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127)
EP.127 강동의 호랑이(2)
조조가 병사를 이끌며 청주로 향한지 얼마 안 됐을 무렵, 원술은 손견에게 명을 내려 형주자사 유표의 근거지인 양양을 공격하게 했다.
손견은 원술의 명을 담담히 따르며 양양을 향해 진격을 시작했다.
형주자사 유표는 원술이 손견을 앞세워 양양에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곧바로 황조를 보내 번성에서 손견을 막아내라 명령을 내렸다.
남양군 근처에는 백하라 불리는 하천이 흐르고 있었는데, 이 하천을 따라 물길을 타고 쭉 내려가다 보면 금방 양양군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두 도시를 이어주는 물길이 있다는 것은 교통이 매우 편해짐을 의미했지만, 교통이 편리해졌다는 건 상대가 도시를 공격하기도 쉬워졌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양양을 지키기 위해서 번성이라는 건물이 만들어졌다.
번성은 적의 도하(渡河, 강이나 내를 건넘)를 막기 위해 강과 아주 가까운 곳에 지어진 성이었다.
두 성의 거리가 너무나도 가깝기에 번성이 양양성에 호응하며 연계를 펼치는 순간 양양성은 뚫어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번성이 무너지는 순간 형주자사의 처소가 존재하는 양양성도 결코 안전하지 않았다.
“끄으음….”
그리고 그런 곳에서 머리를 최대한 쥐어짜는 한 장수가 있었다.
황조(黃祖).
형주자사 유표가 지배하는 양양군에서 그리 머지않은 강하군(郡)의 태수직을 맡은 인물.
현재 황조는 유표의 명을 받고 양양을 지키기 위해 번성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던 황조는 결국 참지 못하고 툭 중얼거렸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이거다 싶은 계략이 나오질 않는군.”
손견 문대(孫堅 文臺).
어렸을 때부터 혼자 수적 무리에 뛰어들 정도로 담대한 성격을 지녔고, 그 이후 일어난 여러 반란군과의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며 태수 자리까지 꿰찬 유명한 인물이다.
손견이 공을 세운 전투를 살펴보면 범상치 않은 모습이 많았다.
허창(許昌)의 난.
양주 회계군에서 허창(許昌)이라는 인물이 아들과 함께 반란을 일으켰는데, 그 무리를 헤아리니 무려 수만 명이었다.
이에 손견은 용맹한 군사들을 모집, 단 1천여 명으로 반란군을 토벌하러 나섰고 허창 일당을 전부 섬멸하는 데 성공한다.
기세등등하게 자신을 왕이라 자칭하던 반란군 수괴 허창(許昌)은 그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를 눈여겨본 양주자사가 손견의 공을 조정에 보고하여 손견은 조금 더 높은 관직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이후 손견은 황건적의 난에서도 여러 전공을 세웠다.
중랑장 중 한 명이었던 주준과 합류해 가는 곳마다 황건적을 여러 번 깨트리고 다녔으며 황건적이 성을 굳게 걸어 잠그자 직접 성벽을 기어 올라가면서까지 병사들을 독려했다 한다.
장사군에서 일어난 구성(區星)의 난도 군을 이끌고 출진해 불과 보름 만에 제압하였으니, 그를 아는 모든 인물들은 손견과 맞서는 걸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다.
“…….”
그래.
손견이 번성 부근까지 도달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살짝 식은땀을 흘린 것도 딱히 잘못된 일은 아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지.
지금 천하에서 손견과 맞서야 한다 했을 때 자신에게 맡겨달라면서 흔쾌히 나설 인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황조 자신도 여러 정치적 요소를 고려해 마지못한 태도로 나서지 않았는가.
꽤 오랜 세월을 전장에서 진전하며 잔뼈가 굵어진 황조였지만 손견과 싸워 이길 수 있냐 물으면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장기(長技, 가장 잘하는 재주)인 수전(水戰)?
글쎄.
현재 손견이 이끄는 함선들의 진형을 살펴보니 손견은 물에서 싸우는 것도 매우 익숙해 보였다.
하기야 양주에서 태어난 사람들치고 물에 익숙하지 않은 인물은 본 적이 없으니까.
…지금은 전혀 좋아할 일이 아니군.
“……후우.”
한숨을 내뱉은 황조는 결국 하늘에 빌 수밖에 없었다.
부디 천운이 따라 그를 물리칠 수 있기를 바라면서.
──────────
번성(樊城).
북중국과 남중국을 잇는 형주 지역에서, 양양성과 함께 최고의 요새라 불리는 곳.
그런 요새를 앞에 두고 배 위에서 한 남성이 자신만만한 태도로 모습을 드러냈다.
희끗희끗 새치가 난 머리카락을 올백으로 넘긴 중년의 남성은 정면을 향해 힘차게 외쳤다.
“황조야──! 이 손문대가 왔다──! 싸울 준비는 됐느냐────!!”
일개 인간이 내는 거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강기슭에 진형을 친 황조의 병사들이 일순간 움츠러들었다.
“겁먹지 마라! 내 지시에만 침착히 따른다면 강동의 호랑이라고 한들 별다른 수가 없을 것이다!”
황조는 그런 병사들을 다독이며 외쳤다.
