칭송한다던데 이번 기회에 얼굴이나 한번 봐야겠군.
운이 좋다면 자신이 붙잡아서 직접 예뻐해 줄 수도 있을 터.
도적 두목, 장개(張闓)는 오랫동안 자리에서 지켜보던 조숭의 저택을 뒤로하고 몸을 움직였다.
서주 낭야 근처에서 활동하던 수천 명의 도적들이 조숭의 저택 주변으로 서서히 몰려들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몰라도 되는 사실
─조숭은 도겸의 병사가 저택에 쳐들어왔을 때 뒷담으로 탈출하려 했다.
근데 먼저 내보낸 첩이 너무 뚱뚱하여 결국 탈출하지 못하고 측간에서 사이좋게 잡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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