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120)
EP.120 조숭(5)
조조는 아버지에게 배려를 받아 조숭 다음으로 좋은 방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해가 서서히 지고 달이 고개를 내밀 무렵, 침실에서 홀로 서책을 읽던 조조는 인기척을 느끼고 시선을 돌렸다.
자신 근처에 놓여있는 검을 힐끔 바라본 조조가 입을 열었다.
“내 호위가 모르는 사람을 들여보냈을 리는 없고, 원양인가?”
“다 알고 있네.”
조조의 말과 동시에 하후돈이 어둠이 드리운 곳에서 등불의 빛을 받고 모습을 드러냈다.
하후돈이 어깨를 으쓱였다.
“깜짝 놀래주려 했는데.”
“그런 거에 놀라기엔 이미 다 커버렸다만.”
“어렸을 때도 안 놀랐으면서 뭘.”
한 차례 장난스럽게 대화를 나눈 하후돈은 진지한 이야기를 하려는 듯 표정을 굳혔다.
“맹덕.”
“무슨 일이지.”
조조는 분위기상으로 무슨 말이 나올지 대충 짐작했으나 일단 질문을 던져봤다.
그리고 조조의 그런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저택 근처로 웬 무리가 몰려들고 있다는데.”
“흠…. 이 늦은 시간에?”
“그래.”
아마도 주변에 풀어둔 정찰병이 이를 눈치챘을 터.
조조는 현재 시각을 가늠하기 위해 고개를 돌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해가 서서히 저물고 달이 고개를 내미는 제법 어두운 시간.
그를 확인한 조조가 툭 중얼거렸다.
“밤손님이 왔군.”
“어쩔래?”
조조가 도적임을 확신하자 하후돈이 물었다.
“사람만 챙기면 지금이라도 도망칠 수 있는데?”
지금 이곳에 있는 병사는 전부 말을 모는 것에 능숙한 정예 기병들이었고, 조숭 일가의 식솔들을 한 명씩 앉혀도 노는 인원이 있을 정도로 수가 많았다.
하후돈의 말에 조조가 입을 열었다.
“도적들이 얼마나 있지?”
“적어도 수천이야.”
“흠….”
도적이 이리도 많다니 서주도 말세로군.
조조는 그리 생각하곤 살짝 고민에 빠졌다.
하후돈의 제안을 따를 경우 살아남을 수는 있겠지.
애초에 저들이 이곳을 습격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사람의 목숨을 취하는 게 아니라 이곳에 있는 재물을 빼앗기 위함이다.
모든 걸 버리고 재빨리 달아나면 저들도 재물을 챙기기 바빠 자신들을 굳이 뒤쫓진 않겠지.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버지의 수많은 재산은 전부 잃어버릴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재산이 중요해도 사람만 하겠는가.
정 방법이 없다면 원양이 제안한 것처럼 아버님의 식솔만 챙겨 달아나는 것도 좋겠지만….
“원양.”
“응?”
“아버님의 식솔을 병사들에게 맡긴다 치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인원이 얼마나 있나?”
“으음….”
조조의 질문에 하후돈은 잠깐 계산을 했다.
이 가문에 사람이 얼마나 있었지?
맹덕의 아버지와 자매들을 비롯한 일가 노소 40여 명, 그를 모시는 하인 100여 명 정도였나.
계산을 끝마친 하후돈이 말했다.
“대충 500명쯤 되겠는데.”
겨우 천도 되지 않은 숫자였으나 이것도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최대한 끌어온 거였다.
“원양.”
“듣고 있어.”
잠시 무언가를 고민하던 조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단 병사를 선별해 내 식솔들을 마차에 태우도록 해라.”
“알았어.”
하후돈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나머지 병사들은?”
하후돈이 묻자 조조는 장난스럽게 미소 지었다.
“갈 땐 가더라도 한 대는 먹여줘야 직성이 풀리지 않겠나.”
그 수많은 재산을 그냥 내주기엔 배가 아프니까.
그리 말하는 조조의 모습은 마치 악동과도 같았다.
──────────
자신들이 들킨 줄 꿈에도 모르는 도적 무리는 저택 근처 수풀에 몸을 숨긴 채 여전히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장개 주변으로 도적 한 명이 다가오며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두목. 전부 준비됐소.”
“그래.”
상황을 보고 받은 도적 우두머리, 장개는 고개를 끄덕였다.
좌우로 쭉 찢어진 승냥이 같은 눈초리가 조숭의 저택에 향할 때 근처로 다가온 도적이 물었다.
“구체적으로 언제 움직이면 되겠소?”
“흐흐, 거 도적질 한두 번 해보나.”
부하의 질문에 장개는 비열한 웃음을 흘렸다.
“모두가 완전히 곯아떨어지는 새벽에 덮쳐야 저들도 당황하지 않겠어?”
“아직 시간이 좀 남았구려.”
장개의 계획을 들은 부하가 하늘을 살펴보곤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우리 애들에겐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응?”
장개와 부하가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저택에서 갑작스런 이변이 일어났다.
“더 빨리 달려! 서둘러 벗어난다!”
일련의 무리가 마차를 호위하는 모습으로 저택에서 튀어나온 것.
말을 잇던 도적이 눈앞의 광경을 보고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두목, 저건….”
“잠깐 조용히 해라.”
매우 당혹스러운 상황이었으나 장개는 침착하게 대기하며 상황을 지켜보았다.
선두에 있는 은발 여인을 시작으로 저택에서 빠져나온 무리가 중앙에 있는 마차들을 급하게 몰았다.
은발 여인의 곁에 있는 담청색 머리카락의 장수가 병사들에게 크게 외쳤다.
