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RAW novel - Chapter (134)
EP.134 장성(將星)(1)
조조가 서주로 향하고 유비가 내 부곡에 들어온지 얼마 안 됐을 무렵, 전령에게 의외의 보고를 들은 나는 놀란 기색을 드러냈다.
“원술이 보낸 손견이 유표에게 패퇴했다?”
“예! 적장을 뒤쫓다 매복에 당해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라 합니다!”
이건 또 의외다.
그 손견이 유표에게 패퇴하리란 것은 본래 역사에서도 있었던 일이니 이상하게 여기진 않았다.
하지만 손견은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에 빠질 것이 아니라 바로 머리가 깨져버려 죽어버릴 텐데?
바위에 맞은 손견의 골통에서 뇌수가 질질 흘렀다는 묘사는 개인적으로 꽤 감명 깊었다.
내가 조만간 큰 사고가 터지리라 예측하긴 했으나 손견이 살아남았다는 건 놀라운 소식이었다.
나는 먼 곳에서부터 달려온 전령에게 휴식을 취하라 명령했다.
“수고했다. 이제 돌아가서 피로를 풀도록.”
“감사합니다!”
전령은 쉴 수 있다는 생각에 얼굴을 활짝 피면서 내게 읍을 올렸다.
나는 전령이 물러나는 걸 바라보다가 여느 때와 같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렇게 되면 원술은 어떻게 되는 거지?”
“그 손견이 유표에게 패배했으니 원술은 지레 겁을 먹고 형주에 손길을 뻗치는 걸 포기하겠죠.”
내 혼잣말을 근처에 있던 사마의가 받아주었다.
“원술이 겁을 먹는다고?”
오히려 본인이 직접 나서겠다며 길길이 날뛰다가 전부 꼬라박는 거라면 모를까 그놈이 겁을 먹는다는 건 상상이 안 갔다.
내가 살짝 의아한 기색을 드러내자 사마의는 설명을 덧붙였다.
“제가 행적을 살펴보니 원술은 최근 전투를 치를 일이 생기면 이를 전부 손견에게 위임하더라고요.”
“그건 그렇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마의의 말처럼 원술은 과거 연합군 시절 손견을 휘하에 받아들인 이후 친정(親征, 군주가 직접 전장에 나서는 것)을 벌인 적이 없었다.
군사를 이끌 일이 생기면 손견에게 이를 위임하고, 본인은 그저 세력의 대략적인 방향만 정하는 역할만 맡았다.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지.
괜히 본인이 군을 이끌다가 병사를 날려 먹는 것보다는 그게 나았다.
약은 약사에게 맡기라는 말도 있지 않나.
전투 같은 건 원래 잘 싸우는 사람한테 일임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사마의가 말했다.
“그 오만방자한 원술이 그리 나온다는 건 그만큼 손견을 믿어서 그러는 게 아니겠어요?”
나는 부정하지 못했다.
“자신은 손견을 믿고 출진시켰는데, 그 믿고 있던 장수가 빈사(瀕死, 거의 죽게 됨) 상태로 돌아왔다면 원술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 같아요?”
“적어도 긍정적인 반응은 아니겠지.”
내 세력으로 치면 전장에 보냈던 여포가 어느 날 갑자기 큰 상처를 입고 죽기 직전까지 몰린 상태로 돌아왔다 보면 되려나.
나로서는 전혀 상상이 안 가는 장면이었는데, 손견을 출진시켰던 원술도 분명 이런 심정이었으리라.
“바로 그거죠.”
내 대답을 들은 사마의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사마의는 자신이 예상한 대답을 들을 때마다 저 우쭐거리는 표정을 지었는데, 그 모습이 참 귀여웠다.
세월이 흘러 훗날 사마의가 어른이 됐을 때도 이런 모습은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원술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화들짝 놀라면서 겁을 먹고도 남을걸요?”
“…….”
“원술이 정확히 어떤 성격인지는 모르겠지만 들어본 것만 따져봤을 때는 양양성 침공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요.”
사마의는 본래 역사에서 유표를 공격하다가 손견이 목숨을 잃자 형주 침공을 포기한 원술의 행동을 그대로 꿰뚫고 있었다.
나는 사마의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돌려 가후를 바라보았다.
“가후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나?”
“예.”
이 둘의 의견이 하나로 합쳐졌으면 의심할 필요가 없지.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사마의에게 말했다.
“네가 성인식을 치를 날이 기다려지는군.”
“…그렇게 말씀하셔도 뭐 나오는 거 없거든요?”
내 칭찬에 사마의는 부끄러운 듯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좋으면서 아닌 척하기는.
저 툴툴거리는 모습도 귀엽다 생각한 나는 흐뭇하게 미소지었다.
“조만간 움직일 때가 오겠는데.”
“어떻게 움직이실 건데요?”
내 혼잣말에 사마의가 물었다.
나는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리면서 말했다.
“이미 알고 있지 않아?”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요.”
내가 그리 말하면서 사마의를 바라보자 사마의는 슬그머니 내 눈길을 피했다.
부끄러움 진짜 잘 탄다니까.
사마의가 설명을 요구하자 나는 담담한 모습으로 말했다.
“원술이 형주에 손을 뗀다면 갈 수 있는 곳은 한 곳뿐이지.”
원술이 근거지로 삼고 있는 형주 남양군.