“우리가 훨씬 유리하니 적들이 다가오면 그저 화살들을 쏘기만 하면 된다. 알겠느냐!”
“예!”
황조가 열심히 병사를 다독이자 겁을 먹고 움츠러들었던 병사들이 다시 싸울 용기를 되찾았다.
그때 또다시 배 위에서 손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지금 황조 네놈의 목덜미를 물어뜯으러 가겠다──! 어디 한번 최선을 다해 저항해 보거라───!!”
“온다! 준비해라!”
손견군을 태운 배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황조는 병사에게 명령을 내렸다.
명령을 받은 황조의 병사들은 일제히 활시위에 화살을 걸었다.
그렇게 손견의 배가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황조는 냅다 외쳤다.
“지금이다! 발사─!”
슈슈슈슈슝──!!
황조의 명령과 동시에 병사들은 활시위를 놓았고, 활을 떠나간 화살들은 곧바로 하늘을 뒤덮으며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손견의 병사들은 무언가 언질이라도 받은 건지 화살이 비처럼 쏟아지자 곧장 배 안에 납작 엎드린 채 화살을 피했다.
파바바박!
손견군은 너무나도 익숙한 모습으로 화살 공격을 대처했고, 그에 조바심이 든 황조는 명령을 거듭 내리며 화살들을 더욱 쏘아댔다.
“어떻게든 적이 땅에 내려오는 걸 막아야 한다! 화살은 많으니까 계속해서 발사해라!”
화살을 쏘아대자 손견군의 속도가 눈에 보일 정도로 확연히 느려졌으니 효과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그렇게 황조의 체감상으로 어마어마한 시간이 지났다.
화살 공격을 계속해서 받아내던 손견군은 더이상 공격을 견뎌내기 버거웠는지 다시 노를 저으며 천천히 멀어져갔다.
“무, 물러나는 건가?”
황조는 눈을 끔뻑이면서 정말 손견군이 물러나는지 거듭 확인했다.
손견군은 지금 정말로 군을 물리고 있었다.
그를 확인한 황조의 병사들이 함성을 울리기 시작할 때, 황조는 천만다행이라는 듯 이마에 흐르던 식은땀을 훔쳤다.
“일단 오늘은 버텼군.”
황조는 이렇게만 한다면 손견군을 몰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며 희희낙락한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다음 날.
손견이 어제와 같은 목소리로 외치면서 또 모습을 드러냈다.
“이놈 황조야──! 겁이라도 먹은 것이냐──! 멀리서 화살만 쏘고 직접 싸우려 들지를 않는구나───!!”
“같잖은 도발이군.”
상대해 줄 가치가 전혀 없다고 판단한 황조는 손견의 말을 무시하며 부관에게 어제와 같은 명령을 내렸다.
“오늘도 어제와 같다. 적들이 상륙하지 못하도록 화살을 계속 쏴라.”
“알겠습니다!”
부관은 황조의 명령을 받들어 손견군이 가까워졌다 싶을 때 화살을 쏘아댔다.
황조측 진영에서 화살이 계속 어지러이 쏟아지자 손견군은 잠깐 버티는 듯하더니 결국 어제처럼 군을 물렸다.
“도망치는 꼴을 보아하니 강동의 호랑이가 아니라 그냥 겁쟁이로군!”
오늘도 다시 맥빠지게 돌아가는 손견군을 바라보며 황조가 한바탕 크게 웃었다.
그리고 또 다음날이 되자 손견군은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황조는 이제 고민하지도 않고 명령을 내렸다.
“오늘도 똑같다! 저놈들에게 화살 맛을 보여줘라!”
병사들은 이제 익숙한 모습으로 화살들을 쏘아댔고, 손견군은 어김없이 화살 세례를 받고 군을 물렸다.
강기슭까지 거의 도달했다가 다시 멀어지기를 여러 차례.
이쯤 되니까 황조는 무언가 다른 노림수가 있는 게 아닌지 걱정이 들었다.
그때 부관이 황조에게 다급한 표정으로 외쳤다.
“장군!”
“무슨 일이냐?”
황조는 좋지 않은 예감을 느끼며 부관에게 대답했다.
부관이 말했다.
“화살이 전부 떨어졌습니다!”
“…….”
그에 황조가 눈을 부릅뜨곤 곧이어 얼굴이 시퍼레졌다.
황조는 눈앞이 아찔해지는 걸 느끼면서 재차 입을 열었다.
“…10만이나 되는 화살이 다 떨어졌단 말인가?”
“예!”
부관 또한 어지간히 당황한 모양인지 목소리가 끊임없이 떨렸다.
설마…. 이걸 노린 건가?
황조는 식은땀을 흘리며 두려워했고, 황조의 그런 걱정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황조야──! 오늘도 화살을 쏘지 않고 뭐 하는 것이냐──! 혹시 화살이 전부 떨어지기라도 했느냐──!”
다음날 화살 공격이 멎자 손견이 그리 외친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돌려줘야겠지──! 잘 받아 가거라───!!”
그와 동시에 순풍을 탄 화살이 아군의 진영으로 쏟아져 내렸고, 이를 바라본 황조는 그만 정신을 놓을 뻔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 화살은…. 저렇게…. 메모….
함수함대 님! 1코인 후원과 꿀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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