“뒤쳐지는 놈은 돌아가서 빡세게 구를 줄 알아라!”
“예!”
마차를 둥글게 에워싼 기병들은 여인의 말에 우렁차게 대답했다.
그 대답을 끝으로 기병들은 침묵을 유지하며 말을 모는 것에만 집중했다.
저택에서 수백 명은 될법한 기병들이 일제히 뛰쳐나왔고, 잠시 시간이 지나자 조숭의 저택에는 적막만이 감돌았다.
그를 지켜보던 부하가 입을 열었다.
“…두목.”
“그래.”
자신을 부르는 부하의 목소리에 장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전부 도망친 모양이군.”
아주 현명한 놈들이야.
기병들이 달아난 방향을 바라보던 도적이 말했다.
“으음…. 달아나는 속도를 보니 쫓아갈 순 없겠소.”
“흥. 우리야 좋지.”
괜한 피를 흘려 헛되이 힘을 빼는 것보단 이게 훨씬 나았다.
아마도 선두에 있던 은발 여인이 그 유명한 조조라는 년일 터.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다만 그래도 미색이 엄청나게 뛰어난 건 알 수 있었다.
그걸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뒤쫓는 게 낫지 않을까 싶지만, 장개는 너무 과욕을 부리는 것도 좋지 않다는 걸 알았다.
조조가 달아난 방향은 주변에 매복할 만한 곳도 별로 없는 평지 쪽이었는데, 평지라 하면 기병들이 미쳐 날뛰는 지형이 아닌가.
장개의 수하는 대부분이 보병이었고, 그나마 있는 기병도 조조라는 년이 이끄는 정예 기병들과 비교하면 손색이 있었다.
아마 두 군대가 평지에서 맞붙으면 자신의 군대는 힘도 못 쓰고 일순간에 박살 나겠지.
지금 저 저택에 남아있는 재물이라면 수많은 미인을 자신의 품에 안고도 남을 것이다.
평생을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 막대한 금은보화.
기병들이 호위하고 있던 마차 수도 기껏해야 5여 량을 못 넘겼으니, 조조는 최소한의 재물과 사람만을 챙겨 달아난 것이 분명했다.
“아무래도 그냥 도망간 것 같으니 지금 움직여도 괜찮겠군.”
“애들한테 말하겠소.”
“그래라.”
장개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부하도 몸이 달았는지 곧바로 수풀 사이로 몸을 숨겼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장개가 이끄는 수천 명의 도적 무리가 조숭의 저택으로 발을 들였다.
제일 먼저 저택 안에 발을 들인 장개는 정원을 보고 감탄사를 흘렸다.
“오호라.”
엄청나게 넓은 정원엔 생전 처음 보는 나무들과 꽃이 있었고, 그와 마찬가지로 엄청나게 넓은 연못에는 커다란 물고기들이 아가미를 쉴 새 없이 뻐끔거리며 물속을 유영했다.
정원에 들어오자마자 느껴지는 압도적인 부(富).
장개는 으리으리한 규모의 가옥들이 마당에 여러 채나 있는 걸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조숭 일가가 엄청나게 부자라 하더니 그게 사실이었군.
한때 황제와 십상시가 매관매직을 자행하며 기승을 부릴 시절, 조숭은 집안의 재산으로 무려 삼공(三公)의 지위를 샀다고 한다.
과연 그에 걸맞은 부유함이라 해야 할까.
이제는 그 막대한 재물이 자신의 손에 들어오게 됐으니 장개로선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장개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뒤에서 대기하던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부하들은 한시라도 빨리 재물을 털고 싶어 몸이 근질거리는 모양이었다.
장개가 부하들에게 크게 외쳤다.
“얘들아! 전부 털어버려라!”
와아아아아───!!
장개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도적들은 고함을 지르며 조숭의 저택으로 쳐들어갔다.
그 이후에는 당연하다시피 아비규환이 펼쳐졌다.
“내가 먼저 발견했는데 무슨 짓이지?!”
“그게 무슨 소리냐! 내가 먼저 찾았거늘!”
척 봐도 매우 진귀해 보이는 비단을 두고 도적끼리 다투는가 하면,
“이, 이것들이 전부 다 금이냐?”
“빨리 챙기자!”
금이 가득 담겨있는 상자를 발견하고 서로 허겁지겁 물건을 챙겼다.
“…뭔가 집안에서 살짝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이거 필요 없으면 내가 가져간다!”
“이, 이봐! 뭐 하는 거야!”
몇몇 도적은 건물 안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걸 의아해했으나 눈앞에 있는 재물에 눈이 뒤집혀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크하하하! 이제 이걸로 내 인생은 역전이다!”
장개는 손에 한 움큼 보석들을 쥐고 웃음을 터트렸다.
도적들을 지휘하는 우두머리조차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조숭의 재산은 막대했다.
수많은 도적이 모두 이성을 잃고 약탈에 몰두했다.
아무리 조숭의 저택이 커다랗다지만 수천 명이 동시에 몰려들기엔 비좁았기에 힘이 없는 도적들은 자리에서 밀려났다.
“자기들 것만 챙기고 말이야….”
“양심이 있다면 적당히 남겨주겠지?”
자리에서 밀려난 도적들이 전전긍긍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마치 지축이 울리는 듯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응? 이 소리는 뭐지?”
“……설마.”
눈치가 빠른 몇몇은 그 소리를 듣고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머지않아 저 멀리서 횃불을 든 일련의 무리가 함성을 지르며 모습을 드러냈다.
저 무리는 분명 조조의 군대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으읭 님! 100 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비공개 님도 후원 감사드려요!
∧_∧
(´・ω・)
___(っ 旦o__
|l ̄l|| ̄じじ ̄|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