형주를 제외한다면 흔히 완이라 표현되는 도시에서 진출할 수 있는 주(州)는 세 곳밖에 없었다.
낙양이 있는 수도권 사례주, 허창이 있는 예주, 진류가 있는 연주.
일단 사례주는 제외하자.
형주 남양군에서 낙양이 있는 사례주까지 오기 위해선 뭐가 됐든 관문을 넘어설 수밖에 없다.
그게 우측의 호로관이 됐든, 좌측의 함곡관이 됐든 간에 말이야.
근데 연합군 시절에도 관문 하나 뚫지 못했던 놈이 혼자서 관문을 넘는다고? 어떻게?
호로관은 전에 말했다시피 게임 더럽게 한다며 극찬받기 딱 좋은 곳이고, 함곡관은 힘 하나 들이지 않고 적의 공세를 능히 막아낼 수 있다는 말이 도는 천혜의 요새다.
관문을 피해서 우회하는 것이 불가능한 건 아닌데 어디까지나 불가능한 건 아니다 수준.
낙양을 지배하는 세력이 그 경로를 경계하면 우회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도 턱없이 작았다.
순유는 시간이 날 때마다 군의 배치에 대해서 관심을 보였으니 그 우회 루트도 진작에 꿰고 있겠지.
만약 원술이 사례주를 공격한다면 나는 이를 막아낸 다음 역공에 나서면 될 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현재 남양군밖에 없는 원술이 혼자 관문에 들이박을 정도로 멍청할 리는 없었다.
…….
없겠지?
하여튼 원술이 지레 겁을 먹고 형주를 포기한다면 원술의 손길이 뻗칠 곳은 가까운 예주나 연주밖에 없었다.
허나 원술이 예주를 먼저 점령할 가능성은 작았다.
예주는 지금도 황건군과 기존 세력들이 이리저리 뒤얽혀있는 상황이라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이런 상황에 원술이 어찌어찌 고생하면서 예주를 평정한다 한들 조조가 끼어들어 이를 가로챌 가능성이 있었으니, 원술은 예주를 차지하기에 앞서 연주에 있는 조조부터 공격해 기선 제압을 하려 들 것이다.
이게 훗날 광정 전투라 불리는 싸움.
원술과 조조가 예주를 노리는 이런 상황에서 예주자사 공주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
나도 모른다.
예주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소리는 들리는데 구체적으로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예주자사는 존재감이 없었다.
하긴 군을 이끌고 나가면 예주에 있는 황건군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데 뭘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겠지.
……이 황건군들도 따로 손을 써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할 일이 늘어나는 것 같다며 나는 골치 아픈 표정을 지었다.
그때 사마의가 말했다.
“원술이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군을 이끄실 생각이신가요?”
“그래.”
나는 사마의의 질문을 긍정했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내가 원술에게 빚을 진 것이 있잖아.”
명문가의 인맥을 동원해서 천하에 온갖 악소문을 퍼트리는 건 물론, 아예 역적 타도를 기치로 내세우며 연합군까지 일으켰다.
이런 걸 봤을 때 원술이 남을 깎아내리는 것 하나는 재능이 있었다.
보통 밑바닥 출신이 욕을 더 잘한다고 착각하기 쉬운데, 오히려 명문가 같은 사대부 출신들이 모욕을 더 기가 막히게 했다.
품위 문제로 자제할 뿐이지 한번 열이 받는 순간 어렸을 때부터 배워온 온갖 단어를 총동원하여 사람을 모욕하는데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올 지경.
저급한 단어로 욕설만 난무하는 게 아니라 고상한 문장으로 사람을 살살 비꼬는 걸 보고 있자면 얼떨떨한 기분밖에 안 들었다.
물론 나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과거 나를 아니꼽게 보던 몇몇 놈들에게 낙양 조정에서 아주 살짝 모욕을 당한 적이 있었지.
근데 그 눈치 없는 놈들은 어느 순간 조정에서 모습을 감췄다.
내가 따로 처리한 거 아니다. 진짜 맹세할 수 있다.
다시 원술을 떠올린 나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원술이 내 뒤통수를 후려쳤으니 나도 뒤통수를 후려쳐줘야 수지가 맞지 않겠냐.”
손견이 살아있다.
본래 역사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
죽기 직전이라고 하는 걸 보니 이를 가만히 내버려 두면 손견은 끝끝내 운명을 거스르지 못할 확률이 더 높았다.
그렇게 된다면 손가는 본래 역사대로 원술 밑을 진전하다가 강동에서 독립하든 뭘 하든 하지 않을까.
십상시의 난 때 분실한 옥새는 여전히 찾지 못한 상태였다.
책에 있던 묘사대로 우물을 다 뒤져봤는 데도 안 나오더라고.
손견은 우물 뽑기에서 바로 나오던데 나는 왜 안 나오지.
아무래도 십상시의 난 때 이미 누군가가 몰래 챙긴 모양이었다.
나는 손견이 살아있다는 걸 이용할 방법이 없을까 계속 고민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손견 – 단뽑해서 옥새 나왔는데 이거 좋은 건가요?
유표 – 기만질 차단함
흙염룡맛쿠앤쿠 님 1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 ・∇・)「
그리고 조조 일러스트 변경됐으니 공지에서 보고 가세요~
(๑ᵔ⩊ᵔ๑)